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홍대 가다-63화 (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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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거절하시겠다고요?”

진 팀장은 예상 밖이라는 듯 당황했다.

“그렇소. 햇살 기획 건물이라는 곳은 이미 특수부대가 들어가서 연락이 두절된 곳이오. 다시 말해서 준비된 함정이란 말이오. 나는 적이 파놓은 함정 속으로 아무 대책도 없이 들어갈 정도로 멍청하지 않소.”

리얀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하지만 리얀 님은 뛰어난 마법사 맞지요? 흑마법사도 마법사고요. 무슨 함정이 있을지는 저도 모르지만 마법사의 함정은 마법사가 피할 수 있지 않겠어요?”

진 팀장은 필사적으로 리얀을 설득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긴. 이런 상황이라면 누군들 안 그렇겠어?’

학철은 진 팀장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를 적으로 상대하는데 마법사를 활용할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할 것 같았다.

“흑마법사의 함정을 내가 발견할 가능성은 있소.”

리얀이 긍정적으로 대답하자 진 팀장의 표정에 희망의 빛이 드러났다.

“그렇죠? 그렇다면 흑마법사를 죽이기 위해서 최선은… 역시 리얀 님께서 저 홍대 놀이터에 있는 햇살 기획 건물 내부를 공격, 아니, 조사를 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어디까지나 조사요, 조사. 정보를 얻고 분석하는 거. 리얀 님, 마법으로 그렇게 하실 수 있잖아요. 그렇죠?”

“그렇소.”

“그럼….”

“하지만 하지 않겠소.”

리얀의 말에 진 팀장은 잠시 말문이 막힌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만요.”

쟈론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흠. 흠. 리얀 님이 계속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진 팀장님과 거래할 마음이 있으시다는 뜻입니다. 리얀. 미안하지만 내가 좀 나서야겠어. 시간이 너무 허비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진 팀장은 쟈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래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자. 한 번 생각을 해 봅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지금까지 주워들은 정보만 가지고 생각해 본 거예요. 한 번 들어보세요.”

쟈론은 헛기침을 크게 한 번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흑마법사는 정보부하고 같이 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정보부가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편을 바꿔서 흑마법사를 공격하고 있단 말이죠.”

“그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흑마법사가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아뇨. 그게 아니죠. 흑마법사하고 정보부가 함께 일한 시간이 3년이에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흑마법사를 지원해주고, 일리스 공주를 가수 만들어주고, 이곳에 회사를 차리게 해 주고, 건물을 소유하게 해 주고… 그걸 아무 대가 없이 했다고요? 그럴 리가 없지요.”

쟈론이 설명을 하자 진 팀장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 갔다. 뭔가 제대로 짚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제 생각은 이래요. 어제까지 쓸모 있던 흑마법사가 갑자기 오늘 쓸모가 없어진 거죠. 그런데 만약에 대처할 뭔가가 나타나서 쓸모가 없어진 거라면… 그렇다면 이렇게 갑자기 병력을 동원해서 공격하는 과격한 방식을 쓸 이유가 없죠.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기에 이유는 딱 하나.”

쟈론은 검지를 치켜세우고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기를 기다렸다. 아마도 시선을 즐기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지난 3년 동안 흑마법사하고 해 왔던 일에 문제가 생긴 거죠.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어때요? 내 생각이?”

“꽤 흥미로운 생각이긴 한데요, 쟈론 님, 바로 어제 흑마법사를 죽이기 위해 차원이동문을 통과한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도 한 번 생각해 보시고요. 지난 3년 동안 해 왔던 일에 문제가 생겼다고 대뜸 우리가 흑마법사를 죽이려고 하겠어요?”

“그러고도 남을 것 같소.”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리얀이 말했다.

“아니, 대한민국 정보부를 잘 모르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정보부는….”

“정보부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소. 나도 암살자들을 활용해 수없이 많은 정보를 얻어 봤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잘 이해하고 있소.”

리얀은 계속해서 진 팀장을 압박하고 있었다.

“알았어요.”

마침내 진 팀장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해요. 놀이터에 있는 햇살 기획 조사해 주시면 대가를 치를게요.”

“흑마법사를 죽이는 것은 정보부 도움 없이도 할 수 있소. 돈은 필요 없소. 여기 게스트하우스 주인장과 학철에게 거액을 제공하겠다고 한 것도 돈 욕심 따위 없기 때문이었소.”

학철은 리얀이 여전히 자신과의 약속을 잘 기억하고 있다는 게 확인되어서 안심이 되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돈도 아니고 흑마법사의 목숨도 아니라면 뭘 내놓을 수 있단 말이오?”

“원래 살고 계셨던 곳요. 돌아가셔야 하잖아요. 흑마법사가 죽고 난 다음에 여기 눌러앉으실 생각은 아니셨을 거 아녜요. 안 그래요?”

진 팀장이 내놓은 것은 뜻밖의 제안이었다. 줄곧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던 리얀도 진 팀장의 말에 동요하는 눈치였다.

“돌아… 간다?”

“그래요. 흑마법사, 지난 3년 동안 여기하고 거기하고 차원이동문으로 자유롭게 들락거렸어요. 우리는 그쪽 세계와 대한민국 사이에 교역을 목표로 흑마법사와의 거래를 진행시켰고요. 당연히 흑마법사가 어떻게 두 세계를 오가는지 정보를 모았지요.”

“그렇다면 차원이동문을 열 수 있단 말이오?”

“차원이동문을 여는 원리는 아직 몰라요. 하지만 그 방법은 알고 있어요. 흑마법사가 차원이동문을 열 때 사용하는 게 뭔지도 알고 있고, 그 장소도 알고 있고, 실제로 흑마법사가 차원이동문을 여는 영상도 가지고 있고요. 어때요?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진 팀장이 여기까지 말했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더니 테이블 위로 뛰어올랐다. 진 팀장은 고양이를 보고는 신기한 일도 다 있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건?”

사장이 고양이를 쫓으려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도망치기는커녕 사장의 손등을 할퀴었다.

“아! 이런 미친….”

“움직이지 마시오, 주인장.”

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순간, 리얀이 말했다.

“뭐야? 리얀 님, 거, 무슨 동물 애호가 협회 다니쇼? 아니, 요즘 유행하는 그, 뭐더라, 캣맘인가 뭐 그건가?”

사장이 리얀을 노려보며 말했다.

“오툴. 밖에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

리얀이 고양이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고양이는 리얀을 똑바로 보면서 테이블 위에 얌전히 바로 앉았다.

“그래. 알겠다, 오툴.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지. 나도 이해한다.”

리얀은 한숨을 내쉬었다.

학철은 리얀이 정신감응 마법을 이용해 고양이를 통해서 오툴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쟈론이나 세이라, 곽 대표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 팀장과 사장, 그리고 가히는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좋소. 일단 햇살 기획으로 가서 정찰을 해 보겠소.”

리얀이 말했다.

“좋아요! 일단 가서 정보만 좀 주세요.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어떻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만 알려주심 돼요. 그렇게 해 주시면 우리 타격팀 2개 중대가 바로 진입해서 내부를 진압할 수 있을 거예요.”

“내부를 정찰하는 거라면 오툴이 아주 잘할 수 있을 것이오. 그렇지?”

리얀이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냐아아아-”

고양이는 하품을 하는 것처럼 길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학철이 보기엔 ‘까짓거 장난이지!’ 하는 것처럼 들렸는데,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낀 모양이었다.

“이 고양이, 마법으로 부리는 건가요?”

진 팀장이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소.”

리얀의 애매한 대답에 진 팀장은 뭐라고 더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알았어요. 그럼 바로 햇살 기획, 그러니까 홍대 놀이터로 이동하죠.”

“잠깐. 주변에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쟈론이 물었다.

“예. 그래서 위장을 하셔야 해요. 가만있자… 원래는 제가 여기서 손짓을 하면 저희 직원들이 장비들을 가지고 오기로 했었는데….”

“그 직원들, 지금 자고 있지요.”

세이라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게 혼자 들기는 좀 무거운데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가 같이 갈게요, 진 팀장님.”

가히가 싹싹하게도 먼저 지원했다.

“나도 돕지, 까짓거. 세금으로 돈도 준다는데 그거 하나 못 도울까.”

사장도 지원했다.

“잠깐 기다리세요.”

진 팀장은 사장, 그리고 가희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가 금세 내려왔다. 내려올 때는 세 사람 다 두 손에 가방을 들고 있었다.

“위장용 장비들이에요.”

가방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 팀장이 말했다.

가방 안에는 가스안전공사의 현장 직원들이 입는 작업복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보안경과 마스크, 안전모, 거기에 야간에 교통정리 할 때 쓰는 경광봉도 있었다.

“전부 다 가실 건가요?”

진 팀장이 장비들을 점검하면서 리얀에게 물었다.

“나와 쟈론, 그리고 세이라가 함께 할 것이오. 오툴은… 이번에도 밖에서 지원만 할 테니 장비는 필요 없을 것이고.”

만약 필요하다고 해도 어린아이가 가스안전공사 작업복을 입는다면 그것도 이상하겠다 싶었다.

“오툴이라니, 그게 누구를 말하는 건가요?”

진 팀장이 리얀에게 물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202동 1302호 (춘의테크노파크 2차 / 경기콘텐츠 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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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736300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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