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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10화 (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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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도약이 멈추었다. 3층 건물 옥상이었다. 어딘지는 알 수 없었다. 여자는 학철을 둘러맨 상태 그대로 학철의 목 뒤에 손을 대었다.

“저기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좀 알려주시면….”

- 조용히 해라!

리얀의 말에 학철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아, 진짜! 무슨 말들을 하는 거야!’

학철은 이렇게 생각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잠시 뒤, 대화가 끝났다. 여자가 학철의 목 뒤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 조심해라, 학철.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

떨어지면 죽는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리얀은 뭘 어떻게 조심해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학철은 그 점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도약이 시작되었다.

“으아아악!”

학철은 다시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도약이었다. 건물의 옥상이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다.

- 조용히 해라!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나도 조용히 하고 싶다고요! 으아아악!”

학철은 끝없이 이어지는 도약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다음 도약에서 학철은 다행스럽게도 목적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이었다. 전혀 가 본 적 없는 경로로 이동해 오긴 했지만,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가니 눈에 익은 장소가 보여서 어딘지를 알 수 있었다.

학철과 여자는 마침내 게스트하우스 옥상에 닿았다.

여자는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학철을 내려놓았다.

“우웨웨에에엑!”

학철은 무릎을 꿇고는 헛구역질을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뭔가를 토하지는 않았고, 그저 헛구역질일 뿐이었다.

여자는 잠깐 학철에게 숨 돌릴 여유를 준 다음, 학철이 숨을 고르자 앞장서라는 손짓을 보냈다.

학철은 간신히 일어나 옥상 문을 열고 계단을 따라 1층 로비로 향했다. 여자는 바로 뒤에서 학철을 따랐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난간을 잡고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세이라!”

로비에 닿았을 때 리얀이 여자를 보고 반갑게 외쳤다. 여자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리얀에게 뭔가 대답했다.

리얀은 학철에게 했던 것처럼 여자와 눈을 마주치고는 정신감응 마법을 시전했다.

“이렇게 뵙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리얀 군단장님.”

리얀이 세이라라고 부른 여자가 유창한 한국말로 말했다. 로비에 있던 사장과 오브라이언은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것 같았다.

“그런데 군단장님, 정말이지 대단하시네요.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렇게 현지인을 포섭하시고, 거점까지 마련하셨잖아요. 전에도 본 적 있지만 정말 대단하세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다, 세이라.”

리얀은 이렇게 말하곤 손가락으로 학철을 불렀다. 학철이 리얀 쪽으로 다가가자 리얀은 학철을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학철은 리얀이 무슨 의미로 손을 내민 건지 몰라서 눈만 멀뚱히 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 하느냐?”

학철이 가만히 서서 리얀의 얼굴만 보고 있자 리얀이 말했다.

“저, 오라고 하셔서….”

“들고 있는 것. 그것을 내놓아라.”

“아, 맞다.”

학철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사 가지고 온 세트메뉴 5개가 담긴 봉투를 리얀에게 내밀었다. 그 난리를 치면서도 봉투를 손에서 놓지 않은 것은 오직 생존본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저, 이거요, 햄버거하고 콜라, 감자튀김이에요. 5인분 사 왔는데, 어떻게 딱 마침 5명이 되었네요.”

학철은 이렇게 말하면서 로비 가운데에 놓인 탁자에 햄버거와 콜라를 내려놓았다.

“그럼 소개하겠다. 세이라. 이쪽은 이곳에서 내가 고용한 몸종이다. 학철이라고 한다. 이쪽은 이곳의 주인장이다. 그리고 이쪽은 오브라이언.”

“저, 그런데 저, 몸종 아닌데요….”

학철은 리얀의 말에 반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테이블 위에 햄버거를 놓으면서 하자니 그리 설득력 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래, 세이라. 함께 온 동지는 있느냐? 이곳에 와서 몇 놈이나 해치웠느냐?”

리얀은 학철의 말을 무시하고 세이라에게 연이어 물었다.

“저 혼자 왔어요. 차원이동문을 통과할 때 몇 명 같이 통과한 것 같긴 한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아시잖아요. 차원이동문 통과할 때 정신없는 거. 그리고 저 혼자 쓰러뜨린 게 아홉이에요. 이곳 녀석들은 형편없더라고요. 기본적인 체중이동도 못하고, 힘도 없어요. 집중력도 약하고요.”

리얀이 세이라라고 부른 여자는 과묵한 살인자처럼 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아주 수다쟁이 같았다. 조금 전에 냉정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쓰러뜨린 여자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그래. 알았다. 일단 옷을 갈아입어라. 학철. 눈에 뜨이지 않는 옷으로 준비해 줄 수 있겠느냐?”

리얀이 물었다.

“예, 세탁실에 옷이 좀 있을 거예요. 디자인을 따지지만 않는다면야….”

“그런데 군단장님, 이 학철이라는 친구, 재주가 뭔가요?”

세이라가 학철의 말을 자르고 리얀에게 물었다.

“내가 택한 이곳 현지인이다.”

뭔가 칭찬을 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리얀은 이렇게만 말했다. 다르게 말하면 아무 재주도 없다는 뜻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아까 여기 오는데 아주 소리 지르고 난리가 아니더라고요. 그냥 평범한 사람 같던데… 얼마나 주고 고용하셨어요?”

“금화 1천 개를 주기로 하고 고용했다.”

“1천 개요?”

세이라는 놀라는 눈치였다.

“와! 그건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예전에 금화 1개에 온 식구가 다 목숨 걸고 군단장님 몸종 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 가족은 가난한 나라에서 굶어 죽기 직전이었다. 이곳은 봐서 알겠지만 부유한 곳이다.”

“예, 그건 그래요. 저도 처음 봤을 때 무슨 축제 열리는 줄 알았으니까요. 학철. 당신은 참 운도 좋네요.”

세이라는 비꼬는 건지, 진심인지 알기 어려운 투로 말했다.

“세탁실 이쪽이에요. 따라오세요.”

학철은 투덜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금화 1천 개면 성을 살 수 있어요. 알고 있어요?”

세탁실 앞에서 세이라가 학철에게 물었다.

“들었어요. 그리고 여기서도 성을 살 수 있어요. 롯데캐슬 같은 거.”

학철은 퉁명스럽게 내뱉듯 대꾸했다.

“옷이 쌓여있네요.”

세이라는 학철의 말은 무시하고 세탁실에 쌓여있는 옷을 보면서 말했다.

“예. 손님들이 빨아놓고 그냥 가거든요. 그런 옷이 쌓여요.”

“옷을 두고 간다고요?”

“예. 티셔츠 같은 거, 그냥 한 번 입고 버리기도 하고. 아무튼 맘에 드는 거 골라요.”

“참 부유한 곳인가 보다, 여기. 그렇죠?”

“저야 여기 사니까 잘 모르죠.”

“아무리 그래도 금화 1천 개는 너무 많은데.”

사실 그랬다. 10억을 준다고 해도 학철은 몸종 노릇을 자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100억을 받기로 한 이상, 깎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세상에 너무 적은 건 있어도 너무 많은 건 없어요.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이죠.”

“그래요.”

세이라는 학철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보냈다. 학철은 세탁실 문을 닫고 로비로 돌아왔다.

“이 음식, 햄버거라고 했소, 주인장?”

햄버거를 한 입 먹으며 리얀이 사장에게 물었다.

“맞아. 햄버거. 여기서는 다들 흔하게 먹는 거요.”

“빵 사이에 고기와 채소를 채워 넣은 음식이로군. 간편하게, 빨리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야. 전장에서 먹기에 좋은 음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어.”

리얀은 햄버거가 마음에 드는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학철은 남은 햄버거를 하나 들고 소파 끝자리에 앉았다.

“햄버거. 빨리 먹는 음식이죠. 패스트푸드.”

학철은 이렇게 말하면서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리얀은 빨대를 이용해 콜라를 한 모금 먹었다. 그다음 순간, 리얀은 마치 뭔가를 토해내는 것처럼 콜라를 뿜었다.

“뭐냐! 이 고약한 것은!”

리얀이 소리쳤다.

“코, 콜라인데요?”

“이런 걸 먹으면 죽는다. 이건 완전히 단맛으로 꽉 찼다. 이런 단맛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살이 찌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혈관도 막혀서 나중에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결국에는 심장이 멎게 된다. 고약한 것.”

“…뭐, 그렇기도 하지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이질적으로 들리는 말이었다. 아무리 한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리얀이 이방인이라는 게 보다 명확하게 느껴졌다.

대화가 오가는 사이, 세이라가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다. 홍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복장이기도 했다.

“눈에 뜨이지 않을 복장으로 골랐어요.”

“그래. 그건 그대의 특기지. 보이지 않는 것. 세이라. 와서 먹어라.”

리얀이 세이라에게 자리를 권했다.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잘됐네요.”

세이라가 햄버거를 하나 집어 들면서 말했다.

“든든하게 먹어라.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테니까.”

리얀이 말했다.

“저, 전투요?”

학철은 리얀의 말에 놀라서 이렇게 물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202동 1302호 (춘의테크노파크 2차 / 경기콘텐츠 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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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736300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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