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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38화 (13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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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에밀의 수송선이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바다로 나와서 수송선과 그 배를 호위하고 있던 군함들을 공격했다.

    반파되어 있는 배가, 우리의 눈 앞에 떠 있다. 에밀 메이너스를 수송 중이었던 수송선. 그 주변에는 다른 군함들의 잔해가 떠다니고 있다. 나는 눈 앞에 보이는 수송선을 바라봤다. 저 안에 그 새끼가 있다.

    "... 건너간다."

    마리아는 서늘한 표정으로 말했고. 선원들이 갈고리를 던져 걸고는 넘어갈 준비를 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수송선과 연결되어있는 밧줄을 잡았다.

    에밀 메이너스, 이제 모든게 끝이다.

    선원들은 배를 넘어가서 항복한 자들을 묶기 시작하고. 에밀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다. 나와 마리아, 미나와 로제는 갑판 아래로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갑판 아래에 있는 창살 너머에. 더러운 몰골로 그는 양 손을 사슬에 묶인 채로 앉아있었다.

    "... 오래걸렸군."

    에밀의 목소리는 쉬어있었고, 몸 곳곳에 멍자국들이 가득하고, 이빨 몇 개는 부러져있다. 우리는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드디어 끝이다"

    마리아는 말하고 나서 그를 바라봤고. 에밀은 웃으면서 우리를 보고 말했다.

    "그렇군."

    그는 사슬에 묶인 채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미나에게서 멈추었다.

    "미나 웨스트우드 선장, 오랜만이잖아."

    그를 보는 미나의 얼굴을 살벌하게 굳어있었고, 손은 이미 칼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다. 그걸 보던 에밀이 조용히 말했다.

    "동생은 잘 지내나? 내가 상냥하게 다뤄줬는데 말이지."

    닥쳐라! 라고 말하면서 미나가 창살을 양 손을 잡고 달라붙었다.

    "인간도 아닌 새끼, 개같은 자식아!"

    그 말에 에밀은 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갸웃하고는 그녀를 바라봤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군. 그나저나, 조금 배가 고픈데. 뭐 먹을거라도 주지 않겠나? 나는 네가 갇혀 있을때 사식도 넣어줬는데. 주고 받는게 있어야지."

    그 말에 미나는 창살을 흔들던 손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에밀은 피식 웃었다.

    "사람고기도 의외로 맛있지 않았나? 싹싹 핥아먹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말에 미나가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에밀이 하하핫 하고 웃기 시작한다.

    "뭐 하나? 이제와서. 그.. 뭐라고 했더라? 다시 한 번 말해주겠어?"

    그리고는 에밀이 목소리를 가느다랗게 만들어 미나의 목소리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출정식이 있을 때의 연설을 들으면서 믿어도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핫, 웃음 참느라 힘들었지."

    에밀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직도 창백한 표정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는 미나를 보며 말했다.

    "원래 멍청한게 죄야. 그 죄로 멀쩡한 동생은 양 눈이 꼬메지고, 입도 꼬메지는 즐거운 경험을 하지 않았나. 그 정도면 아이리 공화국에서 제일가는 멍청이인데."

    다른 사람들은 평생 살면서 겪어보지 못할 일이라고. 에밀은 말을 하면서 실실 웃다가. 시선을 로제에게로 돌렸다.

    "멀쩡해 보이는군. 로제 발미온."

    그러면서 자신의 입술을 핥는 에밀을 보면서 로제는 얼굴을 굳혔다.

    "거의 다 잡았었는데 말이지. 내가 아주 예뻐해주려고 했는데. 아쉬워. 원래 애비한테 버림받은 새끼들은 가련한 맛이 있거든."

    로제는 그 말에 얼굴을 굳히고 있다가 이내 뭔가를 깨달았는지 얼굴을 굳혔다. 그걸 보고는 에밀이 킬킬 웃었다.

    "아, 표정 보니까 나도 기억이 나는군. 이전에 만났을 때, 내가 요리 대접하지 않았었나? 아버지랑 함께 앉아서 잘도 먹던데. 그때 아마... 그렇군."

    그러면서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태아도 잘 조리하면 살이 아주 연해지거든.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이었길 바라지. 그래야 배가 갈린 어미도 조금 마음이 편하지 않겠나."

    한 마디 한 마디가 계속 될 때 마다 로제와 미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그리고, 에밀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항해사 레이먼드."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나를 보며 웃었다.

    "레인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 얼마나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던지."

    그는 나를 보며 말하고 나서 고개를 살짝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

    "이제 다 끝난 일이지만. 그래도 궁금하구만. 어떻게 멀쩡한 애 하나를 그렇게 망쳐놓을 수 있었지? 같은 업계 종사자로써, 가는 길에 노하우 정도는 듣자고. 그 애새끼가 울부짖는 소리가 아직도 선명해. 아주 제대로 망가뜨렸던데."

    그 말에, 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번쩍거리고 있었고. 나는 픽 웃고는 말했다.

    "뭐래."

    나의 반응에 에밀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나는 하품을 한 번 하고 그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에밀 메이너스 씨?"

    나는 그러면서 철창살 옆의 벽에 기대어서 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니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데."

    나는 그를 보면서 웃었다.

    "나를 이겨본 적이 없지 않냐, 너?"

    그 말에 에밀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나는 귀를 한 번 후비면서 말했다.

    "나는 나한테 진 병신들은 별로 신경쓰지를 않고 살아서."

    나는 그러면서 귓밥을 훅 불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머리 싸움에서 지고, 해전에서 지고, 결국에는 나 때문에 감방가고."

    나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피면서 말했고, 마지막에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졌으면 그냥 멍청한 바보 같은데. 왜 갑자기 잘난척을 하고 있는건지."

    눈에 띄게 에밀의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옆에서 창백하게 굳어있던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

    "혓바닥 아무리 굴려도,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지 않어. 나는 앞으로도 평생 잘 먹고 잘 살고. 너는 여기서 끝나고. 그렇게 된 이유는 하나지."

    나는 말을 마치고 그를 보면서 윙크를 한 번 날려주었다.

    "니가 별거 아닌 놈이라서."

    지랄하지 말아라! 라고 에밀이 처음으로 우리를 보면서 소리쳤다. 그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아니, 그는 울부짖고 있었다.

    "네 녀석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거다! 나랑 대등한 위치에서 즐겼던 네 녀석이 나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는 거다!"

    나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대등?"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 하고 헛웃음 짓고는 말했다.

    "넌 대등한 새끼한테 삼연속으로 발리냐?"

    나는 말하고 나서 양 손을 들어서. 오른쪽 손을 약간 아래로 내렸다.

    "수준차이가 있는거지. 너랑 나랑은. 에밀 메이너스, 나는 너한테 인정을 받고 말고 할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를 보며 히죽 웃었다.

    "내가 너를 인정하고 말고를 결정하는거고. 본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너를 인정할 이유는 없는데? 이건 뭐 발리는 것도 한 두번이여야지. 그러고도 그렇게 바락바락 앵기는거 보면 존나 한심할 뿐이지."

    나는 말을 마치고 나서 손에 피스톨을 들고 그의 가슴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마리아는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끝났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에밀을 바라보고 말했다.

    "뭐, 잘가라."

    에밀의 가슴에 피가 번지기 시작하고 그가 외쳤다.

    "이건... 이건...!"

    나는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뭐, 니가 원한 엔딩이 아니었나? 내가 뭐 할 줄 알았어? 막 분노해서 달려들고, 네 녀석만큼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어어어~"

    말꼬리를 장난스럽게 끌면서 나는 웃긴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병신, 너는 그럴 가치가 없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에게서 시선을 치웠다.

    내가 니가 벌인 판에서 놀 줄 알고? 하여튼 끝까지 곱게 가려고 하지를 않는 새끼네 저거. 나는 아직도 표정이 굳어있는 미나와 로제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연기는 할 게 못된다니까.

    처음에는 진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죽이려고 했다. 그리고 에밀을 만났을 때, 나는 직감했다.

    이 자식은 그렇게 죽이면 안되는 놈이다. 육체에 어떤 고통과 상처가 주어져도 낄낄거리며 웃을 또라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상처를 새겨넣자. 죽는 순간,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처를 마음에 박아넣어서 보내자.

    그래서 가만히 지켜봤다. 미나와 로제에게 말하는 것들을 들어보았다.

    오만하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서 녀석의 저 태연함이 오는 것이다. 그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그는 가두어져 있지만, 우리 위에 올라서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자신은 이렇게 잡혀있지만, 일부러 잡혀준 것이고. 너희들은 모두 나로 인해서 상처입은 병신들일 뿐이다. 그는 그 말을 하고 싶어했다.

    거기에 말려들어가서 에밀이 만들어 놓은 회오리에 부서질 생각은 없다. 녀석이 그렇게 우리 위에 서고 싶어한다면.

    그렇다면, 그걸 처절하게 밟아버리는게. 저 자식의 사지를 뜯어내고 살갗을 벗기는 것 보다 더 녀석에게 고통스럽겠지.

    저 놈은, 자신이 별 것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버틸 수 있을리가 없다. 자신이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하며 즐기는 녀석이니까. 그게 무너지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지. 그리고, 마리아가 나를 툭 건들면서 말했다.

    "... 저거 뭐야."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에밀의 몸에 붙어있는 시퍼런 불꽃을 확인했다.

    저건, 이전에 레인이 나에게 접근할 때와 비슷한 불꽃. 그 불꽃이 에밀의 몸을 파고들듯이 잠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밀의 시체가 스르르 사라져버렸다.

    감옥 안에,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가 없다.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던 나는 식은땀이 흘렀다.

    에밀은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체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기분이 좋지 않아졌다. 서둘러야 한다. 어쩌면, 로만을 만나기 전에 머맨과 머메이드를 만나는게 먼저일 수도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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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 한조각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심해 속. 붉게 빛나는 깨져나간 마법진과, 한 가닥의 사슬로 묶여있는 네 마리 악마들. 바닷 속에서, 바닷 속을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어디에서 울려퍼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오르간의 음색과 함께 그들은 입을 연다.

    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은, 거대한 문어의 형상이 자신의 기다란 다리들을 휘둘러 쇠사슬을 후려치며 외쳤다.

    Dormientis [잠들고]

    거대한 뱀이, 사정없이 자신을 꿰뚫고 있는 사슬을 이빨로 물어뜯으며 문어의 말을 받는다.

    Experrectus [깨어난다]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는 녹조가, 빠르게 회전하고 주변의 물들을 빨아들였다가 다시 뱉기를 반복하며 고함쳤다.

    Splendor praeteritum [지나간 광명]

    마지막으로, 수천가닥의 촉수들로 쇠사슬을 붙들고 당기면서, 거대한 해파리의 주변에 천둥처럼 거대한, 진눈깨비처럼 음울한 음색이 울려퍼진다.

    Ne memineris [기억할 수도 없는]

    남아있던 사슬 안에서 네 명의 악마들이 몸부림치기 시작하고, 사슬에서 붉은 전류가 사방으로 번진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려는 듯이 사슬을 팽팽하게 당겨지고, 붉은 가루를 바다 아래로 피처럼 흘리기 시작한다. 네 마리 악마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움직임은 점점 더 커진다. 사슬이 삐걱이는 소리가 들리고. 네 명의 악마가 입을 모아서 함께 노래하기 시작한다.

    Incipiens [시작]

    Primi motus [첫번째 움직임]

    Mundus in dolore [슬픔에 빠진 세상이]

    Reanimate [되살아난다]

    되살아난다. 라는 말과 함께 사슬이 박살나며, 빛을 잃고 검게 변해 심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의 어마어마한 소리들이 모두 거짓이었던 것처럼 침묵이 찾아온 가운데에.

    깨져나간 마법진 아래에서, 꾸물거리는 무수한 형체들이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번득이며 기어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들을 보면서 네 마리의 악마가 다시 한 마디씩의 말을 외친다.

    - 때가 되었다. 필요한 것들이 모두 갖추어졌구나.

    - 우리야 말로 끝이다, 우리는 열린 세상의 문을 닫는다.

    - 시작이군!

    - ... 이걸로 정해졌다. 기어오듯 다가오는 멸망은 멈추지 않으리.

    그와 함께, 어두운 심해 안에서도 더 어두운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검은 무리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 지오메트리 대쉬 하고 싶어지네요.

    두 편 올렸으니, 이제 짜지는 않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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