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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62화 (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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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이 갑자기 쏟아지자 주차장에 있던 모두가 눈살을 찡그렸다.

    빛을 등지고 사람 그림자가 주차장 내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두 넷이었다.

    “…리얀? 리얀 님?”

    진 팀장이 리얀의 얼굴을 알아보고 말했다.

    “그렇소, 진 팀장.”

    “전 쟈론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진 팀장님.”

    쟈론이 쾌활한 음성으로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진 팀장! 내가 데리고 온 거 아냐! 이 사람들이, 그 이상한 마법, 뭐 그런 거 써서 온 거야! 나 여기 날아서 왔어! 진짜로 날아서 왔다고! 하늘을!”

    함께 온 리키 곽이 잔뜩 흥분된 음성으로 말을 쏟아냈다. 진 팀장은 리키 곽에게 좀 진정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암호. 리키 곽.”

    “고, 고라니 주머니! 고라니 주머니!”

    아마도 진짜 리키 곽인지, 아니면 코뿔소인지 구분하기 위해 암호를 정해 둔 모양이었다.

    “진짜 맞군요. 알았어요. 그리고… 남은 한 분은 누구시죠?”

    진 팀장이 학철에게 물었다.

    “예. 전 오학철이라고 해요. 여기 앉아 계신 사장님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알바생이에요.”

    “새로운 얼굴이군요. 이세계인 둘에 우리 I.O 하나, 그리고 민간인 하나.”

    진 팀장이 말했다.

    ‘오툴은 밖에서 대기하면서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지원하기로 했지.’

    학철은 진 팀장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고양이를 부리는 능력으로 어떻게 지원을 할 수 있을지는 학철도 알지 못했다.

    “리키 곽도 아이오인지, 그거요?”

    사장이 홍 대표에게 물었다. 홍 대표는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하는 것으로 대신 대답했다.

    “지금까지 나눈 대화는 이곳으로 오는 길에 잘 들었소. 그러니 굳이 중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리얀이 말했다.

    “마법…인가요?”

    “그렇소. 그대들이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것과 비슷하게, 나는 세이라와 대화를 나눌 수 있소.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인장만 있다면 특별히 다른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정도일 것이오.”

    “놀랍군요.”

    진 팀장은 아주 흥미롭다는 듯 리얀을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리얀은 그런 눈길이 부담스러운지 헛기침을 몇 번 했다.

    “나는 그대들의 핸드폰이 더 놀랍다고 여기고 있소.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마법사가 아니어도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소.”

    “그것도 그렇네요. 사실 마법이 뭔지 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 에테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요. 도대체 마법의 구현 원리가 뭘까요?”

    진 팀장의 눈초리가 반짝였다. 아마도 진 팀장은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서 뭔가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진 팀장. 묻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물어보시오. 같은 흑마법사라는 공통의 적을 둔 이상, 내가 그대를 속일 일은 없을 것이오.”

    “아뇨. 저는 지금 얕은수를 쓰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게 궁금할 뿐이에요, 리얀 님.”

    진 팀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오, 진 팀장. 그보다 지금은 대한민국 정보부 타격대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는 게 더 급하지 않겠소?”

    “그, 그건….”

    리얀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 팀장은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정보부 타격대가 햇살 엔터테인먼트를 공격한다는 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그러나 정보부 타격대는 지금 전투 불능상태로 도움을 청하고 있소. 아마 정해진 시간 내에 연락이 오지 않으면 지원부대를 보내 구조할 계획이겠지만 될 수 있으면 빨리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오. 시간이 지날수록 목격자가 늘어날 테니 말이요.”

    진 팀장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사이, 리얀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투로 이렇게 말했다. 진 팀장은 조금 더 고민을 하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지금 햇살 엔터로 출발하세요. 지금 즉시. 음… 아니오. 구조작전이에요.”

    진 팀장은 용건만 간단하게 전달한 후 전화를 끊었다.

    “말씀하신대로 구조 보냈어요.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말씀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진 팀장이 리얀을 보며 물었다.

    “여기 쟈론이 햇살 엔터테인먼트를 공격했소. 후에 나도 합류했고.”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서였다고요.”

    쟈론이 건들거리는 투로 말했다.

    “그렇소. 일리스 공주를 구하기 위해서였소. 여기서는 마셰라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말이오.”

    “중요한 인물일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마셰라. 그러니까 흑마법사가 직접 가수 데뷔를 지원해달라고 했겠죠. 그렇죠? 리키 곽.”

    진 팀장이 리키 곽을 보면서 물었다.

    “아, 저야 알고는 있었어요. 공주인지 왕족인지 귀족인지 뭐 그런 거라고… 하지만 그게 중요한 정보라고는 생각 못 했단 말이죠. 게다가 좆까 씨발!”

    리키 곽은 마치 딸꾹질을 하는 것처럼 욕설을 내뱉었다. 학철은 그 꼴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안쓰럽기도 해서 못 들은 척을 했다. 나머지들도 비슷한 마음인지 리키 곽이 스스로 입을 막고 당황하는 걸 못 본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정보부 타격대가 도착했소.”

    “그리고 여기 리얀 님하고 쟈론 님에게 호되게 당했지요. 대한민국 정보부 타격대 소속 특임 중대 중대장 장철중 소령이 지휘관이었죠?”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세이라가 상황을 설명했다.

    “…설마 죽인 건 아니겠죠?”

    진 팀장이 조심스럽게 리얀에게 물었다.

    “고민은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소. 구조대가 도착하기만 한다면 다들 정상 전투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오.”

    리얀의 대답에 진 팀장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우리한테는 팀이 셋 있었어요. 이번 작전을 위해서 편성된 최정예 팀이었어요.”

    “작전이라고 하면?”

    리얀이 물었다.

    “물론 흑마법사 제거 작전이지요.”

    진 팀장은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뜸을 들였다가 설명을 이어갔다.

    “흑마법사가 이곳에 햇살 용역, 햇살 엔터테인먼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 햇살 용역은 우리 팀이 해치웠고, 햇살 엔터는… 쟈론 님, 그리고 리얀 님이 해결하셨다고 했고요.”

    “그렇소.”

    “그리고 흑마법사에게는 햇살 기획이라는 회사가 있어요.”

    “처음 듣는 회사요. 홍 대표는 알고 있었소?”

    리얀이 홍 대표에게 물었다.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는 아닙니다. 등록된 회사가 아니라 흑마법사가 임의로 설립한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면서도 안 알려줬다는 건가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학철이 홍 대표에게 물었다.

    “사실 햇살 기획의 존재는 그 자체가 비밀입니다. 비밀을 민간인에게 알리는 건 정보부와 맺은 계약에 위배되는 사항입니다.”

    “홍 대표 말이 맞아요. 만약에 홍 대표가 우리와 상의 없이 햇살 기획 이야기를 흘렸다면 계약은 해지됐을 거예요.”

    진 팀장은 손바닥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러니까 계약이 해지되면 홍 대표도 받은 돈 다 토해내고 감옥 가나요?”

    가히가 정말 궁금한지 눈을 끔뻑이며 진 팀장에게 물었다.

    “예외는 없어요, 가히 씨.”

    진 팀장이 말하자 가히는 몸서리를 살짝 치더니 입을 아주 굳게 다물었다.

    “진 팀장. 그럼 햇살 기획 공격은 어떻게 되었소? 팀이 세 개라고 했고, 하나는 햇살 엔터에 있고, 다른 하나는 햇살 엔터로 구조하러 갔으니 팀이 하나가 남아 있지 않소?”

    “예,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드리려고 해요.”

    진 팀장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자신의 노트북을 조작한 뒤, 화면을 돌려 모두가 볼 수 있게 했다.

    “이, 이게 뭐야?”

    사장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홍대에 흑마법사가 만든, 햇살 기획 건물이죠.”

    진 팀장이 말했다.

    화면에는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내려오면 바로 보이는 놀이터가 보이고 있었다. 방송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한 놀이터였다. 그런데 놀이터 주변에는 경찰들이 노란 진입 금지 라인을 치고 놀이터를 봉쇄했다.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 여기, 놀이터잖아요. 홍대 놀이터.”

    학철이 진 팀장을 보면서 말했다. 진 팀장의 얼굴은 진지해서 농담을 하는 것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놀이터에 흑마법사가 건물을?

    “흑마법사는 여기 지하에 건물을 지었어요. 햇살 기획 건물을요. 여기, 이쪽 화장실 옆에 출입구 보이시죠? 여기를 통해서 내려가게 되어 있어요.”

    진 팀장의 설명에 모두들 화면을 주시했다.

    “이곳을 공격한 건 언제였소?”

    리얀이 화면을 살펴보면서 물었다.

    “햇살 용역 공격한 시간과 같아요. 주변에 가스누출 사고가 있었다고 위장하고 경찰을 동원해서 주변을 통제한 뒤에 특수부대가 진입했지요.”

    “그리고?”

    사장이 눈을 치켜뜨며 진 팀장에게 물었다.

    “그리고 부대는 연락이 두절됐어요. 총성과 폭발음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어요.”

    진 팀장은 이렇게 말하고는 몸을 일으켜 리얀 쪽으로 걸어갔다.

    “곧 있으면 햇살 엔터 쪽 들어갔던 팀이 돌아올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든 여기 햇살 기획, 그러니까 홍대 놀이터로 들어간 팀을 구하고, 작전을 마무리해야 해요.”

    진 팀장이 리얀 앞에 섰다. 리얀이 진 팀장보다 키가 거의 머리 하나 정도 컸지만 진 팀장이 올려다본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내가 이곳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것이오?”

    “예. 여기에 흑마법사가 있으니까요. 흑마법사를 죽이는 게 목적 아니었어요?”

    진 팀장이 되물었다.

    “물론이오. 하지만 그 제안은 거절하겠소.”

    리얀은 이렇게 딱 잘라서 말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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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9791157736300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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