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73화 (273/335)

0273 / 0335 ----------------------------------------------

프리마켓 D-17

이날의 경기는 강호의 3루타로 만들어진 2타점과 스팅의 4타점, 두 선수가 6타점을 합작하며 자이언츠의 7대 3승리로 끝이 날 수 있었다.

비록 강호의 홈런은 없었지만, 그것이 타이거즈 배터리의 집중 견제로 인한 것이라 코칭스태프나 동료 선수들은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강호의 홈런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금 3일 째 홈런 기록이 없는 거 아냐? 언론에서 77홈런도 가능한 페이스라고 하더니 이렇게 해서는 70홈런도 힘들겠는데?"

"77홈런은 이제 어려워진 거지 지금까지 64홈런이니까. 남은 열다섯 경기에서 어떻게 13홈런을 치겠어? 경기 당 홈런 하나를 쳐야만 하는 건데 말이야. 산술적으로도 77홈런은 날아갔고, 아직 70홈런 정도는 가능할 걸?"

"70홈런이든, 80홈런이든 아시아 신기록 세웠으니까 된 거 아냐? 뭐 하러 욕심을 내서 홈런 스윙을 해? 4할 5푼까지 올라갔던 백강호 선수 타율이 4할 3푼까지 떨어졌다고. 홈런 의식하다보니까 타율이 떨어지고 있는 거 아냐?"

일부 팬들로 부터 시작된 강호에 대한 우려는 후반기 들어 4할 5푼의 정점을 찍었던 타율이 4할 3푼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들어 상승세를 탔던 홈런 페이스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호의 홈런 기록이 60대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때 강호의 70홈런 달성이 기정사실처럼 거론되고 있던 터라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팬들은 조금은 침울한 표정을 짓게 된다.

이미 강호의 홈런 기록은 자이언츠 팬들의 자부심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뭐, 우리 백강호 선수가 알아서 잘 하겠지. 시즌 중에는 몸 관리 한다고 탄산음료도 안 마시는 선수잖아? 내일 경기도 사직 경기니까 다시 와서 확인하도록 하자."

"뭘 확인해?"

"백강호 선수 홈런 페이스가 진짜 떨어진 거면 다음 시리즈 때도 홈런 못 칠 거 아냐?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 보자는 말이지."

팬들은 그렇게 우려 섞인 기대감을 드러내며 내일의 경기를 기다린다.

한편,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간 후 선수들 역시 귀가를 위해 자신들의 짐을 챙겨들고 있었다.

강호 역시 자신의 장비를 백 팩에 챙겨 넣은 후 귀가를 위해 걸음을 옮긴다.

그 때 누군가가 강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강호야, 어디가? 오늘 내가 승리 투수 된 기념으로 한 턱 쏠 건데 같이 가자. 아직 시간도 10시밖에 안됐잖아?"

강호에게 환한 얼굴로 말을 건네 오는 이는 오늘 선발 투수였던 이청기 선수였다.

그는 데뷔 후 1군 무대 첫 선발승을 거두었다는 것이 기뻤던지 회식을 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수비 상황에서 나와 준 강호의 호수비가 본인의 승리를 지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생각 같아 보였다.

게다가 강호는 타석 상황에서도 2타점을 추가하지 않았던가.

야수 조에서 오늘 승리의 최대 공신을 따져본다면 첫 번째가 4타점을 때려낸 스팅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강호인 것이다.

"한 턱 쏜다고? 한 턱 쏘려면 스팅한테 쏴야지. 스팅이 4타점을 때려내서 네가 승리 투수가 된 거잖아. 외국인 선수라고 차별하는 건 좋지 않아. 그리고 나는 술 안 마셔. 나중에 시즌 끝나고 한 턱 쏜다면 그 때는 같이 갈게."

"잠시만 있어 봐. 내가 한 턱 쏜다고 했지, 술 산다는 말은 안 했잖아? 간단하게 밥이라도 같이 먹자. 스팅도 같이 갈 거야. 저기 봐. 기다리고 있잖아."

청기는 먼저 퇴근하려던 강호를 붙들며 손가락 끝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거대한 체구의 스팅이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내며 웃어 보이고 있었다.

"왓츠 업, 캉호~ 청기가 고기 사준데, 허리 업. 나는 고기 좋아."

스팅은 청기가 고마움을 표하면서 회식을 제안했다는 사실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성격이 활달하고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스팅이었기 때문에 청기의 제안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스팅을 핑계로 청기의 회식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서 다른 핑계를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굴려보던 강호.

청기는 그런 강호를 바라보며 씨익 하고 웃어 보인다.

"수석 코치님도 허락하신 일이고, 캡틴 강민수 선배님도 같이 가기로 했어."

청기가 전한 뜻밖의 말에 강호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민수 선배가 같이 간다고? 민수 선배님이 왜?"

강호가 청기의 말에 되묻는 동안 그의 뒤편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난다.

그는 바로 캡틴 강민수였다.

민수는 강호의 뒤편에서 나타나 그의 어깨에 팔을 턱하고 올리며 섭섭한 어조로 이렇게 얘기한다.

"왜? 나 같은 노땅은 신세대 선수들 모이는데 참석하면 안 되는 거야? 이거 서운한데? 나는 강호랑 많이 친해진 줄 알았더니 아직 우리 사이의 거리가 꽤 먼 모양이네. 아~~나는 그럼 빠져야겠다~"

민수가 섭섭함을 연기하며 건넨 말에 강호는 자신이 낚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렇게 되면 회식에서 빠진다는 말을 했을 때 캡틴 강민수가 진짜로 섭섭해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청기의 회식 제안을 승낙하고 있었다.

"분명 술은 안 마시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12시 전에는 들어가 봐야 해요. 선약이 있거든요."

강호는 대답을 하며 청기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지만, 사실 그의 말은 민수를 향한 것이었다.

어차피 오늘의 회식은 청기를 핑계로 해서 캡틴 강민수가 자신에게 제안한 회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강호의 말에 민수는 피식 웃어 보이며 대답하고 있었다.

"12시 전에 들어가야 된다고? 무슨 신데렐라야? 지금이 10시 조금 지났으니까 그럼 1시간 안에 회식을 끝내야 한다는 소리인데...그럼 어디 가지? 우리 맥도날드 가서 빅 맥이나 먹고 들어갈까?"

민수는 농담이 섞인 말로 이야기를 이어가다 스팅과 청기, 강호를 이끌고 경기장 밖으로 이동한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 밖에서 각종 플랜카드를 들고 선수들을 기다리던 팬들이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특히나 팬들의 환호성은 특정 한 선수를 향하고 있었다.

"꺄아악! 백강호 선수! 오늘 멋있었어요! 얼굴은 더 멋있어~~!"

"백강호 선수, 홈런은 없었지만 3루타 좋았습니다! 수비는 더 좋았고요!"

"백강호 파이팅! 끝까지 달립시다!"

팬들의 함성은 오직 강호에게만 향한 것이었다.

캡틴 강민수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오직 자신만 팬들의 찬사를 받게 되자 조금은 머쓱해지는 강호였다.

민수는 그런 강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러자 팬들의 함성 소리가 강호에게서 민수에게로 옮겨지는 것이 아닌가.

"강민수 파이팅~!"

"강민수 선수, 후배들 잘 챙겨주십시오~ 홈런도 많이 때려주시고요!"

자연스럽게 캡틴 강민수에게 옮겨지는 팬들의 관심에 강호가 '오오~'하는 탄성을 내뱉는다.

민수는 그라운드 위에서만 베테랑이 아니라 팬들과 소통할 때도 베테랑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민수를 따라 주차장을 지나고 어느새 네 선수는 청기가 한 턱을 쏘게 될 고깃집으로 이동한다.

회식 자리로 이동해서도 선수들은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민수와 강호를 포함한 네 명의 선수들은 팬들이 요청한 싸인을 해주면서 경기 후의 회식 자리를 맞이한다.

그 중 스팅의 태도는 모두를 웃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왓 츠 업 브로~ 나 고기 좀 먹게 싸인 촘 있따 합쒸다, 아저쒸덜~"

스팅의 말에 강호의 싸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던 팬들이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그들은 선수들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비켜 주었고, 덕분에 네 선수들은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 후 귀가를 위해 택시를 타게 된 강호.

택시에 오르자마자 기사에게 서둘러 목적지를 밝힌다.

"사직동으로 가주십시오. 사직 1 파출소 근처요."

강호가 가려하는 목적지는 김해 상동 숙소가 아닌 사직동 형의 집이었다.

이미 11시 30분이 지나버린 까닭에 자정 전까지 상동에 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강호는 택시가 출발하자 스마트 폰을 꺼내 형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집에 형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였는데 이내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고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는다.

'그러고 보니까 형은 남해 현장 출장 간다고 했지?'

어제 함께 식사를 하며 형이 했었던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형은 어제 식사 자리에서 현장 공사 일정으로 3일 동안 집을 비운다는 말을 강호에게 해주었었다.

그러니 지금 사직동 집은 비어 있었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프리마켓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 왔습니다. 백강호 선수."

택시 기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린 후 강호가 건넨 택시비를 받지 않으려 한다.

이제는 익숙해진 일이라 택시비를 받지 않으려는 기사에게 강호는 이런 식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받으세요. 택시비 안 받으시면 싸인볼 안 드릴 겁니다."

택시비를 마다하는 기사들에게 강호가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기사들은 택시비는 한사코 마다하면서도 강호의 싸인은 꼭 받기를 원했다.

그런 점에 착안하여 이런 대처 방법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택시비를 받지 않으면 싸인볼을 주지 않겠다는 강호의 말에 택시 기사는 순간 움찔하게 된다.

"아....그럼 택시비 받으면 싸인볼 주시는 겁니까?"

택시 기사는 기대어린 눈으로 강호에게 묻고 있었고, 강호는 백 팩에서 싸인 볼 하나를 꺼내어 택시비와 함께 기사에게 건넨다.

타악.

택시 문을 닫고 집 앞에 내려선 강호.

시간을 확인해 보니 11시 51분이 되어 있었다.

서둘러 사직동 빌라에 들어가 현관문을 걸어 잠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사람이 있는 지를 확인한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달 만에 보게 되는 메시지가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용자 백강호가 입장합니다.]

[8,350exp를 획득하였습니다.]

[11,920mp를 획득하였습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선구안이 +1.8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주력이 +0.6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수비가 +1.0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송구가 +0.9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멘탈이 +0.5보정됩니다.]

[업적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4시간 동안 프리마켓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야에 한 달 간의 경기를 결산하는 메시지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 모든 스탯들이 90대에 접어들면서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한 스탯 보상이 극히 미비하게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탯 상승 치는 지난 번 일곱 번째 방문에 비해서도 더욱 줄어든 모습이었다.

특히나 최대치를 달성한 컨택과 파워 스탯이 보정되었다는 메시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한 거지. 최대치에서 더 올라버리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거야."

강호는 미비하게 오른 스탯 보정치를 납득하는 모습이었다.

한 달 간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개인 훈련과 운동에 집중했었고, 그 결과가 소수점 이하의 스탯 상승이라 해도 기분이 나쁘거나 마음이 상하지는 않는다.

이미 자신이 프리마켓을 통해 얻은 것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9.9[max]

파  워:99.9[max]

선구안:91.8

주  력:98

수  비:94.1

송  구:91.7

멘  탈:94.5

스탯 보정으로 상승한 부분을 눈으로 확인하던 강호는 이내 시선을 옮긴다.

프리마켓에 방문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확인하던 숫자를 체크하기 위함이었다.

"17."

입구 근처에 각인된 숫자는 이제 48에서 17로 줄어들어 있었다.

시즌 종료와 함께 프리마켓 역시 종료된다는 사실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이쯤에서 하나의 의문이 생겨난다.

"17일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무런 징후 없이 프리마켓이 사라지는 건가? 아니면 마지막 방문 기회가 주어지는 걸까?"

강호의 의문은 그것이었다.

이제 프리마켓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7일.

그 17일의 시간이 지나면 마지막 프리마켓 방문 기회가 생기는 건지, 아니면 다시 방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종료되고 마는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추측해 보기로는 마지막 방문 기회가 있지는 않을까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도 염두 해 두어야만 했다.

"오늘 포인트로 살 수 있는 모든 걸 사두는 게 좋아. 17일 후에 프리마켓 방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종료되어 버리면 포인트를 아껴두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거니까."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프리마켓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런 강호의 얼굴은 프리마켓 종료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왠지 모를 설렘이 자리하고 있었다.

더 이상 포인트를 아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강호를 설레게 만든다.

"그러니까 오늘은 후회 없이 쇼핑을 하는 거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