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304화 (304/335)

0304 / 0335 ----------------------------------------------

부탁받다

허 실장에게 당부의 말을 듣게 된 강호는 묘한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동안 강호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건넨 사람은 단지 허 실장만이 아니었다.

김해 숙소 근처의 주민들도, 사직동 집 주변의 이웃들도,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시민들, 택시 기사, 심지어 길을 가다 마주치는 행인들까지.

오늘 경기가 있기 전까지 수많은 부산 시민들이 강호에게 부탁의 말을 건넸었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마치 염원과도 같이 강호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있었다.

'부탁합니다, 백강호 선수.'

'경기 꼭 이겨주세요!'

'5년 만에 자이언츠 경기 다시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제발 우리 자이언츠 우승시켜 주세요!'

'백강호 선수 내일 경기에서도 시원한 홈런 한방만 부탁드립니다!'

수백, 수천이 넘는 팬들의 목소리.

전반기까지만 해도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오던 팬들은 최근 들어 강호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 오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며칠 전, 경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노인의 목소리는 평생토록 잊지 못할 기억으로 간직될 것 같았다.

얼굴 한 가득 주름이 가득 자리한 노인은 우연히 마주친 강호의 얼굴에 놀라면서도 강호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을 잊지 않았었다.

'백강호 선수, 수고가 많습니다. 고생 많이 하는 거 알아요. 그래도...몇 경기만 더 힘내주셨으면 합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노인은 양손으로 강호의 오른 손을 부여잡으며 부탁해 왔었다.

본인이 죽기 전에 자이언츠가 우승하는 모습을 꼭 한 번만 보여 달라고.

사실 올 시즌 들어 강호에게 당부의 말을 건넨 팬들이 자주하던 부탁이기도 했다.

본인들이 죽기 전까지 그토록 응원하던 자이언츠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부탁.

다른 팬들이 말해올 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었는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이 주름진 손을 내밀며 건네 오는 부탁을 듣고서야 그 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었다.

강호는 시민들이 건네 오던 당부의 말과 며칠 전 노인과의 기억을 가슴으로 갈무리한다.

'나는 감독이 아니야. 팀의 4번 타자라고 하지만, 일개 선수에 불과해. 게다가 타석에서 사용할 아이템도 더는 존재하지 않아.'

냉정하게 판단해 본다면 오늘의 승부에서 크게 기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시즌 득점권 상황에서 5할을 넘어서는 타율은 사실 일회용 타격 아이템을 사용한 결과였다.

4할이 넘는 타율도, 신기록들을 갱신하고 있는 타격 지표 모두 프리마켓의 혜택으로 얻은 결과일 뿐이었다.

실력보다는 행운이 더 강하게 작용한 운 좋은 시즌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듣고 나서도 잠자코 있다면 그건 4번 타자라고 할 수 없겠지.'

강호는 결론을 내리며 웃음 짓는다.

득점권 상황에서 사용할 아이템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프리마켓으로 얻은 행운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었다.

시즌 전만 해도 70kg도 되지 않았던 비루한 몸은 완벽한 슬러거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상태였다.

강호는 180도 달라져버린 신체와 온 몸 가득 차오르는 강렬한 힘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몸을 가지고도 타격 아이템에나 기대고 있을 수는 없는 거야!'

일회용 타격아이템은 이제 잊기로 한다.

그동안 강호는 프리마켓에 도움을 받았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가슴에 남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내기로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심이나 불신이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었다.

'오늘 경기, 무조건 이기게 만든다!'

이것이 허 실장과의 대화를 통해 강호가 내린 결론이었다.

팀 스포츠에서 선수 개인이 팀을 승리하게 만들기는 힘든 일이지만, 오늘 경기만큼은 어떠한 걸림돌이라도 뛰어넘을 생각이었다.

승리를 위해 강호는 허 실장과의 대화를 끝내고 자신의 배트를 집어 든다.

한편, 비슷한 시각.

여전히 손 감독과 지정만 사장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손 감독은 본인의 인사이동을 얘기하는 지 사장의 말에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언제입니까? 아니, 왜 입니까?"

손 감독으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현 감독이 물러나고, 김민철 대행 체제에서 이어진 손 감독 체제의 팀은 결국 역대 그 어떤 사령탑도 이루지 못한 정규 시즌 우승이라는 결과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 밑바탕에는 지정만 사장 이하 프런트가 물심양면 선수단을 지원해준 까닭고 있었다.

정규 시즌 종료를 고작 두 경기 앞둔 지금의 상황에서 돌이켜보니 지 사장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팀이 정규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할 수 없었다는 확신이 든다.

'우리가 우승을 차지한다고 해도 2위 팀 베어스와의 승차는 고작 반 경기나 한 경기 차로 우승을 하게 될 게야. 시즌동안 프런트의 지원을 힘에 업어 승리한 경기가 그것보다 많을 테니 우승에 대한 기여도는 프런트 역시 적지 않다. 그런데 왜?'

이해가 되질 않았다.

올 시즌 자이언츠는 코칭스태프나 선수단만 잘해서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지원해준 프런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시즌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정만 사장의 인사이동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짐작되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사내 정치인가?'

손 감독이 그렇게 추측하는 사이, 그 짐작을 증명이라도 하는듯한 지 사장의 대답이 이어진다.

"본사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작년에 본사 임원으로 승진한 몇몇 인원들이 이번 정치권 게이트에 연류 돼서 퇴출됐다고 하네요. 표면적으로는 정식 절차에 걸친 퇴직이겠지만, 본사의 꼬리 자르기에 희생된 셈이겠지요. 정치권 이슈에 혈통 있는 경영진이 다치지 않으려면 희생양은 필요하니까 말입니다."

지 사장은 자세한 이야기를 생략하고 간략하게 본사의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작년 임원 인사 경쟁을 떠올리며 살짝 미소 지어 보인다.

"아마도 내가 자이언츠 사장으로 임명되지 않고 본사 임원으로 갔더라면 이번에 퇴출된 사람은 내가 됐을 겁니다. 본사 임원 인사에서 밀려난 게 오히려 행운으로 작용하게 된 거예요. 하하."

지 사장은 그렇게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 행동에 손 감독 역시 따라 일어섰고, 지 사장은 그런 손 감독에게 다른 주제의 말을 꺼낸다.

"선수들이 훈련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까?"

지 사장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손 감독이 되묻는다.

"선수들의 훈련을 참관하시겠습니까? 날씨가 많이 풀려서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아니요. 참관이라뇨? 그냥 관중석 한 구석에서 봤으면 합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되겠지요."

지 사장의 대답이 있은 후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연결된 통로가 아닌, 팬들이 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통로로 이동한다.

텅빈 관중석에 들어서니 부지런한 기자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채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지 사장과 손 감독은 그런 기자들의 눈을 피해 관중석의 최상단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그라운드에서 훈련에 전념하는 모든 선수들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배팅을 시작한 팀의 4번 타자 강호였다.

딱! 딱! 따악!

아직 관중이 들어차지 않은 관중석에는 강호가 만들어내는 호쾌한 타격음이 연이어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차오르는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은 가벼워짐을 느낀다.

"참 듣기 좋은 소리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강호가 만들어내고 있는 타격음에 지 사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손 감독은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 지 사장과 함께 그라운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배팅 볼을 때려내고 있는 강호의 타구는 거의 대부분이 사직구장의 높은 담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오늘 경기에서 강호의 자리를 고민하던 손 감독의 마음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역시 4번 자리는.'

강호를 오늘 경기의 라인업에서 제외할까라는 생각도 가졌었다.

그런데 강호의 호쾌한 타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그런 얄팍한 라인업 구성으로 상대 팀을 흔들 계획은 배제하게 된다.

'김 수석을 보는 대로 오늘 경기의 4번 자리는 강호 이름을 넣으라고 해야겠어.'

손 감독은 오전 내내 고민하던 강호의 자리를 다시 팀의 4번 타자 자리에 올려놓으며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어젯밤부터 고민한 자신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때 곁에 있던 지 사장이 사무실에서 끝내지 못한 대화를 다시 이어나간다.

"본사 임원들이 대거 퇴출되면서 공석이 많이 생긴 모양입니다. 본사에서 전무이사 자리를 제안했어요. 계륵 같은 이사 자리가 아니라 본사 전략기획 팀과 일본 쪽 업무를 모두 맡기다는 군요."

지 사장의 말에 손 감독은 다시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뼛속까지 야구인인 손성조 감독은 본사의 경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전략기획 팀이라는 부서가 본사에서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본사의 실세가 될 수 있는 기회로구나.'

손 감독은 그렇게 예측하고 있었다.

이번 인사이동으로 지 사장의 직급은 사장에서 전무로 낮아지게 되는 것이지만, 회사 내의 영향력으로 판단한다면 승진 인사로 보는 것이 옳았다.

그룹 임원 차원으로 본다면 자이언츠 구단 사장 자리는 권력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으로 봐야했다.

그런데 본사 전무이사라는 직책과 전략기획팀을 모두 맡게 된다면 또 다시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손 감독은 지 사장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 시기가 궁금해 진다.

"언제 가시는 겝니까?"

"내년 본사 주주총회에 이사 선출 문제가 정식 발의된다고 합니다. 그 때 이후이지 않겠습니까?"

지 사장의 대답에 손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지 사장의 말대로라면 내년 시즌은 지정만 사장이 아닌 새로 임명되는 사장과 함께 해야만 한다.

오랜 시간 자이언츠의 2군 감독으로 있었던 손 감독은 새로운 사장이 임명되는 것은 선수단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프런트들을 봐왔고, 그들로 인해 수많은 일들을 겪은 손 감독이었다.

지정만 사장처럼 선수단에 도움이 되는 사장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바뀐 사장이 현장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을 한다면 또 다시 선수단의 분위기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제 겨우 팀이 자리를 잡았는데, 내년부터 또 다시 투쟁이 시작되겠구나.'

손 감독은 구단 경영진의 교체로 발생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한숨짓는다.

구단 사장이 교체되면 자연스레 실무진의 교체도 뒤따르게 된다.

올 시즌 최고의 성과를 보여준 실무진이 다시 교체된다면 내년 시즌은 타 팀과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프런트와의 싸움도 각오해야만 했다.

최악의 프런트는 현장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투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이언츠의 과거가 바로 그런 투쟁의 연속이었다.

'내년 시즌 우승은 힘들 수도 있겠어. 그러니 오늘 경기를 반드시 승리해서 이번 시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해야만 해!'

손 감독의 생각은 결국 오늘 경기의 필승 각오로 귀결되고 있었다.

내년 시즌 프런트가 교체되면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올해와 같은 호성적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통합 우승은 물론, 스카우터 팀과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포스트 시즌 진출마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 우승에 가장 가까워진 이번 시즌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그런데 그 때 지 사장의 이어진 말이 손 감독의 각오를 뒤흔든다.

"거절했습니다."

"거절이요?"

지 사장의 말에 손 감독은 되묻고 만다.

순간 지 사장이 말하는 거절이 무엇에 대한 거절인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지 사장은 그런 손 감독을 향해 빙긋이 웃어 보이며 말을 잇고 있었다.

"본사의 제안은 거절했습니다. 그러니까 구단의 사장이 교체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내가 구단에서 나가기를 바랐다면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하하."

지 사장은 싱거운 농담으로 자신의 말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손 감독은 그런 농담에도 웃지 않았다.

본사의 제의를 거절한 지 사장의 말이 진심이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왜입니까?"

"다시 본사의 사내 정치판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물론 본사의 제안에 구미가 당긴 것은 사실이에요. 본사에서 내게 이익이 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약속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말입니다."

지 사장은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자신의 진심을 얘기하고 있었다.

"내 나이도 이제 예순이 넘었어요. 손 감독이나 나나 칠십을 앞두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요.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이 추잡한 욕심을 부리다가는 말로가 좋지 않은 법입니다. 나는 더 이상의 출세보다는 웃으면서 은퇴할 수 있는 자리를 원합니다. 그래서 구단에 남기로 했습니다."

뜻밖의 말이었다.

손 감독이 봐 온 지 사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만에 하나의 경우 본사에서의 제안이 온다면 구단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예측과는 달랐다.

"내년이 되면 구단에서 할 일이 많을 겁니다. 우리 팀이 올 시즌에 통합 우승을 한다면, 더 이상 자이언츠를 중하위권으로 분류하는 전문가들이 없지 않겠습니까? 자이언츠의 야구에 등을 돌렸던 팬들도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고, 자이언츠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들은 우리를 응원하게 될 겁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요."

지 사장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말하는 것들이 현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된다.

손 감독은 문득 지 사장이 말하는 자이언츠의 비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게 된다.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 같은 프로들은 결국 팬들의 인정을 받아야지만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 거야. 개인의 영광도, 팀의 영예도, 팬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니까.'

손 감독은 문득 야구가 아닌 다른 장르의 스포츠들을 떠올려 본다.

다른 분야에서도 피땀 흘려 노력하는 수많은 프로 선수들이 있었지만, 대중화되지 않은 스포츠는 그 영광이나 영예도 크게 인정받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팬이라는 존재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고, 모든 프로 스포츠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 사장이 지금 말하고 있는 비전은 결국 팬들의 바람과도 닿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이겨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했던 일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고, 손 감독이 2군 시절부터 했던 노력도 가치를 입증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사무실에서부터 이어진 지 사장의 말은 그렇게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지 사장은 본사의 제안을 거절하면서까지 구단의 사장으로 남기로 하며 손 감독을 향한 부탁의 말을 건네 온다.

"오늘 경기, 이겨주십시오."

지 사장의 말은 그렇게 손 감독을 향한 부탁의 말로 끝맺음 짓고 있었다.

그의 태도는 구단 사장이 팀의 감독에게 하는 지시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부탁이었다.

각자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며 커리어를 쌓아온 초로의 두 사람, 그렇게 마지막 일전을 앞둔 시점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확신과도 같은 약속을 나누고 있었다.

"이길 겁니다."

손 감독이 꺼낸 짧은 다섯 글자의 말, 그 짧은 대답을 통해 두 사람의 길었던 대화가 끝이 나고 있었다.

본사의 제안을 거절한 지 사장 뿐만 아니라 손 감독 역시 자이언츠의 감독 자리를 자신의 마지막 자리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손 감독의 짧은 대답에서 그것을 느낀 지 사장은 아무 말 없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 자이언츠의 우승이 걸린 마지막 일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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