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잉
테세우스는 벌써부터 세상을 거머쥔 것처럼 뒷짐을 쥔 채 당당히 산 아래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그 뒤로는 에르가니아가 다소 불안한 모습으로 서 있었으니 아무도 없는 이곳 바위 언덕지대 위에 그하고 단둘만이 있음에 무척이나 서먹했음이 분명했다.
도대체 테세우스가 자신을 왜 여기에 데려왔는지 그게 이상할 따름이었다.
그 둘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만 테세우스가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먼저 말문을 여는 것이었다.
“요즘은 괜찮소?”
“…….”
갑작스런 질문에 에르가니아가 당황스런 기색을 보였다. 다시 묻는 테세우스.
“한나의 등쌀이 아직은 매우 괴로울 것이오.”
질문의 내용은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한나에 대한 것 같았다. 에르가니아가 답했다.
“괜찮아요.”
테세우스가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기는요…… 아마 무척 힘들 것이오. 그나저나 벌써 가을녘 바람이 차니 이제 곧 겨울이라도 불어 닥칠 기세로군요.”
“아 네.”
그녀는 아직도 서먹한 대화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고작 계절 얘기나 하자고 자신을 이런 한적한 곳에 부른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때 테세우스가 등을 돌려 에르가니아를 다소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전보다 부드러운 음성.
“조금만 참으시오.”
그녀가 용기를 내어 되물었다.
“참다니요?”
“나는 아직 한나의 눈치를 보는 허수아비 제왕일 뿐이오. 하지만 조만간 남부 대륙 전체를 함락시킨 뒤라면 내 입지는 전보다 강하게 될 것이고 그때에는 그대를 확실히 한나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을 거요.”
“저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요.”
당혹스러워 하는 에르가니아, 이제야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의도가 파악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읽었던가.
테세우스 역시 얼굴이 벌게져서 말했다.
“오해는 하지 마시오.”
“오해라니요.”
“그대에 대한 내 마음 말이오. 나는 단지 그대가 내 약혼녀였던 네온과 너무 닮아서…… 여하튼 스스로 인질로 잡혀 있다고 생각하지 마오.”
에르가니아가 이번만큼은 확실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엄연한 인질입니다. 지드 님이 저를 구하러 오실 거니까요.”
“그 말에 테세우스가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후후. 정말 그자가 그대를 구하러 올 것 같소?”
“당연하죠.”
“설령 올지라도 나를 넘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 것 같소?”
“그분은 한다면 반드시 하는 분이랍니다.”
“나도 그 말을 믿고 싶소. 하지만 인간에게는 불가항력의 일이 있는 법. 그가 나를 이기리라는 생각은 추오도 하지 미시오.”
“그분 역시 그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지요.”
결국 테세우스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과연 그럴까? 나는 이미 인간 세계 기준을 넘어서는 힘을 지니고 있소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그런 미련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좀 전까지 겸손해 보였던 그의 미소가 이제는 오만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변해 버렸으니, 어둠의 기운이 이미 그의 인성을 거의 장악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
그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지 그저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리고 내심 더욱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그로부터 강대한 힘이 느껴졌으니 어쩌면 지드가 자신을 구하러 왔다가 저자에게 죽임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다시 말문을 여는 테세우스.
“어쨌든 그대는 내가 보호할 것이니 걱정은 하지 마시오. 제아무리 어둠의 여신이라고 해도 이후로는 내 듯을 거역하지 못할 거요. 난 이미 팔라카스 제국을 비롯하여 피가로 제국 그리고 세 왕국들을 정복한 상태이니 조만간 어둠의 종족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하고 진정한 제왕의 자리에 오를 것이오.”
그 말에 에르가니아가 몸서리를 쳤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더 희생시키려고 그러는 거죠?”
“희생시키다니요.”
“정복당한 나라의 주민들은 암흑의 힘을 통하여 어둠의 종족 개조되거나 그것을 거절하는 사람들은 다크퍼스의 인육의 먹잇감이 되는 마당에 과연 진정한 제왕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운명이오. 나 또한 이렇게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지요. 일종의 숙명이랄까. 내 아버님께서 못다 한 과업을 이루어야만 하오.”
“그대의 아버님은 오히려 어둠의 종족을 해방시키려고 희생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 순간 테세우스의 언성이 높아졌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고 나는 나요! 그러니 앞으로는 내 아버지 애기를 하지 말기 바라오.”
“…….”
그녀는 말문이 쏙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이어졌던가. 잠시 후 들려오는 그의 차분해진 음성.
“여하튼 나를 믿으시오. 아까도 얘기했듯이 그대는 내 약혼녀와 모든 것이 너무도 흡사하여 때로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라오. 나는 진정 그녀를 사랑했소. 그런데 그녀를 죽인 장본인은 바로 그대의 연인 지드라는 작자요. 그러니 그 자리를 그대가 메워 주어야 할 것이오. 그저 내 옆에만 있어 주면 되는 것이니 다른 상상은 하지 마시오.”
어찌 다른 상상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언제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연인들의 관계가 아니던가.
‘아…….’
다시 들려오는 테세우스의 음성.
“우리 둘이 여기서 만났던 얘기는 비밀로 할 테니 안심하고 먼저 내려가시오.”
“알겠습니다.”
그날 저녁 황궁으로 돌아온 에르가니아, 침소에는 놀랍게도 한나가 턱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마는 에르가니아.
“네 이년! 어디 갔다 온 거야.”
“저, 저어 잠시 바깥에요.”
“혹시 테세우스랑 같이 있지 않았어?”
에르가니아가 단호하게 부인했다.
“아닙니다.”
한나가 다소 의심석인 눈길로 그녀를 다시 추궁했다.
“이상한데? 오늘 하루 테세우스가 보이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네년이 없어진 시점과 똑같단 말이야. 다시 묻겠다. 너, 정확히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에르가니아가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시종들 두 명을 데리고 시장에 가서 여러 과일과 체소를 사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증명할 수 있어?”
“물론입니다.”
에르가니아는 이때를 대비해서 이미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고 있었으니 그다지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너 만일 거짓말이면 진짜 죽여 버릴 거야.”
“예.”
“쳇, 대답은 잘하네!”
“저 그만 나가도 될까요.”
그러자 한나가 화를 벌컥 냈다.
“이년아, 여기가 네 방인데 나가기는 누가 나가!”
에르가니아 침소에서 벌떡 일어나는 한나. 그녀는 뭐라 투덜거리며 입구 쪽으로 나갔다.
“시녀 주제에 방은 좋아 보이는군. 그나저나 테세우스는 이걸 왜 감싸고도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혹시 속으로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거 아냐? 그랬단 봐라, 둘 다 요절을 내주고 말 테니!”
쾅
드디어 문을 닫고 사라져 버린 그녀, 이에 에르가니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
휘잉! 스스스스―
음산한 바람이 꾸역꾸역 피워 오르는 검은 연기를 동쪽 방향으로 밀어 내고 있었다. 이미 황폐화가 된 소도시의 광장 이곳저곳에는 엄청나게 큰 검은 솥단지들이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 위에서 펄펄 끓고 있었다.
몸집이 커다란 다크퍼스들은 각자 양손에 사람들의 시체를 두 구씩 들고 와서는 솥단지에 집어넣는다.
풍덩풍덩
얼핏 본다면 그들은 인육을 익혀 먹기 위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현재 이들의 총관인 카르발디는 계속해서 시신들을 각 끓는 물에 집어넣도록 독촉을 하고 있었으니 이는 냄새를 풍겨서 마룡을 잡기 위한 하나의 작전이었던 것이다.
그는 광장 높은 연단 위에서 다크퍼스들을 지휘하면서도 스스로 혀를 차고 말았으니.
“내가 어쩌다가 이 꼴이 되었지? 빌어먹을!”
본의 아니게 테세우스의 직속수하가 되어버려 같은 인간들을 도륙하고 지금은 그 시체들을 익혀 버리기까지 하니 아무리 인성이 사악한 흑검사 출신이라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었던 모양이었다.
“마룡 새끼들을 잡으려면 할 수 없지.”
때마침 왼편 하늘로부터 한 존재가 이리로 날아오고 있었으니, 바로 긴 너풀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어둠의 여신 한나였다.
아마도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함이 분명해 보였다.
착!
카르발디가 그녀에게 허리를 숙여 예의를 표했다.
“오셨습니까.”
“일은 잘되고 있겠지?”
“보다시피 서른 개의 솥단지에 각 각 이십 명의 시신들을 팍팍 끓여 놓았으니 아마도 마룡들이 그 냄새를 맡고 떼거지로 몰려올 것입니다.”
“그 다음엔 어쩔 셈이지?”
“물론 이미 준비해 놓은 수백 개의 그 물망을 덮쳐 모두 잡아 버려야지요.”
그제야 환한 미소를 보이는 한나.
“호호. 그거 재미있겠는데. 그나저나 너, 인간치고는 은근히 똑똑하다?”
“제가 그런 소리를 가끔 듣습니다.”
“하여간 여기 일은 깔끔히 마무리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네, 말씀하시죠.”
“마룡 한 마리만 생포해서 내게로 보내.”
“네?”
“마룡 피가 몸에 좋거든. 그래서 그냥 생으로 먹게.”
“아, 네…….”
“아무튼 명심해라.”
그녀는 한마디를 남기고 눈앞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에 카르발디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언제나 돌출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마녀, 다행히 오늘은 그냥 갔으니 그저 마룡 한 마리만 잡아 대령하면 그것으로 일단 안심이었다.
때마침 들려오는 외침.
“서쪽 하늘로부터 마룡들이 몰려옵니다!”
카르발디가 즉각 말했다.
“각자 제 위치로 숨어 있어라. 그리고 내 명령이 떨어지면 일제히 그물망을 던져 저놈들을 잡거나 죽여 버려라.”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광장 상공 위에 가득 찬 마룡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마구 들려왔다.
그들은 솥단지에서 펄펄 끓는 인육의 냄새를 맡고 대략 100여 무리가 이곳까지 날아온 것이었다.
비록 용족보다 조그만 체구에 흉측한 몰골을 한 마물들이지만 저들끼리는 얘기가 통하는 지적 생명체였던가.
그래도 누군가 이런 곳에 인육이 있다는 사실에 의심을 하는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한데. 크아앙!”
“뭐가?”
“누가 이걸 끓여 놓았지?”
“알 게 뭐야. 그냥 먹어 주면 되지.”
“그래도 알고는 먹어야지.”
“혹시 다크퍼스들이…….”
“그렇다면 오히려 더 잘되었지. 그 자식들 밥 뺏어 먹는 즐거움으로 삼키면 되니까!”
“흠…….”
“뭘 그렇게 꾸물거리나. 자! 다 같이 오랜만에 포식이나 하자고.”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외치자 동료들은 일제히 기쁨의 포효를 했다.
크아앙! 크아앙!
그리고 솥단지에 달려들어 긴 부리로 인육의 잘려진 팔과 다리를 입에 물고는 먹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들려 오는 외침.
“지금이 공격 기회이다!”
순간 광장 둘레로부터 매우 큰 그물망들이 발사가 되는 동시에 상공을 덮고 있던 마룡들을 향해 덮치기 시작했다.
파팟!
“함정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날개에 그물이 조금이라도 걸치면 균형을 잃고 바닥 아래로 추락하는 것이었다.
그때 숨어 있었던 다크퍼스들이 긴 창을 들고 나와서 인정사정없이 그물 안을 마구 쑤셨고 녹색의 핏물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팍팍!
“커어어어어억!”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카르발디가 다시 외쳤다.
“한 마리는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 어둠의 여신께 받칠 제물이니까.”
부관으로 보이는 다크퍼스가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한 마리만 살리고 나머지는 모두 죽여 버리겠습니다.”
팍!
“크아아아아아!”
보기 좋게 함정에 걸려든 마룡들은 그야말로 산 채로 도륙을 당하고 만 신세가 되고 말았다.
***
협곡 지점.
산골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한 나그네, 그가 나무 기둥 두 개를 세워 뭔가를 만들자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아저씨 누구세요.”
“난 아무도 아니다.”
“아무도 아니라니요? 이름은 뭐예요?”
“이름 없다.”
“세상에 이름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아무튼 없다.”
“그런데 여기서 오래 있다가는 위험해요.”
“왜지?”
“이 협곡은 마룡들이 자주 날아다니는 곳이거든요.”
“그거 잘됐군.”
“뭐가요?”
“마룡들이 자주 나타난다며.”
“아저씨,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순진한 산악 마을 아이들은 저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 나그네의 하는 짓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내가 말했다.
“너희들 배고프지 않니?”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가 뭐라도 주는 줄 알고 서 말이다.
“배고파요.”
“후후. 녀석들. 하기야 마물들에게 네 부모님들은 제대로 농사도 짓지 못할 테니 먹을 게 없을 것이 당연하겠지.”
“뭐 줄 건데요?”
“내가 고기로 배터지게 만들어 주겠다.”
“고기요!”
“암 고기고말고. 정말 맛이 최고란다.”
“고기가 어디 있다고 그래요?”
“지금 잡을 준비를 하고 있잖니.”
그제야 아이들은 아저씨가 나무 기둥 두 개를 세워 놓고 그 사이에 그물 줄 같은 것을 징징 감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걸로 뭘 잡게요.”
“잠시 후 보면 알아.”
“혹시 산돼지 잡으려거든 그냥 포기하세요. 이 근처에는 마룡들이 득실거려서 남아 있는 짐승이 없을 정도에요.”
“그건 상관 마라. 내가 잡으려는 것은 널려 있으니까.”
“대체 뭐냐고요?”
“후후. 잠시들 바위 뒤에 숨어 있어라. 한 놈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
“…….”
아이들은 그 사내가 뭘하는지 진짜 감을 잡을 수 없었고 서로의 눈길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사내가 다시 소리쳤다.
“빨리 숨어라. 시간이 없으리.”
그제야 아이들이 바위 뒤쪽으로 우르르 달려가 일제히 숨었다.
대신에 사내는 자기가 만들어 놓은 나무 기둥 사이의 그물망에 팔을 벌린 채 대자로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파공음!
파파파팟!
좁은 협곡 사이 저 멀리로부터 한 마리의 마룡이 사내를 보고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휘리리릭!
크아앙―
하지만 사내는 그다지 놀란 기색이 없이 담담히 있었다. 마룡이 무시무시한 발톱을 드러내고 그를 낚아채려는 순간, 재빨리 옆으로 빠졌다.
홱!
퍼더덕―!
“크아앙.”
사내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마룡, 그때 사내가 붉은 검을 뽑아 간단히 두 쪽을 냈다.
삭
“컥!”
털썩!
바위 뒤에 숨어 있던 아이들은 그와 같은 광경에 이만저만 놀라는 것이 아니었다.
“와우.”
“아저씨가 마룡을 잡았어!”
“세상에!”
사내가 씩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잘 보았느냐! 마룡은 이렇게 잡는 거다. 하하!”
“…….”
화르르.
탁탁!
큰 장작불에 잘게 잘려져 있는 마룡의 꼬치구이가 잘 익어 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닥불에 둘러 앉아 사내가 익히고 있는 고기에 침을 흘렸다.
그 노릇한 냄새가 죽여 준다고나 할까. 하지만 선뜻 먹고 싶다고 나서는 아이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기의 정체는 마룡이 아니던가.
그러자 사내가 먼저 한입을 베어 물고 먹기 시작했다.
“역시 고기 맛은 최고군.”
한 아이가 물었다.
“맛있나요?”
“맛있고말고.”
“무슨 맛이에요?”
“닭고기 맛과 비슷하다.”
“닭고기요?”
“한번 먹어 봐라. 보기보다 꽤 맛있단다.”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 중 하나가 용기를 내어 한입 먹었다. 그러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으니.
“헉! 이거 진짜 맛있다.”
꿀꺽!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꼬치를 집어 들어 먹기 시작했다.
우걱우걱.
“와우! 끝내 준다, 정말!”
“하하. 내가 뭐라 했냐. 맛있다고 그랬잖니.”
사내는 말하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러자 아이가 물었다.
“가시게요?”
“이제 배도 채웠으니 가야겠지.”
“조금 더 있다가 가시지.”
“애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앞으로 먹을 것이 없다면 아까 내가 했던 방법으로 마룡들을 잡아서 식량으로 대신 해라. 그럼 난 이만 가련다.”
한 아이가 다시 질문했다.
“아저씨, 진짜 이름 없어요?”
사내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사실 있단다.”
“뭔데요.”
“잠깐, 그전에 한 가지 비밀을 더 알려 줄까?”
그러자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네!”
“사실 마룡보다도 다크퍼스 고기가 훨씬 부드럽게 맛있단다.”
“…….”
할 말을 잃고 마는 아이들.
“그렇다고 다크퍼스 잡을 생각은 추오도 하지 마라. 그들은 생각보다 영리하거든.”
저벅저벅.
사내는 말이 끝나자마자 짐을 들고 아이들로부터 멀어졌다. 아이들이 손을 흔들면서도 외쳤다.
“아저씨 이름 절대 잊지 않을게요! 말해 주셔야죠!”
그러자 들려오는 대답.
“후, 내 이름은 지드란다. 별로 좋은 이름은 아니지…….”
(하류검사 9권 완결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