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301화 (301/335)

0301 / 0335 ----------------------------------------------

마지막 일전을 준비하다

일요일, 와이번스와의 단판전이 끝이 나고 자이언츠는 곧바로 다음 일정을 위해 움직인다.

다음 일정은 화요일이 아닌 월요일부터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경기를 더블헤더로 진행하지 않기 위해 야구를 쉬는 휴식일인 월요일에도 경기 일정이 잡혀버리게 된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고단한 일일 수도 있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일도 없었다.

"월요일에도 경기를 하는 거야? 앗싸!"

"이번 경기는 사직 홈경기잖아. 내가 미리 표도 예매해 놨지! 같이 보러 가자!"

"콜! 내가 맥주랑 치킨 사들고 갈게. 근데 이번 경기는 어디랑 하는 건데? 다이노스나 히어로즈, 와이번스, 이글스 전은 끝났으니까 나머지 팀 중에서 할 거 아냐?"

"이번 경기는 베어스 전이야. 베어스 2연전."

"대박이네! 그럼 무조건 보러가야지!"

자이언츠 팬들은 또다시 맞붙게 된 베어스 전에 흥분한다.

시즌 종료까지 일곱 경기를 앞둔 자이언츠가 베어스와 치러야 할 경기는 두 경기.

양 팀의 승차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월요일과 화요일로 이어지는 두 경기에서 정규 시즌 우승 팀의 향방이 가려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두 팀의 대결에 앞서 야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두를 흥분하게 만드는 주제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베어스에서 백강호를 상대하려고 할까? 이번에도 고의사구로 거르는 거 아냐?"

누군가가 던진 의문은 곧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군다.

먼저 반응한 것은 베어스 팬들이었다.

"백강호가 무슨 만능키인 줄 아나? 거르긴 왜 걸러? 승부 봐야지!"

"윗님 제정신이세요? 백강호는 무조건 걸러야죠. 백강호하고 승부 보다가는 우리 팀 투수들 기 다 빠집니다. 차라리 백강호 거르고 5번 타순의 황제인부터 승부하는 게 낫지."

"5번 타순에 황제인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어. 자이언츠는 백강호 앞, 뒤로 황제인, 최문표, 스팅, 강민수, 전준오, 채중석을 상황에 따라 배치할 수가 있잖아. 백강호에 집중하다가는 나머지 3할 타자들에게 불방망이 얻어맞고 와이번스 꼴 나는 거라고."

"맞는 말이야. 굳이 만루 상황 아니면 백강호는 거릅시다. 기사 읽어보니까 백강호 시즌 타율이 백인천 감독 기록도 벌써 뛰어넘었던데, 남은 경기 타석에서 백강호가 전부 삼진 당해도 타율이 4할 1푼 5리에요. 이런 타자를 뭐 하러 상대해? 무조건 걸러야지."

베어스 팬들의 의견은 뜨거웠다.

강호와 승부를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승부처가 아니라면 강호를 거르는 게 낫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그런 베어스 팬들에 반박하는 자이언츠 팬들의 의견 또한 만만치 않게 뜨거웠다.

"거르지 말고 붙어라! 이 치사한 놈들아. 그렇게 비겁하게 승부해서 우승할 수 있겠어?"

"베어스에서 우리 백강호 선수를 거르면, 우리도 베어스 4번 타자 걸러야 하는 거 아냐? 저쪽에서 백강호를 거르면, 우리는 김재성을 거릅시다."

"그게 무슨 유치한 소리에요? 프로 야구 경기가 무슨 유치원생들 학예회인 줄 아시나? 그렇게 경기해서 우승하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갑시다!"

"그래! 그냥 거르지 말고 붙자! 백강호 파이팅! 홈런 하나 더 쳐서 세계 신기록 갱신합시다!"

자이언츠 팬들은 베어스 배터리가 강호와의 타석 승부를 피하지 않기를 바랐다.

백강호라는 타자에 대한 믿음은 이미 자이언츠 팬들에게 신앙과도 같은 확신이었다.

그래서인지 고의사구를 바라는 자이언츠 팬들은 전무하다시피 했고, 토론의 주제는 이제 다른 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시즌 타율이 최소 4할 1푼 5리를 보장받은 강호의 기록에 대해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저나 백강호 선수가 남은 경기에서 죄다 삼진 먹어도 타율이 4할 1푼 5리랍니다. 지금부터 시즌 끝날 때까지 출장을 안하면 4할 4푼 6리로 시즌이 끝나는 거고요. 타율뿐만 아니라 출루율, 장타율, OPS,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도루까지 죄다 국내 신기록을 달성했어요."

"역시 대타자 백강호! 볼넷 기록만 남았네요. 백강호 선수가 볼넷 열개만 더 얻으면 호세의 최다 볼넷 기록도 깨는 겁니다!"

"허헐, 대타자 클래스가 후덜덜하네요. 그럼 타자로써 모든 기록을 죄다 갱신하는 거잖아? 데뷔 시즌에 이런 게 진짜 가능하구나!"

자이언츠 팬들은 강호의 시즌 기록을 거론하며 또 한 번 놀라고 있었다.

한국야구 기록사에서 타자들이 단일 시즌에 기록했던 모든 기록을 깨버리고 있는 강호의 위업 앞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남은 최다 볼넷 기록도 자이언츠에게 남아있는 일곱 경기를 모두 출전한다고 봤을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었다.

"백강호가 한 시즌 만에 한국 야구 역사를 완전히 갈아 엎어버리는구나. 진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자이언츠 팬뿐만 아니라 다수의 야구팬들은 강호의 올 시즌 기록에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강호를 하루 빨리 메이저리그로 보내야한다는 의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백강호가 국내에 있는 건 양민학살밖에 안 돼! 하루라도 빨리 메이저리그로 보내야 해."

"하지만 어떻게? 국내 FA 룰로는 앞으로 6년을 더 뛰어야 한다고."

"이웃나라 일본은 프로 데뷔 1년만 지나도 포스팅 자격이 주어진다는데? 우리는 왜 7년인 거야?

"아니, 우리나라 프로야구 FA룰은 무슨 노예제도야? 이거 손 좀 봐야하는 거 아냐?"

"옳소!! KBO 사무국은 포스팅 제도를 손 봐라!"

"그래! KBO 사무국아! 일해라, 일!

어느새 팬들의 의견은 포스팅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그런 이야기를 거론하기에는 강호의 프로 연차가 고작 1년차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었기 때문에 포스팅에 대해 거론하던 여론은 금세 사그라진다.

대신 주제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근데 올해 우승은 누가하는 거야? 시즌도 거의 막바지인데 아직 우승팀도 안정해지고. 자이언츠 매직넘버가 지금 몇이죠?"

"5입니다. 이번 베어스 전 끝나면 다시 정리될 거예요."

"올 시즌 우승 경쟁은 진짜 박빙이네요. 이번 시리즈에서 밀리면 우승 물 건너가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겨야죠."

매직 넘버로 이동한 팬들의 관심은 코앞으로 다가온 양 팀 간의 마지막 대결로 이동한다.

그런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9월의 마지막 경기인 30일 월요일의 경기가 시작되었고, 베어스 코칭스태프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준비한 채로 경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전술 중 하나는 구형태 감독의 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 팀 4번 타자인 백강호는 거릅니다."

구 감독의 말로 이번 시리즈에서 강호의 역할은 한정되고 만다.

아직 우승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한 구 감독은 강호와의 승부를 철저히 피하고, 나머지 타자들과의 승부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강호와의 승부를 완전히 배제하자 투수 운용 방법이 수월해졌고, 나머지 전략들도 먹혀들어 30일의 경기는 베어스의 승리로 끝이 난다.

이날의 경기에서 강호는 다섯 타석에 올라 다섯 타석 모두 걸러지는 묘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당연히 사직구장을 찾은 홈팬들의 야유는 거칠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어스의 선택은 유효했고 6대 3 승리라는 결과표를 받아들 수 있었다.

여기에 고무된 베어스 코칭스태프는 다음 경기인 10월 1일 경기에서도 강호와의 승부를 회피하기에 이른다.

"우우우~!!!"

"거르지 말고 붙어라, 쫌!!"

"야구 좀 보자! 이게 뭐하는 거야?"

자이언츠 팬들의 야유가 연이틀 쏟아지고 있었다.

강호와의 승부를 회피하는 베어스의 전략으로 8연승까지 이어지던 연승 기록이 깨어지고 말았다.

오늘 경기에서도 패하게 되면 자칫 손 안에 들어온 정규 시즌 우승이라는 영예가 날아가 버릴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야유라는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홈팬들의 야유 속에 강호가 별 수 없다는 듯이 1루를 향해 걸음을 뗀다.

주심의 볼넷 판정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베이스 온 볼. 타자 1루로."

주심의 목소리에 강호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제에 이어서 일곱 번째 고의사구네. 구형태 감독님이 작정을 하신 모양이야.'

강호는 1루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문뜩 원정팀 덕아웃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단호한 자세로 팔짱을 낀 채 한 일자로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구형태 감독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강호는 짙은 색 고글에 가려진 구 감독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

'구 감독님은 전형적인 전략가 타입의 지도자야. 어제 경기를 베어스가 가져간 건 치밀한 전략과 전술이 성공한 결과였어.'

강호는 1루 베이스를 향해 이동하며 베어스 2군 시절 직접 경험한 구형태 감독의 스타일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어제의 경기는 자신이 알고 있는 구형태 감독의 최고 장점들만 집약된 경기 내용이었다.

손 감독 또한 뛰어난 명장이지만, 칼을 갈고 나온 구 감독의 승부수를 막아내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강호는 걱정하지 않았다.

'손 감독님은 두 번 당하실 분이 아니니까. 한국 시리즈까지 생각했을 때 어제의 패배는 1패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경기였어.'

강호는 1루 베이스를 밟으며 생각을 마친다.

오늘 경기는 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의지가 있었기에 1루를 밟은 강호는 곧장 리드 폭을 크게 벌리며 투수의 신경을 교란시키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런 강호의 모습을 덕아웃에 확인한 손 감독은 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지시를 내린다.

"대타를 내게."

"문표로 갑니까?"

"그래. 문표를 대타로 내고, 작전을 걸어. 오늘 경기는 이겨야하지 않겠나?"

손 감독의 지시에 자이언츠 덕아웃이 바빠진다.

7회 말, 5번 타자 황제인의 타석에서 문표가 대타로 선택된다.

강호가 1군에 올라오기 전에는 팀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황제인을 대신한 대타 카드가 문표라는 사실에 일부 팬들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3구째 승부 끝에 터져 나온 문표의 적시타에 사직구장은 곧 환호성으로 물든다.

"달려, 달려! 홈으로!"

"백강호, 홈으로!!"

홈팬들의 함성 속에 강호는 3루 베이스를 지나 홈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미 2루 주자인 전준오가 홈을 파고든 상황이라 자신까지 홈을 밟으면 1점 차로 뒤지고 있던 팀의 역전 득점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강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까지 끌어올리며 홈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든다.

'육상 트랙에서는 10초 26이 나오는 게 내 주력이야. 스킬 효과까지 더해진 지금 아웃될 수는 없지!'

강호는 홈으로 파고들며 확신을 가진다.

+7이라는 스킬 효과가 더해지지 않을 때도 100미터에 10초 26이라는 주력을 가진 자신이다.

'살아있는 전설'스킬이 더해진 지금은 그보다 더한 스퍼트도 가능했고, 좌익수의 송구가 빨랐다지만 홈에서 세이프 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홈으로 파고드는 강호의 슬라이딩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파하핫!

수 미터를 날아든 강호의 슬라이딩이 홈 베이스를 스치고, 거의 동시에 포수 양희지의 미트가 강호의 손목을 태그 한다.

홈 승부의 결과는 주심의 선언에 달려있는 것이다.

"세이프!!"

주심의 판정이 떨어지자 사직구장은 함성으로 뒤덮인다.

베어스 덕아웃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은 뒤집어지지 않는다.

강호의 득점이 역전 득점으로 기록되며 이제 양 팀 점수 차는 5대 4, 자이언츠의 1점차 리드로 뒤바뀌게 된 것이다.

"잘했어, 강호!"

덕아웃으로 돌아온 강호에게 손 감독의 칭찬이 뒤따른다.

비록 오늘 경기에서 세 번의 타석 모두 고의사구로 걸러진 강호이지만, 승부를 회피하는 베어스에게 빠른 발로 치명타를 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네!"

강호는 오른손을 내밀어오는 손 감독과 손뼉을 마주치며 쾌활하게 대답했다.

결국 이날의 경기는 강호의 역전 득점으로 만들어진 1점차 리드를 끝까지 지킨 자이언츠의 7대 6 승리로 끝이 나게 된다.

베어스는 강호의 마지막 타석까지 고의사구 작전을 내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지만, 결국 그런 선택으로 인해 강호에게 추가득점을 내주는 실책으로 결론짓고 만다.

정규 시즌 우승을 놓고 경쟁 중인 자이언츠와 베어스, 양 팀 간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은 1승 1패를 주고받으며 끝이 난 것이다.

이로써 자이언츠의 매직넘버는 3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다음 날 경기인 10월 2일 수요일, 위즈와의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뜻밖의 패배를 당함으로써 아직은 자이언츠가 우승을 단정 짓기에는 이른 상황이 되어버린다.

꼴찌 팀 위즈가 제대로 고춧가루를 퍼부어 버린 것이다.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한숨으로 뒤바뀔 무렵.

다음 날 경기인 목요일 트윈스 경기를 승리하고, 금요일 타이거즈 전마저 이기면서 이제 자이언츠의 매직 넘버는 1이라는 숫자로 줄어들고 있었다.

강호는 이때까지 상대 팀 배터리의 철저한 회피 작전에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며 여전히 홈런 숫자는 73에 멈춰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 자이언츠의 시즌 종료를 겨우 두 경기 남은 상황에서 라이온즈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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