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항해 뜻밖의 해적-101화 (10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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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혼돈과 망각의 회식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구워지는 삼겹살과 그 옆에 놓여있는 초록색 소주병이 다섯 병. 그 불판 앞에는 사람들이 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사람들 중 한 명이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면서 한탄을 하는데. 그 남자는 이번 촬영에서 에밀 메이너스를 맡게 된 불행한 배우였다. 어차피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배우지만. 서술의 편의를 위해서 촬영 중에 언급되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자.

"더는 못하겠어요! 감독님이 처음에 말할때는 그냥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이라고 말했단 말이에요! 이런... 이런 정신병자 같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이거 계약 위반 아닙니까?!"

라면서 울고 있는 에밀 메이너스를 보면서 레이먼드는 어깨를 두들겼다.

"힘내 임마. 그래도 보수는 괜찮잖아."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기분이에요! 밤에 자다가 제가 연기한 에밀 메이너스의 악몽을 꾸고 벌떡 일어난다고요! 라며 에밀 메이너스가 펑펑 울기 시작하자. 그걸 바라보던 로제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거 더럽게 징징거리네. 취향에 안 맞는 역할 하고 있는건 이쪽도 마찬가지거든?!"

로제는 말을 마치고 담배를 한 대 꺼내서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쭈욱 빨아들이고 바닥에 가래침을 뱉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건... 상대가 상처 입잖니."

금발에 짙은 색의 피부를 한 마리아가, 조심스럽게 로제를 질책한다. 양 손은 공손히 모아서 왼쪽 허벅지에 올려놓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 먹을 고기를 굽고 있는 마리아. 로제는 그 모습을 보다가 한 마디 했다.

"애초에 감독이 미친 새끼인게. 어쩜 이렇게 캐스팅을 해도 본인 성격이랑 전혀 안 맞는 역할을 시킨거야?"

로제는 말하면서 소주를 잔에 따라서 그대로 원샷하고 담뱃재를 툭 바닥에 털어냈다. 그리고, 마리아는 옆에서 담배 연기를 맡고는 곧바로 쿨럭거리며 기침을 한다.

"누나는 담배 피는거 연기도 못해서 한 동안 고생했었죠."

결국 수증기를 피워 올리는 가짜로 대체해야 했었다. 레이먼드는 그때의 생각을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담배... 못펴요오... 라고 기어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엄청 미안한 표정으로 마리아가 우물쭈물 했었으니까.

그리고,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일행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던 레이먼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감독이 이제 절반 넘었다니까, 조금 더 힘을 내면..."

그 말에 로제가 곧바로 대답했다.

"조금 더 힘을 내서 열심히 하면 나랑 하는 베드씬이나, 마리아랑 하는 베드씬이 늘겠지. 좋겠다?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아니라 저건 종마야 무슨. 볼 것도 없이 감독이 지 비틀린 성욕의 분출구로 이런 거지같은 이야기를 선택했다니까?"

옆에서 마리아가 조용히 삼겹살을 뒤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신은 제 마음을 몰라요! 이건 그냥 취향에 안 맞는 연기 수준이 아니라고요!"

라고 혼자서 울고 있던 에밀이 외치자. 로제가 차갑게 응수했다.

"닥치고 가서 인육 먹는 연습이나 열심히 해. 어차피 진짜 인육도 아닌데 무슨 촬영 들어가면 그렇게 구역질을 하고 지랄이야?"

그치만 이미지와 상상이라는게...! 라는 말에 로제가 헹, 하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이미지와 상상 말 잘했어. 거기에는 나도 불만이 많거든. 세상에, 귀엽고 순수한 꼬맹이 소녀 해적이라니. 감독 이 새끼 어디있는거야. 잡아와서 멱살 잡고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라니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레이먼드도 한숨을 쉬었다.

"저는 아직도 배 위에서 멀미하느라 귀미테 붙이고 다닙니다."

로제가 자랑이다, 라고 하면서 술잔을 들고 쭉 들이키자, 옆에서 마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너무 마시는거 아니니? 조금 천천히 마셔. 몸 생각해야지."

라고 말하면서 고깃점을 로제의 앞접시에 놓아주고, 물 잔에 물을 채워주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로제가 말한다.

"봐, 이 자상한 현모양처 언니가 촬영할 때마다 으하하하 웃으면서 한 손으로 럼주 들고 벌컥이는 깡패 여해적 연기를 하고 있다니까!?"

차라리 나랑 역할을 바꾸는게 서로 좋을거야! 라면서 로제는 마리아가 놓아준 고기를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는다.

그리고, 그 와중에 옆에서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제 히키코모리가 되었는걸요. 게다가 덤으로 저도 이제 곧 먹히겠죠? 슬슬 그럴 각이 나오려고 하던데..."

라면서 울상을 지으며 싫어... 라고 중얼거리는 여자는 미나 웨스트우드. 그 모습에 로제가 큭큭거리면서 미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거 들었어? 감독이 너랑 레이먼드 씬을 구상하고 있는데, 대본에 애널섹스 있다던데. 베드씬에 자극이 부족하다나."

그 말에 미나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채로 들고 있던 젓가락을 부르르 떨며 말한다. 말도 안되요! 라고.

"결코 여러분과 베드씬을 찍고 있는건 제가 원해서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촬영을 위해서..."

라는 레이먼드의 조심스러운 변명은 다시 로제가 틀어막는다.

"하, 그러면 왜 맨날 베드씬 촬영 있는 날에는 입가에서 웃음이 그치지를 않을까? 주인공씨. 막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던데 맨날. 게다가, 너 지금 엄청 쪼개고 있는데? 미나와의 베드씬이 마음에 드나봐?"

그 말에 레이먼드가 큼큼, 하는 소리를 낸 다음에 크게 외쳤다.

"솔직히 말해서 나야 땡큐지! 물론 그쪽은 리얼이랑 촬영 중의 성격이 너무 달라서 고추가 제대로 서지도 않지만! 지킬과 하이드 같은 양아치 년!"

뭐 이새끼야!? 라면서 로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마리아가 난감한 표정으로 두 쪽을 말리기 시작한다.

삼겹살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점점 깊어지고 있었고... 깊어져 갈 수록 개판이 되고 있었다. 애널... 애널... 하면서 혼자 세상이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미나와 나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야! 라면서 혼자 울고 있는 에밀. 서로 주먹을 치켜올리고 싸울 준비를 하는 레이먼드와 로제.

그리고 이 모든 아수라장에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에밀과 미나를 위로하면서, 동시에 레이먼드와 로제의 싸움을 말리고, 고기까지 굽고 있는 마리아까지.

술자리는 깊어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보시다시피, 본편과는 전혀! 일말의 연계도 없는 그냥 순수하게 미친 상상의 찌꺼기입니다.

자정이 되면 다시 본편을 올릴 예정입니다.

생각해보니까, 외전을 올릴지 본편을 올릴지 왜 물어봤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두 개 다 올리면 될 걸. 멍청했어...

있다가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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