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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78화 (7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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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해!”

    장철중 소령이 중앙에 있는 거미가 몸을 트는 순간 큰 소리로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이라는 가볍게 거미의 공격을 피했고, 엉뚱하게도 발톱은 쟈론과 세이라가 노리던 오른쪽 거미의 등에 적중했다.

    - 츠츠츠츠!

    기괴한 숨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학철에게는 거미가 꼭 나한테 왜 그러냐고 항변하는 것처럼 들렸다.

    휙!

    첫 번째 공격을 실패한 거미가 다시 발톱을 날렸고 이번에는 왼쪽에 있던 거미도 합세했다.

    푹! 푸푹!

    그리고 이번에도 공격은 세이라를 지나 쟈론이 상대하고 있는 오른쪽 거미의 등에 연속으로 박혔다.

    - 츠츠츳! 츳! 츳!

    오른쪽에 있던 거미가 신경질적으로 앞다리를 남은 두 거미에게 휘둘렀다. 그 덕분에 아주 잠깐이었지만 틈이 생겼고, 쟈론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거미의 목덜미에 강력한 일격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이라는 오른쪽 거미의 등을 밟고 뛰어올라 중앙에 있던 거미의 등 쪽으로 몸을 날렸다.

    “어, 어, 어!”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부대원들 모두가 탄성을 냈다. 같은 인간이라고 믿기 어려운 움직임 때문에도 그랬지만 중앙에 있던 거미에게 칼을 날리는 세이라를 향해 왼쪽에 있던 거미가 발톱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쩡!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세이라가 튕겨 나갔다. 방어는 성공했지만 애초에 노렸던 중앙에 있던 거미에게는 전혀 손상을 입히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에 쟈론과 세이라가 노렸던 오른쪽에 있던 거미는 목에 치명상을 입고 더 이상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다.

    중앙에 있던 거미가 꼭 동료를 잃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처럼 쟈론을 향해 발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쟈론은 뒤로 한 바퀴 돌면서 멋지게 공격을 피한 뒤 거리를 두고 착지했다.

    “목에 있는 중추신경을 베었어! 이 녀석은 끝이야! 이제 둘 남았다!”

    “우와!”

    쟈론의 선언에 부대원들은 자연스럽게 환호성을 질렀다.

    휙! 휙! 휙!

    하지만 곧바로 두 마리 거미의 협공이 이어지자 환호성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쟈론은 두 거미의 공격을 간신히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 장소가 넓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구석에 몰렸다면 제아무리 최강의 검사라고 해도 치명타를 입었을 것 같았다.

    “이쪽도 있지!”

    잠시 숨을 고른 세이라였다. 세이라는 왼쪽에 있는 거미의 등 쪽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공중에서 거미의 발톱과 몇 차례 합을 나누었다. 하지만 중앙에 있는 거미가 합세하자 역시나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대치상태가 만들어졌다.

    동료 거미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을 본 거미 두 마리는 신중해진 모양이었다. 섣부르게 공격을 날리지 않고 기회를 보고 있었다. 세이라와 쟈론도 마찬가지였다.

    “독….”

    학철은 장철중 소령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장철중 소령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어차피 성체에 복어 독이 통하는지 확인은 해 봐야 하잖아. 사수! 독 바른 화살 한 방씩, 놓치지 말고 박아 봐. 할 수 있겠어?”

    “바람 없는 실내입니다.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장철중 소령의 질문에 쇠뇌 사수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쇠뇌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팔로 당기는 활보다 정밀도가 높다. 그리고 바람 없는 곳에서의 정확도는 종잇장을 쪼갤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쟈론! 세이라! 이번에 선제공격을 가해! 독화살을 쓰겠다!”

    장철중 소령이 큰소리로 알렸다.

    “좋아! 동시에! 하나! 둘!”

    “셋!”

    셋, 구령을 붙인 것은 세이라였다.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의 앞에서 대치하고 있던 거미를 향해 선제공격을 가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거미에게 가했던 것과 같은 패턴의 공격을 시작했다. 비슷한 빠르기, 비슷한 강도, 그리고 비슷한 영역으로 가하는 공격이었다. 거미들도 몇 차례 상대한 공격이다 보니 아주 능숙하게 두 사람의 공격을 방어해냈다.

    물론 이것은 함정이었다.

    슉!

    익숙한 공격 사이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공격이 날아들었다. 쇠뇌 사수의 화살이었다.

    - 츳!

    화살이 향한 곳은 왼쪽에 있던 거미였다. 화살이 몸통 한복판에 박히자 거미는 움찔하면서 숨소리를 배로 토해냈다. 중앙에 있던 거미는 자신의 동료가 내는 이상한 반응에 놀랐는지 소극적으로 방어하면서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슉!

    바로 그때 두 번째 화살이 중앙에 있던 거미의 몸통으로 날아들었다.

    - 츠츠츠츠츠츠….

    중앙에 있던 거미는 뜻밖의 고통에 당황했는지 쟈론과 세이라의 공격이 귀찮다는 듯 앞다리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흔들면서 뒤로 도망쳤다. 왼쪽에 있던 거미는 박힌 화살을 빼려는 듯 화살이 박힌 자리를 향해서 앞다리를 흔들어보았지만 닿지 않는 위치였다.

    “쟈론! 세이라! 한방씩 더 먹이게 공격을 좀 해 봐!”

    거미가 날아오는 화살쯤은 쉽게 막는다는 걸 알고 있는 장철중 소령이 주문했다.

    “제대로 좀 여러 방 먹여 보라고!”

    쟈론은 이렇게 대꾸하면서 다시 한번 공격을 가했다. 세이라도 가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미가 둘 다 뒤로 회피하면서 공격을 받아내는 통에 쇠뇌를 쏠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저 왼쪽 녀석을 협공해! 협공!”

    장철중 소령이 목이 터지라 고함을 쳤고, 두 사람은 왼쪽 거미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슈슈슛!

    불꽃이 튀고 거미의 기세가 꺾이는가 싶은 찰나, 세 발의 화살이 거미의 몸통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사이 공격을 받지 않던 중앙에 있던 거미가 앞발을 위협적으로 휘둘렀고, 쟈론과 세이라는 그 공격을 받아내면서 뒤로 날아가 버렸다. 넓은 공간이 아니었다면 벽에 충돌해서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효과! 효과 있어?”

    “아직 모르겠어!”

    장철중 소령과 쟈론은 싸움 중에 대화를 나누었다.

    “일단 물러서! 움직임을 보게!”

    “좋아!”

    쟈론과 세이라는 거미와 거리를 두었다. 독이 효력이 있는지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 츠츠츠츳!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졌다 싶은 순간, 두 마리의 거미가 동시에 쟈론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쟈론은 다시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물러섰지만 뉴트리아로 가득 찬 철창이 뒤를 막고 있었다.

    휙! 휘리릭!

    거미의 발톱이 정신없이 쟈론을 향해 쏟아졌다. 세이라가 왼쪽 거미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공격을 가했지만 왼쪽 거미는 한 다리로만 세이라의 공격을 막아내며 쟈론을 계속해서 공격했다. 쟈론을 먼저 죽일 심산인 모양이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냐!”

    쟈론이 장철중 소령을 향해서 외쳤다.

    “쏴! 어서 쏴! 지금이 기회야!”

    장철중 소령은 그 말을 듣자 벼락처럼 쇠뇌 사수들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슈슈슈슈슉!

    쇠뇌 사수들이 일제히 독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미들은 몸에 박히는 화살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퍽!

    쟈론의 몸에서 붉은 피가 튀어 올랐다. 연이은 공격을 계속 막아낼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잠깐이었지만 학철은 쟈론 쪽으로 달려가 도와야 하나 생각했다. 손에 쥔 쿠크리 나이프가 서늘하게 느껴졌다.

    휙!

    하지만 학철이 그 어떤 행동도 하기 전에 쟈론은 몸을 날려 뉴트리아 철창 위로 올라간 다음 벽을 향해서 뛰었다. 거리를 벌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 그아아아… 그아아… 그아아아아아…

    뉴트리아들이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었고, 쟈론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뉴트리아 철창을 적셨다.

    “쏴! 쏘라고! 쏴!”

    “독화살을 다 쏴버리면 성체는….”

    “저놈들한테 독이 듣지 않으면 성체에도 안 들어! 쏴! 계속 쏴!”

    슈슈슈슈슉!

    다섯 명씩 번갈아 이어진 사격은 거미의 몸통에 계속해서 박혔다. 거미 두 마리는 세상에 오직 쟈론 한 사람밖에 없는 것처럼 집요하게 쟈론을 추적했다.

    “세이라!”

    쟈론이 외쳤다.

    두 마리의 거미가 쟈론을 추적하는 데 몰두한 틈을 타 세이라는 왼쪽 거미의 몸통에 긴 상처를 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몸통이 갈라져 내장과 체액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왼쪽 거미는 더 이상 추적하지 못했다.

    “저놈! 쟈론 따라가는 놈! 저놈한테 쏴! 모조리 쏴!”

    쟈론은 왼팔로 배를 막고 오른손으로는 칼을 들고 거미와 맞섰다. 왼손 손가락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처가 깊은 모양이었다.

    “세이라!”

    쟈론이 다시 외쳤다.

    “바닥이… 바닥이!”

    세이라는 발을 움직이며 리얀을 바라보았다. 세이라의 발은 끈적이는 거미의 체액 때문에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쩍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떨어졌다.

    리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바닥을 베어 피를 낸 다음, 그 피를 바닥을 향해 흩뿌렸다.

    “어서!”

    바닥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세이라는 쟈론을 노리고 있는 거미의 몸통 쪽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거미가 뒤쪽 다리 네 개로 몸을 세우고 앞다리 두 쌍을 높게 들어 올렸다.

    “조심해!”

    장철중 소령이 외쳤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202동 1302호 (춘의테크노파크 2차 / 경기콘텐츠 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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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9791157736300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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