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133)

프롤로그

“대표님, 큰일 났어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삼십 대 여배우 중 한 명이자 케이 엔터테인먼트의 간판스타인 한윤정이 사고를 쳤다.

“왜?”

“윤정 씨가 어젯밤에 술 먹고 홧김에 머리카락을 잘랐대요.”

“뭐! 이 미친···. 얼마나?”

“완전 쇼트커트를 한 모양이에요.”

“아- 씨ㅂ.”

데뷔 때부터 찰랑거리는 천연갈색 긴 생머리가 트레이드마크였던 그녀. 케이 엔터테인먼트 이동주 대표는 눈앞이 캄캄해진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스타도 인간이니까. 홧김에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특히나, 몰래 사귀고 있던 남자 동료 배우가 자기와 사이가 제일 안 좋은 여자 후배랑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려서 그런 거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공감할 수 있다고.

물론이다. 자기가 자기 머리카락을 잘랐을 뿐인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자르고 싶으면 자르는 거지.

하지만!

“하아- 로레나랑 계약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건 머리카락이 온전히 자기 것일 때 해당하는 말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회사와 30억짜리 샴푸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이제 막 광고를 해대기 시작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어쩌죠, 대표님?”

“미치겠다, 진짜. 위약금이 얼마야? 계약서는 봤어?”

“세 배···요.”

“세 배? 그럼, 뭐야? 90억!”

“네.”

“하아아—.”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이동주의 입에서 나왔다.

“일단 스케줄 다 취소했고. 한동안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기는 했는데, 장 원장님 보내서 붙임머리라도 해볼까요?”

“그걸로 해결이 되겠니? 이 바닥이 어느 바닥인데. 장 원장을 집으로 부르는 순간 소문이 나지.”

“그럼 어떻게···?”

한참을 고민한 이동주는 결정을 내렸다.

“후우— 안 되겠다. 서 변호사한테 연락해.”

“서지우 변호사님이요?”

“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어? 비싸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야지. 자그마치 90억이 걸린 문제인데.”

“네, 알겠습니다.”

띠리링- 띠리링-

“네, 법무법인 해결 서지우 변호사 사무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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