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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자이스 장군이라면, 아까 신촌 주택가 폭발사고 때 죽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홍 대표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쳤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이마에 손을 얹은 상태였다.
“봤는데… 분명히 봤는데….”
학철은 차창 밖으로 자이스 장군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학철은 분명히 보았다. 리얀이 무슨 인장인지 뭔지 마법을 써서 자이스 장군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하지만 지금 자이스 장군은 완벽하게 멀쩡한 상태로 리얀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바람을 부르는 마녀! 기다리고 있었다!”
굵직한 목소리가 홍대의 밤하늘에 울렸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승합차에서 검정 양복을 갖춰 입은 사내 셋이 내렸다.
“시작해라.”
자이스 장군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사내들은 품에서 토카레프 권총을 뽑아 들고는 그대로 리얀 일행이 탄 승합차를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타타탕! 타탕!
총성과 함께 차창이 깨지며 파편이 튀어 올랐다.
“으악!”
학철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며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학철은 홍 대표가 반대편 차 문을 열고 내리는 것을 보았다.
‘뭐야? 도망치는 거야?’
홍 대표가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학철은 자신도 도망쳐야 하나 고민을 했다.
콰쾅!
하지만 곧 이어진 거대한 폭발음에 학철은 하던 생각을 다 잊고 말았다. 폭발음은 바로 길을 막고 있는 사내 쪽으로 홍 대표가 토카레프 권총을 발사하는 소리였다.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토카레프의 총성은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홍 대표가 쏜 총에 맞고 사내 하나가 가슴을 움켜쥐고 뒤로 쓰러졌다. 그러자 남은 두 사내가 홍 대표 쪽으로 총구를 돌리고 응사했다.
“엎드려!”
홍 대표는 이렇게 외치면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두 사내가 연속으로 사격을 가했다. 차 유리와 차체에 구멍이 뚫리며 요란한 소음이 울렸다.
“어이쿠! 이놈들이 다 죽인다! 다 죽여!”
운전석에 몸을 숙이고 있던 사장이 마치 비명처럼 소리쳤다. 하지만 학철은 비교적 침착하게 있을 수 있었다. 리얀의 앞쪽, 차 밖 공간에 박혀 있는 총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전에도 본 적이 있는 광경이었다. 날아온 총탄이 리얀이 마법으로 만든 옅은 붉은빛 벽에 박히고 있었다.
“멈춰! 총 버려!”
그런데 골목 어귀에서 뜻밖의 소리가 들렸다. 순찰 중인 경찰이었다. 정복을 차려입은 경찰 둘이 38구경 리볼버를 손에 들고 자이스 장군 쪽을 겨냥하고 있었다.
“칫. 일이 꼬이는군.”
자이스 장군은 이렇게 말하더니 사내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홍 대표 쪽으로 사격을 가하던 사내들이 도로 승합차에 탔다.
“피바람을 부르는 마녀!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자이스 장군이 말했다.
콰콰콰쾅!
그러자 그것이 마치 신호라도 된 것처럼 홍 대표가 자이스 장군을 향해 연속으로 사격을 가했다. 우레와도 같이 거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경관들도 총성에 놀라 전봇대를 엄폐물 삼아 몸을 숨겼다.
그리고 학철은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홍 대표가 발사한 총탄이 자이스 장군의 머리와 몸통에서 불꽃을 튀기면서 튕겨 나갔다. 리얀의 마법이 총알을 붙잡는 것처럼 보였다면, 자이스 장군은 총알을 분쇄하는 것만 같았다.
“으아아아!”
자이스 장군은 괴성을 지르더니 그대로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바로 승합차 위에 올라탔다.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점프력이었다.
쿵!
승합차 지붕이 깊게 찌그러졌다. 다음 순간 자이스 장군의 손이 지붕을 뚫고 들어오는가 싶더니 한순간에 지붕을 글자 그대로 뜯어냈다. 분노로 일그러진 자이스 장군의 얼굴이 승합차 위쪽으로 보였다.
“으악!”
“피바람을 부르는 마녀!”
학철이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자이스 장군이 리얀을 향해서 외쳤다.
“꼼짝 마!”
이번에는 경찰 차례였다. 두 경찰관이 자이스 장군을 향해서 두 발씩 사격을 가했다. 자이스 장군에게 명중된 총탄은 이번에도 불꽃을 일으키며 튕겨 나갔다.
“귀찮은 것들….”
자이스 장군은 시선을 경관 쪽으로 돌리는가 싶더니 단숨에 도약해서 경관 쪽으로 몸을 날렸다. 자이스 장군이 손과 발을 한 번씩 움직이자 두 경관은 그대로 날아가 벽에 충돌한 뒤 바닥에 쓰러졌다. 학철은 상상을 초월하는 자이스 장군의 몸놀림에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피바람을 부르는 마녀! 승부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그리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크하하하핫!”
자이스 장군은 이렇게 말하고는 승합차에 올랐다. 승합차는 바로 출발했다.
“뭐, 뭐야?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응?”
사장이 리얀과 세이라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주, 죽은 사람이 살아올 수가 있나요? 예?”
학철도 리얀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신 차려라! 적을 눈앞에 두고 허둥거리다니! 이게 뭣 하는 짓이냐?”
리얀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세이라를 꾸짖었다. 그 소리에 학철도, 사장도, 홍 대표도 순간 조용해졌다. 리얀은 세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놈은 이곳 공권력과 얽히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저 경관 둘을 살려둔 것이다. 하지만 놈의 말 그대로, 놈은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홍 대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리얀이 홍 대표에게 물었다.
“일단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정리를 해야 합니다. 제가 경찰을 맡겠습니다. 사장님은 게스트하우스를 점검한 다음 저와 경찰서로 가셔야 할 겁니다.”
“저기, 홍 대표. 어떻게 난 어떻게 빠질 수 없을까?”
사장이 물었다.
“게스트하우스 차가 총을 맞았으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사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리얀 님, 세이라 님. 놈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따라왔거나, 혹은 우리가 가는 방향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홍 대표.”
리얀이 동의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게스트하우스가 놈들에게 노출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지금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는 것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겁니다.”
홍 대표는 여기서 말을 끊고는 학철의 양어깨에 손을 짚었다. 거대한 홍 대표의 손이 양어깨를 감싸자 학철은 살짝 겁이 나기까지 했다.
“학철 씨. 이 두 사람, 오늘 밤은 피해있어야 해요. 밀입국자 신분이니까 경찰은 안 되고, 그렇다고 놈들이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게스트하우스로 갈 수도 없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죠?”
“아, 예. 그런데….”
“잠깐!”
학철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홍 대표가 말을 끊었다.
“어디로 갈지 말하지 말아요. 나도 몰라야 하니까. 지금 리얀 님과 세이라 님이 가는 곳은 오직 학철 씨 혼자만 알아야 해요.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됩니다. 알겠죠?”
“예….”
홍 대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내일 연락할게요. 그때까지, 안전한 곳에 피해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여기 번호 찍어요.”
홍 대표는 스마트폰을 주면서 말했다. 학철은 번호를 찍었고, 홍 대표는 바로 스마트폰을 받아간 뒤 통화버튼을 눌렀다.
“급하게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요. 하지만 정말 급할 때만 해요. 오늘 밤은 무조건 피해있어야 해요. 오늘 밤만 넘기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학철 씨. 리얀 님한테 돈 받을 거잖아요. 그렇죠? 돈을 받는 프로답게, 확실하게 해요.”
홍 대표가 학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손이 하도 커서 그런지 어깨가 아팠지만 학철은 꾹 참았다. 약한 모습을 보일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럼 빨리 여길 피해요. 여기로는 곧 경찰들이 올 거예요. 빨리!”
홍 대표가 말했고 학철은 리얀, 그리고 세이라와 함께 골목길을 벗어났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답은 곧 나왔다. 달리 갈 곳도 없었다.
학철은 스마트폰 지도 앱을 열고 좌표를 찍었다.
“세이라. 여기 어딘지 알겠어요?”
학철이 세이라에게 지도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여기가 지금 우리 있는 곳이죠? 그럼 이쪽 도로가 여기고. 맞죠?”
“예.”
“어딘지 알겠어요. 그렇게 멀지는 않네요.”
세이라가 말했다. 학철은 두 팔을 벌렸다. 이제 세이라에게 둘러 매어져 달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익숙해진 것이다.
“출발하죠. 제 방으로.”
학철이 말했다. 세이라는 학철을 둘러맨 다음 바로 뛰기 시작했다.
‘세이라는 도대체 이런 짓을 얼마나 많이 해 본 걸까?’
세이라가 버스 하나를 뛰어넘고, 트럭 뒤편에서 달리는 걸 보면서 학철은 이런 생각을 했다. 조금 전 총격전을 겪은 직후였다. 총알이 날아와 박히고 파편이 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지금처럼 거칠게 도로를 질주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리얀은 세이라의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발이 허공에 떠서 활강하듯 이동하고 있는 리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홍 대표가 오늘 밤만 넘기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학철은 어쩐지 오늘 밤을 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지은이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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