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320화 (320/335)

0320 / 0335 ----------------------------------------------

승부의 순간에 서다

강호가 다부진 각오를 다지는 동안에도 자이언츠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베어스의 5번 타자 오재섭에게 쓰리런 홈런을 허용한 표성태는 그 후 하나의 삼진을 잡아내기는 했지만, 7번 타자인 허경빈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결국 또 다시 자이언츠 덕아웃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수고했다."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를 밟은 여민석 투수코치의 말이 표성태 투수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만약 다음 투수가 자신이 남겨두고 간 승계주자에게 득점을 허용하고 만다면, 성태 본인은 타자들이 초반에 만들어낸 4득점의 우위를 원점으로 되돌린 4실점에 모두 관여한 셈이기 때문이다.

기록상에 남을 표성태 투수의 자책점은 2점이 되겠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 뻔했다.

지금 당장 경기장에 요동치는 자이언츠 팬들의 성난 목소리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져주려고 올라왔어?!"

마운드를 내려가는 표성태 투수에게 팬들의 성난 질타가 쏟아지고 있었다.

팬들의 성난 목소리는 진심이 아닌, 순간적인 분노에서 나온 목소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성태는 숙인 고개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죄인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덕아웃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성태이기에 아무런 말없이 끼고 있던 글러브를 벗는다.

그리고 그를 대신할 투수가 새롭게 마운드에 오르고 있었다.

마운드에 서서 새로 오르는 투수를 기다리고 있던 여민석 투수 코치는 손명학 투수가 마운드에 서자마자 당부의 말을 건넨다.

"실점 없이 가는 방향이면 좋겠지만, 피치 못할 상황이면 1실점 정도는 줘도 된다는 생각으로 코스 선택을 하도록 해. 민수도 그런 방향으로 볼 배합을 하도록 하고."

여 코치는 바뀐 투수인 손명학과 함께 마운드에 있던 포수 강민수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달한다.

그런 여 코치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 다시 양 팀의 대결이 시작되고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명학이 던진 초구에 대한 주심의 판정은 헛스윙으로 인한 스트라이크였다.

베어스의 8번 타자인 박건오가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리라는 야구계의 정론대로 시원하게 스윙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그 스윙은 헛스윙이 되고,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유하게 된 손명학은 결국 5구째 승부 끝에 그를 내야 뜬공으로 돌려 세운다.

이제 한 명의 타자만 더 잡아내면 이닝을 추가 실점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는 2아웃 주자 2루 상황.

타석에 선 타자가 하위타선의 9번 타자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대로 이닝이 끝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는 자이언츠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딱!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2루 주자 허경빈이 전력질주를 시작한다.

배트를 짧게 쥔 베어스의 9번 타자 김재오가 때려낸 타구가 유격수의 키를 간발의 차로 넘고 있었던 것이다.

좌익수 스팅이 타구를 향해 대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발 빠른 주자 허경빈이 홈 승부를 시도해 봐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은 3루 베이스를 밟고 홈으로 내달리는 주자 허경빈에게로 모여들고 있었다.

"홈! 홈!"

3루수 황제인의 외침 속에 타구를 잡은 좌익수 스팅이 홈 송구에 들어간다.

파핫!

역동적인 스팅의 송구는 그라운드를 바운드 하지 않는 강력한 노바운드 송구였고, 송구를 받는 포수 강민수의 위치 또한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윽고 홈을 파고 든 허경빈의 손길과 포수 강민수의 글러브가 교차한다.

홈 승부가 박빙이 될 것이라 여긴 주심은 이미 두 선수의 승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고, 곧 그의 판정이 이어진다.

"세이프!!"

주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주자 허경빈을 직접 태그한 강민수 포수는 판정에 불만이 있었지만, 그에 대해 따질 겨를도 없이 몸을 일으킨 후 2루수 최훈에게 재빨리 공을 뿌린다.

타자 주자인 김재오가 스팅의 송구가 홈으로 향하는 사이 2루 베이스 목전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세이프!"

2루심의 판정 역시 세이프였다.

마음이 급했던 강민수 포수의 송구가 다소 높은 곳으로 형성되었던 까닭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포수 강민수가 급히 주심을 바라보며 하지 못했던 항의의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

"홈에서는 아웃입니다!"

강민수의 항의에 주심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내저어 보인다.

그 모습에 민수는 즉시 비디오판정 요청을 해보였고, 손 감독 역시 그의 의사에 동의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

그렇게 해서 비디오 판독실을 다녀온 주심은 원심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세이프."

주심의 판정으로 사직구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었다.

원심이 인정되며 4대 4, 동점 상황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후반기 내내 완벽했던 불펜이 왜 하필이면 한국시리즈에서 무너지는 거야!!"

"투수 바꿔라!"

자이언츠 홈팬들의 원성이 그라운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그런 요구에도 이번만큼은 손 감독의 움직임은 없었다.

대신 곁에 있던 김민철 수석이 확인 차원에서 물어볼 뿐이었다.

"투수 교체 없이 가는 겁니까?"

김 수석의 물음에 손 감독은 단호한 목소리로 답한다.

"아직 4회 초일 뿐이야. 자네는 지금이 승부처 같아 보이나?"

핵심을 찌르는 손 감독의 물음에 김 수석은 결국 한 발짝 나섰던 걸음을 되돌린다.

'오늘 경기가 아무리 총력전 형태라고는 하지만, 4회 초에 의미 없이 불펜을 소모할 이유는 없겠지.'

김 수석은 손 감독의 물음에 그렇게 결론을 내린 후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다.

현재 신인 급 불펜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는 자이언츠다.

손 감독의 말대로 승부처가 아닌 상황에서는 의미 없이 투수를 소모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승부처는 오재섭의 쓰리런 홈런이 있기 전인 무사 주자 1, 2루 상황이었어. 그 때 명학이를 올리지 못했으니 동점이 된 지금, 명학이를 또 다시 다른 투수로 교체하는 것은 늦은 결정일 뿐이야. 지금은 일단 2사 상황이 되었으니까 감독님의 생각이 옳아.'

김 코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면서도 여민석 투수 코치에게 다가가 불펜 투수들을 점검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양 팀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김 수석의 예상과 자이언츠 덕아웃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 경기는 계속 이어진다.

다행히도 손명학 투수는 다음 타자인 민정현을 7구째 승부 끝에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좌익수 스팅의 글러브에 잡힌 민정현의 타구가 펜스 직전까지 날아갔다는 점은 여전히 자이언츠 불펜의 위험 요소로 보였다.

그런 와중에 이제 4회 말 자이언츠의 공격 상황.

선두 타자인 황제인과 다음 타자인 전준오가 모두 범타 처리된 가운데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전혀 예측하지 않는 장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따악!

호쾌한 타격음이 타석을 가득 채우고, 곧 사직구장이 홈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차오른다.

오늘 강호를 대신해서 유격수 자리에 선발 출장한 9번 타자 오진택이 그야말로 벼락같은 홈런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누구도 오진택의 홈런을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 나온 그의 홈런은 분위기를 다시 자이언츠 쪽으로 끌고 오기에 충분해 보였다.

중계석에서도 그 점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오진택의 홈런으로 자이언츠가 추격을 뿌리치고, 다시 한 점 차로 달아납니다!"

"지금은 제대로 노리고 때렸어요. 오진택 선수의 지금 한 방은 다소 위태로워 보이던 자이언츠 불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염 캐스터와 이 위원의 이어진 코멘터리가 5대 4로 격차를 만든 현재의 상황을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한 분위기는 금세 다시 기울고 만다.

5회 초 베어스의 공격이 시작되자 연달아 안타를 때려 낸 베어스 타자들의 각성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고, 마운드 위의 손명학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오재섭이 때려낸 조금 전의 적시타로 인해 5대 4로 앞섰던 점수를 다시 5대 5 동점 상황으로 내줘버렸기 때문이다.

선두 타자 오재현에게 삼진을 잡은 후 연달아 세 명의 타자에게 안타를 내줬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자이언츠 덕아웃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장면이기도 했다.

"수고했다."

다시금 마운드를 찾은 여민석 투수 코치의 말이었다.

여 코치는 앞선 투수 교체와 지금 상황을 통해 이 말을 벌써 세 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아직 5회 초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오늘 경기에서 자이언츠 투수진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손명학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윤길준이 볼넷 하나를 내주기는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5대 5 동점 상황은 자이언츠 팬들이 내뱉는 안도의 한숨 속에 5회 말 자이언츠 공격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주심의 삼진 판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홈팬들은 이제 아쉬움의 한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2번 타자인 최훈부터 시작된 5회 말 공격에서 활로를 여는 모습을 보았으면 했던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3번 타자 문표의 타석에서 팬들의 실망감은 다시 기대감으로 차오르게 된다.

딱!

경쾌한 타격음에 사직구장이 다시 함성으로 물든다.

문표는 상대 투수의 초구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2루수와 유격수를 관통하는 깔끔한 안타를 때려내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비록 단타에 그친 중전 안타이지만, 다음 타자를 생각했을 때 주자가 출루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홈팬들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자이언츠 팬들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다음 타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참고 있던 기쁨의 함성을 내지른다.

"백강호, 날려라!"

팬들의 일체된 목소리는 강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타자는 다름아닌 팀의 4번 타자, 강호였던 것이다.

강호가 앞선 타석에서 두 개의 안타를 때려낸 기억을 떠올리며 팬들은 이번 타석만큼은 강호의 타격감이 제대로 불을 뿜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타석에 선 강호 역시 팬들의 그런 기대감을 온몸으로 느낀다.

'지금은 잔재주는 필요 없어. 분위기를 단 번에 가져오려면 결국 홈런을 때려내야만 해.'

강호는 벤치에 앉아 다졌던 각오를 타석으로 고스란히 가져온 모습이었다.

배트를 쥔 손아귀에는 힘껏 힘이 들어가 있었고, 타격폼은 특유의 오픈 스탠스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오픈 스탠스 자세를 취함으로써 시야를 넓혀 모든 공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홈런을 노린다는 것은 시즌 들어 확연히 달라진 스스로의 파워를 믿고 있다는 증거였다.

'지금의 파워라면 충분해!'

강호는 상대 투수를 응시하는 눈에 더욱 힘을 주며, 홈런을 치기 위한 최적의 상태로 끊임  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해나간다.

그런 강호와 베어스의 바뀐 투수 윤형준의 대결은 단 하나의 공으로 판가름 나고 있었다.

따악!

호쾌한 타격음이 타석을 가득 채우자 자이언츠의 모든 팬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윤형준의 초구 커브 볼에 반응한 강호의 타구가 높은 호선을 그리며 좌측 담장을 향해 뻗어져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와아아!!"

"넘어가라! 넘어가!"

홈팬들은 강호의 타구가 사직구장의 높은 담벼락을 넘어가 주기를 바라며 목 놓아 소리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팬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터엉!

사직구장의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타구가 어느새 그라운드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모든 홈팬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인다.

"주자 홈으로!"

팬들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1루 주자 문표는 이미 2루 베이스를 돌아 3루를 향한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중견수 민정현의 송구가 이어지는 동안 이미 문표의 발걸음은 3루 베이스를 지나 있었고, 박빙의 홈 승부가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베어스의 유격수인 김재오는 조금 더 이성적인 결정을 하고 나선다.

터업!

홈을 향해 날아들던 중견수 민정현의 송구가 유격수의 글러브에 빨려든다.

유격수 김재오는 문표와의 홈 승부가 이미 늦었다 보고 2루 베이스를 밟은 강호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그 모습에 베이스를 돌던 강호는 재빨리 방향을 틀어 2루를 향해 몸을 날린다.

"세이프."

2루심이 다소 침착한 어조로 세이프를 판정하고 있었다.

유격수 김재오가 던진 송구가 박빙이라 하기에는 강호의 슬라이딩이 확실히 빨랐던 것이다.

그제야 홈 쇄도를 부르짖던 자이언츠 팬들이 환호하기 시작한다.

"우와아아!!"

"됐어! 백강호 잘 했다!"

자이언츠 홈 팬들의 환호가 그라운드를 가득 채운다.

팬들은 강호가 때려낸 1타점 2루타로 다시 한 점을 앞서가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슬라이딩 후 몸을 일으킨 강호는 팬들의 환호에도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넘어 갔어야 했는데.'

강호는 타구가 담장을 넘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쉬워하고 있었다.

비록 한 점을 추가해 6대 5 상황이 되긴 했지만, 투런 포를 때려내서 분위기를 단 번에 가져오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빙의 상황은 계속 이어지게 되는 거야.'

강호는 상황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면서도 금세 아쉬운 감정을 털어낸다.

이제는 2루 주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호는 대담하게도 바뀐 투수의 초구에 3루 도루를 감행하고 나선다.

파핫!

역동적인 스타트와 함께 강호의 발걸음이 3루를 향한다.

그 모습에 홈팬들의 함성이 커지는 동안 투수의 공을 받은 양희지 포수가 곧바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양희지 포수가 던진 공은 정확히 3루수의 글러브에 빨려들고 있었다.

3루수 허경빈은 공을 받는 것과 동시에 강호의 등을 태그한다.

타악.

글러브가 몸을 태그하는 소음이 귀를 때리는 동안 강호의 몸은 3루 베이스 위를 올라타 있었고, 자연스레 3루심과 눈을 마주하며 그가 내릴 결과를 기다린다.

"세이프!"

3루심의 판정에 또 한 번 사직구장이 들썩인다.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강호의 플레이는 모든 홈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강호가 비록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호쾌한 홈런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플레이가 그를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백강호, 최고다!"

팬들의 함성 속에 강호가 베이스를 딛고 일어서고, 그런 강호의 노력은 타석에 선 타자가 외야 뜬공을 때려내며 득점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5번 타자 스팅의 외야 플라이에 3루 베이스를 리터치한 강호의 발걸음은 어느새 홈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지켜 본 중계석에서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백강호 선수가 5회 말의 2득점 모두를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내며 팀을 7대 5, 두 점차로 앞서가게 합니다."

염 캐스터는 5회 말에 나온 자이언츠의 2득점이 모두 강호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주자 1루 상황에서 터져나온 적시 2루타와 2루 주자인 상황에서의 3루 도루, 그것을 통해 2득점 모두를 강호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그런 염 캐스터의 주장은 다음 타자인 강민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더욱 신빙성을 더해간다.

“쓰읍.”

삼진을 당한 민수가 혀를 차며 타석에서 물러나는 동안 다시 공수는 교대되고, 이제 상황은 6,7회를 지나 8회로 이어지고 있었다.

따악!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사직구장은 상반된 반응으로 분위기를 뒤바꾸고 있었다.

6, 7회에 한 점 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경기를 이어가던 양 팀 중 먼저 결정적 한 방을 때려낸 팀은 베어스였다.

베어스는 8회 초 시작부터 맹타를 뿜어내며 결국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려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5번 타자인 오재섭부터 시작된 8회 초 베어스의 공격은 5번 오재섭과 6번 양희지, 두 명의 타자가 모두 출루한 가운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허경빈의 홈런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우와아아!!"

원정석을 가득 채운 베어스 팬들의 함성이 9대 8, 오늘 경기의 역전 상황을 제대로 표현해주고 있었다.

쫓고 쫓기는 혈전 속에서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자이언츠의 집중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에 포진해 있던 자이언츠의 야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벤치에서 보게 된 강호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8회 말에 있을 내 타석 때 베어스 배터리가 고의사구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어!'

강호는 8회 말에 있을 자신의 타석을 예감하며 이를 악물고 만다.

베어스가 시종일관 밀리던 경기를 8회 초 상황에서 역전해 내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이전 상황까지는 강호 자신을 고의사구로 거르지 않았지만, 역전에 성공한 마당에 또 다시 정면승부를 해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고의사구가 여의치 않다면, 고의사구에 가까운 볼넷으로 거르려 할 거야.'

강호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8회 말이 되기를 기다린다.

그런 강호의 기다림 속에 8회 초는 더 이상 실점 없이 지나가고, 8회 말에 들어서 선두 타자인 최훈이 출루에 성공한 가운데 1사 주자 2루 상황에서 강호의 타석이 돌아온다.

그리고 강호의 예감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우우우~~~"

"뭐하는 거야?! 다시 이렇게 가는 거야?!"

팬들의 야유 속에 강호에 대한 고의사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호는 자신을 멀리 지나 친 네 개의 공을 지켜본 후 1루를 향해 걸음을 옮겨야 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강호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아쉬워하며 1루 베이스를 밟고 선다.

그리고 상황은 예측한 것 중에 최악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주심의 삼진 판정에 사직구장이 얼어붙고 있었다.

자이언츠 덕아웃에서 나온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5번 타자 스팅이 삼진으로 아웃된 것이다.

손 감독은 강호가 걸러진 상황에서 히트 앤 런 작전을 지시했지만, 타자인 스팅이 엇박자를 내며 결국 상황은 2사 주자 1, 2루 상황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어진 결과는 허무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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