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87화 (287/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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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고비를 넘다

중계석에서도 강호의 홈런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아!! 쳤습니다! 좌익수 뒤로! 좌익수 뒤로! 좌익수가 자리에 멈춰서고,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백강호 연타석 홈런! 백강호가 잠실구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국내 최다 홈런 기록을 69호로 늘려갑니다!"

한 캐스터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강호의 69호 홈런을 선언하고 있었다.

그 후 해설위원인 박 위원의 찬탄과 한 캐스터의 감탄사가 연달아 이어진다.

강호의 연타석 홈런에 놀라는 것은 단지 중계석 뿐만 아니라 자이언츠 덕 아웃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선두에는 덕 아웃으로 돌아온 강호를 가장 먼저 반기는 손 감독이 있었다.

"잘했다, 강호!"

손뼉을 마주치기 위해 강호에게 오른손을 내미는 손 감독의 표정이 밝았다.

호투를 이어가는 장원종을 무너뜨리기 위해 채중석을 대타로 세우고, 한택근을 대주자로 내세웠다.

자신이 구상한 작전을 실행시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타석에 선 강호는 홈런을 때려냄으로써 그 작전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돌아온 것이다.

'감독의 작전을 뛰어넘는 선수, 그게 바로 백강호라는 선수야!'

손 감독은 강호와 손뼉을 마주치며 그런 확신을 가진다.

타악!

강호의 손끝에서 전달되는 강렬한 에너지는 노장의 열정을 되살리는 힘이 있었다.

손 감독은 자신과 손뼉을 마주치며 덕 아웃으로 돌아온 강호의 등을 두드려 준다.

그런 손 감독의 손끝에는 강호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조금 전, 강호가 쏘아 올린 투런 포는 단지 하나의 홈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넘어 왔어!'

손 감독은 강호의 연타석 홈런으로 1회부터 끌려가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을 느끼고 있었다.

4대 3, 점수는 여전히 뒤지고 있었지만 팀의 간판타자인 강호가 연달아 쏘아 올린 홈런은 지고 있는 경기의 분위기를 가져올 정도로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홈런 기록이니까. 다른 타자들이 때린 홈런과 무게감이 같을 수는 없겠지.'

손 감독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곧바로 행동에 나선다.

5번 타자인 스팅의 타석에서 또 한 번 대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시즌 중반에 합류 했음에도 타율 3할 4리에 20홈런을 넘긴 스팅의 타격 능력을 충분히 인정하는 손 감독이지만, 최근 들어 강호의 홈런 행진에 자극을 받은 스팅의 스윙이 시즌 초보다 커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강호의 홈런으로 경각심을 가진 베어스 배터리와 스윙이 커진 스팅의 대결은 결과가 뻔히 보이는 듯 했다.

"김 수석, 대타로 진택이를 올리게."

"네? 스팅의 타석에서 오진택을요?"

김 수석은 손 감독의 지시 사항에 깜짝 놀라 되묻는다.

최근 다섯 경기 타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스팅의 장타력은 더욱 올라간 상태였다.

지금 분위기라면 강호에 이어 연타석 홈런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김 수석.

그러나 팀의 사령탑인 손 감독의 지시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김 수석은 별다른 반론 없이 백업 내야수 오진택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러면서도 손 감독의 대타 카드에 어떤 승부수가 숨겨져 있는 지를 고심하게 된다.

'스팅에 비해 장타력이 훨씬 떨어지는 오진택이어서 5번 자리에 대타로 내세웠을 때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확연히 떨어지고 말아. 최근 경기 타격감도 스팅 쪽이 나쁘지 않고 말이야.'

걸음을 옮기면서도 김 수석의 의문은 계속된다.

'스팅이 지명타자니까 그 자리에 오진택을 세운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3번 자리에 전준오를 빼고 중석을 올린 건 대주자 한택근을 좌익수로 돌리고, 좌익수로 있던 성철이를 중견수로 이동시키면 되는 일이기도 하고. 수비 포지션에 큰 문제가 없기는 하지. 그런데.'

김 수석은 생각을 이어가면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느낀다.

신인 외야수인 한택근을 3번으로 세우고, 스팅 대신 5번 자리에 오진택을 세우게 되면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감독님은 대체 왜 이런 대타 기용을 하시는 거야?'

김 수석의 의문은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이 9회 공격 상황이었다면 손 감독의 대타 카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4회 초 상황.

무리수를 두기에는 아직 많은 이닝이 남아 있었다.

그 때 의문을 이어가던 김 수석의 시선에 모든 선수들과 손뼉을 마주친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은 강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강호의 곁에는 역시나 문표가 앉아 있었고, 문표는 홈런을 치고 돌아온 강호에게 쉴 새 없이 홈런 기운을 내놓으라며 투정을 부리는 중이었다.

"강호 후배, 이렇게 홈런을 많이 때리는데 나한테 홈런 기운 조금 나눠준다고 큰일은 아니잖아? 연타석 홈런 친 배트 한 번만 만져보자."

"문표 선배는 아홉수라는 말도 모르십니까? 69홈런 째에서 부정 타면 올 시즌 70홈런은 물 건너가는 거라고요. 그리고 왜 남의 배트를 만지려고 하세요? 징그럽게."

"아, 거 참. 야박하게 구네. 한 번만 만지고 홈런 하나만 칠게. 나 홈런 때려서 팬 만들어야 한다고!"

김 수석은 문표와 강호의 모습을 지켜보며 손 감독의 의중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나 시즌 69호 째 홈런을 치고도 아무런 긴장감 없이 앉아 있는 강호의 모습에 시선이 가고 있었다.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구나. 4번 자리에 강호가 있는데 3, 5번이 바뀐다고 해서 무게감이 크게 줄어들 염려는 없는 거잖아?'

김 수석은 '백강호'라는 선수가 팀 타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또 한 번 깨닫고 있었다.

만약 4번 자리에 다른 선수가 있었다면 손 감독의 선택은 그저 무리수에 불과할 테지만, 4번 자리에 강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선택이 승부수로 뒤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김 수석은 얼른 손 감독의 지시대로 대기 타석에 있던 스팅을 불러들이고 오진택을 그 자리에 대신 내세운다.

그리고 그런 선택은 또 다른 변수를 부여해주고 있었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대타로 내세운 진택이 4구째 승부 끝에 깔끔한 중전 안타를 뽑아내고 있었다.

그 후 손 감독은 적극적으로 작전을 부여해 6번 타자 황제인 타석에서 런 앤 히트 작전을 성공시키고, 7번 타자 강민수의 희생 플라이가 더해져 이제 상황은 4대 4 동점 상황이 만들어 진다.

하지만 장원종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삼진 선언에 타석에 선 8번 타자 최훈의 얼굴이 벌게진다.

강호의 투런 포로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삼진을 당하고 만 최훈,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그러나 장원종을 7구째 승부까지 물고 늘어진 최훈의 투지가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상황은 이제 4회 초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베어스의 선발 투수인 장원종의 투구 수가 82개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음 타자로 타석에 선 9번 타자 문표가 장원종의 조기 강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따악!

원종의 5구째를 걷어 올린 문표의 타구가 잠실구장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그 타구는 잠실구장의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벼락같이 나온 문표의 투런 포에 자이언츠 팬들이 환호로 물들 무렵,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는 당사자는 정작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우와! 넘어 갔어? 내가 잠실에서 홈런을 다 치네!"

문표는 오랜만에 경험한 잠실구장에서의 홈런에 기뻐한다.

그러면서도 조금 전, 강호를 끈질기게 물어져 그의 배트를 만져본 것이 어떤 효엄을 발휘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된 거 강호 후배한테 배트하나만 선물해 달라고 할까?'

문표는 그런 생각을 가지며 홈을 밟는다.

이로써 6대 4로 경기가 뒤집어 진 것이다.

원정석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외야를 뒤덮어 버린 자이언츠 팬들의 함성 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와아아!! 이걸 뒤집네?!"

"내가 뭐라 그랬어? 백강호가 연타석 홈런 쳤을 때 뒤집어질 것 같다고 했지? 두고 봐! 오늘 경기는 우리 자이언츠가 무조건 이길 테니까!"

문표의 홈런에 고조된 자이언츠 팬들은 오늘 경기의 결과를 예언하며 지금의 상황을 즐긴다.

하지만 1위 팀 베어스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선발 투수 장원종이 4회에 조기 강판되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지만, 4회 말 터져 나온 베어스의 1번 타자 민정현과 2번 타자 오재현의 백투백 홈런으로 다시 경기를 7대 6으로 뒤집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박세준 투수의 손톱 부상으로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던 성수제 투수는 총 세 개의 홈런을 헌납하며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바꿔."

덕 아웃에서 손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고 있었다.

손 감독과 여민석 투수코치 모두가 성수제의 구위가 여전히 위력이 남았다고 의견일치를 보았지만, 투수교체를 망설이다가 베어스에게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성수제가 물러나고, 다음 투수인 표성태가 마운드에 오른다.

표성태 투수는 올해로 26살의 젊은 선수로 올 시즌 2군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다가 한 때는 불펜이 붕괴된 전반기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로까지 거론되던 가능성 있는 영건이다.

지금은 스무 살 슈퍼 루키인 권대우에게 밀려 필승 조로 이동해 있지만 최고 구속 152km에 이르는 묵직한 속구가 위력적인 투수였다.

표성태 역시 2군 감독 시절 손성조 감독이 직접 발굴해낸 투수이기도 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선언으로 뜨거웠던 베어스의 4회 말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성태는 위력 넘치는 피칭으로 남은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범타 하나와 삼진 하나로 잡아내며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시선은 이제 5회 초 자이언츠의 공격으로 집중된다.

팍.

투수가 던진 공이 보호대를 스치는 소리를 만들어내며 포수 미트에 빨려들고 있었다.

베어스의 바뀐 투수인 진우솝이 3번 타자로 타석에 선 한택근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고 만 것이다.

이로써 내야 안타를 때리고 출루한 2번 타자 박철에 이어 3번 타자 택근마저 출루에 성공하는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 본 자이언츠 팬들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높아진다.

"우와아!!"

팬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이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타석에 선 타자에게 있었다.

2번 타자인 박철과 3번 타자인 택근의 출루로 4번 타자인 강호에게 무사 주자 1, 2루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4회 초에 이어 강호 앞에 또 다시 만들어진 기회에 모든 자이언츠 팬들이 한 마음으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거르지 말고 붙어라!!"

자이언츠 팬들의 함성은 베어스 배터리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목소리였다.

그들의 목소리에 구형태 감독을 포함한 베어스 코칭스태프가 깊은 고심에 빠져들게 된다.

"어떡할까요? 그냥 거를까요?"

곁에서 물어오는 유지혁 수석의 말에 구형태 감독은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그냥 속편하게 거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작 5회 초 상황에서 상대 4번 타자를 거른다는 것은 1위 팀으로서는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잠실 홈구장인데다가 경기는 7대 6 박빙의 상황이 아닌가.

잠시 고민하던 구 감독은 이렇게 결정을 내린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백강호를 거르면 무사 만루가 됩니다. 무사 1, 3루나 2, 3루 상황이었으면 거르는 게 맞겠지만, 지금은 승부를 봐야 해요."

구 감독의 결정은 강호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루상에 나가 있는 주자들의 위치가 조금만 달랐더라면 강호를 고의사구로 거를 생각도 했겠지만, 지금은 승부를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대신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준 강호와 아무런 대책 없이 맞붙을 생각은 아니었다.

"투수를 교체하겠습니다. 헌승이를 올리죠."

구 감독의 결정은 투수 교체였다.

강호의 타석에서 그와의 상대 전적이 좋은 이헌승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편 타석에 올라 베어스의 투수 교체 결정을 지켜보게 된 강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때 투수 교체 상황에서 잠시 마운드로 향했던 양희지 포수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며 강호에게 한 마디 말을 건넨다.

"강호, 오늘 타격감이 좋네. 옛날 같았으면 데드볼이 나올 상황인데 말이야."

양희지 포수는 평이한 어조로 그렇게 말을 건넨다.

강호는 그런 양희지 포수의 말을 담담히 듣고만 있었다.

바뀐 투수가 마운드로 이동하는 동안 양희지 포수의 말은 계속된다.

"뭐 그렇다고 내가 데드볼 싸인을 낼 생각은 없어. 그런데 만약에 덕 아웃에서 그런 싸인이 나와도 나를 원망하지는 마. 선수는 벤치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거니까."

양희지 포수의 말에 강호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네'하고 대꾸한다.

양희지 포수가 말한 데드볼이란 쉽게 말해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몸에 스치거나 맞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은 데드볼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사구나 히트 바이 피치볼(hit by piched ball) 등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상대 팀의 간판타자나 4번 타자를 박빙의 상황에서 일부러 맞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것은 경기의 분위기를 빼앗긴 팀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로 선택되고는 했다.

양희지 포수가 말하고 있는 바가 바로 그 부분인 것이다.

'백강호, 지금 상황에서 데드볼 싸인이 나오지는 않을 거야. 나도 그런 싸인을 내지는 않을 거고. 하지만 이런 말을 해서 너의 멘탈을 조금이나마 흔들 수도 있는 거거든.'

강호에게 위협의 말을 건넨 양희지 포수의 속내였다.

베테랑 포수인 양희지는 지금 상황이 데드볼이 나올 상황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타격감이 뜨겁게 달아오른 강호를 한 마디 말로 흔들 수만 있다면, 팀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악역을 도맡을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투수가 교체 됐다는 뜻은 감독님이 백강호와의 승부를 보려한다는 의미야. 그러니까 안방마님인 내가 백강호의 타격에 조금이라도 변수를 만들어야만 해.'

팀을 위한 양희지 포수의 고민은 결국 강호에게 건넨 말로 표현되고 있었다.

강호는 그런 양희지 포수의 말에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후 조용히 자신의 배트를 집어 든다.

그리고는 연습 피칭이 끝난 이헌승 투수의 초구부터 매섭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따악!!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강호의 타격에 변수를 만들려 했던 양희지 포수의 고개가 떨궈지고 만다.

그리고 마운드에 선 이헌승 투수의 고개도 땅을 향한다.

팀을 위해 악역을 자처했던 양희지 포수의 의도가 강호의 실력행사로 초구 만에 깨어지고 만 것이었다.

"우와아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자이언츠 팬들의 뜨거운 함성 속에 강호의 발걸음이 1루로 향하고, 중계석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목 놓아 부르짖고 있었다.

"초구 타격! 갑니다! 우중간으로 갑니다! 그리고 넘어갑니다! 바뀐 투수 이헌승의 초구를 타격한 백강호의 타구가 쓰리런 홈런이 됩니다! 이 홈런은 백강호의 시즌 70호 홈런으로 기록됩니다! 드디어! 백강호가 아시아 야구사를 다시 쓰는 70호 홈런에 성공합니다!!"

한 캐스터의 목소리에 TV중계로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야구팬들은 전율을 느낀다.

70호 홈런.

그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야구팬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강호의 쓰리런 포로 경기가 다시 9대 7로 뒤집어 지고 있었지만, 이제 경기의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시아 야구사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 여긴 70이라는 홈런 기록이 탄생한 순간, 대한민국의 모든 야구팬들은 이미 축제의 현장으로 발을 담그고 있었다.

"우와아아! 70홈런?! 그럼 진짜 70홈런, 70도루를 달성한 거야? 국내 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와, 지린다! 70홈런이라니, 저게 사람이야? 4할 타율에 70-70은 게임에서도 불가능한 거라고!"

"지금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우리 백강호 선수가 70홈런을 찍었는데, 지렸으면 바지 벗고 소리 질러!!"

"와아아아!!"

팬들은 응원하는 팀을 떠나 강호의 70홈런 달성에 진심어린 환호와 축하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 날의 경기에서 강호가 쏘아올린 기록은 70호 홈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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