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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7호의 출생 비밀 (14/81)

Chapter. 13 7호의 출생 비밀

건물 입구로부터 나타난 사람을 본 순간,

7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스더……!’

바로 여동생이 아니던가. 순간 그는 주저 없이 담장 아래로 뛰었다.

착!

다행히 정원에는 아무도 없었고 7호는 그곳을 가로질러 여동생이 있는 곳 가까이까지 몰래 접근할 수가 있었다.

그는 계단 옆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일단 여동생이 있는 곳과 그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경비원들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여동생 에스더는 바로 뜰을 거닐며 밤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마치, 그 누굴 그리워하는 것처럼.

“오빠…… 언제쯤 이곳에 나타날 거야? 아마 엄마와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깜짝 놀랄 텐데.”

그때 오른쪽 계단 수풀이 움직이고 한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누, 누구세요!”

깜짝 놀란 에스더가 소리를 지르려 하자 곧이어 그녀의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에스더! 나야, 나! 오빠야.”

“오…… 빠?”

“그렇다니까.”

“오빠!”

“그나저나……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쉿! 조용히. 집안에 시녀들이 있거든.”

“시녀들이라니?”

에스더는 오빠의 손을 잡더니만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나 따라와, 오빠.”

그녀와 7호는 정원을 지나 그 한가운데 조성된 아주 아담한 숲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아주 굵은 나무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는데 위로부터 밧줄 하나가 내려져 있었다.

“여긴 어디니?”

“내 비밀 정원이야. 나무 위엔 조그만 오두막집이 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그제야 7호는 안심하는 듯했다.

잠시 후 7호와 에스더는 서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하류 구역에서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말이다. 이에 에스더가 잠시 한숨을 돌리더니 오빠의 궁금증을 풀어 주려는 듯 드디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많이 놀랐을 거야. 엄마와 내가 갑자기 하류 구역을 떠나 여기로 옮겨 왔으니 말이야.”

“엄마는?”

“큰 저택에 아빠와 함께 계셔.”

순간 7호는 멍한 얼굴을 했다.

“아빠라니?”

그도 그럴 것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에겐 아버지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스더가 재빨리 말했다.

“얘기하자면 긴데 어쨌든 우리에게 아빠가 생겼어.”

“도대체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신 아빠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했단 말이냐.”

“처음부터 아빠는 돌아가시지 않았어.”

“뭐라고!”

“바로 여기 계속 계셨대.”

에스더의 말에 7호는 점점 혼란스러워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구나.”

“나 역시 처음엔 그랬어. 아무튼, 자세히 설명해 줄게. 잘 들어봐.”

에스더는 모든 얘기를 처음부터 털어 놓기 시작했다. 7호는 감정의 변화가 심한 듯 얼굴 근육 여기저기가 꿈틀거렸고 멍한 눈빛은 마치 꿈이라도 꾸는 듯 몽롱했다. 대략 3분여가 지났을까.

어느덧 에스더의 얘기는 끝이 나고 있었다. 그녀의 얘기를 들은 7호는 참으로 충격적이 아닐 수 없었다.

어렸을 때의 일들, 또는 출생 비밀에 관한 내용 모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랄까.

여동생이 말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현재 이곳 대저택의 주인이자 에스더가 아빠라고 부르는 자의 이름은 카르세크로서, 황족의 중요한 일원이라 했다.

그의 현재 직책은 제국의 비밀 기관인 특수검사부 제1지부 수장. 총 7지부들로 나누어진 검사부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팔라카스 제국에는 황족과 원로원들 사이에 묘한 대립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는 주로 황제와 황족 일가들을 배경으로 권력을 거머쥠으로써, 원로원이라는 거대 세력에 유일무일 맞설 수 있는 실세 중 실세였다.

바로 7호와 에스더를 낳아 주신 어머니와 그와의 관계는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머니는 이 저택의 시녀로 들어왔는데 원체 미인이라서 저택의 모든 사내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했다. 정략결혼의 희생자였던 카르세크 역시 찬바람이 쌩쌩 부는 아내보다는 언제나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마음이 갔고 결국 그 둘은 은밀한 곳에서 정분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나중에 임신을 하게 된 7호의 엄마는 카르세크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어느 외딴 집에서 남자 아이를 낳았는데 그가 바로 7호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에스더가 태어났다고 하니, 카르세크는 진정 엄마를 사랑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본처에게 들키면서 엄마와 두 아이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험에 빠졌다고 했다.

결국 카르세크는 고심 끝에 그들을 용병 거주지 하류 구역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곳이야말로 본처가 고용한 자객들조차 들어가기 꺼려하는 지대인 만큼 신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굳게 믿은 모양이었다.

카르세크는 본처의 계속되는 의심스런 눈길에 연락은커녕 한동안 7호의 엄마를 잊고 살아야만 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갔고 본처와 낳은 아들이 성장하여 20살이 되던 해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본처가 아들을 시켜 그 자신을 독살하려는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던 것이다. 사전에 이를 미리 눈치 차린 카르세크가 그들을 잡아들였고 직접 심문한 끝에 놀라운 사실을 알아내었다.

본처는 애초 정략혼을 할 때부터 모국의 철저한 교육을 받고는 자신을 이용하여 정보를 빼내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믿기지 않는 일은 아내가 아들을 세뇌시켜 함께 일을 공모했다는 것.

결국 그 행위가 길어지고 꼬리가 잡히려 하자 카르세크를 독살하고는 두 모자가 고국으로 피신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바로 그 모든 비극이 정리된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1년 전쯤이었다. 카르세크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그동안 본처의 감시로 소식조차 주고받지 못했던 가족들에게 부랴부랴 시종들을 보내어 당장 데려오는 일이었다.

7호는 한동안 멍한 자세로 일관했다.

전모를 들었다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아버지가 팔라카스 제국의 실세라는 사실과 그 자신이 귀족보다도 높은 황족의 일원이라는 것도 꽤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바로 그때였다.

저 멀리 건물에서 여자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아가씨! 아버님께서 오셨어요.”

에스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오빠의 손을 이끌었다.

“오빠도 지금 당장 아빠 만나러 가자!”

순간 7호가 손을 냅다 뺐다.

“싫어.”

“싫다니, 왜?”

“아무튼…… 지금은 아냐. 싫어.”

“사실을 그냥 인정하고 아빠를 편히 만나.”

“시끄러! 난 애초부터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었단 말이야! 젠장…… 젠장, 갑자기 이게 뭔 일이야!”

7호는 무척이나 당혹스런 표정이었고 어찌 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현재 그의 머릿속은 뒤죽박죽된 듯 판단력도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장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

“나…… 이만 가 볼게. 그럼.”

“오빠! 어디 가는 거야……?”

“너. 내가 여기 왔다는 말 절대 하지 마라.”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나무 밑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처음 넘어 왔던 담장 쪽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담장마저 넘고는 다시 그 아래로 뛰어내린 7호, 대저택을 벗어났다고 생각한 그는 그제야 안심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어느새 누가 나타나더니 그 앞에 턱하니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깜짝 놀란 7호.

“누구시오!”

상대를 살펴보니 갑자기 숨마저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는 존재였다. 반짝거리는 푸른빛 군장 차림, 그리고 각종 보호 장비들은 흡사 치열한 전쟁터에 나온 장수의 차림새와도 같았다.

특히 오른쪽 어깨에서 손목까지 절묘하게 걸쳐 있는 반월형의 병기가 눈에 띄었는데 예사롭지 않은 무기 같아 보였다.

은발 머리를 뒤로 가지런히 넘긴 사내의 표정은 냉담하다 못해 마치 얼음장보다도 더 차가워 보였다. 그가 천천히 물었다.

“저택의 담을 넘어 나올 만한 이유를 말해 보라.”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사내는 고작해야 20대 중반에 지나지 않는데 그의 음성은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포스가 실려 있다고나 할까.

무엇보다도 자신이 저택을 침입하고 나온 광경을 본 것 같은데 당장 뭐라 둘러대야 할지 몰랐다.

결국 7호는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내 집 내가 마음대로 드나드는데 뭔 상관이요?”

“저기가 당신 집이라고?”

“사실 내 취미가 담 넘어 다니는 거거든요.”

은발 사내의 인상이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대가 담을 넘은 저택은 내가 경호대장으로 있는 곳인데, 지금 누구 앞에서 거짓말을 하려는 것인가.”

“헉!”

7호는 더 이상 변명할 얘기도 없거니와 그냥 줄행랑을 치기로 했다.

타다닥!

냅다 어두운 골목길로 뛰다 보면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은발 머리는 그저 멀뚱히 서서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닌가.

안심한 7호는 모퉁이를 돌자마자 한숨을 돌렸고 속도로 늦추어 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은발 머리가 어깨에 걸쳐져 있는 반월형 무기를 서서히 허공중에 드러내더니만 7호가 사라진 곳을 향하여 힘껏 던지는 것이었다.

홱!

휘리리릭!

반월형 병기가 엄청난 회전을 하며 마치 살아 있는 듯 모퉁이 지점에서 방향을 바꾸더니 아직 멀리 못 간 7호의 뒤통수를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

휘리리릭!

7호는 너무 놀란 나머지 검을 뽑아 대항을 했지만 마치 무 잘려지듯 너무도 쉽게 검날이 싹둑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대, 대체 뭐야!”

반월형 병기는 뒤로 물러나더니만 재차 공격해 들어왔다. 이에 아무런 무기도 없는 7호는 미처 피할 생각조차 못하고 오금을 저리며 서 있었다.

그만큼 그 병기로부터 전해져 오는 포스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휘리리릭!

절체절명의 순간!

예상치도 못한 무언가가 반월형 병기와 부딪쳐 갔다. 그 결과 반월형 병기가 확 뒤로 밀려났고 그 틈에 복면 쓴 자가 나타났다.

들려오는 낯익은 음성.

“당장 숙소로 돌아가.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대장님?”

“빨리! 저자는 네 상대가 아니란 말이다. 여기서 꾸물거리다가는 진짜 위험해!”

7호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장 말대로 무작정 앞으로 뛰어갔다.

“대, 대장님. 몸조심 하세요!”

“앞만 보고 무조건 달려!”

복면을 뒤집어 쓴 지드는 곧이어 자세를 고쳐 잡고는 아직도 공중에 떠 있는 반월형 병기를 살펴보았다.

계속해서 회전하며 틈을 노리는 무지막지한 무기.

주인이 보이지도 않건만 스스로 공격을 한다. 실로 기상천외하고도 무시무시한 살상 무기가 틀림없었다.

만일 현철중검으로 막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을 수도 있었다. 그때 모퉁이를 돌아 나타난 자가 있었다.

지드는 그 은발 머리 사내가 바로 반월형 병기 주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사내는 자신의 무기를 회수했고 곧이어 복면 쓴 사내가 공격을 막아낸 사실에 매우 놀란 듯 보였다.

“그대가 내 무기를 막아 내고 그자를 놓아 준 것이오?”

무공으로 다져진 지드조차 그가 내뱉는 음성에 심장이 벌렁벌렁할 정도로 위압감을 느꼈으니, 정말이지 머리털 나고 처음 만나 보는 초고수임이 틀림없었다.

이에 지드도 질세라 내공(內攻)을 목소리에 잔뜩 실어 당당하게 답했다.

“그냥 길을 지나는 중이었소. 그나저나 한밤중에 무슨 난리요? 저쪽으로 누군가 도망이라도 치는 것 같았는데.”

능청스러운 대답이었다. 사내는 지드의 내공이 실린 음성에 적지 않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 역시 상대가 보통 인물이 아니란 것을 분명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복면을 하고 거리를 지나다녔단 말이오?”

“그렇소. 뭐, 복면 쓰고 다니면 안 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복면을 착용한 이유가 뭐요.”

“별걸 다 물어 보네. 풍을 맞고 난 뒤부터 얼굴이 심하게 뒤틀려 있기에 할 수 없이 복면을 쓰고 다니는 거요. 이제 됐소?”

하지만 사내는 여전히 의심스런 표정이었고 냉기가 가득담긴 음성을 다시 내뱉었다.

“복면을 벗어 보시오.”

“뭐라!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요?”

“솔직히 그렇소. 저택에 침입한 자와 한통속일 가능성이 하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얼굴을 보여 준다면 당신 말을 믿을 수도 있소.”

“아이고! 평생 속고만 살았나. 거참.”

결국 지드는 마지못한 듯 손으로 복면을 서서히 벗겨내었다. 그리고 드러나는 몰골에 사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눈과 코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뒤틀려 있는 것이 아닌가.

“……미안하오. 난 그대가 고의적으로 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거참, 같은 사람끼리 믿고 좀 삽시다! 그럼 난 내 갈 길을 가 보겠소.”

지드는 다시 복면을 뒤집어쓰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사내 앞을 지나서 어두운 골목길로 향했다. 사내 역시 저택의 대문으로 향했으니, 한밤중의 사건은 아무런 사고 없이 그렇게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막상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사내는 그만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일명 ‘음성 공력 변환 기술’로 말을 했건만 어째서 복면의 사내는 한 치의 흐트러짐조차 없지 않았던가.

아니, 오히려 그의 포스에 그 자신이 흠칫 놀랐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 역시 ‘음성 공력 변환 기술’을 사용했던 걸까?

하지만 아내 고개를 좌우로 젓고 마는 사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사내는 못내 아쉬운 듯 다시 골목길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복면의 사내는 이미 사라지고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내가 이런 실수를…… 그자를 좀 더 추궁해 보는 건데.’

지드는 스승님으로부터 배운 안면탈골이란 희한한 무공이 이처럼 긴요하게 쓰일 줄은 미처 몰랐음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마음이 그렇게도 무거울 수가 없었다. 그의 내공이 이 세계에서 결코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방금 전 사내와 대면할 때 엄청난 압박감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반월형 병기의 위력만 무시무시한 것이 아니라 그 주체자의 공력으로 발산되는 포스는 가히 어마어마하다고나 할까.

다소 굳어진 얼굴의 지드, 그는 엄살을 부리듯 뭐라 중얼거렸다.

“세상은 넓고 강자들은 수두룩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

약간의 시간이 지나, 저택의 집무실에는 카르세크와 은발 머리 사내가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사내는 바로 반월형 병기 주인이 아니던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카르세크가 말문을 열었다.

“레온, 뭔 일이 있었는가?”

“저택에 쥐새끼 한 마리가 숨어든 것 같았습니다.”

“잡았나?”

“놓쳤습니다. 제 임무를 다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자네도 놓칠 때가 있었나?”

“제 임무를 다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아니, 됐네. 뭐 죄송할 것까지야 있는가. 그까짓 염탐꾼들이야 늘 오는 밤손님들인데, 이번에도 그 여우 같은 자라투스가 보냈겠지.”

“자라투스가 최근에 용병 연합회에 머문다고 들었습니다만.”

대화의 초점은 어느새 대공 자라투스에 관한 이야기로 바뀌어 있었다. 카르세크가 물었다.

“……그래? 그건 왜지.”

“중요한 정보를 입수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만…… 제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아니, 그럴 것까진 없네. 뭐, 특수검사부에서 하는 일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 아마도 첩자나 암살자들 추려 내는 작업을 하려는 모양인데. 그게 그 작자가 전문적으로 해 오던 일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골치 아픈 작자야. 우리 특수검사부에 턱하니 제5지부 수장으로 들어와서 건방지게 나를 감시하는 꼴이란.”

“어차피 원로원에서 대공에게 부여한 임무일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기야, 내가 그까짓 작자에게 신경 쓸 이유가 없겠지. 정작 골칫덩어리들은 말 많고 탈 많은 원로원 의원들인데 말이야. 요즘 들어서 우리 황족 일에까지 사사건건 개입을 하다니. 결국 그 노인네들 관심을 돌리려고 용병 거주기 하류 구역 축소 안건을 통과시키긴 했지만…… 얼마나 약발이 지속될진 모르겠군.”

카르세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열려진 테라스 쪽으로 다가가서 밖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나저나 최근 용병 거주지 하류 구역은 갔다 온 적이 있나.”

“오늘 낮에 잠깐 갔었습니다.”

“돌아오지 않았던가.”

“그런 것 같습니다.”

“……아들 만나 보기가 이렇게도 어려워서야.”

카르세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장성한 아들의 얼굴을 상상해 보았다. 과연 어떻게 성장했는지 너무나 보고 싶었다.

장차 자신의 모든 권력을 이을 후계자의 당당한 모습이.

잠시 후 그가 경호대장 레온에게 말했다.

“내 아들이 나타난다면 그 녀석에게도 충성을 다할 것을 약속해 주겠나.”

“약속드리겠습니다.”

“팔라카스 제국 역사를 통틀어 최강의 전투 기술을 지녔다는 자네가 그리 말해 주니 내 마음이 다 든든하군그래.”

***

그날 숙소로 돌아온 지드는 7호로부터 그에 대한 내력에 관한 얘기를 듣고는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특수검사부 제1지부 수장 카르세크가 아버지이자 그의 출신이 황족이라는 사실은 지드 역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실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7호는 당분간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굳게 결심을 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는 현재의 자신의 위치에 매우 만족해하였다.

아마도 지드를 만나고 무공을 배운 뒤로 삶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7호는 지드에게 오늘 말했던 내용을 다른 대원들에게는 비밀로 지켜 달라고 부탁을 했다.

자신은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좋다고, 특히 8호 같은 동생이 생겨서 더욱 행복하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7호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내일을 맞이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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