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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75화 (7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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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을 쓴 악마

    위도를 낮추어서 항해를 시작하자, 바다의 날개도 다시 자신의 속도를 찾는데 성공했다. 시범 삼아서 물대포를 발사해보자 물줄기들이 정력적으로 쫙쫙 날아간다. 다행히도 얼어붙으면서 동파가 되지는 않는다.

    이제 항해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다 처리되었다. 사람이 입에 뭐라도 들어가야 살아서 숨쉴 수 있는 존재인데, 우리는 그레이 하운드에서 나온 이후로 한 번도 추가적으로 보급을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이 배의 선적 공간에는 먹을 걸 잔뜩 넣을 수 있어서였지.

    그래서 우리는 며칠 전 이 근방을 지나가던 불쌍한 카락 한 척의 식량을 털어먹었다. 식량이라고 해도 우리의 영원한 친구인 육포와 건빵, 바짝 말린 과일 정도가 전부였지만. 배 안에 넣고 다니는 식량에 뭘 더 바라겠냐.

    그리고 나서 우리는 다시 항해를 시작했는데. 저 멀리에서 다섯 척의 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발견되는 것도 아니고. 명백하게 저 배들은 우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 새끼들은 또 뭐야."

    마리아가 그들을 바라보다가 선원들을 향해서 말했다.

    "대포 잡고, 전투 준비해라."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다가오는 배들을 바라봤다. 상선이 아니다. 그건 옆면에 달려있는 대포들의 숫자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와, 저 친구들 진짜로 우리랑 싸우러 온 건가? 해적질을 오래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쪽에서 시비를 안 걸었는데 먼저 싸우자고 덤비는 친구들은 또 처음보는데.

    "선장님! 저 배들 포문을 열었어요!"

    로제의 외침에 나는 곧바로 러셀의 키를 끝까지 돌리고 외쳤다.

    "하하하하핳 물대포 뒤로 발싸아아아아!"

    탁, 하고 물 위에서 튕겨져 나갈 듯이 가속을 시작한 바다의 날개가 대번에 녀석들의 측면을 빠져나오고, 나는 곧바로 조타륜을 회전시키며 말했다.

    "간만에 하는 거니까. 감 떨어지지 않았나 확인이나 해보자! 좌로 3초!"

    약간 반응이 느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수준이다. 바다 위에 물거품으로 긴 호선의 궤적을 남기면서 미끄러지듯 방향을 바꾸는 바다의 날개. 도대체 이 새끼들은 뭐하는 자식들이길래 다짜고짜 우리에게 포문을 들이밀고 있는거야?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 아니, 잘못한게 꽤 있기는 하지만! 그건 직업 정신이 투철한 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저 자식들 경고도 없었다고. 신성한 바다의 고대 법률을 아주 개무시하고 있구만. 나는 계속해서 배를 움직이며 각을 잡기 시작했고, 우리의 뒤편으로 상대의 포탄들이 우수수 떨어져서 작은 물기둥들을 만들었다.

    맞출 수 있을리가 있냐. 차라리 다트를 던져서 종달새를 잡는게 편할걸?

    "발사."

    마리아의 말에 따라서 물대포가 이어서 발포되는데...

    녀석들의 포문이 안으로 들어가있고, 물대포보다 빠르게 녀석들의 포문이 닫혀버린다.

    "하, 이것들 보소?"

    반응 속도도 그렇고. 배를 움직이고 있는 내가 판단하는데. 녀석들은 우리가 바다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쪽으로 온 모양이다. 배에 기름을 얼마나 먹였는지 물을 맞은 곳에서 물방울들이 또르르르 굴러내린다.

    "빡치게 하네."

    마리아도 그걸 깨달았는지 이를 꽉 물고는 그들을 바라봤다. 아니, 마리아가 저렇게 인상을 구기는 이유가 싸움이 어려워져서가 아니라 말이야.

    "저 새끼들, 지금 지들이 누구 공격하고 있는지 알고 하는거잖아. 내가 우습게 보이나?"

    저게 기분이 더러운 거겠지. 우리의 선장께서는 자존심이 굉장히 세거든.

    "기름칠이라, 웃기지도 않는 애들 장난이잖아."

    나는 히죽 웃으면서 빠른 속도로 배들에 접근하기 시작하고, 녀석들이 그에 맞추어서 반응을 하려고 하지만...

    "가속하자!"

    양 옆에서 뒤쪽을 향해서 발사되는 물로 인해서 순식간에 그 배들 중 한 척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다의 날개. 아까는 멀리서 쏴서 그런 허접한 조치로 막은 모양인데. 이게 가까워지면 나무토막으로 만든 배 따위는 장기자랑 쇼를 해야 한단다.

    물대포가 배의 옆구리를 할퀴고 지나가자, 으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대포를 맞은 배가 기울어진다.

    하나씩, 하나씩 배들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결국에 가서 마지막 배의 뒤통수에 물대포를 발사해서 선장실과 조타륜을 부수는데까지 성공했다. 나는 쯧, 하는 소리와 함께 작게 속삭였다.

    "네, 다음 펜타킬."

    하나를 무력화 시키라는 건 마리아의 주문이었고 이유는 짐작이 갔다. 나도 도대체 이 새끼들이 단체로 미쳐가지고 바다의 날개에 깝친 이유가 너무나도 궁금했거든. 한 번 이유나 들어보자는 거겠지. 배가 근처에 다가가자, 피스톨이 발사되는 소리들과 함께 우리쪽 선원 몇 명이 자신들의 신체를 잡고 쓰러진다.

    "이 새끼들이 끝까지..."

    그 말과 함께 마리아가 지시를 내리자 다시 바다의 날개에서 물대포가 발사되어서 배 위의 선원들을 쓸어내기 시작한다. 대여섯 명 정도의 선원만이 남고 나머지가 다 바다에 수장되고 나서, 선원들이 갈고리를 던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갈고리들이 던져져 두 배가 이어지고. 그곳을 통해서 다가간 해적들을 향해 상대 배의 선원들이 피스톨을 당겨보지만, 물에 젖은 피스톨에서 총알이 나갈리가 없지. 마리아도 그 배로 넘어가고, 나는 바다의 날개 난간에 기대어서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마리아의 말씀을 경청한다.

    "니들 뭐하는 새끼들이냐?"

    정석적인 한마디 되시겠다. 머리 자르고 꼬리 자르고 바로 시작되는 본론. 그 말에 한 명이 대답한다.

    "우리를 죽여도, 네놈들이 편안하게 바다를 다니지는 못할 걸."

    그 말에 마리아가 한숨을 쉬고 그를 보며 미소지었다.

    "자세하게 말해보련?"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해적 마리아와 바다의 날개에 걸린 현상금이 지금 600 달란트다."

    ... 달란트? 칸두스 말고 달란트? 칸두스로 치면 저게 7200 칸두스잖아. 셀키 하나가 3000 칸두스 정도에 팔렸으니까. 우리한테 걸린 돈이 셀키 두마리 값이라는 거다. 그 말에 마리아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어디에서 건 거냐?"

    아이리 공화국. 그 말에 마리아가 허, 하고 웃은 다음에 나를 바라봤다.

    "로만이 니가 되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본데? 현상금까지 걸다니."

    그 말에 다시 선원이 말한다.

    "로만은 해임되었다. 대신에 에밀 메이너스 제독이 취임했지."

    그 말에 로제가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린다. 마리아가 그 모습을 보고 잠깐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데."

    로제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다.

    "메이너스 항구의 주인이에요."

    메이너스 항구. 로제가 결혼을 하기로 되어있었다고 했나.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짜증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기왕에 돈을 쓸 거면 크게 좀 쓰지. 깔끔하게 1000 달란트면 기억하기도 쉽잖아."

    1000 달란트는 애들 장난이 아닙니다 선장님. 마리아는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뭐, 일단 알려줘서 고맙고. 잘가라."

    그 말과 함께 칼집에 들어가 있던 마리아의 커틀러스가 그대로 휘둘러져서 남자의 목을 치고, 하늘로 피가 확 솟구친다. 마리아는 푸른 커틀러스를 휙 휘둘러서 피를 털어내고 선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은 물건들이랑 식량 싹 털고, 선원은 살려두지 말고 다 죽여."

    들을 만한 이야기는 다 들은 것 같으니까. 마리아는 다시 이쪽 배로 건너오고. 선원들이 배 안에서 물자를 꺼내서 이쪽으로 나르기 시작한다. 짐을 나르고 있는 로제의 표정이 영 밝지가 않다.

    "왜 표정이 그래?"

    내 물음에 로제가 살짝 움찔 하고는 들고 있던 상자를 나르면서 말한다.

    "저희 아버지는, 에밀 메이너스가 메이너스 군항을 소유하고 있어서 저를 그쪽과 결혼시키려고 했어요. 근데 이제 그가 아이리 공화국의 제독까지 되었으면. 아버지 입장에서는 더욱 저를 그 남자와 결혼시키고 싶어할 텐데..."

    하지만 지금까지 별 말이 없으니까.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말했다.

    "문제가 닥치면 생각해라. 아직 별 소식 없잖아?"

    그 말에, 로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짐을 마저 나르기 시작한다.

    현상금이라. 이거 골치 아픈데. 이러면 진짜로 정박하기 힘들어지잖아. 나랑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해적이라서 왠만하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해적들이 과연 600 달란트라는 현상금을 보고서도 우리를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없다. 세상에, 600 달란트라니 미친 것 같아. 마치 사람 하나 잡으면 로또 당첨! 같은 느낌이잖아. 해적들의 항구라고 해도 어느정도 인지도와 영향력이 있는 로른 해가 아니라면 가르시아 해에서 머무는 것은 가능하면 참아야겠네.

    마리아도 그걸 생각해서 식료품들을 싹 털어오라고 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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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점이 변환 되면서, 잔인성과 비도덕성으로 인해서 기분이 나쁘실 수 있습니다. 해당하는 내용에 대해 민감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어떻게 주의해야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ㅠㅜ)

    저택 내의 작은 무대 위에서 야상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부드럽게 깔리는 피아노의 연주 아래에서 에밀은 은제 덮개를 올린 접시들이 올려진 트레이를 가져와 접시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오래가노와 정향, 커민으로 맛을 낸 모래 소 타르타르입니다. 새콤한 맛을 약간 죽이고, 향을 살렸지요.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그 말에, 식사에 초대받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여자 한 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메이너스 제독의 요리 솜씨는 모두가 알고 있는데요. 맛이 없을리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미소를 짓는 여성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 에밀이 대답했다.

    "작은 재주입니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천천히 양념에 버무린 생고기를 맛보며 감탄한다.

    "맛이 훌륭해요. 요리로 시를 연주한다고들 하던데. 그 표현으로도 부족할 것 같네요."

    그 말에 에밀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자신도 천천히 타르타르를 살짝 입 안에 넣는다.

    "한 항구의 관리자에, 지금은 제독까지 겸임하고 계시는 분이 요리까지 하시는군요."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에 에밀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대답한다.

    "아이리 공화국에서, 신분과 직업의 귀천은 없지요. 요리사라고 예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에밀 제독 같은 분들이 아이리 공화국에 많아져야 할 텐데요."

    에밀은 속으로 웃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으면 큰일일텐데.

    "오늘도 과식할 것 같군요, 에밀 제독이 초청한 식사에서는 항상 그렇게 되버리지 뭡니까!"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고. 에밀이 입을 열었다.

    "오늘, 초청에 응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 말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남성 하나가 대답한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에밀 제독이 초청한 식사에는 친족 장례식이 아니라면 꼭 와야지."

    감사합니다. 라고 정중하게 말한 에밀이 사람들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에 도움을 주신다고 하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의 말에 아까 요리 솜씨를 칭찬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해적들은 저희에게도 골칫거리인걸요. 그들에게 거는 현상금이라면, 상단이 다소의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도움을 드리는게 당연하죠."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에밀의 요청에 따라서 일정량의 금액을 기부한 사람들이다. 그 금액으로 해적들에게 걸린 현상금을 지불할 예정이다. 에밀이 그 말에 대답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로젤리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 말에 여자가 살짝 얼굴을 붉힌다. 에밀이 아차, 하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요리를 바로 내겠습니다. 마음에 드실겁니다. 운이 좋아서 이번에 애저를 구할 수 있었거든요. 살을 발라내서 스테이크로 만들어 봤습니다."

    그 말에 남자 한 명이 가식적으로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아, 식욕을 위해 어미 뱃속의 돼지를 희생하는 인간은 얼마나 잔인한 생물인가!"

    그의 말에 에밀이 장난스럽게 대답한다.

    "어미 돼지도 제발 아이만은 건들지 말아달라며 애원을 하더군요, 안쓰러워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미식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역시 미안하더군요."

    그 말에 남자 한 명이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거참, 동물 말도 알아 들을 수 있다니. 재능이 출중하시구려."

    에밀은 남자의 농담에 하핫, 하고 웃은 다음 다시 요리를 위해서 주방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 사람들이 돌아간 다음에 에밀은 자신의 서재에서 서류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금 중에 20% 정도는 빼돌려 먹어도 탈이 나지 않겠는데."

    그것 이외에도, 해군의 예산으로 제작되고 있는 함선들과, 거기에 들어갈 포문, 필요한 병사 수 같은 것들을 엄청난 속도로 처리하던 에밀이 시계를 한 번 바라보고 혀를 찬다.

    "시간 참 빠르군. 벌써 이렇게 되다니."

    에밀은 서류를 정리하면서 이것 저것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욕과 공익을 한꺼번에 잡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릇 자기 재능의 부족을 탓해야 하는 법이다. 뇌물을 받는 건 받는 거고, 계집들이 고통과 굴욕에 비명지르는 모습에 흥분을 느끼는 건 느끼는 거고. 자신의 식습관이 독특한 건 독특한 거고.

    에밀 스스로도 자신이 약간 싸이코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 모든 개인적인 취미들을 즐길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도 잘 알고 있다. 에밀은 건물 아래의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고. 하나에는 '식재료' 하나에는 '취미' 라고 써져 있는 팻말이 달려 있었다.

    그 문들 중에서 식재료, 라고 되어있는 문에 열쇠를 넣고 돌리면서 에밀은 중얼거렸다.

    "이 모든 유흥을 즐기려면 말이지, 일단 일을 아주 잘하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남들이 감히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문이 열리자, 거기에는 거의 30개에 달하는 감옥이 있었다. 에밀은 익숙하다는 듯이 어두운 가운데 손을 뻗어 초를 찾고, 불을 붙여서 감옥들 가운데를 걸어가다 한 곳에 딱 멈추었다. 그 감방 안에는 여자 한 명이 들어가 있었다.

    에밀은 공포에 질려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의 손목을 살짝 잡아보았다. 여자의 사지는 구속되어 있었고, 그 상태에서 식도로 곧바로 직통하는 깔대기 하나가 박힌 채로 눈만을 돌려서 에밀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 뿐이다.

    "아, 거 더럽게 살 안찌네."

    에밀은 말을 마치고 옆에 있던 통에 들어있는 죽을 들이붙기 시작했다. 버터와 밀가루, 콩가루와 꿀 같은 것들이 잔뜩 조합된 양동이의 걸쭉한 액체가 천천히 여자의 입에 고정되어있는 깔대기를 통해서 여자의 위 속으로 밀려들어간다.

    게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유동식이 역류하기 시작하자. 에밀은 그 깔대기 위에 뚜껑을 덮은 채로 휘파람을 불기 시작하며 공포에 질린 여자의 이마를 톡톡 두들겼다.

    "참아, 이래야 간에 기름이 껴서 맛이 좋아지거든."

    잠시 시간이 지나고, 다시 깔대기의 뚜껑을 열어서 내용물이 다 빨려들어간 것을 확인한 그가 다시 양동이를 들어서 액체를 들이 붓기 시작한다. 그렇게 도합 3번. 말 그대로 액체가 목구멍 위까지 차오르게 되어서야 에밀은 그 행위를 중단하고 다시 위로 올라갔다.

    오늘 자정에는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다. 내일은 휴일이구나. 케리슨이 새로 출간한 시집 낭독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를 들려보도록 할까? 다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온 에밀은 손수건에 알콜을 묻혀서 손을 닦아내고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시켰다.

    ============================ 작품 후기 ============================

    그렇다고 합니다....

    부제도 정했어요. 좋은 밤 되세요.

    ps 1. 노블레스는 민증이 나온 검증된 성인 분들만 보니까, 다소의 잔인한 묘사는 아무렇지 않겠죠?

    ... 아니면 큰일인데ㅠㅜ

    ps 2. 이야기를 쓰는 저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선량한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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