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133/133)

쿠키-대혼돈의 법조타운 멀티버스

몇 년 전, 동기 놈을 만나러 들른 서초동 중식당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마주쳤다.

동기와도 안면이 있던 그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범죄전담부

검사 나주연」

라고 박힌 명함을 건네며, 자신을 ‘야매검사’라 소개했다.

그런 그가 조금 전 사무실에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나요?”

오래전 일이었지만 단번에 그가 누군지 알아챘다. 그때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네. 나주연 검사님이시죠.”

“기억하시네요.”

그는 그때처럼 자리에 앉기 전, 먼저 악수를 청했다.

그가 내민 손을 잡자, 그는 놓아주지 않을 것 같이 세게 움켜쥐고는 내 두 눈을 들여다봤다.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순간 내 손을 잡고 있던 그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라는 네 질문에 상상하지 못한 대답을 내놓았다.

“서 변호사님은 아주 신기한 능력을 갖고 계시네요. 서 변호사님의 그 능력이 필요합니다.”

“네?”

“삭제 능력. 그 능력으로 나주연이라는 인물을 이 세상의 기억에서 지워주세요.”

나주연이라는 인물을 지워달라고?

그보다···이 남자 내 능력을 어떻게 아는 거지?

“해주시겠다고 약속해주시면 알려드리죠. 제가 어떻게 서 변호사님의 능력을 알 수 있게 되었는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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