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90화 (29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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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하고 싶은 타자

    "김 수석, 자네는 정규 시즌 남은 경기에서 중위권 팀들이 강호를 어떤 방식으로 상대할 것 같나?"

    손 감독은 그렇게 묻고 있었다.

    김 수석은 손 감독의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본다.

    '중위권 팀이라고? 감독님이 굳이 중위권 팀이라 한정 지은 이유는 분명한 거야. 포스트 시즌 경쟁에서 낙오된 하위권 팀들과 중위권 팀들의 대처가 다를 거라는 생각이시겠지.'

    김 수석은 우선적으로 손 감독이 조건으로 설정한 '중위권 팀'이라는 전제를 떠올려 본다.

    만약 김 수석 본인이 가을 야구 출전이 좌절된 하위권의 감독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굳이 강호와의 승부를 피할 이유가 없겠지. 어차피 강호에게 홈런을 얻어맞든 말든 가을 야구 탈락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만약 내가 중위권 팀의 감독이라면 강호의 타석에서 정면 승부를 해야 할까?'

    스스로의 자문에 김 수석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거르는 게 상책이야! 강호가 우리 팀 선수일 때는 최고의 4번 타자이지만, 다른 팀 선수라고 생각하면 최악의 상대가 될 테니까. 남은 경기의 승패에 따라서 포스트 시즌 일정이 달라지는 중위권 팀이라면 강호와의 승부는 가급적 피하려 할 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김 수석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손 감독의 의견이 이해되었다.

    그래서 손 감독의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내어놓을 수 있었다.

    "거르겠지요. 강호는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인데도 나쁜 구질에 대한 인플레이 타구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괴물이니까요. 좋은 공을 주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고의사구를 내야할 겁니다. 잠실구장에서 원바운드 공을 홈런으로 만들어내는 녀석이지 않습니까?"

    김 수석의 대답에 만족한 것인지 손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꾸한다.

    "그래. 하위권 팀 중에서 포스트 시즌 희망이 사라진 라이온즈나 위즈는 강호를 상대할 수도 있지만, 아직 포스트 시즌 진출의 끈을 놓지 않은 와이번스나 트윈스는 승부처에서 강호를 무조건적으로 거르려고 할 거야. 그건 포스트 시즌이 확정된 상위 팀들도 마찬가지고. 아직 순위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 않나?"

    손 감독은 꽤나 긴 설명으로 강호의 80홈런 달성이 왜 불가능한지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김 수석 역시 남은 열 한 경기의 일정을 머릿속으로 헤아려보더니 이내 고개를 내젓는 모습이었다.

    "지금 순위가 거의 확정적인 3위 팀 다이노스나 하위권의 라이온즈, 위즈를 제외한 나머지 팀과의 잔여 경기에서 강호는 철저하게 무시당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남은 열 한 경기 중에서 적어도 절반 이상에서 강호는 제대로 된 타석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게야. 그러니까 강호에게 남은 경기는 열 한 경기가 아니라 다섯 경기 정도로 보는 게 옳겠지."

    김 수석과의 대화를 통해 손 감독은 강호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남은 경기에서 집중 견제를 받게 될 강호에 대한 활용 방법을 구상해 나가고 있었다.

    '강호에 대한 집중 견제가 예상되는 경기에서 강호 녀석을 굳이 4번 타자로 둬서 플레이의 흐름을 끊을 필요는 없겠지.'

    손 감독은 강호의 타순을 전진 배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었다.

    상대 팀에서 4번 타자인 강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낼 생각이라면 강호를 1번 자리에 둬서 고의사구를 예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중심 타선을 완전히 이동시켜 버리는 거야. 강호를 1번에 두고, 7, 8, 9번 자리에 출루율이 좋고, 주력이 빠른 녀석들을 배치해서 1번 타순을 실질적인 4번 자리로 만들어 버리는 거지. 착시 효과라고 할까?'

    손 감독의 지금 생각은 상당히 극단적인 아이디어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올 시즌 자이언츠에서는 불가능한 구상도 아니었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타자들 중에서 총 열 명의 타자가 3할 대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자이언츠에서는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구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시도를 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4번 타자 백강호'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사라져 버려.'

    이런 생각이 '리드오프 백강호'라는 구상을 방해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나이에 비해 혁신적이고 젊은 감각을 가진 손성조 감독이지만, 4번 타자라는 상징성에 대해서는 클래식한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강호의 전진 배치에 대해 크게 마음이 동하지는 않는다.

    그 때 곁에 앉은 김 수석이 '혹시'라는 전제를 들어 말을 붙여온다.

    "혹시 말입니다. 강호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뭐가 말인가?"

    "80홈런 말입니다. 80홈런까지 남은 개수가 아홉 개니까 정면 승부가 가능한 다섯 경기에서 모자란 아홉 개의 홈런을 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묘한 웃음을 지으며 물어오는 김 수석의 말에 손 감독 역시 너털웃음을 짓게 된다.

    강호가 아무리 대단한 타자라지만, 다섯 경기에서 아홉 개의 홈런이라니.

    강호에 대한 김 수석의 기대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곱씹어 생각해보니 완전히 불가능한 기대는 아니라는 판단도 들고 있었다.

    '강호 녀석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지.'

    손 감독은 결국 '불가능'이라는 전제를 '가능성 있음'이라고 수정하고 있었다.

    강호를 2군 시절부터 보았던 손 감독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강호에게는 항상 많은 기대를 걸고는 했었다.

    그런데 그 때마다 강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내며 자신에게 최고의 결과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4할 대 타율에 70홈런이라는 강호의 시즌 기록은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것을 훨씬 더 상회하는 것이기도 하지. 내가 시즌 초에 강호에게 기대했던 기록은 3할 대 타율에 30홈런을 치는 유격수 정도였으니까.'

    그것이 시즌 초, 손성조 감독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3할 대에 30홈런을 치는 유격수.

    자이언츠의 세대교체를 이루기 위한 신인 선수의 성적으로는 꽤나 버거운 기대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강호는 그런 기대를 훨씬 넘어섰고, 이제는 자신이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중이다.

    '강호는 그런 녀석이니까. 믿음을 주면 항상 그 이상을 보답해주는 착실한 녀석. 나는 어쩌면 2군 시절의 강호를 잘못 판단한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이제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백강호라는 선수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발굴한 선수이기는 해도 예상한 성적을 훨씬 웃도는 강호의 지금 성적은 손 감독으로서도 미처 내다보지 못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1번 타자 백강호'라는 구상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게 된다.

    '강호에게 1번 타자 자리는 어울리지 않아. 강호의 자리는 항상 4번이어야만 해!'

    손 감독은 그렇게 강호의 타순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강호의 남다른 주력을 고려한다면 남은 경기에서 리드오프 역할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그런 결정으로 '4번 타자 백강호'라는 상징성에 흠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녀석은 내 4번 타자니까.'

    그것이 남들에게 밝히지 못한 손 감독의 욕심이자 고집이었다.

    강호는 손 감독에게 있어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의미를 주는 특별한 선수, 그 이상이었다.

    야구 현장에서 50년 가까이 살아온 손 감독에게는 그만의 완성된 야구 철학이 존재했고, 올 시즌 자이언츠라는 팀을 통해 그 철학을 세상에 꺼내놓고 있었다.

    손 감독은 시즌 10위까지 떨어졌던 팀을 1위로 올려놓으며 자신의 야구 철학이 옳았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강호 녀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어. 어쩌면 나의 50년 야구 철학이 옳아서가 아니라 강호가 내 철학의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워줬기 때문은 아닐까?'

    그것이 강호를 바라보는 손 감독의 진심이었다.

    50년이라는 세월동안 쌓아왔음에도 여전히 부족해 보였던 마지막 하나의 카드를 완성시켜준 선수.

    마치 오랜 세월을 갈구했던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것이 백강호라는 선수였고, 그를 온전히 믿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 번 지켜보기로 하지."

    손 감독은 오랜 생각 끝에 김 수석의 질문에 대한 대답의 말을 꺼낸다.

    그런 손 감독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끝이 나고, 원정 버스는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려 어느새 사직구장의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강호는 그 때까지 선배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다 뒤늦게 원정 버스에서 내려선다.

    그리고 뒤늦게 버스에서 내린 강호를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던 열성 팬들이 뜨거운 함성으로 반겨주고 있었다.

    "백강호 선수 70홈런 축하드립니다!"

    "사이클링 홈런도요! 와아~ 잠실에서 사이클링홈런을 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역시 우리 백강호 선수가 최곱니다!"

    "백강호 선수! 같이 셀카 한 번만 찍어주세요!"

    뜨거운 목소리와 함께 다수의 팬들이 강호를 향해 다가선다.

    TV중계를 통해 오늘 있었던 경기를 각자의 자택에서 모두 지켜보았던 열성 팬들은 강호의 70홈런 달성과 잠실구장에서의 사이클링 홈런이라는 위업에 전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율을 더욱 생생하게 느껴보기 위해 몇 시간 전부터 사직구장의 주차장에 나와 있었던 팬들이었다.

    "좋~겠다, 강호는. 인기 없는 우리 선배들은 먼저 퇴근해 보련다."

    "강호야, 수고해~"

    선배 선수들은 열성팬들 사이에 둘러쌓인 강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각자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정규 시즌 1위에 오른 역사적인 날이라 회식을 할만도 하지만, 손 감독의 지시로 회식은 정규 시즌이 끝난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선수들은 지금의 기쁜 감정을 가족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빠르게 귀가를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열성팬들에게 둘러싸인 강호는 한동안 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후에야 사직동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 때 강호의 발걸음을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호야."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본다.

    강호의 그런 사소한 행동에도 주변의 여자 팬들이 '꺄악!'하는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강호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 모습에 강호의 이름을 부른 당사자가 괜히 뿌듯해하며 씨익 하고 웃어 보인다.

    "형! 언제 나왔어? 미리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조금 전에 전화 했었는데 네가 안 받아서 데리러 나왔지~ 휴대폰 무음으로 해놨나 보네?"

    형인 강수와의 대화를 통해 강호는 자신이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놨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보았다.

    활성화된 휴대폰 화면에는 형의 이름으로 된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소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강호는 왠지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같이 의미 있는 날, 형도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내가 형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강호는 본인의 실책을 깨달으며 형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워낙 중요한 경기라서 무음으로 해놨었는데 이걸 안 바꾸고 있었네."

    "그럴 수도 있지~ 팀의 4번 타자가 휴대폰에 신경 쓰고 그러면 되겠어? 경기에 집중하려면 그런 태도도 필요한 거지."

    강수는 미안해하는 동생에게 괜찮다 말하며, 강호가 들고 있던 백 팩을 넘겨받는다.

    그리고는 근처에 주차해 놓은 차에 강호의 백 팩을 실어 넣고는 운전대를 잡는다.

    강호 역시 그런 형의 곁에 앉으며 안전벨트를 맨다.

    그런데 시동을 건 차가 이동하는 방향은 사직동 집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형, 어디 가는 거야? 이쪽 아니잖아."

    "뭐? 왜 이쪽이 아니야? 이쪽 맞는데."

    "지금 집하고 반대 방향으로 온 거 아냐?"

    재차 물어오는 강호의 말에 강수는 진하게 웃어 보인다.

    "아니, 그럼 내 동생이 70홈런을 사이클링홈런으로 찍은 날에 집에 가서 밥을 먹잔 말이야? 당연히 외식해야지!"

    강수는 호탕한 모습으로 말하며 웃어 보인다.

    강호의 '70홈런'을 말할 때 형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보였고, 그런 형의 태도에 강호는 별 말 없이 형의 뜻에 따르기로 한다.

    그리고는 운전대를 잡은 형이 인도한대로 도착하게 된 외식 장소.

    그곳에는 이미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자리를 이룬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체 회식이라도 온 것인지 자리가 없어 보이는 모습을 유리문 밖에서 확인한 강호는 형의 팔을 붙든다.

    "형, 자리가 없네. 다른 데로 가자."

    자리가 없으니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강호의 제안에 강수는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왜 자리가 없어? 내가 이 식당 자리 오늘 다 예약해 놨는데."

    "뭐?"

    "저기 안에 있는 사람들 다 내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야. 일단 들어가자~"

    강수는 그렇게 대꾸하며 문 앞에서 망설이는 동생의 손을 잡아 이끈다.

    그렇게 문을 열고 회식 장소로 들어가게 된 두 사람.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실내의 모든 사람들이 '와아~'하는 탄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아~ 강수 씨! 진짜 백강호 선수가 친 동생이었어? 하나도 안 닮아서 안 믿었는데."

    "백강호 선수! 70홈런 축하드립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백 사장은 평범한 얼굴인데 동생은 어쩜 이렇게 잘 생겼어?"

    "좋은 유전자가 다 백강호 선수한테 간 모양이지!"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람들은 형과 함께 등장한 강호에게 서로 악수를 건네오며 살갑게 말을 붙여 온다.

    마치 일찍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악수를 요청하는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하던 강호는 형의 손에 이끌려 비어있던 자리에 앉게 된다.

    그 후에도 강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계속되었다.

    "백강호 선수, 나는 백 사장하고 자주 거래하는 최승규라고 합니다. 진짜로~ 반갑습니다!"

    "허어! 최 사장, 거기 손 치우세요. 우리 백강호 선수 귀한 손잡았다가 백 선수가 부정 타면 어쩌려고? 백강호 선수, 그러지 말고 저하고도 악수 한 번 해주세요. 제가 연말에 사업을 확장하는데 백강호 선수 기운 한 번만 받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나는 김준석이에요."

    근처에 앉은 사람들은 강호와 말 한마디라도 섞기 위해 분주하게 나서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곁에 앉아 있던 강수가 중재에 나선다.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고 있는 강수의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악수도 좋고, 셀카도 좋은데, 일단 제 동생 밥부터 먹입시다. 잠실에서 경기하고 곧장 오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 텐데. 다들 식사부터 합시다!"

    먼저 식사부터 들자는 강수의 제안에 그제야 사람들은 '아, 우리가 실례를 했네. 백강호 선수 많이 먹어요~' 라고 응수하는 모습이었다.

    강수는 그런 사람들에게 활짝 웃어 보이며 동생의 수저를 챙겨준다.

    "강호야, 일단 밥부터 먹자. 밥 먹으면서 형이 다 설명해줄게."

    강수는 미리 말하지 않은 지금의 상황이 미안했던지 강호를 더욱 챙겨주는 모습이다.

    강호는 그런 형의 태도에 피식 웃음 지으며 형이 건넨 수저와 젓가락을 받아 든다.

    '형도 자랑하고 싶었구나. 내가 형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강호는 왠지 뭉클해진다.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서 시즌 70홈런을 비롯한 기적 같은 기록들을 쌓아가고 있는 자신이었다.

    스스로도 지금의 순간이 믿기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그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는 형의 심정은 또 어떠했겠는가.

    더 크게 축하해주고 싶었을 테고, 주변에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동생의 컨디션 관리에 방해가 될까봐 꾹꾹 참고 있었던 것을 70홈런이라는 위업을 쌓아올리며 팀을 1위에 올려놓은 바로 오늘에서야 축하의 장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강호는 그런 형의 진심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형도 함께 기뻐할 자격은 충분하니까.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강호는 예고 없이 준비한 축하 회식을 오히려 미안해하는 형을 향해 사심 없이 웃어 보인다.

    강수는 그런 동생의 미소를 확인하고 나서야 편하게 웃어 보이며 자신 역시 수저를 든다.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동생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저녁을 먹지 않고 있었던 강수였다.

    강호는 그런 형의 애잔한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의 순간을 가슴에 담는다.

    '고마워, 형. 이제부터 형을 실망시키거나 걱정시키는 일은 없을 거야. 이제 우리 행복하자.'

    강호는 언젠가 형에게 말하게 될 지금의 감정들을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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