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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9화 (1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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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보틀 만에서 일어난 일

이른 새벽에 럼보틀 만에 입항 한 다음 배의 선원들은 러셀의 함을 제외한 짐들을 싹 챙겨서 당당하게 럼보틀 만의 땅에 발을 올렸다.

으으윽 하는 숙취와 함께 일어난 로제는 럼보틀 만에 도착했다는 소리를 전달받자 애매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일단 그녀를 데리고 함께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마리아를 보면서 이쪽의 소매를 강하게 움켜쥐는 로제.

그 모습에 마리아가 서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 해적들 근거지에서 아가같은 귀여운 아가씨들이 혼자 돌아다니면..."

그러면서 슥 엄지로 여자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리는 골목을 가리킨 마리아가 씩 웃었다.

"뭐, 더 이상 처녀는 아니게 될 거야."

그 말에 로제가 침을 꿀꺽 삼키고 손마디가 허옇게 질릴 수준까지 내 소매를 눌러잡았다. 마리아가 그걸 보면서 만족스러운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시장으로 간다. 장물부터 처리하자."

약탈한 물건들은 곧바로 시장으로 가서 환금이 되기 시작했고. 점심 때 즈음이 되자 결산을 마친 마리아가 하품을 한 번 늘어지게 하고 선원들을 바라봤다.

"알고 있겠지만, 일주일 뒤에 보자고. 다음의 항해를 위해서."

그 말에 선원들이 예에에이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한다.

거리는 저번에 봤던 녹슨 면도날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컷다. 그리고 풍경 또한 면도날 섬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불법적인 공기가 가득했고. 바닥에 널부러져서 아편을 피워대며 쿨럭거리는 사람들과, 상반신은 그냥 벗은 상태로 돌아다니며 한끼 식사 가격 정도에 몸을 파는 여자들. 저 골목에서는 피스톨 소리가 울려퍼지고, 이 골목에서는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길거리에 늘어선 노점상에서, 맥주를 먹으면서 아편을 피우고, 맥주잔을 손에 들고 다른 사람을 때리고, 술을 마시는 남자 위에 올라타서 허리를 흔드는 창녀들까지.

정말 완벽하게 부도덕적인 이 거리의 모습에 로제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진다. 그녀도 확실하게 안 모양이다. 이 거리에서 혼자 돌아다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뭔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걸. 나는 마리아를 보며 말했다.

"선장, 그건 언제 팔 겁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글쎄, 한 이틀 정도 뒤에 팔 거다. 아무래도 곧바로 처리하기는 좀 그래."

생각이 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달라붙어 있는 로제를 바라봤다. 마리아가 협박을 심하게 하고, 이 여자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렇지. 지금 내 소매를 잡고 있는 힘이면 소 모가지고 꺾어버릴 수 있겠는데. 너 나보다 잘 싸우잖아. 니가 나한테 의존하는게 아니라 내가 너한테 의존해서 벌벌 떨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려야 하는 거 아니냐?

저 앞에서 이쪽을 보면서 허리를 들썩들썩 성행위가 묘사되는 모습을 하며 키들거리는 남자.

탕 하는 소리가 나고, 마리아의 손에 들려있는 피스톨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기 시작한다. 남자는 고간을 잡고 쓰러졌다.

"히이이...."

로제가 기겁을 하고 마리아는 그런 로제를 보면서 씨익 웃는다.

"왜, 그냥 너 줄 걸 그랬나?"

그러면서 마리아의 커피빛깔의 손이 하얀 로제의 턱을 가볍게 잡고 요리조리 돌려본다.

"전에 귀족이었던 미녀 아가씨라고 하면 비싸게 받아먹을 수 있기는 한데."

그 말에 로제의 허연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고. 그걸 보면서 마리아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까꿍."

마리아의 말에 몸을 부르르 떠는 로제. 그리고 그걸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마리아. 마리아는 성격이 좋지 않다는 걸 새삼스럽게 자각하면서 나는 말했다.

"그러다 오줌 싸겠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큭큭하고 웃는다.

"그거 구경거리겠네. 한 번 싸볼래? 아마 남자들이 너 보려고 눈이 벌게져서 달려들걸?"

그러면서 로제를 바라보자, 그녀의 얼굴이 새파란 색에서 흙빛으로 바뀐다. 카멜레온이냐? 색깔이 막 바뀌네. 확실히 마리아가 왜 그렇게 놀려먹는지 알 거 같다.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잖아.

마리아가 그 모습을 보면서 흐흠, 하는 소리를 내고는 말했다.

"일단, 잘 곳 정하고. 식사하지."

정석적인 루트였다. 여관을 정하고, 목욕을 하고 식사를 하러 가서 식사가 아니라 음주를 한다.

문제는...

"싫어! 죽어도 싫어요. 차라리 레이먼드랑 같이 방을 쓸 테니까...!"

마리아가 태연하게 로제한테 자기와 같은 방을 쓰자고 했고. 그 말에 로제는 누가 자기 목덜미에 나이프라도 가져다 댄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말에 마리아가 어쩔래?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말했다.

"가지세요."

"나는 물건이 아니야..."

로제가 배신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봤고. 나는 뭐, 왜 하는 표정을 그녀를 바라봤다. 나는 혼자 방 쓰고 싶다고. 너 때문에 내가 선장실에서 잘 때 얼마나 두근두근한 수면을 했는지 아냐. 나도 침대 좋아해.

"으으으으으...."

마리아가 자 가자, 라고 하면서 방 키를 받고 턱 하고 로제의 어깨에 팔을 올리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면서 마리아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보고, 마리아가 웃었다.

"잠 조심해서 자라고? 내가 남자들한테 방키 빌려주면 어떻게 되는지 상상이 되지?"

레이먼드으으으... 하는 소리가 기어들어가듯이 들리고, 나는 약간의 죄책감과 큰 해방감 속에서 내 숙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 뒤에 들어오는 뜨거운 물이 담긴 욕조. 몸을 닦고 상쾌한 기분으로 밖에 나온 나는 다시금 해적에서 눈부신 미녀로 발전을 마친 마리아와 울상을 짓고 있는 로제를 바라봤다.

"멀끔하시군요."

그 말에 마리아가 픽 웃으면서 말한다.

"숙녀한테 멀끔한게 뭐야, 쳐맞으려고."

... 숙녀가 보통 이럴 때 쳐맞으려고 라는 어휘를 구사하나. 나는 약간 혼란스러운 상태로 마리아를 바라봤고. 그녀가 앞장서서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오늘은 기분이 좋은지. 거리의 안내원 역할도 자청해서 하고 있었다.

"아, 저기는 말이야. 여자 엉덩이 구멍에 성욕을 느끼는 남자들을 위해 있는 유곽이야. 너 팔아넘기면 엄청 좋아할 장소지. 내가 알기로는 저기에 여자가 들어가면 아편으로 한 일주일은 절여놓는다고 하던데. 그리고 저 장소는 굴러먹을데로 굴러먹은 여자들이 가는 최후의 장소. 벽에 하반신만 내놓고 있으면 남자들이 와서 성욕을 풀지. 내가 널 어디에 팔아넘겨도 마지막에 가게 되는 장소일거야."

이제는 완전히 마리아가 로제를 자기 옆에 끼고 다니면서 듣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깎여나갈 것 같은 내용의 안내를 친절하게 해주고 있었고. 로제의 표정은 갈수록 마니악한 방향으로 넓어지는 자신의 성지식으로 인해서 충격에 물들고 있었다.

... 물론, 로제가 도망갈 생각을 완전히 접게 만들려고 저러는 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데. 입가에 머물고 있는 저 미소는 말이야. 저걸 즐기고 있지 않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미소다. 다른 사람을 정신적으로 낭떠러지에 몰아넣는 걸 즐기고 있다니. 진성 변태잖아.

나중에 누가 마리아와 성교를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채찍이랑 촛불에 대한 내성 정도는 올려놓는게 좋지 않을까...?

누군지 모르지만 참 불쌍하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리아가 걸어들어가는 술집에 천천히 따라들어갔다.

"여기 돼지고기 스테이크 3개랑 맥주 3잔."

그 말을 내가 재빠르게 제지하며 점원을 향해 말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 3개, 맥주 2잔, 레모네이드 하나."

나는 지금도 로제가 물어뜯은 팔뚝이 욱신거린다고. 또 물릴까보냐. 잠시 뒤에 김이 올라오는 스테이크 세 덩이와 잔 세 개가 자리에 놓였다. 그걸 보며 눈을 빛내는 로제를 보며 마리아가 푸근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음료수 마실 때 조심하고. 내가 몰래 약 같은거 넣어놓을 수도 있으니까. 몸이 뜨거워져서 알몸으로 여기에서 스트립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놈으로."

그 말에 눈을 빛내던 채로 굳어서 천천히 목을 내 쪽으로 돌리는 로제. 그 눈으로 강한 SOS를 보내고 있었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나는 아직 팔뚝이 욱신거리거든? 꿈도 꾸지 말아라. 이거 왜 이래, 나 속 좁은 남자야.

나의 반응을 보고 울상을 지은 로제가 손을 뻗어서 레모네이드의 잔을 잡다가. 그 잔을 뚫어지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 어머, 들켰나?"

그 말에 로제가 절망어린 표정으로 마리아를 바라봤고. 그녀가 픽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야."

그 말에 움찔거리면서 천천히 레모네이드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 로제가. 한 모금을 마시고 한 동안 자신의 몸을 확인한다. 그리고 비로소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레모네이드의 맛을 즐긴다. 그때, 마리아가 문득 생각난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 그거 알아? 약 중에서는 한 6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야 반응이 오는 것도 있어. 그럼 길거리에서 옷 벗어던지고 난리도 아니야. 가끔 그런 공연 하기도 하는데 이 럼보틀 만에서."

그만해라 너도 좀. 저거 또 표정 굳잖아. 애 숨 쉬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겠네.

식사와 음주가 어느정도 끝나고 나자. 마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바꿀 배를 보러 가 볼까."

러셀의 함은 정리도 안 했는데? 뭐, 나는 이 바닥 잘 모르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고. 기회를 틈타서 재빠르게 이쪽으로 붙는 로제. 이제는 양 손으로 내 소매를 붙들고 마리아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럼보틀 만, 항구 옆에 있는 건물에 들어간 마리아가 테이블 너머에 앉아있는 남자를 보면서 말했다.

"배 하나 보고 싶은데."

그 말에 그가 씨익 웃으면서 시가를 톡 쳐서 재를 떨어뜨렸다.

"그래 이쁜이. 무슨 배가 필요하지? 낚시배?"

그 말에 마리아의 표정이 확 구겨진다. 녹슨 면도날은 그녀가 자주 가던 곳이지만. 여기는 아마 마리아가 별로 와보지 않은 모양이지. 잠깐 표정을 구기고 있던 마리아가 후우 하고 표정을 풀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머리 코 앞까지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고 미소지었다.

"어이."

그리고 순식간에 손에 들린 단검 세 자루가 그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던 남자의 손가락 사이 공간 공간에 쾅쾅쾅 박혀들어간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는 단도 하나를 스윽 바라보면서 마리아가 활짝 웃었다.

"어머, 놀랐어? 미안해. 내가 술을 좀 마셨거든. 그래서 혹시 취했나 싶어서 테스트 해봤지. 뭐, 많이 취하진 않았네."

내 옆에서 로제가 천천히 무서워... 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그의 멱살을 휘어잡았다. 그의 몸이 별로 크지 않은 마리아의 손에 잡혀서 살짝 공중으로 뜬 상태가 된다.

"니 입에서 한 번 더 이쁜이 어쩌구 하는 대사가 나오면 이 단검이 미끄러져서 댁의 마빡을 칼집으로 삼을거야."

그렇게 말하고 휙 집어던지듯이 남자를 의자에 던지자. 그가 표정을 바꾸고 천천히 말했다.

"어떤 배가 필요하지? ... 선장."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한다.

"쉽 하나 노략질 한 거 있냐?"

그 말에 그가 대답한다.

"아, 쉽 급. 요즘 잘 나가지. 덩치 만큼이나 가격은 쎄지만 말이야."

그러면서 마리아를 슥 보는 남자. 마리아가 그 눈을 마주보면서 말한다.

"안내나 해."

그 말에 남자가 자신의 목덜미를 슥 정돈하고는 일어나서 문 밖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 작품 후기 ============================

... 확연한 퀼리티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3연참까지가 나의 한계인가봐요(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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