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항해 뜻밖의 해적-28화 (28/160)

0028 / 0160 ----------------------------------------------

바다의 날개와 머맨과 구슬

그리고, 선장은 그 이후로 계속해서 선장실에 있다가 약간 땀에 젖은 상태로 밖에 나와서 커틀러스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분명히 우리에게 말할 때는 장난스러웠지만.

지금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는 진지함과 긴장이 가득했다.

"... 선장님이 이길까요?"

로제의 말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몰라 씨발. 그 새끼들 진짜 무시무시하게 쎄 보이기는 하던데. 저 선장이 지는 것도 상상하기는 힘들다는 말이지. 청룡이랑 백호가 싸울 때, 둘 중 하나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거랑 비슷한 느낌일까.

순식간에 이어지는 검격들. 그걸 보던 로제가 감탄한다.

"검이 거칠지만, 굉장히 곧아요. 오랫동안 싸웠었군요, 선장님은."

그런 것 까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여자라는 건 알겠다. 땀에 젖은 금발 머리가 휘날리면서, 그것보다 더 빠르게 빛을 받은 검이 번쩍번쩍거리며 주변을 핥고 지나간다.

그렇게 하루 정도 시간이 더 지나자. 석양 아래에 우리는 머메이드가 찍어준 그 섬에 도착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돛단배를 내리고 섬까지 다가가서 내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기다렸다는 듯이 넘실거리는 파도 너머에서 머맨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각자 다 다른 물고기의 머리통을 하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근육질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백상아리의 머리통을 하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그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 준비 끝났냐?

그러면서 삼지창을 한 손으로 핑그르르 돌리다가 쿵, 하고 찍는 그 기세에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그리고, 마리아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내가 상대한다."

그러면서 커틀러스를 쭈욱 뽑아드는 마리아를 보고, 백상아리가 코웃음을 친다.

- 뭐냐 그건, 그것도 칼이라고 들고 다니냐? 그래서야 한 번 부딪치면 네 실력이 아니라 검이 구려서 지겠군!

그러면서 백상아리가 손을 척 하고 옆으로 내밀고, 그 손에 시퍼런 색의 날을 가지고 있는 커틀러스 하나가 들렸다. 그가 그걸 툭 하고 마리아에게 던져서 마리아의 발 앞에 퍽 하고 꽂았다.

- 해철(海鐵)로 만든 녀석이다. 이걸로 결투에서 검 핑계는 못대겠지.

마리아가 그 검을 바라보다가 척 하고 들었다.

"뭐, 준다면 달게 받지."

그걸 슥 들어본 다음 마리아가 가볍게 몇 번 휘둘러보고. 그들을 바라봤다.

"댁들 몸 규격에는 안 맞는데. 이걸 쓰려고 만든 건가?"

그 말에 상어가 씨익 웃는다.

- 인간 놈들 무기 만드는 실력은 우리도 아주 잘 알지. 그런 진흙같은 물건으로 우리와 싸우겠다고 달려들 것 같아서 친절히 네놈들 이리로 올 떄 하나 만들었다.

별 친절한 새끼들 다 보겠네. 마리아가 싱겁다는 듯이 말하고, 그 푸른 칼을 한 손을 척 들고 그들을 바라봤다.

"누가 나오냐?"

그 말에, 가물치 머리를 하고 있는 녀석이 척 하고 앞으로 나왔다.

야, 저거 민물고기 아니냐? 저런 대가리 하고 왜 바다에 있는거야. 아 물론, 머맨이 냇가에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존나 웃기지만. 우리 인간적으로 생태계에 맞춰서 좀 머리를 갖추자.

백상아리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삼지창을 들고 있는 녀석이 마리아를 보면서 말했다.

- 우시르크라고 한다.

그 말에 마리아가 커틀러스를 슥 내리면서 말했다.

"마리아, 선장이다."

우시르크라고 자신을 소개한 가물치머리가 고개를 슥 숙이고, 거기에 맞추어서 마리아도 고개를 한 번 슥 숙인다.

아마, 우리를 찾아와서 실컷 성질을 부리던 저 백상아리가 리더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그가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말했다.

"대양이 두 사람의 결투를 지켜 볼 것이다. 인간들의 선장이 이긴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구슬을 이 섬 중앙에 놓고, 나가는 데에 대해서 우리는 어떠한 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엄숙한 목소리, 그리고 나서 다시 백상아리의 눈이 벌겋게 변하고,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사 우시르크가 인간들의 선장을 이긴다면. 여기에 있는 모든 인간들은 우리의 긍지에 맹세하건데.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백상아리가 커다란 삼지창을 번쩍 들었다.

"이를 명심하고!"

그대들은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하여 성스러운 피땀을 흘리라! 라는 외침과 함께 그가 삼지창을 바닥에 쿵 찍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싸움. 마리아는 재빠르게 한 발 뒤로 뛴 채로 천천히 검을 들고 상대를 바라봤고. 그 또한 진지한 표정으로 마리아를 노려봤다.

"... 조금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지 그래. 어차피 나는 나약한 인간인데."

마리아가 날카롭게 눈을 뜨고 우시르크에게 말을 걸었고. 그가 대답했다.

- 우리는 전사를 앞에 두고 방심하지 않는다. 그대는 홀로 내 앞에서 결투에서 만났다. 그대는 전사다.

그거 고맙군. 마리아가 발에 힘을 빡 주고 그대로 튀어나가듯이 달려들며 커틀러스를 그대로 올려베었다. 삼지창과 검이 부딪쳐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마리아는 즉시 허리를 뒤로 젖혀서 찌르고 들어오는 삼지창을 피한 다음 그대로 탄력을 받아 우시르크의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 빠르군! 민첩하고! 훌륭하구나! 으하하하핫!

그렇게 외치면서 뒤로 훌쩍 물러났던 그가 그대로 다시 고속으로 돌진하며 마리아를 향해 삼지창을 내지른다.

"... 미친!"

마리아의 옆을 훅 스치고 지나가는 삼지창. 피한 공간 뒤편으로 모래먼지가 쫘아악 일어나면서 반대편에 서 있던 선원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그걸 보며 우리는 모두 입을 쩍 벌렸다.

... 저걸 마리아가 맞으면 상반신이 날아가겠는데?!

정작 마리아는 별 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재빠르게 우시르크를 향해 커틀러스를 빠르게 휘두르고, 우시르크는 그 공격을 창을 움직여 막아낸다.

- 좋은 선택이다! 인간들이 힘으로 우리를 이길 수는 없지! 기교다 인간, 현명한 선택이야!

즐기고 있다. 방심하고 있다거나 하는 어줍잖은게 아니다. 이미 우시르크의 눈은 아까의 백상아리와 마찬가지로 시뻘겋게 변해있었고, 그 목소리는 폭풍우 속에서 울부짖는 용오름처럼 거칠었다. 한없이 진지하게, 그는 마리아와의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천상 전사. 그 말이 절로 나오는 태도. 삼지창을 마리아가 피하고 허공을 훑고 지나가면 여지없이 어마어마한 풍압이 쫙쫙 일어나면서 먼지를 날린다.

"무슨 놈의 힘이.. 배 뒤에서 창만 내질러도 배가 움직이겠네."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계속해서 우시르크의 몸을 향해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른다. 삼지창을 지르면 마리아의 칼이 살짝 살짝 그 창의 방향을 틀어낸다. 그것만으로도 마리아의 칼이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날카로운 비명을 토해낸다.

마리아의 몸이 급히 아래로 숙여지고 그 위로 삼지창이 지나간 다음, 그대로 한 바퀴 돌리며 고개를 숙인 마리아를 향해 내려찍힌다. 땅의 울림이 둔중하게 울리고, 먼지와 돌조각들이 그대로 위로 솟구친다. 무슨 지뢰 터뜨렸냐!?

옆으로 굴러서 그 공격을 피한 마리아가 살짝 뒤로 물러선다. 호흡이 거칠어져 있었지만. 그건 의외로 우시르크 또한 마찬가지. 순간적인 정적이 이 공간에 차오른다.

- 훌륭하다. 격동적이구나.

백상아리가 감탄하면서 그 싸움을 지켜본다. 마리아의 손 마디가 허옇게 될 정도로 꽉 쥐고 있는 커틀러스의 손잡이를 타고, 핏방울이 떨어진다. 최대한 흘려내고 최대한 피했지만, 한 번 부딪칠 때 마다 우시르크의 창은 마리아의 손바닥을 찢어버릴 정도로 검을 떨리게 한 것이다.

"이런 씨발..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그냥 튀는건데 말이야. 응? 야,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나?"

- 이유는?

마리아가 대답한다.

"피 때문에 손이 미끄러지잖아."

그 말에 우시르크가 흐흐흐, 하고 웃는다.

- 그래라. 가능하면 오랫동안 이 결투를 즐기고 싶다.

그 말에 마리아가 그거 고맙군. 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바지 한쪽 단을 찢어내서 그대로 손을 검에 칭칭 묶는다. 오케이. 라고 마리아가 말하고 우시르크를 바라본다.

"계속하지."

- 마음에 든다! 그대, 바다의 자손은 아니지만 그 투지는 이미 바다의 자손에 버금가는구나!

지랄하네. 라고 마리아가 말하면서 자신을 향해 내질러지는 창을 허리를 젖혀 피하면서 그대로 발로 올려차낸다. 거기서 곧바로 육상선수 달리기 전의 자세를 취한 마리아가 그대로 우시르크를 향해 찔러들어오고, 우시르크가 재빠르게 창을 허공으로 던지고 그대로 옆으로 몸을 틀어 마리아의 돌진을 피한다. 허공에 떠있던 창이 다시 우시르크의 손으로 돌아오고 마리아는 뒤를 돈다.

허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커틀러스. 창이 막아낸다.

창으로 이어지는 세 번의 찌르기. 마리아가 두 번을 피하고 하나를 흘려낸다.

"이런 씨... 존나 아프네."

후들후들 떨리는 손과, 이리저리 굴러다녀서 먼지 투성이가 된 마리아. 숨은 거칠게 쉬고 있지만 마리아처럼 절망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아닌 우시르크. 승패의 윤곽이 나오려고 하는 건가. 우리는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마리아와 우시르크를 쳐다봤다.

로제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선장이... 이길 방법이 몇 가지 있기는 해요."

로제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이어서 또 다시 말했다.

"하지만, 맙소사."

그 말에 나는 로제를 내려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리고 나는 시선을 마리아에게로 향했다. 내질러진 창을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하고, 그대로 그 창대에 매달리는 마리아.

아랑곳 하지 않고 창대를 높히 들어 아래로 내려찍으려는 우시르크. 저 상태로 내려찍히면 마리아는 시체도 못 남기고 죽는다!

그때, 재빠르게 공중에 떴을 때의 힘을 이용해 내려찍히는 창대 위에 마리아가 올라탄다. 터지듯이 폭발하는 대지. 마리아의 몸을 그 충격파가 후려치고, 마리아의 입에서 그대로 내장조각이 섞인 것 같은 진한 피가 울컥 토해진다.

일부러 노린듯이, 그 터져나온 핏방울들이 우시르크의 시야를 가리고. 그 사이에 마리아가 뒤로 돌아가면서 재빠르게 우시르크의 오른쪽 팔을 썰어내고, 왼쪽 팔에 그 커틀러스를 박아넣은 다음 뒤로 쭉 빠졌다. 잘려나간 자신의 팔과 왼팔에 박힌 커틀러스를 보며 신음하며 분노하는 우시르크. 고통 때문이 아니다. 저 신음에서는 어마어마한 수치심이 느껴졌다.

- 그대는 나의 목을 칠 수 있었다!

그 말에, 마리아가 다시 우웨에에 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토해내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린다.

"씨발아, 거기까지 칼을 휘두를 상태가 아니야. 내가 너 같은 괴물로 보이냐."

마리아는 아직 어떻게든 싸울 수 있지만. 우시르크는 양 팔이 맛이 가버렸다. 누가 봐도 명확한 승패. 거기에서 백상아리가 일어났다.

- 인간의 승리다. 우시르크, 불만이 있는가.

그 말에 우시르크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 없다. 다만, 수치스러울 뿐이다. 차라리 죽이지 그랬나!

그 말에 마리아가 거의 경련이 일어나는 손으로 슥 손인사를 보낸다.

"아 좀, 못 해서 못 한걸 가지고 왜 못 했냐고 그러면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나."

백상아리가 우시르크를 보면서 말했다.

- 참아라.

이해했는지 우시르크가 대답한다.

- 빨리 뽑아라.

쑤욱, 하고 푸른 칼날의 커틀러스가 뽑혀나오고. 백상아리가 그 검을 직접 손으로 닦아낸 다음에, 들고 가서 후들거리는 마리아에게 건네준다. 박아넣고 뒤로 빠지면서 손과 함께 묶어주고 있던 바짓단이 끊어진 충격 때문일까.

마리아의 오른손은 손바닥의 뼈가 보일 지경이다.

- 훌륭했다. 이제 그대의 검이다.

그 말에 마리아가 말한다.

"그거 바라고 한 게 아닌데."

그 말에 백상아리가 말한다.

- 이것은 존중의 표시다. 그대의 투지와 실력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어차피 우리는 쓰지 않는 무기다. 좋은 주인을 찾아가면 그것 또한 무기의 복일터.

그 말에 뒤편에 있는 머맨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깊은 밤이 되어있었다. 머맨들이 우리를 한 번 슥 훑어보고 말했다.

- 사실, 그 구슬이 중앙에 놓인다고 해도 그 다리없는 년들 시간 벌기 정도나 될까? 그 녀석들을 도륙내는게 조금 늦어지는 대가가 이렇게 훌륭한 전투였다면 좋은 거래라고!

- 그렇지! 기가 막혔다고! 인간과의 결투가 이 정도로 재밌을 줄이야! 가끔 아무 녀석들이나 트집 잡아서 나도 한 번 해볼까!?

하지마 미친놈들아. 저 마리아가 저 꼴이 나버릴 정도면 왠만한 녀석들은 니들 창질 한 번에 서너명씩 뒤져.

그리고 우시르크에게 머맨 한 명이 큰 조개 속에 담겨 있던 연고를 발라주자. 뜨거운 김 같은게 부글부글 우시르크의 상처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우시르크가 말했다.

- 거기 인간, 이름이 뭐지.

그 말에 마리아가 말했다.

"젠장, 좀 쉬자! 뒤질 것 같은데 계속 말을 시키냐?! 해적선장, 마리아다!"

그 말에 우시르크가 고개를 끄덕이고 옆의 머맨에게 뭐라고 말했다. 그 머맨이 그러지, 라고 말하고 그 조개껍질을 가지고 마리아에게 다가갔다.

- 손 내밀어라.

그 말에 마리아가 손을 내밀고, 거기에 그 연고가 발라진다. 허옇게 뼈가 보이던 상처에서 더운 김과 거품이 부글거리면서 올라온다.

- 하루 정도는 그 손을 쓰지 말아라. 그러면 나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머맨들은 하나씩 자리에서 일어나 지들끼리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바닷 속으로 돌아갔고. 마리아는 그들이 가는 걸 확인하고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쿨럭거리며 피를 흘렸다.

"다시는, 머맨이나 머메이드랑 얽히지 않는다...."

마리아는 누운 상태에서 고개만 우리 쪽으로 돌리고 말했다.

"... 일단, 레이먼드, 로제. 나 부축해서 배로 들어가고. 니들은 섬 중앙으로 가서 구슬을 놓아라. 딱 보니까 길이 트여있네."

그 말대로, 섬의 중앙에는 커다란 산이 보였고. 거기로 이어지는 길이 하나 가늘게 나 있었다. 그 말에 선원들이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이동을 준비했고. 나와 로제는 마리아를 부축해서 배로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자정에 뵙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액션은 역시 자신이 없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