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328화 (328/335)

0328 / 0335 ----------------------------------------------

양키스의 천적이 되다

뉴욕 양키스에 2억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몸값을 받고 이적한 스튜어트 화이트 투수.

그는 작년 시즌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재작년은 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사이영상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로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이었다.

양키스에서도 그런 화이트의 우월함과 꾸준함을 믿고 2억만 달러가 넘는 거액의 계약을 안긴 것이지 않은가.

그런 화이트가 시즌 개막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왜 교체를 안 해주는 거야? 나 벌써 100개나 던졌다고! 완투를 시킬 작정인 거야?'

화이트 투수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덕아웃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가 현재까지 던진 공은 91개인 상태였지만, 심리적으로는 120개 이상은 던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잠시 후에 맞붙게 될 타자를 생각한다면 꾀병이라도 부려서 마운드를 내려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내 표정에 문제가 있는 건가? 불쌍한 표정을 지어볼까?'

혹시나 덕아웃에서 자신의 표정을 오해할까봐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 표정 변화가 없어 보이는 화이트 투수의 얼굴 특성상 그가 짓고 있는 표정을 거리가 먼 덕아웃에서 해석해기란 힘든 일이었다.

"화이트가 자꾸 이쪽을 보는데요?"

양키스의 수석 코치인 제레미 테일러의 목소리였다.

그는 자꾸만 덕아웃 쪽으로 시선을 보내는 화이트 투수의 행동에 의문을 보이고 있었다.

화이트 투수가 나름대로 여러 가지 표정을 지어보이며 투수 교체를 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었지만, 덕아웃에서 보기에는 포커페이스나 다름없었다.

양키스가 화이트에게 2억이나 되는 거액을 안겨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운드 위에서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의 투수.

사실은 화이트 투수가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드러내는 것에 서투르기 때문에 표정이 없어 보이는 것이지, 실상은 전혀 달랐다.

수시로 욱하고 기복이 심한 성격을 가진 화이트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표정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멘탈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고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그런 오해는 작년 시즌까지 아메리칸 리그를 씹어 삼킨 화이트의 기록이 더해진 착시효과 같은 것이었다.

"작전을 바라는 건가? 아니면 교체? 지금 화이트의 투구 수가 몇 개였지?"

양키스의 감독은 수석 코치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되묻고 있었다.

존 펜 감독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100마일 대의 강속구를 던지고 있는 화이트를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화이트 투수가 강호에게 3연타석 홈런을 얻어맞긴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그가 허용한 실점은 4실점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 4실점 모두가 강호가 때려낸 홈런에서 만들어진 점수였다.

강호만 아니었다면 화이트는 오늘 무실점 투구를 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렇기에 지금이 7회 말이라고 해도 구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팀의 에이스를 교체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글쎄요. 화이트가 표정 변화가 워낙 없다보니 의도를 알 수가 없네요. 투구 수는 91개째입니다. 데이빗에게 마운드에 올라가서 체크해 보라고 할까요?"

감독의 물음에 대한 테일러 수석의 대답이었다.

그가 말하는 데이빗은 양키스의 주전 포수인 데이빗 쉴즈를 말하는 것이었다.

존 펜 감독의 대답이 이어진다.

"91개째라. 구위를 생각했을 때 교체를 생각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은데. 화이트에게도 4실점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하는 거 아닌가?"

"그렇죠. 지금이 2점차 상황이라 다음 이닝에 역전을 해서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팀의 에이스 투수에게 개막전의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줘야겠지요."

존 펜 감독과 테일러 수석의 대화를 통해 양키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들은 팀의 에이스 투수인 화이트의 자존심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었다.

2억 달러나 되는 몸값의 투수를 함부로 마운드에서 내렸다가 그의 원망을 사기라도 한다면 제 아무리 감독이나 수석 코치라 해도 시즌을 편하게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총액 2억 달러의 에이스 투수와 연봉 400만 달러의 감독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면 구단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그것이 존 펜 감독과 테일러 수석이 화이트 투수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였다.

선수단 내에서 감독이 절대 갑인 한국 야구계와는 다르게 시장경제 논리가 뼛속까지 파고든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의 권한이 무조건적인 갑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 그런데 화이트가 왜 자꾸 이쪽을 보냔 말이야?"

결국 존 펜 감독의 의문은 처음으로 돌아와 있었다.

테일러 수석으로서는 답할 수 있는 대답이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데이빗한테 한 번 체크해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테일러 수석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감독의 행동에 곧장 포수를 향한 싸인을 낸다.

그 싸인을 받은 데이빗 포수는 주심에게 양해를 구한 후 마운드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화이트, 무슨 일이에요?"

마운드에 도착한 데이빗 포수의 첫 마디는 그것이었다.

보통의 경우 마운드를 방문한 포수가 대화 목적을 가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데이빗 포수가 벤치의 싸인을 받고 마운드에 오른 것이기 때문에 먼저 할 말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화이트의 포커페이스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공을 직접 받은 데이빗 포수도 그의 내심을 읽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엇박자의 이면에는 올 시즌 2억 달러의 거액을 받고 이적해온 화이트 투수를 어려워하는 데이빗 포수의 속내도 포함되어 있었다.

데이빗은 화이트처럼 영입을 통해 이적해온 선수가 아니라 양키스의 팜에서 키워낸 신인 포수였기 때문이다.

9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25살의 젊은 포수, 데이빗은 최정상급 투수인 화이트를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망할, 데이빗은 왜 올려 보낸 거야? 이게 아니라 나를 교체해 달라고!'

데이빗과 얼굴을 마주한 화이트 투수의 속내였다.

하지만 그런 속내에도 화이트의 감정은 얼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여전히 표정 변화 없는 얼굴로 이렇게 대꾸한다.

"투구 수가 90개가 넘다보니 포심의 구위가 떨어지는 것 같아.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보는 게 어떨까?"

"네? 구위가 떨어져요? 그럴 리가요. 여전히 화이트의 포심은 100마일이 넘는다고요. 당신의 패스트볼은 아메리칸 리그 최고에요!"

화이트의 제안에 데이빗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묻고 있었다.

그는 괜한 말로 화이트를 안심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화이트의 패스트볼을 아메리칸 리그 최고라 여기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인 화이트 역시 그 말에 동감했다.

적어도 오늘 경기에서 백강호라는 타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런 멍청아, 할 말이 없으니까 아무 말이나 짓거린 거잖아. 다, 다음 타자가 백강호란 말이야!'

화이트 투수는 자신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데이빗의 순진한 눈빛에 답답한 심정이 든다.

그런 화이트의 시선은 잠시 레드삭스의 덕아웃으로 옮겨지고, 우연히 자신의 배트를 집어 들고 있는 강호의 시선과 마주치게 된다.

강호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니 앞선 세 타석의 악몽이 고스란히 떠오르게 된다.

개막전 시작부터 한 타자에게 3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는 그 기분이란.

작년에 사이영상을 수상한 자신의 올 시즌이 시작부터 꼬이는 것을 느낀다.

그렇기에 착잡한 심정이 되어 다시 한 번 자신의 의사를 우회적으로 강조한다.

"아니야. 확실히 구위가 떨어졌어. 볼을 챌 때 감이 좋지 않아."

화이트는 구위가 떨어졌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었다.

사이영상 투수의 자존심 때문에 대놓고 교체해 달라는 말은 못하고 있는 화이트였다.

포수인 데이빗이 자신의 의사를 받아들여 벤치에 투수 교체 의사를 전달하기를 바랐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가 힘든 입장이었다.

게다가 데이빗은 순진했고, 화이트 투수의 공에 대한 확신까지 있었다.

"그렇지 않아요, 화이트. 당신의 공에 믿음을 가지세요. 정 그렇게 포심에 자신이 없으시다면 투심은 어떨까요? 화이트의 투심도 리그 정상 수준이지 않습니까? 투심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이면 괜찮은 볼 배합이 나올 겁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믿으세요, 화이트. 이제 승부를 봐야할 시간입니다. 시간이 다 됐어요."

데이빗은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화이트의 말을 자르고 있었다.

근처에 다가온 주심이 시간이 길어지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날 새겠어, 데이빗. 적당히 하고 경기 진행해야지."

주심은 손끝으로 본인의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데이빗 포수를 채근하고 있었다.

그 말에 착실한 데이빗은 얼른 고개를 끄덕인 후 화이트를 향해 파이팅을 외친다.

"아시겠죠, 화이트? 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입니다. 부족한 리드지만, 따라와 주신다면 저도 최선을 다할 게요."

데이빗은 그렇게 다부진 각오를 밝히며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런 데이빗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화이트 투수는 마음이 더욱 착잡해진다.

'아니, 모른다고! 어서 돌아와 이 자식아! 백강호 타석 전에 나를 교체하라고 덕아웃에 시그널을 보내란 말이야!'

데이빗의 등 뒤로 마음의 소리를 외치는 화이트의 얼굴은 착잡했다.

하지만 착잡하다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화이트 본인의 기준이었고,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표정변화 없는 완벽한 포커페이스였다.

그런 속 타는 상황 속에 7회 말 레드삭스의 선두 타자인 토미 미첼과의 승부가 계속된다.

복잡한 속내 속에도 이미 미첼에게 2스트라이크 2볼을 잡아두었던 화이트는 묘하게 존을 벗어나는 공을 연달아 던지며 8번 타자 미첼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만다.

"베이스 온 볼, 타자 1루로."

주심의 볼넷 판정 속에 미첼이 1루로 향하고, 화이트 투수는 남몰래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던지는 비중이 높지 않았던 투심 제구가 약간은 어긋났던 것이 아쉬웠다.

여기에 다음 타자인 호세 존스에게 내야 땅볼을 이끌어 내지만, 내야수 실책으로 타자 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 되며 상황은 무사 주자 1, 2루 상황이 만들어지고 만다.

투수인 화이트의 입장에서 강호의 타석 앞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중계석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아~~재밌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후안 이노아의 실책으로 주자 1, 2루가 된 가운데 백강호 타자가 타석에 오르네요. 레드삭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상황이에요."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이 웃음 지으며 물어오는 디킨스의 말에 개리 스캇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흥미롭네요. 백강호 타자는 앞선 세 타석에서 화이트를 상대로 3연타석 홈런을 뽑아냈거든요? 화이트가 아무리 사이영상 투수라고 하지만, 위축되는 마음이 완전히 없을 수는 없어요. 더군다나 아직 백강호 타자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거든요? 그는 이제 막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여 놓은 루키니까요!"

스캇은 강호를 일컬어 '루키'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었다.

2억 달러의 몸값을 자랑하는 양키스의 에이스가 레드삭스의 신인 타자에게 혼이 나는 모습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오랜 세월 라이벌 구도를 이어온 양키스와 레드삭스, 두 팀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스캇의 즐거움은 당연할 수도 있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스캇의 생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나 좀 살려줘.'

화이트 투수의 초조함은 극에 달한다.

강호와의 승부가 얼마나 싫었던지 데이빗 포수가 보내오는 초구 싸인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화이트 투수의 두 눈에 구세주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데이빗의 싸인을 무시하고 시선을 돌린 양키스 덕아웃에서 투수 코치가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었던 것이다.

'그래! 나 좀 교체해 줘요. 난 이미 6이닝을 막았어. 그게 부족하다면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완투라도 할 테니까 지금은 교체해 줘!'

화이트 투수는 그라운드로 다가오는 투수 코치가 제발 주심에게 공을 받아들고 마운드로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마운드로 다가오는 투수 코치가 주심에게 공을 받아든다는 의미는 곧 투수 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화이트 투수의 기대대로 양키스의 투수 코치는 주심에게 공 하나를 받아들고 마운드를 향해 다가온다.

'됐어! 피 홈런은 여기까지구나.'

화이트 투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다가선 투수 코치는 화이트가 내쉰 한숨의 의미를 다른 것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화이트. 지금의 교체는 너를 못 믿는다는 의미가 아니야. 이미 투구 수가 100개가 넘었어. 에이스에게 개막전이 중요한 건 알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미안하다는 듯이 말해오는 투수 코치의 당부에 화이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타석에 선 강호와 더 이상 승부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뻐진다.

언뜻 투수 코치의 뒤로 시선을 마주하게 된 강호의 눈빛은 이번 타석마저도 홈런을 때려내겠다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독한 놈! 다음에는 이렇게 쉽지 않을 거야. 이만 안녕이다.'

화이트는 강호를 향해 속으로 작별을 고하며 다시 투수 코치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그런데 강호를 바라볼 때 미미하게 변하는 화이트의 표정 변화를 포착한 코치는 또다시 오해를 하고 만다.

"혹시 타석에 선 타자까지는 승부를 하고 싶은 거야? 네가 원한다면 감독님께 권유해보도록 할게."

갑작스런 투수 코치의 심경 변화에 화이트 투수는 정신이 번쩍 들고 있었다.

'뭐?! 백강호를 상대하고 내려가라고? 안 돼!'

화이트 투수는 들고 있던 공을 얼른 인필드 밖으로 던져버린다.

그 행동은 투수 교체를 수긍한다는 제스쳐였다.

그것도 모자라 투수 코치를 향해 확실한 의사 전달을 표한다.

"아닙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의 결정이 그러시면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거죠. 아쉽지만 다음 공을 투수에게 넘기겠습니다."

화이트는 속내와는 판이하게 다른 말로 연기를 하게 된다.

미련은 있지만, 벤치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뉘앙스로 말하고 있었다.

투수 코치는 그런 화이트 투수의 연기에 적잖이 감명을 받는 눈치였다.

'역시 보통 멘탈이 아니란 말이야. 오늘 경기는 아쉬운 구석이 있었지만, 화이트의 가세로 양키스는 올 시즌 더욱 비상하게 될 거야. 분명해!'

투수 코치는 비싼 몸값을 받고도 겸손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화이트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게 된다.

더군다나 그는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이지 않은가.

실력과 겸손함, 책임감과 배려심을 모두 갖춘 화이트야 말로 양키스라는 명문 구단에 가장 적합한 에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구단이 가끔 몸값이 지나치게 비싼 선수에게 배팅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런 선수에게 거액을 주는 것을 아까워하면 팀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일이야. 암, 그렇고말고.'

투수 코치는 그런 생각으로 마운드를 내려서는 화이트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린다.

본인이 화이트의 연기에 속았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투수를 기다린다.

그런 투수 코치의 기다림 속에 다음 투수인 후안 테세이라가 마운드로 향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타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호는 배트를 등에 기대 놓은 편안한 자세로 다음 투수를 기다린다.

'이놈한테 때리나 저놈한테 때리나 결국 다 같은 양키스 투수한테서 때려내는 홈런이니까. '

그것이 강호의 내심이었다.

이번 타석의 결과를 이미 정해두고 있는 강호에게 투수 교체가 가지는 의미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 속에 화이트가 물려준 백강호라는 악몽은 다음 투수에게로 넘겨지게 된다.

============================ 작품 후기 ============================

스튜어트 화이트: 내가 맞을 뻔했던 피 홈런을 인계하마.

후안 테세이라: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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