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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26화 (2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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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날개와 머맨과 구슬

    그 중얼거림에, 우리는 모두 그 녀석이 있던 곳으로 다가갔고. 거기에는, 상체가 완전히 알몸인 푸른 머리카락의 미녀가 바다에 하반신을 담근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닷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몸의 굴곡에 달라붙어서 상반신의 가슴은 가려주고 있었지만, 그걸 제외한 몸은 하얗고 투명한 나신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우리를 바라보면서 살짝 웃던 그녀의 입이 열렸다.

    - 러셀에게 건네주었던 나팔이네요.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귓가에 직접 때려박히는 그 소리에 모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고운 목소리? 아름다운 목소리?

    그냥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헤실헤실 물 속에 담궈진 솜사탕마냥 녹아버릴 것 같이 달콤한 목소리. 푸른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하고 있는 그 눈부신 여자의 상반신 아래에서,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슥 드러나 바다를 한 번 탁 쳤다. 그래, 저걸 보니 확실이 이해했다.

    진짜 머메이드다.

    맙소사... 바다 전설들에 대한 내 인식이 요즘 들어 급격하게 달라지는군. 저게 있으면 나가 전설이 진짜라는 거고. 그럼 머맨들도 있다는 거잖아.

    - 여기는, 그 섬이 아니네요. 스스로 나오셨군요.

    그 목소리에, 마리아가 고개를 가볍게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머메이드를 바라봤다.

    "그, 머메이드... 님?"

    와, 마리아가 누군가한테 저렇게 조심스럽게 님이라고 부르는 건 처음본다.

    - 엘론델이라고 해요. 선장.

    그러면서 슥 고개를 숙이는 걸 보고. 마리아가 넋이 나간듯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머메이드가 그런 선장을 보면서 말했다.

    - 그럼, 그 섬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부탁은 할 리가 없으시네요. 러셀이 타고 다니던 배가 필요하신가요?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 그곳으로, 보내줄 수 있나요?"

    그 말에 머메이드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찰박찰박 거리는 소리와 이따끔 보이는 지느러미. 머메이드의 대답을 확인한 마리아가 말했다.

    "그럼, 그곳으로 보내주세요. 그, 엘론델님."

    그 말에 엘론델이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 원래는 그 나팔을 가진 분이 부탁하면 바로 보내드려야 하는데... 정말 죄송하지면, 한 가지 약속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말에 마리아가 엘론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떤 약속이 필요하시죠."

    그녀의 말에 엘론델이 입을 열었다.

    - 저희는 머맨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요. 같은 어버이를 두고 있는데도요. 슬픈 일이죠.

    그거까지는 전설이 맞는 모양이다. 뭐야, 이 정도면 역사책에 적혀야 할 정도로 정확하잖아.

    - 원치 않는 싸움 때문에... 여러분을 그곳으로 보내드리는 물길을 열고 나면 힘이 많이 빠져서 저희가 압도적으로 열세에 처하게 된답니다.

    그러면 저희는 살 곳을 잃어버리고, 많은 동족들이 죽을거에요. 라고 엘론델이 슬프게 말한다.

    "바라는 것이 있나요?"

    마리아의 말에, 엘론델이 말한다.

    - 물길을 열어드릴게요, 우리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무조건적으로 돕는다고 맹세했었는데... 이제와서 다른 소리를 해서 정말로 미안해요. 이건 어디까지나 부탁이에요. 그냥 물길만 열어달라고 해도 열어드릴게요.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슬쩍 본다. 어떡할까? 나는 어깨를 으쓱 했다. 나도 잘 모르지 그거야. 니가 정해. 보스. 마리아가 눈을 감고 있다가 말했다.

    "좋아요, 도와드릴게요."

    그 말에 엘론델이 미소를 짓는다. 그때 마리아가 씨익 웃는다.

    "좋은 품질의 진주 한 상자만 주세요. 그럼 기꺼히 도와드리죠."

    그 말에 선원들이 모두 마리아를 벙쩌서 바라본다. 그 전설의 머메이드랑, 딜을 하려고 한다. 우리 선장이... 미친건가? 저렇게 순해보이지만 바다를 마음대로 다룬다고 하는 그 머메이드다. 방금 전 그 말로 기분이 나빠졌으면 어떡하지?

    마리아의 말에 머메이드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 진주라고 하는게... 뭐죠?

    그 말에 마리아가 선원 하나를 시켜서 이번에 노략했던 물건들 중에서 진주를 꺼내오게 했다.

    "이거에요."

    그걸 보던 엘론델이 대답했다.

    - 아, 월루군요. 한 상자라고 하신다면...?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400개 정도 될 겁니다."

    진주 400개?! 맙소사. 여기 선원이 40명이니까. 인당 10개를 가질 수 있는 양이다. 엘론델이 그 말을 듣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 그렇게 할게요. 월루 400개. 도와주신다면 기꺼히 드리죠.

    그 말에 마리아가 씨익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그러자, 엘론델이 손가락을 들어서 자신의 혀를 살짝 찍어 침을 발랐다. 그리고 넘실거리는 바다 위에서 그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액체인 물 위에, 머메이드가 침을 바른 손가락이 지나가자, 마치 석판에 뭔가를 새기는 것 처럼 물이 갈라진 채로 유지된다. 거기에는 글이 써지고 있었다.

    - 저희는 여러분을 러셀의 배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리고, 여러분은 저희가 머맨들과 싸우는 일을 도와주는거에요. 그 대가로 저희는 당신들의 말로는 '진주', 우리의 말로는 '월루'라고 하는 물건을 400개 드릴거에요. 동의하시나요?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천천히 물에 새겨진 글씨가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고, 이내 맑은 소리와 함께 은빛의 파동이 되어서 그대로 동심원을 그리며 바다로 퍼져갔다.

    - 이 약속은 바다가 주관했고, 파도가 증인이 되었고, 해류가 지켜봤고, 폭풍우가 보증을 섰답니다. 어기는 쪽은 그 모든 바다의 분노를 견뎌야 할 거에요.

    그 말을 끝으로, 엘론델이 이쪽을 보면서 웃었다.

    - 도와주신다고 해서 감사해요. 이제, 물길을 열게요.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어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서 부르는 것이 아닌 것 처럼, 수많은 고운 목소리들이 우리가 타고 있는 배 주변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노래를 불렀을까. 우리 앞에 물이... 꺼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은 바다 아래로 향하는 거대한 해류. 바다가 열려서, 지하로 통하는 거대한 터널을 열어젖힌 것 같았다. 쩍 벌어진 채로 마치 고체인 마냥 유지되는 구멍과. 그 아래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흘러가는 거대한 해류. 비유를 하자면, 예전 세상 워터파크에 존재하던 워터 슬라이드 같은 모습이었다. 엘론드가 자신의 지느러미로 다시 바다를 한 번 첨벙, 치고는 말했다.

    - 들어가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러셀의 배가 있는 곳에 도착해 계실거에요. 매우 빠르니까, 배를 꽉 붙잡으세요.

    배가 그 거대한 해류의 흐름을 따라서 빨려들어가는 사이, 다시 엘론드가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우리의 배를 투명한 거품 같은 것이 감싸주었다.

    매우 빠르다. 라는 의미가 뭔지 우리는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 앞에 투명한 막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속도라면 아마 눈도 뜨지 못했을 거다. 아니, 잠깐...

    콰아아앙, 하는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우리의 귓가에 쒜에에에엑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거 이전에 있던 세상에서 들어본 적 있는데.

    ... 음속을 넘었냐!? 제트기야? 이런 걸 타고 인어들이 이동하니까 어디에 있던지 나팔을 불면 올 수 있는거였어! 이건 바다 아래를 질주하는 제트기다!

    그리고, 얼마나 그 무시무시한 속도로 바다 아래를 꿰뚫고 쏘아져나갔을까. 우리는 다시 바다 위로 불쑥 올라왔다. 우리가 지나온 그 거대한 워터 슬라이드는 이내 꾸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 맙소사."

    마리아가 주변을 바라보면서 경악했다. 선원들은 머메이드가 만들어 놓은 이 기적같은 일들에 놀라고 있었고. 나도 한 3초 정도는 그걸로 인한 놀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로 인해서 몸을 떨고 있었따.

    전혀 다른 장소.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짜 바람이 한 조각도 없다니... 항해사의 악몽이라면 이런 모습이겠네."

    바람이 없다. 바람이 없으니 풍랑도 없다. 풍랑이 없으니 파도가 없다. 심지어 해류도 없다. 배가 움직이는데 쓸 수 있는 어떠한 종류의 동력원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배가 물 위에 떠 있는데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는. 귀신 들린 것 같이 소름끼치는 장소. 바다인데, 잔잔한 호수마냥. 얼굴을 바다에 비추면 내 얼굴이 그대로 보인다.

    공기가 멈춘, 바람이 불지 않는 장소. 그리고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작은 섬과. 그 옆에 떠 있는 배.

    마스트가 없는, 크기는 쉽 급에 달하는 연한 하늘색으로 도색된 배. 해적 러셀이 타고 다녔다고 전해지는 언세일러, 바다의 날개. 나는 망원경으로 그 배를 바라보다가 경악했다.

    "저거... 저거..."

    선체에 나뭇결이 없다.

    나뭇결이 없다니, 상상해본 적도 없다. 배를 지으면 나무판들을 끼워 맞추어서 배의 몸체를 만드는게 정상인데. 저 녀석은 배에 그게 없다. 나무판을 짜맞춘 흔적이 없다는건.

    저거, 통짜다. 뱃밥이고 지랄이고 먹일 필요가 없는 통짜라고. 물 한 방울 들어가기 힘든... 완벽한 방수.

    내 허리춤에 달랑거리고 있던 러셀의 검이 핸드폰처럼 부르르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배가, 바람 한 조각 없는 공간에서 천천히 그 배를 향해서 밀려가기 시작했다. 뒤를 보니, 어느사이엔가 엘론델이 따라와 물 안에 잠긴 손을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그것 만으로도 잔잔한 해류와 파도가 생겨나서 우리가 탄 배를 천천히 저 배에 붙여준다.

    - 이제, 그 나팔을 돌려주시겠어요?

    그 말에, 마리아는 눈 앞의 배를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그 나팔을 엘론델에게 떨어뜨려 주었고. 엘론델이 그걸 받아들고 우리를 바라봤다.

    - 약속하신걸, 지켜주세요.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지키면 바다의 미움을 받게 생긴 약속이었잖아요. 지키겠습니다."

    선원들이 모두 그 배로 옮겨타서 배를 보며 감탄한다.

    마스트가 없다. 돛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갑판은 너무나도 휑하다.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는거야?"

    나는 배의 조타륜에 다가가서 배를 살펴보았다. 그 조타륜 옆에 있는 가느다란 홈을 보던 나는 몸을 움찔 했다. 그 홈 위에 뭔가 글자가 써져 있었다. 그리고, 저 홈은 왠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검이 딱 들어가게 생겼는데.

    ... 10, 20, 30, 40 노트 라고 새겨져 있는 작대기 설마, 이게 배의 항해 속도를 조정하는 건가.

    40노트까지 올라간다고?! 40노트면 시속 80km에 육박하는 속도잖아! 다른 녀석들 걸어다닐때 혼자 차 타고 다니는 속도라고!

    "선장, 이거 대포도 이상합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대포들을 바라보고. 한 선원이 조심스럽게 대포를 만져보다가 거기에 있는 방아쇠를 당겨보았다. 그리고, 그 대포는 화려하게...

    화약이 섞여서 쏘아내는 쇠구슬이 아니라. 그대로 쫘아악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어냈다. 그냥 찍, 하고 나가는 작은 물총이 아니라. 쿠아아아아아아 하는 폭포수.

    "... 물대포?"

    나는 순간적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저거 겉보기에는 모 만화에 나오는 주머니 괴물들이 쓰는 기술 같지만. 가만히 보면 굉장히 무서운 공격 방식이다.

    저거 맞으면, 배 안이 다 젖잖아. 저 정도 수압이면 근거리에서 맞으면 배가 부서지기도 하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배의 측면이 순식간에 젖어버린다고. 포가 물에 젖는다.

    포가 젖어버리면, 당연히 포는 무용지물이 된다.

    "... 씨발, 장난이 아니네."

    - 이제, 저희가 부탁한 일을 도와주세요.

    엘론드의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선원들에게 외쳤다.

    "야 새끼들아! 이 배 존나 좋은 건 나도 알겠으니까, 입 그만 벌리고 있자! 우리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정신을 차린 선원들이었지만 자신들이 뭘 해야 할 지 감을 못잡겠다는 표정이다.

    그야 당연하지.

    마스트가 없잖아! 돛도 없고! 선원들 이제 뭐하냐?

    - 당신들의 지도를 주시겠어요?

    그 말에 마리아가 해도를 가져와 엘론델에게 보여주었고. 거기에 엘론델이 작은 물방을 하나를 튕겨보냈다. 날아온 물방울은 해양의 어떤 섬에 작은 점을 찍었다.

    - 그곳에 가셔서, 섬의 중심에...

    그리고 엘론델이 커다란 푸른색 구슬을 배 위로 올려보냈다. 그냥 푸른 색이 아니라, 마치 파도처럼 그 안에서 푸른 색이 넘실넘실 움직인다.

    - 이걸 놓아주세요. 다른 곳은 바다라서 다리가 없는 저희들도 둘 수 있지만. 그곳은 섬의 중심이라... 다리가 없는 저희는 갈 수 없어요.

    "그정도면 거의 껌인데. 그걸로 충분하겠어?"

    라는 마리아의 말에 엘론델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우리를 봤다.

    - 머맨들도 그 구슬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 거에요. 그러면 당신들을 공격할 수도 있어요. 쉬운 일은 아닐거에요.

    그리고, 그녀가 우리를 바라봤다.

    - 머맨들은 우리처럼 바다를 잘 이해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성난 파도만큼이나 강력하고, 폭풍우만큼이나 잔인한 전사들이죠. 습격을 온다면 최대한 피하세요. 그들도 바다에서는 해류처럼 빠르지만. 저희 어머니의 작품인 러셀의 배 만큼 빠르지는 못할 거에요.

    이 배가... 나가의 유물이라고. 니미럴, 멸종한지 엄청 오래 지났잖아. 그럼 그 엄청 오래 전에 이런 걸 굴리고 있었다는 말이냐. 뭐하는 새끼들이야 그것들?

    나는 징징 울리는 러셀의 검을 천천히 뽑아서 조타륜 옆에 있는 홈에 찔러넣었고, 부드럽게 들어가서 철컥, 하는 소리를 내는 러셀의 검. 나는 해도를 슥 한 번 보고 챙겨온 육분의와 크로노미터로 이 장소의 위치를 파악했다.

    "좋아, 머메이드가 찍어준 곳으로 가자. 진주가 400개다! 씨발 해내면 하늘에서 진주가 비처럼 쏟아진다고!"

    그리고, 나는 일단 천천히 검의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4단계로 나누어진게 아니라, 그건 그냥 기준일 뿐인지. 살짝 돌린 것 만으로 배 아래에서 웅웅거리는 진동이 생겨나면서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의 뒤편을 바라본 나는 이 배가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 이해했다.

    배 뒤편의 물 아래로, 거대한 물줄기 같은게 뿜어지고 있었다.

    물로 가는 배라니. 친환경적인데. 나는 다시 조타륜으로 돌아와서 검을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고. 30노트라는 숫자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 맙소사."

    마리아가 배가 돌진하는 속도를 보고 경악한다.

    순풍 좆까라그래. 역풍 좆까라그래, 측면풍도 좆까라 그래. 해류고 지랄이고. 이 배는 씨발 그런거 전혀 상관없이 움직인다. 물만 있으면! 이 죽음의 바다라는 사해에 아무렇지도 않게 배를 가져다 놓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어!

    다만, 방향의 전환이 배가 너무 빠르다 보니까 제대로 되지 않는데.

    나는 가만히 배를 바라보다가 이전에 소용돌이 근처에서 함포로 배를 조정하던 걸 기억해냈다. 러셀이라는 해적 새끼, 거기에서 그거 시킨게 설마 이거 힌트 주려고 했던거냐?

    그 힌트 받다가 실수하면 그냥 다 죽고? 참 잔인한 새끼다. 누가 해적 아니랄까봐.

    "니들, 다 함포에 붙어!"

    선원들이 갑판에서 할 일은 이제 거의 없다. 기껏해야 걸레질 정도? 하지만 함포를 가지고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아졌다. 나는 배를 잠깐 멈추고, 가서 녀석들에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천재적이고 유니크한 발상을 설명했다.

    좌측포는 전면에 있는 6개의 물대포를, 우측포는 후면에 위치한 6개의 물대포를 바다를 겨누고 발사하자...

    그 힘으로 배가 팽이처럼 핑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녀석들도 대충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감을 잡은 모양이다. 다시 시범으로 속도를 35노트까지 올리고 달리다가 우회전한다! 하고 외치며 배의 속도를 20노트로 떨어뜨리고 조타륜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와 동시에 배의 양 옆에서 물줄기가 쫙 뿜어져나오면서 배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몸을 오른쪽으로 확 꺾는다. 몸이 한 쪽으로 기울 정도로 격한 회전.

    다시 전진! 하고 외치며 배의 속도를 40노트로 올린다. 그와 동시에 모든 물대포가 최대한 뒤쪽으로 각도를 꺾은채로 물줄기를 뿜어내었고. 배가 그대로 급격하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양 옆에서 뒤쪽으로 사선을 그리며 펼쳐지는 물대포의 모습은, 마치 배가 날개를 펼친 것 같았다. 과연, 이래서 바다의 날개라고 이름 붙은건가. 그것도 중요하지만 말이지.

    "설마 설마 했는데..."

    이게 진짜 되잖아. 주여.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면.

    자그마치 물 위에서 드리프트가 가능한 배다. 이 배는!

    야, 이런 물건을 가지고 해전에서 지는 새끼는 바다의 병신이다! 질 수가 없잖아! 그냥 빠른게 아니라 방향 전환도 이따위로 사기인데!

    ============================ 작품 후기 ============================

    인어 오늘 밤에 보세요. 뭘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나요.

    레이먼드가 탈 배도 오늘 보세요.

    다시 한 번,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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