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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39화 (13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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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더럽게 불길하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에밀의 연극에 휘말릴 걸 그랬나.

    젠장, 그 새끼 때문에 로제는 죽을 뻔 했고, 미나의 남동생은 아직도 바다의 담요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자는데 그 개같은 새끼를 곱게 죽일 수는 없었다. 지금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시간을 되감아서 내가 다시 에밀 앞에 가면 내가 그의 연기에 휘말려서 놀 수 있을까?

    ...

    바다의 날개 위에서 나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레인이 나에게 다가올 때 보였던 푸른 불꽃이, 에밀의 몸에서도 일어났었다. 둘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애초에 레인이 에밀의 저택 안에 가두어져 있는 것 부터 의심을 했어야 하는데.

    아직 1주일의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로른 해에 있는 그 구슬을 건드려서 머맨이나 머메이드를 불러내고 나서 로만을 만나서 동맹에 대해 협의를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뭔지 모르는 일이 생겼으면, 뭔지 빨리 알아내는게 우선이다. 나는 마음을 먹고 마리아에게로 찾아갔다.

    "... 동감."

    마리아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선원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갑판장이 말해주더군. 가능하면 둘 중 하나를 꼭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녀석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마 선원들도 훨씬 안정될거야."

    선원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다. 지금 나도 마음이 굉장히 무거운데, 녀석들이라고 오죽할까.

    "그럼 항로는 그렇게 잡아놓겠습니다."

    그래, 라고 마리아는 말하고 나서 깊게 숨을 내쉰 다음 나를 바라봤다.

    "기회가 된다면 미나에게도 한 번 찾아가봐라. 그 새끼의 말에 가장 크게 충격 받은건 미나니까. 지금 거의 하루 동안 항해사실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어."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육을 먹었고, 나름 믿고 있던 사람이 눈 앞에서 비웃었다. 게다가 어떻게 본다면, 그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서 남동생이 그 꼴이 나기까지 했으니. 찾아가서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위로를 해줘야겠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항해사실로 향했다.

    문은 잠겨있었다.

    "미나?"

    ... 잠시간의 침묵이 있다가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나는 한숨을 쉬고 나서 말했다.

    "문 열어."

    한 동안 침묵이 이어지다가,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미나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울었네. 나는 문 안으로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양 손으로 미나의 뺨을 잡고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언제 한 번 본 것 같은 얼굴인데."

    내가 한번 격하게 털어버리고 나서도 이렇게 눈이 부어있지 않았냐? 이거 맨날 딱딱하게 대답하고 차갑게 굴길래 냉정한 성격인줄 알았는데 그냥 울보잖아. 나의 중얼거림에 미나가 대답했다.

    "나는 장난한 기분이 아니다."

    그 말에 나도 대답했다.

    "나도 장난하러 들어온거 아니지."

    나는 조용히 미나 옆에 앉았다. 막상 위로를 하려고 들어왔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다.

    "... 네 잘못이야."

    그 말에 미나가 몸을 흠칫 한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몇 가지는 에밀의 말에도 맞는게 있다. 내가 미나의 자리에 있었더라고 해도, 에밀의 장난에 걸렸을까. 마리아는? 로제는?

    미나의 얼굴이 굳었다.

    "그래, 내 잘못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미나는 조용히 굳은 상태로 있다가 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왔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미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쓸데 없는 생각이다. 병신같은 짓 할 생각 하지 말고 정신 차려라. 멍청하기는."

    나의 말에 미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건데!? 정신을 차리는게 뭔데! 좋다고 감방에 갇혀서 그 새끼의 말대로 바닥까지 인육을 핥아먹고! 그래! 내가 멍청해서 내 남동생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사람 보는 눈이 나빠서 병신처럼 이용당했어!"

    나를 향해서 울먹이며 소리치는 미나를 보다가. 나는 대답했다.

    "... 자랑하냐?"

    뭐?! 라는 말과 함께 미나의 표정이 구겨지고. 나는 그녀를 보면서 담담하게 말하면서 앞으로 다가갔다.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너는 실수를 해서 배를 암초에 들이받을 뻔 했고. 나는 쌍욕을 했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가가서 미나의 코 앞에 내 눈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때, 나는 너에게 뭐라고 말했지. 그리고 너는, 그 이야기를 듣고 방 안에서 뭘 하고 있었지?"

    미나는 눈물이 그렁거리는 얼굴로 뒤로 약간 물러선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보면서 젠장, 이라고 말했다.

    "미나 웨스트우드 항해사, 너는 그 때에 내가 가한 인격모독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방 안에서 책을 잡고 있었어."

    그때, 너는 뭐라고 했었지? 나는 계속해서 한걸음씩 다가가고, 미나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난다.

    "... 뭐라도 해서 나아지지 않으면."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똑같이 한바탕 울면서, 나중에 내가 찾아왔을 때에는 그렇게 말했다.

    "그때도, 지금도 너는 눈이 퉁퉁 불어있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때의 너는, 아름다웠다. 지난 세월 동안에 오히려 더 퇴화했구나. 너는 지금 추하기 그지없어."

    나의 말에 미나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말했다.

    "... 그때랑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 말에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달라 보이냐?"

    나는 말을 마치고 나서 그녀를 벽으로 밀면서 손바닥으로 벽을 때렸다. 그리고 낮게 입을 열었다.

    "당연히 다르지. 그때는 내가 있어서 누구도 죽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너의 실수로 인해서 피해자가 생기고, 너 스스로도 상처를 입었어."

    나는 말을 마치고 나서 쉼호흡을 한 번 하고는 말했다.

    "그래서, 무너질 거냐? 계속 베겟잇을 잡고 징징거리고 있을거냐고."

    그 말에 미나는 조용히 있다가 내 이마를 자신의 이마로 한 번 받고는 말했다.

    "사람은, 가끔 약해질 때도 있는 법이다 레이먼드."

    나는 욱신거리는 이마에 눈 앞이 아찔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미나는 그 사이에 벽에서 빠져나오면서 말했다.

    "거기에서 멈추면 끝이지만..."

    미나는 나를 보면서 쯧, 하고 혀를 찬 다음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군. 저번에도, 이번에도... 네 덕분이다."

    미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가슴을 살짝 잡았다.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지만. 그래, 내가 나아져야 할 일이지."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나아져도, 더 발전해도 잊지 말아라."

    나의 말에 미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모르는 사이에 사람의 인육을 좋다고 먹었고... 멍청해서 남한테 이용당하고 하나뿐인 동생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입혔지."

    그녀는 자신의 코트를 챙겨 입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절대 잊지 않을거야."

    미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자신의 눈을 거울을 보며 살짝 쓰다듬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미나가 나간 항해사실 안에서 조용히 앉아있엇다.

    "... 시팔, 누구한테 조언을 할 만한 새끼는 아닌데 말이지. 나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반에 있는 럼주 한 병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왔다. 거기에는, 퉁퉁 부은 눈으로 바다를 살펴보고 있는 미나와, 그 옆에서 히죽거리고 있는 로제가 있었다.

    "울었죠? 울었죠?"

    미나가 로제가 옆에서 키득거리는 걸 보면서 살짝 웃었다.

    "우는게 뭐가 나빠."

    그 말에 로제가 대답했다.

    "머리랑 눈 아프잖아요. 나쁘지."

    그리고는 로제는 웃으면서 미나를 살짝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기운 차린 거 맞죠? 다른 선원들이 걱정 많이 하고 있었어요."

    그 말에 미나가 로제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래,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위도와 경도를 외쳤다.

    "움직이자 작것들아! 계속 둥둥 떠 있을꺼냐?! 닻 올려!"

    바닥에 잠겨있던 닻이 올려지고, 바다의 날개는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푸른 구슬이 있는 섬. 그곳에 도착해서...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조타륜을 잡고 있는 미나 옆에서 중얼거렸고. 선장실 벽에 기대어 있던 마리아가 말했다.

    "망치로 내려찍어버릴까?"

    ... 미친, 그런 일 하면 말 붙여보기도 전에 우리 죽지 않을까요? 마리아가 어깨를 으쓱 하면서 말했다.

    "그 정도로 귀한 물건이 그렇게 쉽게 깨질리가 없잖아. 다이아몬드 생각해봐."

    도자기도 엄청 귀한데 툭 건들면 깨지잖아. 그게 다이아몬드인지 도자기인지는 아직 모르는데 너무 성급한 생각 아닌가?

    마리아는 자신의 머리를 잠깐 긁다가 말했다.

    "됐어, 일단 도착해서 생각하자고 그딴건. 정 안되면 진짜로 망치로 찍어버리지 뭐."

    그래... 일단 가보자. 내가 조타륜 옆에 있는데 미나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너는 이상형이 뭐지?"

    이건 갑자기 왜 조타륜 잡고 이상형을 물어봐?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딱히 그런 건 없는데. 일단은 이쁘고... 기본적으로는 당찬 여자가 좋지."

    마리아도 그렇고, 로제도 그렇고. 나는 말하고 나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나는 성 안에 갇혀서 구해줘요 용사님! 이라고 하는 여자는 아무리 이뻐도 조금... 확 끌리지가 않아."

    직접 발 벗고 나서서 성에 가둔 마녀의 목을 따려고 하는 여자가 역시... 그 말에 미나가 픽 웃었다.

    "엄청 아름다워도?"

    그 말에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엄청 아름다우면 이야기가 달라질 지도 모르겠지만.

    "둘 다 같은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면. 나는 능동적인 여자가 이상형이야."

    그런가? 라고 말한 다음에 미나는 조용히 조타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파이프에서 연기를 뿜어내다가 갑판에서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로제와 마리아를 확인했다.

    저 사람들이 왜 살벌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거지.

    그러다가 지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하는게 심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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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장님도 그렇게 느껴요?"

    로제의 속삭임에 마리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그 말에 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리아와 로제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떡하죠?"

    로제의 말에 마리아가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솔직히 나는 홀짝도 싫었단 말이지."

    마리아의 말에 로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용히 마리아를 응시했다.

    "저도요."

    근데 거기에 하나가 더 들어온다면. 마리아와 로제는 서로를 흘긋 바라보다가 한 숨을 쉬었고. 로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래도 어릴 때에는 나만 바라보던 사람들 많았는데."

    그 말에 마리아가 피식 웃었다.

    "야, 나도 한때는 날아다녔어. 녹슨 면도날 전체가 나한테 홀려있었단 말이다."

    ... 근데 어쩌다가 우리 이렇게 된 거에요? 로제의 물음에 마리아는 숨을 깊게 내쉬고 나서 말했다.

    "그러게."

    로제는 그 말에 조용히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요..."

    로제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어쩌면, 내가 살아있으면서 옆에 레이먼드가 없으면 무너질 것 같다. 하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요?"

    그 말에 마리아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 정도로? ... 그러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미나를 바라봤다.

    "..."

    "..."

    흘긋거리는 시선이, 가끔 붉어졌다가 혼자서 고개를 휙휙 젓는 모습이. 예전에 누군가를 닮아있어서 두 사람 모두 절로 탄식이 나온다.

    "차라리 한 명 더 들이고. 하루에 한 명씩 레이먼드 옆에 붙어서 다른 누구랑 안 얽히게 감시하는 것도..."

    그 말에 마리아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그럴까."

    맹세코, 라고 말하면서 마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또 누가 얽힐 것 같으면 함께 조져버리자."

    로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영웅은 삼처 사첩이 기본이라고? 여자 마음 전혀 모르는 나쁜 사람이 지껄이고 다닌 질 나쁜 농담이에요."

    ============================ 작품 후기 ============================

    아, 대학 다니기 싫어 죽겠네요.

    술 마셔야 해서 오늘은 한 편만 올립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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