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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7화 (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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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철과 사장, 리얀과 오브라이언의 시선이 동시에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내가 사람을 하나 찾고 있는데, 혹시 보신 분 있으신가 하고.”

    인상 더러운 사내가 건들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의 행동이 일순간 정지했다.

    아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람요?”

    사장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물었다.

    “예, 사람을 찾아요. 여자인데, 외국 여자. 가만있자….”

    사내가 안으로 한 걸음 들어오면서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모여 있는 네 사람을 훑어보았다.

    사내의 상의가 불룩했다. 권총을 차고 있는 것 같았다. 학철은 리얀이 손을 등 뒤로 해서 단검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이제 곧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신호나 마찬가지였다.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망토를 두르고 있어요. 동남아, 아니면 인도, 베트남, 암튼 그쪽 여자로 보이는데, 혹시 봤어요?”

    사내가 찾는 게 리얀이 아닌 건 분명했다. 리얀은 피부가 핏줄이 비쳐 보일 정도로 희다.

    “거, 이보슈. 여기 홍대야, 홍대. 그런 사람 찾아보면 한 백만 명쯤 있을 텐데.”

    사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긴, 것도 그렇네. 그래도 있잖아요, 왜, 느낌이란 거. 이 사람 좀 이상하다, 좀 위험하다, 그런 느낌.”

    사내가 한쪽 입술로 비죽 웃었다. 학철은 당장에라도 사내가 권총을 빼 들 것만 같아서 긴장이 됐다. 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망토를 두르고 있다고 했는가?”

    긴장하고 있는데 불쑥 리얀이 사내에게 물었다.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리얀에게로 향했다.

    “예, 망토를 둘렀어요, 그 여자. 보셨나? 망토 두른 여자.”

    “여기 안쪽에 있다, 그런 사람.”

    리얀이 턱으로 게스트하우스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사내는 환하게 웃으며 리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 봐. 있다니까, 그런 사람. 안 그래요?”

    사내가 사장을 지나치면서 시비조로 말했다. 사장은 눈싸움에서는 지지 않았지만 사내가 지나갈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학철! 지금이다! 당장 문 닫아!”

    리얀이 소리쳤다. 학철은 마치 용수철이 튀어나가는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게스트하우스 입구로 달려가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사내는 반사적으로 품에서 권총을 빼 들었다. 조금 전에 죽은 사내가 들고 있었던 것과 같은, 토카레프 권총이었다. 너무나도 빠른 동작에 사장도 오브라이언도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대응한 것은 오직 리얀 뿐이었다.

    리얀은 손을 한 번 움직였다. 그러자 리얀의 손바닥에서 흐르고 있던 핏방울이 사내 쪽으로 날아갔다.

    쾅!

    폭음과 함께 섬광이 일었다. 학철은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 천천히 도로 떴다.

    사내가 들고 있던 토카레프 권총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권총을 꽉 쥐고 있는 오른손도 함께였다.

    “으, 으아아아악!”

    사내가 잘려나간 자신의 오른팔을 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잘려나간 자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으악!”

    “으아악!”

    사장과 오브라이언도 그 광경에 놀라서 함께 소리를 질렀다. 학철은 놀라기는 했지만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예상한 덕분이었다.

    “호들갑 떨지 마시오, 주인장.”

    리얀은 이렇게 말하곤 피를 흘리고 있는 사내 옆으로 다가가더니, 잘려나간 부위에 자신의 손바닥에 흐르고 있는 피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던 피가 멎었다.

    “어, 어어….”

    비명을 지르던 사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피가 멎은 절단 부위를 보며 기괴한 소리를 입에서 흘렸다.

    “네 손, 도로 붙여줄 수도 있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잘 대답만 한다면.”

    리얀이 말하자 사내는 고개를 세차게 몇 번 흔들더니 리얀을 흘겨보았다.

    “네가 찾던 망토 입은 여자는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너, 마법사구나?”

    사내는 대답은 하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

    “묻는 말에 대답하라고 했을 텐데.”

    리얀은 손에서 피를 몇 방울 사내의 팔에 떨어뜨렸다.

    “으, 으아아악!”

    순간 핏방울이 떨어진 곳에서 고기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고, 사내는 비명을 질렀다.

    “누구냐! 망토 두른 여자!”

    “좆까!”

    사내는 고통을 참지 못해서 팔을 붙잡고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욕설을 내뱉었다.

    “누가 시킨 일이냐! 누구의 명령이냐?”

    “조, 좆까라고! 씨발! 으아아아아!”

    리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들, 모두 흑마법사에게 정신을 지배당한 상태인 모양이오, 주인장. 도무지 말을 하질 않네.”

    리얀은 이렇게 말하곤 사내의 정수리에 피를 한 방울 흘렸다. 그 핏방울은 고약한 타는 냄새를 풍기며 사내의 정수리에 구멍을 냈다.

    “으으으….”

    사내의 눈알이 기묘하게도 좌우가 따로 움직였다. 두개골을 태운 핏방울이 뇌에 직접적으로 충격을 주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이윽고 사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뭐, 뭐야, 이거….”

    사장은 여전히 경악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흑마법사를 죽이는 것이오, 주인장. 그리고 이 일은, 내가 흑마법사를 죽이기 전까지 겪게 될 수많은 일 중 하나라오.”

    “어, 그, 아, 그게, 하지만….”

    “금화 1천 개면 내가 온 곳에서는 성을 하나 사서 성주가 될 수 있는 금액이오. 이곳도 비슷하지 않소?”

    “그, 그야 그렇지. 100억이면 강남에 있는 건물 건물주가 될 테니까….”

    사장은 쓰러진 사내의 시체를 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우리는 계약을 했소, 주인장. 내가 온 곳에서 계약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오. 계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큰 대가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오.”

    “…계약금 도로 가져가나?”

    사장이 물었다. 리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한쪽 눈썹을 씰룩거렸다.

    “목숨을 가져가오, 주인장.”

    목숨이라는 말에 사장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사장의 시선은 쓰러진 사내에 고정되어 있었다. 쓰러진 사내의 정수리에서 피와 뇌수가 뒤엉킨 액체가 서서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 학철아!”

    사장이 고함을 쳐서 학철을 불렀다. 학철은 사장 쪽으로 다가왔다.

    “이놈 말고 아까 죽은 놈, 그놈도 총 가지고 있었다고 했지? 그 총 어쨌냐?”

    사장이 학철에게 물었다.

    “세탁실에 숨겼어요.”

    “가지고 와. 얼른!”

    사장이 말했고, 학철은 얼른 세탁실로 가서 권총을 가지고 돌아왔다. 사장은 권총을 받아들었다.

    “토카레프 권총이네. 이놈들, 러시아 마피아하고 거래하는 모양이야.”

    사장은 이렇게 말하더니 능숙한 동작으로 탄창을 분리한 다음, 장전 슬라이드를 당겨 약실 안에 들어 있던 총탄을 배출했다.

    “야, 학철아. 저 권총도 가지고 와.”

    사장은 빠져나간 총탄을 주우면서, 바닥에 떨어진 죽은 사내의 오른손과 그 손이 쥐고 있는 권총을 턱으로 가리켰다.

    “제, 제가요?”

    “야! 아까 못 들었어? 너 금화 1,000개, 나 금화 1,000개라잖아! 그럼 당연히 네가 해야지. 안 그래?”

    “어, 그게….”

    “얼른!”

    학철은 사장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사내의 오른손 쪽으로 다가갔다. 잘린 손은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똑바로 해, 똑바로! 까딱 잘못하면 방아쇠 당겨서 총 나간다? 응?”

    그러고 보니 검지가 방아쇠울에 제대로 들어가 있어서 잘못 만지면 오발하게 될 것 같았다. 학철은 우선 오른 손가락을 방아쇠울에서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마 손가락을 잡을 수가 없었다.

    “뭐하냐? 으이구, 이 답답아!”

    사장이 다그쳤고, 학철은 눈을 질끈 감고 검지를 방아쇠울에서 뺐다. 방금 잘려나간 손이라 그런지 아직 굳지 않고 부드러웠다.

    ‘그래, 금화 1,000개, 100억 원이야, 100억 원. 이까짓 손가락 좀 만지는 것쯤이야….’

    일단 손가락을 빼고 나니 나머지는 쉬웠다. 학철은 사내의 권총을 집어 들었다.

    “거, 손님. 밖에 이런 놈들, 지금도 막 돌아다니고 있겠지?”

    “그렇소. 그리고 나 말고도 흑마법사를 죽이기 위해 차원이동문을 넘어온, 내 동료가 있는 게 분명하오. 이자가 찾는 건 내가 아니라 망토를 두르고 가죽옷을 입은, 피부가 짙은 색의 여성이었소.”

    “누군지 혹시 알아요?”

    학철이 리얀에게 물었다.

    “모른다. 몇 명이 나를 따라서 이곳으로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료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는구나, 학철.”

    리얀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꽤나 상냥하게 말했다.

    “자, 손님. 그럼 일단 이 시체도 처리합시다.”

    “잠깐. 그 전에.”

    리얀은 쓰러진 사내를 손으로 가리켰다.

    “몸을 뒤져야 하오. 뭔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나는 모르지만 이곳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것.”

    “아, 그렇지. 학철아!”

    사장은 당연하다는 듯 학철을 불렀다. 학철은 이번에도 영 내키지 않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쓰러진 사내의 주머니를 뒤졌다.

    사내의 몸에서는 스마트폰과 지갑이 나왔다.

    “폰은 잠겨있어서 내용을 못 보네. 지갑 줘 봐.”

    학철은 사장에게 지갑을 건네주었다.

    “현금이 8만 원 있고, 신분증은 없네? 가만. 그런데 이건….”

    사장은 지갑에 들어있던 명함을 뽑아 들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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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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