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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42화 (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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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자들! 저자들은 도대체 누구냐!”

룩칼이 누구에게 소리치는 건지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공격받고 있습니다! 여기는….”

무전기를 통해서 외부승합차 팀이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콰콰쾅!

하지만 무전은 곧 끊어졌다. 승합차가 폭발하는 광경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고, 바로 다음 순간, 거대한 폭음이 건물로 울려 퍼졌다.

승합차가 폭발하자 자동소총을 들고 있는 자들이 건물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2층! 2층 팀! 지금 당장 철문 내려!”

“알겠습니다!”

룩칼이 명령하자 3cm의 철문이 육중한 금속음과 함께 닫혔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자들이 입고 있는 군복은 검은색 전신 타이즈 같은 것 위에 방탄 재질의 갑옷을 두른 형태였다. 갑옷은 가슴과 등, 허벅지와 정강이, 팔의 상박과 하박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색은 모두가 검은색이었다. 머리에는 까맣게 도색된 오토바이 헬멧을 썼다.

“도대체 뭐야? 누구냐고, 도대체!”

룩칼의 음성은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하지만 룩칼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저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도대체 뭔가?”

리얀이 룩칼에게 물었다. 조금은 떨리는 음성이었다.

“자동소총! 자동소총이야! 저건 일반인은 절대로 못 구하는 무기야! 군사용 무기라고!”

리얀은 룩칼의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화면에 군사용 자동소총의 이미지가 동시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동소총… 이것이다.”

리얀은 화면에 뜬 자동소총의 모양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핵클러 운트 코흐(Heckler & Koch)라는 독일 회사에서 제작한 돌격소총인 HK433이었다.

“이 무기는 이 나라의 군사 무기가 아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타국의 무기를 사용하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리얀이 침착하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12대륙 8대양에도 대포는 있었다.

그곳에서 리얀이 체험한 대포라는 물건은 다루기 어렵고 위험한 데다가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마법으로 충분히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상대에게 굳이 다루기 어려운 대포를 쓸 이유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마법이 없으니 대포가 발전한 것이다. 크기를 줄이고, 연속으로 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대포를 개량한 것이다.’

리얀이 짐작한 자동소총의 위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강력한 것이었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병사 1명은 석궁 1개 소대, 아니 1개 중대에 맞먹을 것이었다. 만약 자동소총으로 사격을 가한다면 에테르를 활용해 방벽을 만든다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쾅!

리얀이 자동소총의 위력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 3cm 철문이 폭음과 함께 폭파되었다.

“C4야… 저놈들, 특수부대야! 특수훈련 받은, 특수부대라고!”

룩칼이 CCTV 모니터를 뚫어질 듯 바라보며 소리쳤다.

리얀은 C4가 무엇인지 바로 검색해 보았다.

‘저들이 사용한 것은 아주 안정적인 형태의 폭약이다. 충격을 가해도 폭발하지 않고, 불을 붙여도 폭발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찰흙 같은 질감이라서 마음대로 성형이 가능하다.’

C4 역시 리얀은 상상해 보지도 못한 무기였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약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이들도 이들 나름대로 강력한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철문을 통과해서 적들이 1층 로비로 진입했다. 2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룩칼의 부하들이 권총을 사격하기 시작했다.

탕! 타탕! 탕!

2층에서 사격하는 총성이 5층으로 전달됐다.

콰콰콰콰콰쾅!

그리고 이에 대응 사격을 하는 적들의 자동소총 총성이 마치 천둥이 치는 것처럼 울렸다. 화력의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CCTV 모니터로 권총을 들고 있는 룩칼의 부하들이 종이 인형처럼 쓰러지는 광경이 그대로 잡히고 있었다.

“빌어먹을….”

룩칼은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다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갔다.

“룩칼!”

리얀이 소리쳤다.

“리얀! 나는 내려가서 내 부하들과 함께 싸우겠다!”

“멈춰!”

“내 부하들을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지금 내려가면 개죽음당한다, 룩칼.”

리얀이 룩칼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래서? 내려가면 날 죽일 텐가? 이 인장을 폭파시켜서? 크크크크.”

룩칼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차가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층으로 내려가는 순간, 그대는 죽은 목숨일 테니, 룩칼.”

“그럼 작별 인사나 하자고, 리얀. 크.”

룩칼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거대한 폭음이 아래층에서 울렸다.

“뭘 던졌어요. 폭탄인가 보네요.”

CCTV 모니터를 보고 있던 세이라가 말했다. 1층 병력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폭음과 함께 간헐적으로 이어졌던 사격 음이 끊어졌다.

건물은 조용했다.

“혼자 싸우다가 죽겠군, 룩칼.”

“돌이켜 보면 내 인생 전체가 그랬어, 리얀. 늘 혼자 싸웠지. 인간들 사이에서 혼자 살아가는 용족의 삶이 어떤 건지 생각해 본 적 있나? 그건 말이야….”

룩칼이 뭔가 더 말하려는데 요란스럽게 벨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룩칼의 표정이 변했다.

“이건….”

“그 핸드폰. 흑마법사와 연락하는 핸드폰이다. 내 말이 맞는가?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 상황에서 그런 표정을 지을 리가 없다.”

“내가 이걸 받으면 그 즉시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겠지? 리얀. 그대도 마법사니까.”

리얀은 룩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굳이 답변이 필요 없는 질문이기도 했다.

“룩칼입니다.”

- 신성일 씨? 아니,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지금 리얀 님하고 같이 계시지요?

전화기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룩칼 입장에서는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당신 누구야?”

- 지금 중요한 건 제가 누구냐 하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당장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리얀 님! 제 말 들립니까?

“잘 들리고 있소, 홍 대표.”

목소리를 알아들은 리얀이 이렇게 말했다.

“홍 대표?”

“내가 도움을 받는 사람이다, 룩칼.”

“현지인 조력자로군. 그런데 정말 재주 좋은데? 신성일이라는 이름도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이 번호까지 알아냈으니 말이야.”

-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제가 건물 뒤편에 차를 대겠습니다. 지금 즉시 내려오세요.

“홍 대표라고 했나?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니, 홍 대표는 이 작자들 정체가 뭔지 안다는 건데.”

- 복잡합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도망쳐야 합니다.

“룩칼. 어떻게 할 텐가? 나와 세이라는 도망칠 것이다.”

룩칼은 잠깐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 시간이 없습니다. 10분입니다. 딱 10분 기다리겠습니다. 건물 뒤편 골목에 보면 세탁소 간판이 보일 겁니다. 저는 그 앞에 있겠습니다.

전화는 끊어졌다.

“리얀. 내가 붙잡은 현지인 조력자를 데리고 가고 싶겠지?”

“그렇다.”

“죽는 건 무섭지 않아. 싸우다 죽는다면 영광이지. 하지만 여기서 죽는다면 나는 너무나도 많은 의문을 품고 죽어야 하거든. 나는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건지, 또 어쩌다가 흑마법사님과 연락이 끊어지게 된 건지, 그걸 알아야겠어.”

“그 말은….”

“그래. 나는 그대를 따라가겠어, 리얀. 잠깐이지만 동맹이 되는 거지.”

“잠깐만요. 그런 꼴로 나가겠다고요? 도마뱀 얼굴을 하고서? 사람들 앞으로요?”

세이라가 룩칼의 얼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건 간단하다. 외형을 변화시키는 마법은 쓸 수 있다. 다만….”

“다만?”

“원본이 필요하다. 나하고 세이라, 둘 중 누구로 하고 싶은가?”

“둘 중 누구로 하든 쌍둥이처럼 보일 거 아냐? 다른 수는 없어?”

“수가 없지는 않다.”

리얀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피가 가득 담겨 있는 생수병을 들었다. 생수병에는 드라마 허깨비로 유명해진 연기자 우시준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박혀 있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이는군.”

룩칼이 말했다.

“좋다. 그러면 학철은 어디 있는가?”

리얀이 물었다.

“지하 1층 창고에 있다.”

“학철은 제가 구할게요.”

세이라가 말했다.

“그보다 리얀. 한 사람. 꼭 구출해야 할 사람이 있다.”

룩칼이 말했다.

“꼭 구출해야 할 사람? 누구를 말하는 건가?”

리얀이 물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처음 이곳을 에테르를 이용해 정찰할 때, 4층에 사람이 하나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4층에 있는 사람?”

“그렇소, 리얀.”

룩칼이 말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202동 1302호 (춘의테크노파크 2차 / 경기콘텐츠 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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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736300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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