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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37화 (3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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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세요, 리얀 님. 우리만으로 돌파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그럼 어디서 원군이라도 불러와야 한다는 거요?”

사장이 투덜거리며 물었다.

“직접 가 봐야 알겠지만 적들의 수는 많고, 우리는 그보다 수가 적지 않소? 공성전을 할 때 공격하는 측은 방어하는 측의 10배는 있어야 하오.”

“리얀 님. 조금 전에 무슨 혼자서 군단 하나를 날려버렸다는 둥 그러지 않았어? 그런 대단하신 분이….”

사장이 말을 이어가려는데 리얀이 불쑥 사장의 말을 잘랐다.

“전투는 어디까지나 전술에 따라 그 결과가 바뀌기 마련이오. 이곳은 놈들의 성이고, 우리는 이 성을 잘 모르오. 이곳을 공격하는 것은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는 것이오. 내가 아무리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저들이 원하는 때에 싸운다면 승산이 없소.”

“아….”

리얀의 말에 사장은 신음을 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우리, 이곳 점령해야 해! 점령해서 흑마법사 멱 따고, 여기 놈들 다 쓸어버리고, 우리가 이 건물 먹어야 해!”

사장은 정말로 안타깝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서 말했다. 리얀은 사장의 반응을 통해서 이 건물이 사장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사장은 이 나라의 공권력과 맞서야 한다는 말에 약속도 깨려고 했던 자였다. 그런데 건물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태도가 급변했다.

“사장. 의욕만으로 될 일이 아니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오.”

“당연히 준비가 있어야지. 그런데 뭘, 도대체 어떻게?”

사장이 진지한 투로 물었다. 리얀이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진지한 태도였다.

“일단 이곳으로 가야 하오.”

리얀이 홍 대표의 핸드폰에 뜬 건물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가서?”

“나는 건물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있소. 천천히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좋소. 내부와 내부의 인원을 우선 파악해야 하오.”

그리고 근처로 갈 수만 있다면 학철의 핸드폰을 통해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획을 세워야 하오. 제대로 된 계획을.”

리얀은 이렇게 말하고는 우시준의 얼굴이 인쇄된 생수병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잠시만요.”

리얀이 물을 마시고 있는데 세이라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사장이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리얀이 검지를 입술에 대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자동차 바퀴 소리가 급해요. 아주 급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우리 위치가 노출됐을 수 있을까요?”

세이라가 물었다.

리얀은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흑마법사는 학철의 핸드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철의 핸드폰은 모텔에 두고 왔다. 그렇다면….’

리얀은 조금 전 홍 대표의 핸드폰을 이용해 검색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늘 아침에 홍 대표와 통화를 했는데, 만약 흑마법사가 그 사실을 안다면… 홍 대표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했을 수도 있다.”

리얀은 이렇게 말하며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홍 대표와 통화한 사장의 핸드폰도 추적할 수 있을 것이오.”

“뭐, 뭐야? 그럼 우리 핸드폰 모두 다 추적당하고 있다는 거야? 응? 그런 거야?”

사장은 말까지 더듬으면서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럼 어떻게 해? 이거 버려요? 응? 지금 버려?”

사장이 다급하게 리얀에게 물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우리가 추적당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그걸 역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오.”

리얀은 이렇게 말하며 세이라에게 차 문을 열라는 신호를 보냈다.

“두 대의 자동차가 급하게 다가오고 있어요. 둘 다 이 차하고 비슷한 크기에요. 다만 사람이 꽉 차 있어요. 10명이나 12명. 그러니까 20명에서 24명 사이에요.”

세이라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었다.

“일단 싸움을 걸어왔으니, 여기서는 싸움을 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소.”

리얀은 이렇게 말하며 차에서 내렸다.

해가 맑은 하늘에 높게 걸려 있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맑은 하늘이였다. 리얀은 멀리서 주차장 쪽으로 다가오는 두 대의 승합차를 보면서 손바닥을 단검으로 그었다.

펑! 펑!

리얀은 핏방울을 날렸고, 두 번의 폭음이 울렸다.

“CCTV 두 대가 이곳을 관찰하고 있었소. 공권력이 개입되는 것을 늦추려면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소.”

리얀이 날린 핏방울은 정확하게 주차장 입구 쪽에 설치된 CCTV와 공원 쪽에 설치된 CCTV를 폭파시켰다.

“세이라. 놈들은 원거리에서 사격을 가할 것이다. 굳이 적의 사격 범위 안으로 들어갈 필요 없다. 뒤로 돌아서 가라.”

“예!”

세이라는 명랑하게 대답하고는 주차장 구석을 향해서 뛰었다.

“저는 뒤에서 지원하겠습니다.”

홍 대표가 품에서 토카레프 권총을 뽑아 든 뒤, 장전 슬라이드를 당기면서 말했다.

“나, 난?”

사장이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엎드려 계시오, 주인장. 꽤 거친 싸움이 될 것 같소.”

리얀의 손바닥에서 흐르고 있는 피가 붉은 안개가 되어 스멀거리며 피어올랐다. 사장은 입을 쩍 벌리고 그 광경을 쳐다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조수석으로 기어간 뒤 납작 엎드렸다.

끼이이이익!

그사이 달려오던 두 대의 승합차는 어느새 엔진음을 우렁차게 울리며 접근하더니 타이어 마찰흔을 바닥에 남기며 요란하게 정차했다. 두 대의 승합차는 리얀 일행의 양 측면에 비스듬하게 섰다.

‘서로 사격을 가하는 일을 피하려고 저렇게 섰다. 그렇다면 사격 방향은 양쪽 측면이 될 터.’

리얀은 에테르를 천천히 양쪽 측면으로 피어오르게 배치한 뒤, 날아오는 총탄을 막기 위한 방벽을 만들었다. 꽤 넓은 범위인 데다가 두 군데 측면이어서 제대로 동시에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총탄이 통과할 수도 있었다.

‘단 한 발이라도 치명상이 될 수 있다.’

리얀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에테르로 세운 방벽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두 대의 승합차에서 권총으로 무장한 사내들이 동시에 하차했다.

타타타타탕! 타타탕!

사내들은 사격을 개시했다.

타탕! 타탕!

홍 대표가 리얀의 뒤편에서 응사했다. 홍 대표는 침착하게 두 발씩 끊어 두 번 사격을 가했다. 소리에 맞춰 엄폐물을 찾지 않고 용감하게 공격하던 사내 둘이 가슴에 두 발씩을 맞고 쓰러졌다.

예상 밖의 응사였는지 사내들이 우왕좌왕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목표를 보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쏘는 사내도 보였고, 몸을 차 뒤편으로 숨기고 손만 내밀어 사격을 가하는 사내도 있었다. 당연히 총탄은 크게 빗나갔다.

타탕!

홍 대표는 목표를 포착한 뒤, 다시 한번 두 발의 사격을 가했다. 이번에도 엄폐물을 찾지 못한 사내 하나가 가슴에 두 발을 맞고 앞으로 쓰러졌다. 아무렇게나 총을 쏘고 있는 사내들과 크게 비교가 됐다.

“홍 대표. 군사 훈련을 받은 적 있소?”

리얀이 여전히 에테르로 만든 방벽에 신경을 기울이면서 홍 대표에게 물었다.

“예전에 받은 적이 있긴 합니다. 취미로 사격을 좀 하고요. 그리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홍 대표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두 발을 쏘았다. 이번에는 승합차 옆에 엎드려서 사격을 하고 있던 사내가 등에 총탄을 맞고는 그대로 쭉 뻗는 게 눈에 들어왔다.

“으아악!”

이번에는 세이라 차례였다. 세이라는 사내들이 리얀 쪽에 신경이 집중된 것을 확인한 뒤, 리얀이 보기에 왼쪽에 있는 승합차 쪽으로 달려들었다.

세이라가 짧은 단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몸을 빙글빙글 회전시키면서 마치 춤을 추는 동작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세이라의 동작은 아주 간결하게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암살자 특유의 공격이었다. 세이라가 팔을 한 번 뻗을 때마다 사내 하나가 쓰러졌다. 그때마다 피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피바람을 부르는 마녀는 나 혼자가 아니다.’

리얀은 전투 중에도 세이라의 동작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빠져! 씨발! 빠지라고!”

리얀 오른편에 있던 사내가 이렇게 고함을 치며 승합차에 올랐다. 그러자 나머지 오른편에서 사격을 하던 자들도 허겁지겁 승합차에 올랐다.

“이거 봐! 이거 봐! 우리가 이기네? 와! 리얀 님! 진짜 굉장하군요! 저기 세이라도 완전 진짜… 나 저렇게 싸우는 사람 본 적이 없어! 그리고 홍 대표! 홍 대표 진짜 취미로 총 쏴? 완전 프론데, 프로? 미국 특수부대에서 훈련받은 거 아냐? 응?”

전세가 기운 것이 확인되자마자 조수석에 엎드려 있던 사장이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리얀 님의 방벽이 총알을 막아준다는 걸 아니까 침착하게 쏠 수 있었을 뿐입니다. 프로는 저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쏠 겁니다.”

홍 대표는 토카레프 권총을 도로 품에 넣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응? 아니 지금 뭐 해? 지금 당장 추적해서 다 쓸어버려야지!”

사장이 소리쳤다. 승합차 한 대가 온 길 그대로 도망을 치고 있었다. 남은 차 한 대 옆에는 시체가 즐비하게 누워 있었다. 조금 전까지 살아서 숨 쉬던 사람들이었다. 피는 서서히 흘러나와 주차장 바닥을 피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세이라는 어디 있습니까?”

홍 대표가 물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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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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