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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30화 (13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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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down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미나 웨스트우드의 처분이다. 나는 흔들리는 배의 조타륜을 붙잡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배를 돌리는 이유가 뭐지?"

미나의 말에, 나는 그녀를 뚫어지게 보면서 말했다.

"로제가 지금 메이너스 저택에 가 있거든."

그 말에 미나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로제가? 거기는 뭐하러."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차분히 말햇다.

"우리는 에밀 메이너스가 너의 남동생을 납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말에 미나가 잠깐 멍해졌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나를 보며 말했다.

"확신하는 건가?"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무겁게 말했다.

"너의 남동생이 없어졌다는 소문을 확인하고, 아마도 에밀 메이너스가 네 남동생을 납치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 말을 왜 이제서야 하는 거냐. 라고 말하면서 미나의 몸이 한 번 부르르 떨렸고. 나는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네가 아이리 공화국의 첩자니까."

잔뜩 격양되어있던 미나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조타륜을 살짝 움직였고. 그 사이에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미나의 말에 나는 곧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처음부터. 이제 바다의 담요에는 거의 다 왔으니까, 항해사실 안에서 이야기하지."

나의 말에 미나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고, 나를 따라서 항해사실 안으로 들어왔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어째서 아직까지 살아있는거지."

그 말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미나를 보면서 웃었다.

"네가 인정할 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일부나마 전수받은 내 도제다. 그리고 괜찮은 실력의 항해사이기도 하지."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고, 나는 그걸 바라보면서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할 여유는 없으니 간단하게 말하겠어. 나는 네가 첩자로 왔을 때 부터 에밀이 네 가족에게 무슨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고."

찾아본 결과, 정말로 너의 남동생은 실종되었지.

"아마, 니가 변절할 때를 대비해서 인질로 쓰려고 했던 모양인데. 너는 그냥 제물이었던 거지."

에밀이 너를 뭐라고 구슬렸는지는 모르겠어.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다시 당당하게 해군으로 복귀시켜 준다고 말한 건가?

"그런 일을 하면 에밀 메이너스는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 텐데. 그가 그럴리가 없지. 너를 희생해서 자기 자리를 유지하기로 한 거다."

그 말에 미나가 고개를 저으며 급박하게 외쳤다.

"에밀 메이너스 제독이 그런 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 아닌가?!"

나는 그 말에 허, 하고 웃은 다음에 미나의 뺨을 한 대 후려쳤다. 미나의 고개가 옆으로 훽 돌아가고. 나는 곧바로 미나의 멱살을 잡은채로 그녀를 바라봤다.

"잘 들어, 나도 지금 그렇게 느긋한 마음이 아니니까, 미나 웨스트우드."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미나의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를 한 번 바라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네 남동생 구하려고, 로제는 지금 메이너스 항구에 갔고. 내 생각에는 지금 굉장한 위험에 처해있어."

나는 서늘한 표정으로 미나를 바라봤다.

"내가 로제를 위험에 빠뜨려 가면서 너한테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있나?"

바다의 담요가 보입니다! 라는 말에 나는 미나의 멱살을 풀고 나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거의 반쯤 넋이 나가고 있었다.

"그럼... 나는 뭘 위해서."

나는 미나를 구두 앞 코로 툭 건든 다음에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해적들이 쓰레기 같나?"

미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별 다른 말 하지 않고 그녀를 붙들고는 항해사실을 다시 나와서 갑판으로 향했다. 미나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저 녀석들이 왜 저렇게 바쁜지 아냐?"

선원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각자의 자리에서 쉬지 않고 빠르게 일을 하고 있었다. 입고 있는 셔츠들은 때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고,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구슬땀들을 닦을 생각도 없이 살벌한 표정으로 삭끈을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까지 돌아오는데 잠도 자지 않고 이틀이 지났는데도. 녀석들은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저 녀석들에게는 너 처럼 자세한 상황을 말해주지는 않았다. 말해준 건 하나야."

로제가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말하면서 미나를 바라봤다.

"그 한 마디에 저 녀석들은 저 지랄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어."

우리는 쓰레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나를 바라봤다.

"내 사람이 아니면 죽이는데 거침이 없지. 남의 물건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죽이지. 네가 알고 있는 그 해적이 우리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나를 보고 픽 웃었다.

"우리는 동료를 사지에 밀어넣고 버리지 않는다. 해군들처럼."

까놓고 말하면, 에밀이 개새끼인거지만. 원래 한 대상을 가지고 전체 집단을 일반화 시키는 건 꽤나 잘 먹히니까. 물론 해적들 중에서도 동료 버리고 껄껄거리는 놈들이 있겠지.

하지만 여기는 아니니까. 우리는 개새끼들이라도 그런 개새끼들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틀린 말도 아니다. 바다의 담요가 보입니다! 라는 외침이 들리고, 나는 뒤를 슬쩍 돌아본 다음에 선원들에게 외쳤다.

"도착하면, 씨발 있는 연장 다 챙겨서 다시 바다의 날개로 옮겨탄다. 니들 밤 새서 물대포 갈길 각오는 되어있겠지!"

나는 미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따라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바다의 담요에서 내려라."

나는 말을 마치고 나서 다시 조타륜 쪽으로 가서 타륜을 움직여 바다의 담요로 들어가는 입구 근처에 배를 띄워놓았다.

바다의 담요에 도착하고 나서, 바다의 날개에 필요한 물건을 챙겨넣는데에만 네 시간이 걸렸다. 바다의 담요 입구는 돛단배를 통해서만 오갈 수 있기에 선원들이 아무리 빨리 준비를 하더라도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했다.

"올릴 물건들 다 올렸으면. 이제 가자."

마리아는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돛단배에 올랐고, 나는 먼저 배를 타고 가는 선원들과 마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이먼드."

미나는 약간 초췌해진 얼굴로 내 옷깃을 잡았고.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메이너스 저택은, 메이너스 항구에서 약간 떨어져있다. 에밀 제독의 지시로 인해서 저택 주변에는 그가 고용한 경비원들을 제외하고는 병사들이 순찰하지 않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래, 마음을 정한 모양이군. 그녀는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에밀 메이너스 제독이, 내 남동생을 납치하지 않았다면."

미나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맹세한다, 너는 내가 죽여버리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걸 만 하지."

나의 말에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카멜롯 왕국과 게르하르크의 동맹 때문에 많은 배들이 주변 해역으로 나가있을거야. 메이너스 군항에는 배들이 많을리 없다. 머무르고 있는 병사들도 상당히 적은 편이겠지."

미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잠깐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내 우리를 태우기 위해서 빈 돛단배가 오자. 그 위에 타면서 말했다.

"메이너스 저택은 해안가 근처의 절벽 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 근처에 배를 정박시킨다면 메이너스 군항의 병사들이나 군함에 걸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어."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고마워."

미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녀가 한 말에 대한 감사 뿐이었고. 그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절망과 슬픔은 그녀가 해결해야 할 문제겠지.

바다의 날개 위로 올라간 나는 곧바로 러셀의 검을 조타륜 옆에 꽂아넣고 돌리면서 외쳤다.

"물대포는 오늘 메이너스 저택에 도착할 때 까지 안 멈춘다!"

다 필요없어. 우리는 오로지 단단히 고정된 직선으로 달린다. 바다의 날개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바다 위를 달리기 시작했고, 마리아는 자신의 선장모를 붙잡은 상태로 조타륜을 조작하고 있는 내 옆에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되었냐."

나는 그 말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미나는 이제 우리 편입니다."

미나가 말해준 바에 따르면 메이너스 항구의 병사들이 에밀의 저택 근처를 돌아다닐 리는 없다. 뭐가 캥기는게 있어서 병사들이 자기 집 주변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로 다행인 일이다. 아무리 군항에 사람이 적다고 해도 못해도 500명은 넘는 병사들이 있을 텐데. 고작 스무명 언저리인 우리가 그들과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없지.

게다가 배도 군항에 직접 댈 필요가 없고.

"선장님, 알고 계시겠지만..."

마리아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속도가 생명이라는 거잖아."

에밀도 지금 범선을 끌고 자신의 항구로 돌아가고 있을 것이고, 그 저택 안에서 있을 수 있는 안전한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우리는 로제를 확인하고 미나의 남동생을 찾아내야한다.

저택이 좀 작았으면 좋겠는데. 그럴리는 없으려나.

============================ 작품 후기 ============================

6시, 한 편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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