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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50화 (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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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홍 대표가 놈들, 그러니까 내 부하들을 죽인 놈 정체를 알고 있다고?”

룩칼은 이렇게 말하면서 몸을 홍 대표의 차가 사라진 방향으로 돌렸다. 당장에라도 달려갈 기세였다.

“홍 대표는 놈들의 정체를 알고 있다, 룩칼. 그 경찰 무선 어쩌고 하는 소리는 그냥 해 본 수작이다. 우리를 속이기 위해서.”

리얀이 말하자 룩칼의 눈썹이 심하게 떨렸다.

“그렇다면….”

“아니, 내 말을 먼저 들어보고 판단하라, 룩칼. 아직은 가설일 뿐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는 그대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리얀은 이렇게 자신이 할 말을 정리한 다음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내 정신감응 마법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고작해야 경계심을 푼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아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도 홍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래서 홍 대표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다만 알 수 없는 것은 도대체 홍 대표가 왜 거짓말을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홍 대표가 거짓말을 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학철도 리얀과 같은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홍 대표가 거짓말을?

“그런데요, 홍 대표가 뭘 거짓말했다는 건가요? 어떤 말이 거짓말인지 잘 모르겠어서….”

학철이 끼어들었다. 룩칼도 학철의 의문에 공감하는 눈치였다.

“룩칼. 내 말을 듣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 흑마법사는 이곳 정부와 선이 닿아 있다. 정부 기관의 힘을 이용해서 나를 추적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여기까지는 동의하겠는가?”

“자세한 세부사항까지는 모르지만 정부와 손을 잡고 있다는 건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

룩칼이 답했다.

“좋다. 그럼 이 치안이 좋은 국가에서 대낮에 자동소총으로 사람을 살해한다는 걸 룩칼, 그대는 이해할 수 있는가?”

룩칼은 대답하지 못했다.

“경찰의 무선 통신을 들었다는 홍 대표의 말은 거짓이었다. 경찰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짐작이 맞는다면, 경찰은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모를 것이다.”

홍 대표가 했던 말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말이었다. 룩칼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난 대화하는 목소리, 당황하는 거 보고 알았는데. 그렇잖아요.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당황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세이라가 거들었다.

“그게 거짓말이라는 건….”

“그렇다. 홍 대표는 경찰의 무선과 무관하게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병력이 햇살 용역 건물을 공격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홍 대표! 그놈이 내 부하들을 죽인 놈들과 한패란 말이야!”

리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룩칼이 소리쳤다.

“흥분하지 마라, 룩칼. 지금은 흥분할 때가 아니다. 침착하게, 머리로 생각해야 할 때다.”

리얀은 담담한 음성으로 룩칼에게 말했다.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어? 아까 본 홍 대표가, 내 부하들을, 죽인 놈들과, 한 패거리일 수도 있는데?”

룩칼이 떨리는 음성을 억누르며 천천히 물었다. 학철은 룩칼의 목소리가 꼭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 같다고 느꼈다.

“그건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당장 홍 대표 놈을 붙잡았어야지! 붙잡아서 물어봤어야지!”

룩칼은 당장에라도 리얀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세이라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룩칼과 리얀 사이로 잽싸게 달려갔다.

“여기서 내가 그대를 여기에 남으라고 한 이유가 나온다. 룩칼. 우리는 일단 홍 대표에게서 떨어져야 했다. 그래야 홍 대표의 진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병법의 기본이다. 적의 의도를 알지 못하는 상태로 적을 공격하는 것은, 적의 의도를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리얀이 침착하게 설명했지만 룩칼은 화를 가라앉히기 힘든 모양이었다.

“그건 전장에서나 통하는 소리지! 지금 여기서 당장! 홍 대표를 붙잡아서 묶어 놓고! 물어보면 되잖아!”

“룩칼. 이곳이 바로 전장이다.”

리얀이 짧은 말로 정리했다. 그러자 룩칼은 말문이 막혔는지 바로 대꾸하지 못했다. 리얀은 그런 룩칼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려는지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보았다.

“좋다. 이곳이 전장이고, 홍 대표가 적의 장군이라고 생각하지. 그렇다면 이렇게 떨어진 상태로 홍 대표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적이라고 생각된다면 가까운 곳에 둬야지. 안 그래? 이곳에는 이런 말이 있어. ‘친구를 가까이하라. 적은 더 가까이하라.’”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룩칼이 리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룩칼. 하지만 나에게 뛰어난 암살자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리얀은 이렇게 말하곤 손바닥에서 피를 내어 세이라의 목 뒤에 한 방울을 묻혔다.

“그럼 전 다녀올게요. 룩칼. 잘 생각해 보라고요.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게 현명할지.”

세이라는 자신의 머리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더니 순식간에 홍 대표의 차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홍 대표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보려는 거로군, 리얀.”

“물론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 가설을 이야기해야겠다, 룩칼. 만약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즉시 떠나도 좋다.”

“무슨 가설일지는 몰라도 꽤나 자신만만하군. 크크크.”

룩칼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흑마법사와 정부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우리를 공격한 녀석들이 정부에서 보냈다는 것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룩칼, 그대는 지금 흑마법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내 말 중에서 틀린 것을 말해 보아라.”

“틀린 것은… 없지.”

학철은 여기까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단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룩칼이 그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곳에도 아마 비슷한 말이 있을 것이다.”

“있어요. 토사구팽이라고 해요.”

학철이 슬쩍 끼어들었다. 하지만 리얀도 룩칼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리얀. 내가 사냥이 끝난 뒤의 사냥개 신세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거야? 크하! 내가 올해 들은 말 중에서 가장 말도 안 되는 소리로군. 크크크크.”

룩칼은 웃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불안해 보이는 표정만큼은 감출 수가 없었다.

“말이 안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너는 용족이다. 흑마법사가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몰라도 과연 그 약속을 지킬 것인지는 모른다. 결국에는 흑마법사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리얀의 말이 끝났을 때 룩칼은 한숨을 쉬었다. 꽤나 길고도 깊은 한숨이었다.

“리얀. 그대가 지금 말한 가설은 나도 세우고 있었어. 용족으로 살면서 인간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한 적이 한두 번은 아니니까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흑마법사만큼은 믿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 바로 그거야. 믿음. 크크크크.”

힘없는 웃음소리였다.

“좋아. 그 가설에 일리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그럴싸한 가설이 하나 있다고 해서 바로 배신하지는 않아. 난 그렇게 살지 않았거든.”

“어떻게 하고 싶은가? 지금 여기를 떠나서 혼자 싸우다 죽을 텐가?”

“설마. 난 싸움을 좋아하긴 하지만 누가 적인지도 모르고 싸우다가 죽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크크크.”

룩칼의 얼굴에 활기가 돌아왔다.

“그렇다면?”

“물어볼 테다. 직접 물어볼 거라고. 어떻게 된 건지, 누가 내 부하들을 죽였는지, 누군가가 나를 배신한 것은 아닌지, 직접 물어볼 거라고. 그때까지 나는 그 누구도 배신하지 않겠어. 리얀. 내 동족을 수도 없이 살해한 살해자, 그대도 배신하지 않겠어.”

룩칼은 웃지 않고 말했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는 함께 할 수 있겠는가?”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룩칼이 악수를 청했다. 리얀이 룩칼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그런데 하나 묻지, 리얀. 그렇다면 아까 공주를 구해야겠다고 한 말은 그냥 해 본 소리였어? 난 갑자기 왜 뜬금없이 공주를 구한다고 했는지 이상했거든. 크크크.”

“아니, 나는 공주를 구출할 것이다.”

리얀은 딱 잘라 말했다.

“어? 진짜?”

“물론이다. 만약 내가 공주를 구하는 것을 막겠다면 너도 죽일 것이다, 룩칼.”

거침없는 말이었다. 룩칼은 잠깐 고개를 갸웃하더니 크크크, 하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봐. 아까 들으니까 코엑스에서 있는 행사장에서 공주를 구하겠다는 거 같던데. 그건 말이야, 납치야, 납치. 크크크. 이곳의 치안은 벌건 대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유명인을 납치하고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허술하지 않아. 내 말을 믿어. 내가 이곳에서 3년을 살았어. 크크크.”

룩칼은 조금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대의 말이 옳다, 룩칼. 만약 적절한 작전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작전을 세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유명인도 있지 않은가? 유명인을 이용한다면 다른 유명인을 납치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유명인요?”

학철이 리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쑥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이내 곧 룩칼의 얼굴을 보고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 내 얼굴? 허깨비 주인공 우시준? 내가 공주를 납치하는 일을 도울 거로 생각하는가? 크크크.”

룩칼이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웃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202동 1302호 (춘의테크노파크 2차 / 경기콘텐츠 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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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736300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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