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308화 (308/335)

0308 / 0335 ----------------------------------------------

해결사

팬들의 환호 속에 강호가 타석에 들어선다.

사직구장은 지금 강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로 완전히 뒤덮인 상태였다.

팀이 4대 4로 비기고 있는 가운데 5회 말 무사 주자 1루의 타석이 4할 타율, 73홈런의 주인공에게 주어졌다.

모두가 원하던 만루 상황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했을 때 라이온즈 배터리가 강호를 거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강호의 이름을 부르짖는 팬들의 목소리는 한층 더 뜨거워진다.

"백강호, 날려라!"

"거르지 말고, 붙어라!!"

홈팬들은 라이온즈가 강호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설령 강호와의 승부를 피한다고 해도 무사 주자 1, 2루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음 타자인 5번 타자 황제인과 6번 타자 스팅의 최근 타격감을 고려한다면 강호가 볼넷으로 출루하는 것이 나쁜 결과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강호의 승부를 원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날려라!!"

"74홈런 가자!!"

자이언츠의 거의 모든 팬들이 한 목소리가 되어 외치고 있었다.

9월 27일 경기 이후 여섯 경기 째 소식이 없는 강호의 홈런포를 바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사직구장의 그라운드에 울려 퍼진다.

그 목소리에 라이온즈 야수들의 몸이 움찔 떨릴 정도였고, 타석에 선 강호 역시 팬들이 뿜어내는 열망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팬들이 기대하는 건 다른 게 아니야.'

강호는 내리고 있던 배트를 들어 올리며 생각을 다잡는다.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강호 본인의 생각과도 같았다.

시즌 동안 쌓아올린 명성에 걸 맞는 홈런을 때려내는 것.

배트를 짧게 쥔 채 컨택에 초점을 맞춘다면 주자를 3루 정도에 보내는 것은 지금의 강호로서는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긴 전, 팀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강호 본인의 각오도 있었다.

그런데 타석에 선 지금 팬들이 부르짖는 목소리를 전해 듣고 나니 그런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고 만다.

'홈런을 노린다!'

생각을 마친 강호는 배트를 쥔 손에 더욱 강한 악력을 가한다.

이러다 배트가 부러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호의 전완근이 팽창되어 있었다.

반면에 잔뜩 힘이 들어간 전완근과는 대조적으로 승모근 쪽의 어깨에는 힘을 풀었다.

그러면서 왼발의 각도를 바꿔 오픈 스탠스와 비슷한 타격폼으로 자세를 교정한다.

완벽한 오픈 스탠스는 아니었고, 몸 쪽과 바깥 쪽 코스 모두에 대처할 수 있는 시야각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중계석에서는 강호의 이런 타격폼 변화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지금은 백강호 타자의 타격폼이 평소와 다른 것 같지 않으십니까?"

강호의 시즌 기록을 나열하고 있던 한명진 캐스터의 말이었다.

그는 타석에 들어선 강호가 평소와는 다른 타격폼을 취하는 것을 보고 곁에 앉은 양 위원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보면 양현준 위원의 현역 시절 타격폼하고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한 캐스터의 질문에 양 위원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한 캐스터께서 말씀하신 대로 백강호 타자의 타격 폼이 평소와 많이 다르네요. 원래 백강호 선수의 타격 폼은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몸 각도도 가지런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왼발 각도를 벌려서 상체가 투수 정면을 향하게 하고 있죠? 제 현역 시절하고도 좀 비슷한 것 같고요."

"그렇다면 양 위원께서 확실한 설명을 해주실 수 있겠네요. 백강호 타자의 저런 타격폼 변화는 어떤 점을 고려한 변화라고 봐야 할까요?"

"아무래도 밸런스로 봐야합니다. 오픈 스탠스 자세는 컨택 능력이 강화되는 폼이긴 해도 배트 스피드가 떨어져서 장타력이 낮아지거든요? 그런데 지금 백강호 타자의 타격 폼으로는 배트 스피드가 많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아요. 백강호 선수가 시즌 중에 저런 폼으로 타격한 적도 간혹 있었는데 그 때도 홈런을 때린 기억이 있거든요. 아마도 지금의 타격 폼 변화는 바깥 쪽 코스에 대한 안배로 보입니다."

양 위원의 설명은 거기서 멈춘다.

지금 타석에서 강호의 타격폼 변화는 컨택 확률을 높이면서도 장타력을 많이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양 위원이 마이크에 대고 하지 않은 말이 있었다.

강호의 타격폼 변화를 보고 퍼뜩 드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까 잠시 망설이던 양 위원은 결국 입을 다물게 된다.

'지금 백강호는 밀어치는 홈런을 노리는 거야! 당겨서 넘기는 홈런이 아니라면 배트 스피드가 굳이 빠를 필요는 없는 거니까. 백강호 정도의 파워라면 밀어 넘기는 홈런도 충분할 거야.'

강호의 타격 폼 변화를 보고 느낀 양 위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오직 컨택만 고려했다면 완전한 오픈 스탠스 자세를 잡는 것이 옳았다.

강호가 절반의 오픈 스탠스를 택했다는 것은 결국 홈런에 대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 같았다.

'백강호는 다른 구장도 아니고 잠실에서 원 바운드 공을 때려서 홈런을 때려내는 타자야. 파워가 부족할 이유는 전혀 없어!'

그것이 양 위원의 최종적인 생각이었다.

양 위원은 몇 주 전 강호의 잠실 경기 홈런을 기억하고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구장에서 투수가 던진 원 바운드 공을 받아쳐 홈런을 만들던 강호의 모습은 전율 그 자체였다.

그런 광경은 모든 슬러거들이 꿈에서나 바라는 판타지일 것이고, 현역시절 '양신'이라 불리던 양 위원조차 20년의 프로 생활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걸러야 돼. 백강호가 마음먹고 휘두르면 무조건 넘어간다!'

양 위원의 시선은 어느새 마운드 위의 투수에게로 이동해 있었다.

라이온즈의 마운드는 여전히 선발 투수인 플랑 투수가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플랑 투수는 1회 말에 대거 4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는 위기 상황에서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5회 말까지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강호와 또 한 번의 맞대결을 앞둔 된 플랑은 승부에 자신이 없었다.

'몸 쪽 패스트볼을 던지라고? 제 정신인 건가? 상대는 백강호라고!'

포수의 싸인을 확인한 플랑 투수는 투구에 앞서 잠시 3루 쪽 덕아웃을 바라봐야만 했다.

이치영 포수의 싸인이 벤치의 의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시선을 마주친 라이온즈의 코칭스태프에게서는 별다른 싸인이 없었고, 그 모습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 플랑이었다.

'거르지 말고 승부하겠다는 뜻이구나.'

플랑은 코칭스태프의 의지를 그렇게 받아들이면서 긴 호흡을 내쉰다.

강호와의 타석을 정면승부 할 생각을 하자 의외로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앞선 타석에서 강호는 승부를 회피하기 위해 던진 플랑의 공을 담장 근처까지 날려 보내는 파워를 선보였었다.

그 전 타석은 기습적인 번트로 내야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톨이켜 생각해 보면 오늘 경기에서 플랑 투수와 강호의 정면 승부 상황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나도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나 보구나. 백강호가 아무리 강타자라고는 하지만, 거를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니. 웃긴 일이야.'

플랑 투수는 강호를 거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에 피식 웃음 짓는다.

플랑은 프랑스계 미국인이었다.

미국 무대에서 마이너리거로 데뷔한 플랑은 강타자와의 정면 승부를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하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그래! 승부를 보자. 길지는 않았지만 나는 빅 리그의 마운드도 밟았던 베테랑 투수다. 백강호가 아무리 강타자라고는 하지만, 한국같이 작은 나라의 선수 중 한 명일뿐이야.'

플랑은 강호와의 승부에 앞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자기최면을 거는 것과는 다르게 그는 강호가 얼마나 대단한 타자인지를 잘 안다.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을 직접 상대해 본 플랑은 강호와의 승부에 일말의 방심도 하지 않고 있었다.

'최고의 공으로 붙는 거야!'

그렇게 스스로 각오를 다지며 와인드업 동작에 돌입한다.

1루에는 3번 타자인 전준오가 출루해 있었지만, 주자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준오가 도루를 해버린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는 생각이었다.

'1루 주자가 도루를 하면 굳이 백강호와 상대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니 주자가 도루 할 리가 없어. 백강호와의 승부에만 집중하자!'

파핫!

역동적인 와인드업 동작 후 플랑의 각오가 담긴 초구가 그의 손끝에서 떠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력투구라 할 수 있는 과격한 와인드업이었다.

플랑이 던진 패스트 볼은 순식간에 포수 미트 속으로 파고 든다.

퍼엉!

과격한 소음과 함께 초구 승부가 끝나 있었다.

강호는 배트를 내지 않았고, 공은 포수 이치영이 요구한 코스에 정확히 파고들어 있었다.

강호와 플랑, 두 사람의 정면승부에 잔뜩 집중하고 있던 팬들의 시선은 이제 주심의 입을 향해 이동한다.

"볼, 레프트."

주심의 판정은 볼이었다.

볼 판정 이후 '레프트(left)'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볼이 스트라이크 존 좌측으로 빠졌다는 표현이었다.

이치영 포수가 특유의 플레이밍 동작으로 주심의 눈을 속려보려 했지만, 공이 볼이 되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지, 저건 볼이지!"

"초구 구속이 얼마야? 155km? 아무리 메이저 물 먹고 온 외국인 투수라도 좌완 투수가 155km를 던진 거야?"

"초구 승부부터 아주 화끈하네!"

자이언츠 팬들은 참고 있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며 초구 승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밝힌다.

플랑 투수가 그저 하나의 공을 던졌을 뿐임에도 느껴지는 긴박감과 몰입도는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었다.

"그래! 볼카운트 유리하게 만들어서 큰 거 한 방 노리자!"

"백강호 파이팅!"

사직구장이 다시 응원의 목소리로 가득 차오른다.

자이언츠 팬들은 이제 강호의 홈런을 떠나 그가 오랜만에 맞이하게 된 정면 승부 기회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다.

그런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강호는 플랑의 2구째부터 세 개의 파울과 두 개의 볼을 더 골라내며, 어느새 풀 카운트 승부까지 이어가고 있었다.

"후우."

7구째 승부에 앞서 플랑 투수가 길게 날숨을 내쉰다.

타석에 선 강호는 여전히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그런 플랑을 응시한다.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

강호는 단 하나의 가능성을 염두 해두고 7구째 승부를 기다린다.

'슬라이더!'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슬라이더에 강점이 있는 플랑이 이번 승부에서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결정구를 고민하고 있던 이치영 포수가 일부러 슬라이더 사인을 내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플랑은 이번 타석 승부에서 여섯 개의 공을 던지며 오직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만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브가 아니면 결국 슬라이더야. 그 둘 중에 슬라이더를 노리고 간다!'

강호는 두 개의 가능성 중에서 슬라이더를 택하기로 한다.

양 쪽 다 대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자신은 홈런을 노리고 있다.

빠른 변화구 구종인 슬라이더와 느린 변화구 구종인 커브 모두를 노리고 대처한다면 정타를 때려낼 수 있을지언정 홈런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

게다가 코스 선택도 문제였다.

'바깥 쪽 슬라이더. 플랑은 이번 승부에서 몸 쪽 공을 네 개나 던졌어. 이번 공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백 도어 슬라이더가 될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판단을 내린 강호는 배트의 무게 중심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이동시킨다.

양현준 위원의 예측대로 밀어치는 타격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 사이 마운드 위의 플랑이 7구째 와인드업에 돌입하고 있었다.

파핫!

역동적인 동작과 함께 플랑의 손끝에서 공이 떠난다.

그 공은 강호의 반대 방향으로 완전히 빠져나갈 듯이 보이는 공이었다.

섣불리 판단한다면 승부를 피하는 공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호는 그 공을 확인한 후 직감적으로 슬라이더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 확신은 곧 역동적인 스윙 동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따악!!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강호가 배트를 놓아버린다.

73개의 홈런을 때려낼 때까지 타석에서는 별다른 세레모니를 하지 않았던 강호였지만, 이번 타석에서는 그런 과거를 잊기로 한다.

강호가 그라운드 한쪽으로 던진 배트가 핑그르르 회전하는 모습은 사직구장을 가로지르는 타구만큼이나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중계석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어~ 쳤습니다! 백강호가 걷어 올린 타구가 쭉쭉 뻗어갑니다. 우측 담장~~ 넘어갑니다!! 백강호가 결국 시즌 74호 홈런을 기록합니다! 2019년 10월 5일 오늘! 백강호가 세계 홈런 신기록을 수립해 냅니다!"

힘껏 소리치는 한명진 캐스터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플랑의 7구를 밀어 친 강호의 타구는 사직구장의 우측 담장을 넘는 홈런이었던 것이다.

강호가 1루 베이스를 도는 사이 어느새 사직구장은 하늘을 수놓는 폭죽들이 자리잡아간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 기대하는 불꽃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강호의 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의미는 충족시킬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

커다란 함성 소리가 사직동을 뒤덮는다.

사직구장은 마치 한류 스타의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목소리로 뒤덮여 버린다.

그 목소리 속에는 1루 관중석에 자리 잡은 지정만 사장의 목소리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우와아아~~ 넘어갔어!! 허 실장! 폭죽을 터뜨려라!"

"저기 사장님, 아직 낮이라서 효과가 없을 겁니다."

"상관없으니까 죄다 쏴버려!!"

지 사장은 기대하던 강호의 홈런포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모습이었다.

그런 지 사장과 팬들의 환호 속에 강호는 홈으로 돌아와 자이언츠의 2득점을 완성한다.

강호의 한 방으로 자이언츠가 다시 6대 4, 2점 차로 앞서게 된 것이다.

자이언츠 벤치의 반응 역시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백강호, 이 괴물 같은 놈! 결국 해내는구나!"

"74홈런이라니! 나는 시즌 홈런이 4개밖에 안 되는데, 이 부러운 놈!"

"다 해먹어라, 이 외계인 녀석!!"

선배 선수들은 덕아웃으로 돌아온 강호의 몸을 두들기며 환호하고 있었다.

세계 홈런 기록의 정점을 찍은 강호의 투런 포는 박빙의 경기에서 분위기를 자이언츠 쪽으로 다시 가져오게 만드는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오늘의 경기가 창단 이후 팀의 첫 정규 시즌 우승이 걸려 있는 중요한 일전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조금 전 강호의 홈런은 그 어떠한 홈런보다 큰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선수들은 상황을 해결하고 돌아온 강호의 귀환을 뜨겁게 환영하고 있었고, 감독석에 자리하고 있던 손 감독 역시 직접 걸음을 옮겨 강호의 귀환을 반긴다.

"해냈구나."

손 감독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에 담긴 뜨거운 열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강호는 손 감독이 내민 오른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리고 그 미소는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더욱 진한 미소로 모든 이들을 눈물짓게 만든다.

타악!

"아웃!"

어려운 수비 동작 끝에 타구를 포구한 강호의 공이 1루수에게로 향하고, 1루심은 곧바로 아웃을 선언하며 경기의 종료를 알린다.

오늘 경기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사직구장은 다시 한 번 팬들의 목소리로 뒤덮여 버린다.

"우와아아아!!!"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팬들의 환호 속에 자이언츠의 모든 선수들이 마운드를 향해 달려든다.

그 속에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 낸 강호 역시 포함되어 있었고, 강호는 여태껏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마운드에 모인 동료 선수들과 엉켜 든다.

"우승이다!!!"

힘껏 소리친 문표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라운드 위에는 구단이 준비한 꽃가루가 흩뿌려지고 있었고,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선수들이 들고 나온 샴페인이 유니폼을 흠뻑 적신다.

강호는 그 현장의 중심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맞이하는 영광의 순간을 목청껏 소리치고 있었다.

"우리가 이겼어!!"

강호의 목소리에 동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 팬들은 더 크게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모든 선수들과 모든 팬들이 오랫동안 염원하던 이 순간, 자이언츠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의 장면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