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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49화 (4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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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건물로 들어가서 등기 서류와 인감을 가지고 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햇살 용역 건물 부근은 이 지역 경찰들이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기회를 본다고 해도 건물주가 아니라면 건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 맞아! 룩칼! 우시준 닮은 친구! 저 사람이 건물주니 저 사람하고 같이 가야겠네.”

사장이 말했다. 하지만 리얀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건 그렇지 않소. 룩칼. 지금 건물로 들어갈 수 있겠는가?”

리얀이 룩칼에게 물었다.

“못 들어가지. 응. 들어갈 수 없어.”

룩칼 또한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당신 건물주잖아? 그런데 왜 못 들어간다는 거야?”

사장이 시비조로 물었다. 그러자 우시준 얼굴을 한 룩칼이 인상을 심하게 찌푸렸다.

“내가 못 한다는데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가?”

룩칼이 거친 목소리로 적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말하자 사장은 시선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니, 못 한다고 지금 뭐라 그러는 게 아니라….”

“아무튼 나는 방법을 제시했고, 전리품, 그러니까 건물 관련해서 내가 할 일은 다 했어.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지.”

룩칼이 선언하듯 말했다.

학철은 리얀의 말을 따르겠다는 룩칼의 말을 듣자 룩칼이 못 들어간다고 한 말의 의미를 짐작해 보게 되었다.

‘지금 룩칼이 하는 말은 지금 우시준하고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이야기일 거야. 아마 룩칼은 뭔가 마법 같은 걸 써서 우시준 얼굴로 변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거겠지. 원래 얼굴과는 다른 얼굴일 테니까. 그렇다면 왜 얼굴을 바꾼 걸까? 그것도 하필 연예인 얼굴로? 왜 그런 거지?’

학철은 이런 의문을 품었다.

“그렇다면 룩칼 님을 제외하고 저하고 사장님이 여기 가히 씨하고 함께 시체가 즐비한 건물로 들어가서 서류를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어쩌면 경찰들이 건물에서 수색 중일지도 모르는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홍 대표가 말했다.

“홍 대표. 나는 홍 대표의 능력을 믿소. 그리고 사장의 능력도 믿소. 거기에 건물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무직원인 가히도 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오. 이 일은 사람이 많다고 될 일은 아니오. 햇살 용역 건물 근처에서 대기하다 보면 기회가 생길 것이오.”

“절대로 우리와 같이 가실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리얀의 말에 홍 대표는 더 이상 꼬투리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렇소.”

“그렇다면 룩칼과 함께 가서 도대체 뭘 하시려는….”

“나는 공주를 구출할 것이오.”

리얀이 홍 대표의 말을 끊었다.

“고, 공주? 공주 구출? 그게 뭔 소리야?”

사장은 리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이렇게 되물었다.

“그렇소, 사장. 내가 살았던 곳에서 흑마법사가 공주를 납치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 하지 않았소? 그때 납치되었던 공주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소.”

홍 대표는 리얀의 말을 듣고는 흥미로운 듯 눈빛이 번득였다. 룩칼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고개를 갸웃하며 리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리얀 님. 리얀 님의 목표는 흑마법사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공주를 구출하는 것은 어쩌면 목표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홍 대표가 의견을 냈다.

“홍 대표.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소. 하지만 내가 흑마법사를 제거하기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정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소. 공주를 구해 정보를 얻고, 계획을 세우는 것. 이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오.”

“저기요, 학철 씨. 지금 저분들, 무슨 이야기 하는 거죠?”

가히가 학철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학철은 최대한 성의 있게 대답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일종의 암호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마 금융거래, 주식, 그런 이야기일 거예요. 저도 자세한 건 몰라요.”

학철은 가히에게 이렇게 설명했고, 가히는 ‘아하, 주식….’ 하고 중얼거리면서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학철. 공주의 일정을 말해보아라.”

리얀이 불쑥 학철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강남 코엑스에서 ‘내 고향 먹거리 대잔치’ 전시행사장에 온다고 했어요.”

학철은 거의 반사적으로 답변했다.

“코엑스라면 사람이 많습니다. 리얀 님 입장에서는 구출이지만 이곳 경찰 입장에서는 납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필요한 것이오. 룩칼이 나를 도울 것이오.”

룩칼은 리얀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했다. 홍 대표는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의지가 굳으시군요. 그럼 저는 제 일을 하고, 리얀 님 계획에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저는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으니까요.”

홍 대표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학철은 과연 어떤 급박한 일이라면 홍 대표가 공주 납치 계획에 참여했을까 생각했다.

“홍 대표. 그럼 각자 일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겠소. 변동사항이 생기면 서로 연락하는 것으로.”

“예. 저는 학철 씨 핸드폰으로 연락하겠습니다. 리얀 님은 저나 사장님 핸드폰으로 연락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학철은 핸드폰이 없소. 신촌 모텔에 두고 왔기 때문이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사장과 홍 대표의 핸드폰도 흑마법사가 추적할 수 있을 것이오.”

“저희… 핸드폰도 말입니까?”

“그렇소. 이 자리에서 핸드폰을 버릴 것을 추천하오. 흑마법사의 추적이 두렵지 않다면 계속 가지고 계셔도 상관없소.”

사장은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는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처럼 집어 던졌다.

“그럼 연락은 어떻게…?”

“세이라가 할 것이오. 세이라는 뛰어난 암살자이고, 뛰어난 암살자는 뛰어난 전령이기도 하오.”

“아까 햇살 용역 건물 근처에 계실 거죠? 제가 찾을게요.”

“아뇨, 아뇨.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사장님. 핸드폰 주우시지요. 우리는 흑마법사를 유인하겠습니다. 그편이 리얀 님 하시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뭐, 뭐라고!?”

“좋을 대로 하시오.”

홍 대표의 말에 사장과 리얀이 동시에 말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타시죠.”

“아니, 이렇게 마무리하는 거야? 응? 핸드폰 들고, 흑마법사 유인한다고?”

“저도 타면 되죠?”

가히가 홍 대표에게 물었다. 홍 대표는 차 뒷문을 열어주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 가히는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깐!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난 통 모르겠는데….”

“일단 타시죠. 가는 길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저씨. 그냥 타세요.”

가히가 차 문을 닫으려고 하면서 말했다.

“야! 넌 빠져!”

사장은 가히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그러자 가히의 얼굴빛이 변했다.

“반말하지 마시고요, 사장님!”

사장의 말에 가히가 까칠하게 쏘아붙였다.

“알았어, 알았습니다, 가히 씨. 내 참. 요즘 젊은 애들은….”

“뭐라고요?”

“아냐, 아냐. 별말 안 했어요. 알았어, 알았어. 얼른 차 탑시다, 가히 씨. 홍 대표. 가서 일단 상황 보고, 리얀 님 말 그대로 대기하면서 어찌어찌하다 보면 수가 생길 거야. 가히 씨가 잘 도와주시겠지. 안 그래요?”

사장은 차 조수석에 앉으며 이렇게 말했다. 홍 대표는 뭔가 할 말이 더 남은 눈치였지만 결국 리얀에게 묵례를 하고는 차에 올랐다.

“잠시만요.”

가히가 막 차 문을 닫으려는데, 학철이 가히를 잡았다.

“예?”

“저, 하나만 물어볼게요. 저기요, 미해, 친구시잖아요. 혹시, 미해, 요즘 뭐 하고 사는지 아세요?”

학철이 가히에게 물었다.

사실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질문이었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근황을 궁금해한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찌질해 보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보다 미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훨씬 더 컸다.

“아, 모르시겠구나. 미해, 공무원 해요. 7급 공무원 시험 붙었거든요.”

7급 공무원. 학철은 아, 그렇군요, 하고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목구멍에서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학철아! 몸조심해라! 그럼 얼른 문 닫… 으세요. 가히 씨.”

사장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히는 학철에게 참 딱하다는 듯한 눈길을 한 번 준 다음 홍 대표의 차 문을 닫았다.

차는 곧 출발했다. 학철 일행은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광경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리얀. 남으라고 해서 남기는 했어. 하지만 알 수가 없네. 도대체 왜 나에게 남으라고 한 거지?”

차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룩칼이 리얀에게 물었다.

“눈치챘을 줄 알았다, 룩칼.”

“…뭘?”

“홍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저도 눈치챘는데요, 홍 대표의 거짓말.”

세이라가 말했다. 학철은 세이라와 리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거짓말?”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세이라가 이죽거렸다.

“룩칼. 그대의 부하들을 죽인 자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리얀이 물었다.

“그걸 알면 지금 당장 달려가겠지. 도대체 누군데? 아니, 진짜로 누군지 알고는 있는 거야?”

룩칼은 짜증이 난다는 투였다.

“홍 대표는 놈들의 정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룩칼.”

리얀이 말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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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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