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74화 (274/335)
  • 0274 / 0335 ----------------------------------------------

    프리마켓 D-17

    본격적인 아이템 쇼핑에 앞서 먼저 확인할 것이 있었다.

    강호는 그것을 잊지 않고 시스템에 명령어를 내린다.

    "업적 확인."

    명령어와 함께 한 달 동안 달성한 업적들이 시야에 떠오르고 있었다.

    [업적 보상 2. 귀신같은 2루타-7]

    경기에서 2루타 5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000exp, 2,000mp, 아이템 2루타 3(일회용)

    [업적 보상 6. 선구안의 달인-9]

    경기에서 볼넷 10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2,000exp, 3,000mp, 아이템 볼넷 5(일회용)

    [업적 보상 13. 사이클링히트-3]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를 5번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50exp, 300mp, 아이템 3루타(일회용)

    3개의 업적 보상이 시야에 표시되고 있었다.

    시즌이 막바지에 도달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업적들이 더욱 즐어든 모습이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6번 업적인 '선구안의 달인'은 클리어 단계인 9단계까지 완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1, 6, 8, 9업적은 클리어 한 상태.

    하지만 총 16개의 업적 중 12개의 업적이 아직 클리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16개의 업적을 전부 다 클리어 하려면 대체 어떤 플레이를 해야 되는 거야? 이게 한 시 즌 동안 달성가능한 조건이기나 한 건가?"

    그동안 프리마켓을 방문하며 꾸준히 줄었던 의문 중 하나였다.

    오늘 달성을 확인한 업적인 13번 업적, 사이클링히트와 같은 경우에는 클리어 조건인 100번의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다는 것은 한 시즌 내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프리마켓이 최소 10년 동안은 적용되어야만 클리어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 될 정도였다.

    "이젠 다 상관없는 일이지. 17일 후에 프리마켓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업적 달성에 욕심을 내봐야 큰 의미는 없어."

    강호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제 업적 보상으로 포인트와 보상 아이템을 받았으니 포인트를 사용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exp포인트로 스탯 분배를 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어 계산에 들어간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9.9[max]

    파  워:99.9[max]

    선구안:91.8

    주  력:98

    수  비:94.1

    송  구:91.7

    멘  탈:94.5

    상태창으로 확인한 스탯을 보다보니 가장 먼저 올려야하는 스탯을 알 수 있게 된다.

    최대치에 도달한 컨택과 파워를 제외하면 다섯 개의 남은 스탯 중에 최대치에 가장 근접한 주력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경기 보상과 업적 보상, 그리고 지난 번 프리마켓에서 사용하지 않은 exp포인트를 모두 더하여 11,605exp나 되는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크게 망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p3,800를 사용하여 주력을 영구 성장시킵니다.

    주력 스탯이 90을 초과하여 50%의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주력 1.9가 영구 성장합니다.

    주력 스탯을 최대치로 만든 후 이제 남은 exp포인트는 7,805exp였다.

    잠시의 고민 후 나머지 네 스탯에 적절한 분배를 하기로 한다.

    강호가 생각하는 적절한 분배는 각 스탯의 소수점을 없앨 정도로만 포인트를 분배하는 것이었다.

    경험상 같은 0.1스탯의 상승이라고 해도 1단위와 10단위가 상승했을 때의 체감효과는 크게 달랐다.

    그래서 모든 스탯들의 소수점 자리에 포인트를 투자한 후 남은 포인트는 모두 선구안에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군더더기 없게 된 스탯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9.9[max]

    파  워:99.9[max]

    선구안:94

    주  력:99.9[max]

    수  비:95

    송  구:92

    멘  탈:95

    우연의 일치인지 최대치를 달성한 세 개의 스탯을 제외하고는 모든 스탯들의 소수점이 제거된 상태였다.

    만약 17일 후 또 한 번의 프리마켓 방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스탯이 프리마켓으로 얻게 되는 최종 능력치가 되는 것이다.

    최종 능력치.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기분이 남다름을 느낀다.

    처음 프리마켓이라는 행운을 거머쥐게 됐을 때는 이 현실이 믿기지도 않았고, 눈으로 확인하게 된 스스로의 낮은 능력치에 한숨 쉬기도 했다.

    강호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프리마켓에 처음 방문 했을 때의 능력치들을 메모장에 적어두고 있었다.

    수시로 메모장을 들여다본 결과 지금은 굳이 메모장을 찾아보지 않아도 최초 능력치를 기억하고 있는 강호였다.

    백강호(24)

    포지션:3B

    컨  택:69

    파  워:43

    선구안:54

    주  력:72

    수  비:68

    송  구:49

    멘  탈:75

    처음 프리마켓을 방문했을 무렵, 강호의 포지션은 3루수였다.

    2군 스프링캠프에서의 3루수, 그것도 백업 3루수에 지나지 않았다.

    원래 포지션인 2루수 자리에서는 경쟁조차 되지 않았던 까닭에 백업 3루수로 밀려있었던 것이다.

    그런 기억들은 오래된 기억이 아니라 당장 올 시즌 시작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불과 몇 달이 지난 지금, 강호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4번 타자로 성장해 있었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프리마켓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2군 바닥을 구르고 있었겠지. 운이 좋으면 확장 엔트리에 백업 내야수로 포함됐을 지도 모르는 일이고."

    강호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었다.

    프리마켓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1군 주전 선수가 되는 건 꿈도 꾸지 못했으리라.

    "과거에 대한 감상이 길면 좋지 않아. 추억 회상은 이쯤에서 끝내고 할 일부터 해결 하자."

    강호는 피식 웃음 지으며 걸음을 옮긴다.

    이제 그는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한 상태였다.

    당장 확인한 멘탈 수치만 해도 75에서 95로 증가해 있지 않은가.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감상에 젖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강호의 발걸음은 어느새 목적한 곳에 도착해 있었다.

    [스킬 4번 타자의 각성(패시브)-45,000mp]

    :타석에서 컨택, 파워, 선구안이 +7이 되고, 안타 확률, 장타률, 홈런 확률이 5% 증가합니다.

    강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스킬 진열대가 있는 곳이었다.

    프리마켓에 존재하는 스킬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살아있는 전설' 스킬은 이미 구입한 뒤였다.

    그런 상황에서 두 번째로 고가의 스킬이 바로 '4번 타자의 각성' 스킬인 것이다.

    최초의 계획은 '홈런왕 품격' 스킬을 구입하는 것이었지만, 습득하는 포인트가 생각보다 많아지면서 방향을 선회한 강호.

    망설임 없이 스킬을 구매하고 나선다.

    "스킬 구매, 4번 타자의 각성."

    시스템을 향해 명령어를 내린다.

    이번 결정으로 인벤토리에 보유 중인 53,720mp중 45,000mp가 소모되어 버렸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지는 포인트들이지 않은가.

    강호는 포인트 감소에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구매한 스킬을 확인하는 모습이다.

    보유 스킬:

    [패시브]칠 때 친다-레벨MAX

    :주자 득점권 상황에서 컨택+5, 파워+3이 되고, 안타를 칠 확률이 20% 증가합니다.

    [패시브]살아있는 전설-레벨6

    :경기 시 모든 능력치가 +7이 됩니다. 타석에서 볼넷 확률, 안타 확률, 장타률, 홈런 확률이 10% 증가하고, 수비 상황에서 실책이 발생할 확률이 15% 감소합니다.

    [패시브]4번 타자의 각성-레벨1

    :타석에서 컨택, 파워, 선구안이 +7이 되고, 안타 확률, 장타률, 홈런 확률이 5% 증가합니다.

    확인해 본 스킬창에는 3개의 스킬이 모두 들어찬 모습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스킬을 구매하거나 장착할 수 없다.

    이것으로 스탯과 스킬 모두가 완성된 셈이 되는 것이다.

    강호는 이제 남은 한 가지 일을 끝내기 위해 아이템 섹터로 걸음을 옮긴다.

    스킬 구입 후 남은 포인트는 8,720mp.

    더 이상 포인트를 남겨 둘 이유는 없었으니 남은 1포인트까지 사용할 작정이었다.

    -mp 7,200을 사용하여 홈런 [6]을 구입합니다.

    가장 먼저 구입한 아이템은 일회용 타격 아이템인 '홈런'이었다.

    개당 1,200mp인 홈런 아이템 여섯 개를 구입한다.

    그 선택으로 인해 강호의 남은 시즌이 또 한 번의 변수가 끼어들게 되는 것이다.

    "팬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홈런 아이템으로 70홈런을 때릴 수 있게 됐으니."

    강호는 문득 팬들의 반응이 기대되었다.

    여섯 개의 홈런 아이템을 구입하면서 이제 70홈런 달성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현재 64호까지의 홈런을 친 상태여서 구매한 '홈런' 아이템만 모두 사용해도 70홈런이 달성되는 상황이다.

    강호의 70호 홈런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진 팬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팬들한테 사실을 알려줄 수는 없는 일이겠지?"

    홀로 자문하며 웃음 짓는 강호.

    팬들에게 비밀을 알려준다고 해서 그들이 믿기나 할까,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러니 프리마켓이라는 비밀은 프리마켓이 종료되는 것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게 될 강호 혼자만의 비밀이 될 것이다.

    -mp 1,500을 사용하여 2루타 [3]을 구입합니다.

    남은 1,520mp로는 세 개의 2루타를 구입할 수 있었다.

    타율 유지를 위해서라면 다수의 '안타'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할 테지만, 팀의 득점권 상황에서 타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2루타 아이템이 가장 필요하다.

    업적 보상을 통해 2루타 3개, 볼넷 5개, 3루타 1개를 얻어 놓았으니 홈런 6개와 2루타 3개를 더하면 남은 15경기 동안 차고 넘칠 정도의 활약을 할 수 있으리라.

    호수비 아이템은 아직 4개가 남아 있어서 추가로 구매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 정도면 타율이 떨어지는 일도 없겠네. 그러고 보면 시즌이 끝났을 때 타율이 얼마로 끝나게 될까?"

    강호는 스스로도 궁금해지고 있었다.

    시즌 종료를 15게임 앞둔 현재까지 강호의 시즌 타율은 4할 3푼 6리.

    남은 15경기의 타석 기회를 4.5개로 가정하고 그 중 볼넷이나 희생플라이 등으로 줄어드는 타수를 고려해서 앞으로 55타수 정도가 남아 있다고 가정했을 때, 사용 가능한 타격 아이템은 홈런과 3루타, 2루타를 더해 총 13개.

    남은 타석에서 타격 아이템만 사용해도 시즌이 종료되었을 때는 4할 1푼 4리의 타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최대치를 찍은 컨택과 파워로 본연의 타격 능력을 더한다면 4할 2푼 이상의 타율은 안정적으로 기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의 안타 개수가 196개니까 최다 안타도 보장된 거로구나. 시즌 4할 2푼의 타율에 70홈런, 최다 안타 기록까지 보장된 건가?"

    계산을 마친 강호는 스스로가 달성할 기록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최소치를 가정한 것이 4할 2푼의 타율에 70홈런이다.

    다른 노력 없이 타격 아이템 사용만으로도 그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 기록을 달성할 순간이 무척이나 기대되고 있었다.

    "그럼 이제."

    강호는 생각을 모두 정리한 후 드넓은 프리마켓 매장 안을 둘러본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행운이지만, 덕분에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하는 대표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우연이 왜 자신에게 찾아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고, 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조차도 몰랐다.

    그렇다고 해서 불현듯 찾아온 프리마켓이라는 행운에 감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강호는 그런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행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작별이구나. 그동안 고마웠다."

    그것이 9월 19일, 강호가 프리마켓에서 내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감사의 인사를 건넬 당사자를 눈앞에 둔 것은 아니었기에 그저 자신을 찾아준 행운이라는 기회 자체에 감사하게 된다.

    비참한 삶을 이어가던 자신에게 행운의 여신이 내민 손을 붙잡았었다.

    그로 인해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삶은 이제 끝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자신의 영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무런 미련 없이 프리마켓을 떠날 수가 있었다.

    "나한테 행운의 기회를 준 게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네 도움 없이도 잘 해볼게. 많이 고마웠다."

    강호는 그 말을 남긴 후, 프리마켓의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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