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홍대 가다-19화 (1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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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 우리 어디로 가?”

운전석에 앉은 사장이 물었다.

“일단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리얀 님. 가는 동안에 현재 상황을 정리 한 번 하겠습니다.”

홍 대표가 말했고, 사장은 대답 없이 차를 운전했다.

“저기요, 그런데 홍 대표님. 정확하게 홍 대표님 하시는 일이… 뭔가요?”

불쑥 학철이 홍 대표에게 물었다.

“홍 대표. 내가 보기에 그대는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오. 그대들의 용어로는… 해결사? 맞소?”

홍 대표가 대답하기 전에 리얀이 먼저 말했다.

“해결사? 하하하!”

홍 대표는 호탕하게 웃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에서 해결사라는 직업은 보통 빌린 돈을 받아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리얀. 물론 저도 빌린 돈을 받아주는 일을 하기는 하지만, 그걸 주업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해결사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홍대에서 외국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겪는다면, 그리고 그 외국인이 저를 찾는다면, 저는 그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게 어떤 문제건 말입니다.”

외국인 전문 해결사. 학철은 홍 대표를 이렇게 부르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연락하셨을 때 단숨에 달려온 겁니다. 물론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 좀 늦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리얀 님.”

사람 좋아 보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홍 대표가 말했다.

“좋소.”

리얀은 짤막하게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홍 대표는 스마트폰을 보며 메모한 문서를 살펴보았다.

“우선 제가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 이야기 중에서 틀린 부분이나 보충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말씀을 해 주세요.”

홍 대표는 여기까지 말하고 리얀과 세이라를 한 번씩 본 다음 말을 이어갔다. 학철과는 굳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 리얀 ‘군단장님’은 다른 세계에서 오신 마법사입니다. 이곳으로 온 목적은 다른 세계에서 싸웠던 흑마법사를 찾아 제거하기 위해서이고요. 그리고 세이라 씨는 암살자로 리얀 군단장님과 함께 싸웠으며, 역시나 흑마법사를 제거하기 위해 함께 오셨습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학철은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는 홍 대표를 보면서 속으로 감탄을 했다. 좋은 의미로 본다면 홍 대표는 의뢰인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프로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맞소. 홍 대표.”

리얀이 말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리얀 군단장님과 세이라 씨가 찾고 있는 흑마법사가 누구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저기요, 홍 대표님. 그, 다른 세계에서 왔다거나, 마법사라거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의심, 아니 확인 같은 거, 전혀 안 하시는 건가요?”

학철이 홍 대표의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거,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러냐.”

사장이 학철에게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학철 씨. 그런 생각, 할 수 있어. 나도 잘 알아요. 그런데 내가 홍대에서 이 일 한 지가 벌써 10년이 다 돼가거든. 그사이에 믿기 어려운 의뢰, 전에도 많이 해 봤어요. 고객 비밀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초자연적이라고 생각할만한 의뢰나, 비현실적인 의뢰는 전에도 많이 해 봤어요.”

“그래서 내가 특별히 홍 대표한테 연락한 거야. 딱 적임자니까. 홍 대표님. 그, 우리가 받기로 한 금화, 그거 이야기 좀 해 봐요.”

사장이 말했다.

“예, 그렇게 하지요. 리얀 님. 여기 사장님과 학철 씨에게 금화로 보수를 지급하겠다고 하셨지요? 맞습니까?”

“그렇소. 사장과 학철. 각각 금화 1천 개를 받게 될 것이오.”

“그렇다면 금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리얀 님 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외국인 중에는 귀금속, 혹은 보석을 현금화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금이라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사고팔 때 매매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부가가치세도 붙고요. 게다가 이 경우에는 순도를 측정해야 하니까 그 비용도 따로 붙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모두 도와드리고 그에 따르는 최종 거래 액수에서 수수료를 3% 받습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홍 대표가 물었다.

“나는 과정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소. 내 목표는 흑마법사를 죽이는 것이고, 그 목표만 달성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준다 해도 상관없소.”

리얀은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액수가 정말 크긴 하군요. 얼핏 계산해 봐도 200억 원 규모인데….”

홍 대표는 여기까지 말하곤 사장과 학철의 눈치를 살폈다.

“일단 알아두셔야 할 게 만약 이 금화의 순도가 높아서 정말 200억원이 된다고 해도 수수료와 세금으로 절반 이상 나가게 될 겁니다.”

“절반?”

운전을 하던 사장이 화들짝 놀라 홍 대표에게 물었다.

“예. 양도소득세만 해도 그 정도 나올 겁니다.”

“홍 대표. 거, 다른 방법 없소? 왜, 있잖아, 그런 거. 차명계좌 쓰고, 뭐 그러는 거.”

“물론 그런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액수가 너무 커서 쉽지 않을 겁니다. 차명계좌 여러 개로 나눠서 액수를 쪼개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수수료가 더 커집니다. 당연히 불법이니까 리스크도 따르고요.”

홍 대표가 설명하자 사장은 욕설을 내뱉으며 구시렁댔다. 학철도 세금과 수수료로 절반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십억의 돈이다. 학철은 아깝다는 생각은 안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페이 문제는 지금은 이 정도 선에서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금화 순도를 측정한 다음, 어떻게 진행할지는 진행 상황을 봐서 말씀드리지요. 자, 그러면 지금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일에 집중해 보죠. 리얀 군단장님은 이곳에 와서 흑마법사의 수하로 여겨지는 사람에게 공격을 받았지요?”

홍 대표가 물었다.

“그렇소.”

“무기는 이걸 들고 있었다고 했지요?”

홍 대표는 토카레프 권총을 품에서 꺼낸 뒤 리얀에게 보여주었다. 총은 사장이 홍 대표에게 맡긴 모양이었다. 리얀은 고개를 끄덕했다.

“그렇소.”

리얀이 답했다.

“그렇다면 흑마법사는 이미 이곳에서 사람을 고용해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권총을 사용한다는 건 의미가 좀 심각합니다.”

홍 대표가 들고 있는 토카레프 권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나라에서 권총으로 무장한 조폭은 거의 없습니다. 80년대 카지노 계의 대부라고들 불렀던 정덕진 정도 되는 두목이나 권총을 가지고 다니지요. 그것도 상징적인 의미지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요. 일반적인 폭력조직의 조직원이 이렇게 토카레프로 무장하고 작업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만약 조직폭력배가 권총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대한민국 전체 공권력을 상대해야 할 테니까요.”

“이 나라의 공권력이 강력하다는 건 알고 있소, 홍 대표.”

리얀이 말했다. 학철은 자신의 설명이 도움을 준 것 같아서 조금은 뿌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권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건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하나는 흑마법사가 이곳에서 권총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국가 권력에 맞설 정도의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 리얀 님이 상대하는 흑마법사는 이곳에서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또 맞서 싸우려는 의지도 강하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홍 대표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내용은 무거웠다. 학철은 얼굴도 모르는 흑마법사라는 존재가 어쩐지 상상보다도 훨씬 거대하고도 두려운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싸움에서 위태롭지 않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의 능력이 궁금하군요. 흑마법사의 능력은 어떤 겁니까, 리얀 님?”

홍 대표가 물었다.

“마법의 천재.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내가 온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라고 할 수 있소.”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천재 마법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예를 들자면?”

“흑마법사는 혼자 궁궐로 들어가 공주를 납치해 온 적이 있소. 혼자 힘으로 성벽을 넘고, 무장한 경비병을 지나쳐 공주를 납치한 후, 걸어서 유유히 나왔다는 말이오.”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으나 흑마법사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어떤 마법으로 그게 가능했습니까?”

홍 대표가 추가 질문을 했다.

“우리도 당시에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사후 평가를 했소. 그 결과 흑마법사는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마법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었소.”

“정신조종… 말씀이십니까? 그럼 최면술 같은 건가요?”

최면술이라는 단어에서 리얀은 잠깐 머뭇거렸다. 새로운 단어를 접하면 생각을 좀 해야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사용한 마법으로 예를 들어주겠소. 이곳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감응 마법이 낮은 차원이라고 한다면, 흑마법사의 정신감응 마법은 그보다 고차원이라고 할 수 있소.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자신의 명령을 듣도록 하는 것. 그것이 흑마법사의 마법이오.”

“상대를 조종할 수 있다면 그 능력만으로도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 것 같군요.”

홍 대표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지은이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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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이 : 이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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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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