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67화 (266/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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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이 집중되다

고척에서 열리게 된 자이언츠와 히어로즈 간의 시리즈 5차전 경기.

최근 자이언츠의 인기를 그대로 반영한 이번 시리즈는 역시나 수많은 자이언츠 원정 팬들이 관중석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자이언츠 팬들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고, 원정 팬들의 함성 소리에 고착 돔이 쩌렁쩌렁 울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팬들과는 동떨어져 있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라운드와 가까운 지정석에서 휴대용 스피드 건과 노트북, 카메라 등의 장비를 펼쳐놓고 있는 이들은 강호를 보기 위해 몰려든 각국의 스카우터들이었다.

"한국의 응원 문화는 엄청난데? 모든 곳이 이런 건가?"

"아니요. 자이언츠 팬들이 조금 유별난 구석이 있는 편입니다. 최근에 백강호 선수의 기록 갱신이 이어지면서 더욱 심해지기도 했고요. 한국의 모든 팬들이 이런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평균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응원 문화가 발달하기는 한 것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 경기를 하다보면 저절로 멘탈이 강해지겠는데? 이런 소음을 이겨내고 경기에 집중할 정도면 경기 자체가 멘탈 훈련이나 다름없잖아?"

"그런 셈이지요."

한국 야구 현장을 처음 방문한 스카우터들은 자이언츠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홈 팀 선수들이 경기 전 훈련을 시작하고 있었고, 이어서 원정 팀인 자이언츠 선수단 역시 경기 전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오자 캠코더를 든 스카우터들의 행동이 분주해진다.

"저기 저 선수입니다! 등번호 100번이요!"

"역시 동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게 확실한 것 같아. 체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것 같은데?"

"아마도 동양권 국가인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체격이죠. 다른 선수들이 그렇게 크지 않은 점도 있고요. 한국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에 비해서 피지컬이 조금 작지 않습니까? 덕분에 백강호 선수의 체격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거죠."

"일단은 피지컬만 봐서는 합격이야. 체격에 비해서 몸놀림도 가벼워 보이고."

"유격수니까요. 나중에 백강호 선수의 수비 모습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230파운드(104kg)의 몸무게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비라니까요."

스카우터들은 강호의 훈련 영상을 캠코더로 담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강호를 실제로 처음 보는 스카우터들은 망원경까지 동원해서 강호의 모습을 살피는 열정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런 스카우터들의 모습이 근처에 자리 잡은 팬들의 시선에도 포착되고 있었다.

금발 머리 외국인인데다가 각종 장비를 구비한 그들의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뭐야? 저 사람들. 미국에서 온 건가?"

"어디? 아~~아마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 같은데?"

"누구 보려고?"

"당연히 백강호 선수겠지. 오늘 경기에서 주목할 선수가 누가 있겠어?"

"저기 봐, 미국 사람들 말고 다른 스카우터들도 있는 것 같은데? 저 사람들은 우리나라 스카우터들인가?"

"우리나라 스카우터들이 왜 저런 장비까지 가져 오겠어? 분명 일본 쪽 스카우터들일 거야. 이야~~대단하네. 백강호 선수 한 명을 보려고 대체 스카우터들이 몇 명이나 온 거야? 백강호 선수는 아직 데뷔 시즌이라 포스팅도 안될 텐데 말이야."

"몇 년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다는 뜻 아닐까?"

"그럴 지도. 워낙 대단한 선수니까."

팬들은 대화를 나누면서 괜스레 뿌듯해진다.

강호가 야구 종주국인 미국과 제 2 야구 강국인 일본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게만 느껴진다.

이미 국내 팬들은 강호가 자격을 채운 후에 해외 리그로 갈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올 시즌 강호가 워낙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시간이 흘러 기량이 다소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백강호 선수보다 메이저리그에 가까운 선수는 없을 거야."

"국내에서는 거의 신계에서 노는 선수니까 당연한 거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야 기록이 좀 현실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지금 백강호 선수의 기록은 말이 안 돼. KBO에서는 양민학살밖에 안 된다고!"

팬들은 강호를 보기 위해 고척 돔을 찾은 스카우터들로 인해 더욱 격상된 강호의 위상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감정은 곧 자신의 연고 구단인 자이언츠에 대한 자부심과 강호에 대한 애정으로 뒤바뀌어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백강호 파이팅!"

"백강호!! 백강호!! 백강호!!"

팬들의 더욱 커진 함성 소리를 그라운드 위에서 듣게 된 강호.

그러나 강호의 얼굴에서는 별다른 표정 변화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1루수로 선발 출장이 예정된 김상훈과 송구 훈련에 전념할 뿐이었다.

"오늘도 긴장은 안 되나 보지? 얼핏 살펴보니까 메이저 쪽 스카우터들이 많이 찾아온 모양이던데? 아마도 강호 너를 보기 위해서 온 것 같아."

상훈은 강호에게 공을 송구하며 얼핏 살핀 고척 구장의 분위기를 알려준다.

강호로서는 그런 상훈의 말이 딱히 와 닿고 있지는 않는다.

'어차피 포스팅이 될 때까지는 6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 지금 설렌다고 해서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것이 강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당장 다음 시즌에 해외리그로 풀릴 수만 있다면 설렐 수 있는 일이지만, 아직은 맣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가능성이 있는 자원이라면 중등부 선수들에게까지 템파링을 시도할 정도로 열정과 시간을 할애하고는 한다.

이미 검증된 자원인 강호에게 6년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강호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직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늘 경기에만 집중하자! 저들이 바라는 건 홈런 타격이겠지만, 홈런이라는 게 원한다고 해서 때려지는 것도 아니고, 일회용 홈런 아이템도 다 써버렸으니 욕심내봐야 상대 배터리에게 의도만 노출되고 마는 거야. 미리 계획한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도록 하자.'

강호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살짝 웃음 짓는다.

그런 강호의 웃음을 여유의 의미로 받아들인 상훈의 표정이 변화할 무렵, 강호의 대답이 이어진다.

"그럼 오늘은 더 잘해야 되겠네요."

강호의 대답은 묘한 구석이 있었다.

얼핏 당연한 말로 들릴 수 있었지만, 조금 더 그 속내를 살펴보면 전혀 당연하지 않은 말이었다.

그 점을 느낀 상훈이 피식 웃으면서 대꾸한다.

"강호 네가 지금 하는 것보다 어떻게 더 잘해? 그리고 지금보다 더 잘하면 우리 같은 평범한 선수들은 설 자리가 없어져 버린다고."

상훈은 과장되게 불쌍한 표정을 연기해 보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강호의 대범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진짜로 긴장 안 되는 모양이네? 하여튼 멘탈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강호 정도의 멘탈이면 타자가 아니라 투수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던 상훈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네. 4할 타율에 60홈런을 때리는 녀석이 투수? 그건 국가적인 낭비야.'

상훈은 스스로가 떠올린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나무라며 웃음 짓는다.

그런 상훈과 마주하고 있던 강호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뭐 재밌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강호의 물음에 상훈은 대답 없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강호는 끝내 상훈의 생각을 듣지 못한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리던 경기 시작 시간은 빠르게 다가와 있었다.

딱.

다소 밀린 듯한 타격음과 함께 1루로 향하던 황제인이 탄식을 내뱉는다.

황제인의 타구가 내야 뜬 공이 되면서 1회 초 선제공격에 나섰던 자이언츠의 세 타자 모두가 범타로 물러나고 있었다.

1번 타자 유성철은 삼진, 2번 타자 박철은 외야 뜬공, 그리고 황제인은 내야 뜬공이었다.

1번에서 3번까지 모든 타자가 다소 경직돼 보이는 큰 스윙으로 범타 처리 된 것이다.

그 모습을 덕 아웃에서 지켜 본 김민철 수석이 입 꼬리를 올려 보인다.

"타자들이 긴장한 것 같은데요? 세 녀석들 다 스윙이 평소보다 큽니다. 주의를 좀 줄까요?"

김 수석은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가 질문을 던지는 대상은 팀의 총사령인 손성조 감독이었고, 손 감독은 김 수석의 말에 고개를 내저어 보인다.

"됐어. 내버려 둬. 경기 외적인 부분을 의식하고 있는 녀석들한테 말 몇 마디 건넨다고 그 마음을 지울 수 있을 것 같나? 괜히 주의를 준답시고 김 수석이 사실을 전파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런 점도 있겠네요."

김 수석은 손 감독의 대꾸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도 아직 못한 말이 더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재밌지 않으십니까? 이렇게 빨리 미국 쪽 스카우터들이 찾아온 것도 그렇고, 정작 당사자인 강호는 표정 변화도 없는데 다른 선수들이 헛바람을 삼키는 게 재밌네요."

"그런가?"

김 수석의 말에 손 감독은 짧게 되물었다.

그러면서 공수 교체를 위해 그라운드로 뛰쳐나가는 선수들의 뒷모습에 시선을 둔 채 이렇게 말을 잇는다.

"프로야구 선수들한테 메이저리그는 꿈같은 곳이니까. 욕심을 조금 낸다고 해서 나쁘게 보지는 말자고."

손 감독의 말에서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대답이 조금은 의외였는지 김 수석의 표정이 변화될 무렵, 1회 말 히어로즈의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히어로즈의 1번 타자 서건찬이 중전 안타를 때려내고, 1루 베이스를 밟는다.

오늘 자이언츠의 선발로 마운드에 선 투수는 팀의 4선발인 박진웅 투수.

진웅의 4구 째 패스트볼을 통타한 서건찬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시작부터 난감해졌네.'

선두 타자인 서건찬에게 안타를 허용한 진웅은 혀를 길게 빼문다.

히어로즈는 서건찬, 고정욱이라는 리그 최고의 테이블세터 진을 갖추고 있었기에 시작부터 신경을 잔뜩 쓰고 공을 던졌음에도 안타를 허용했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그리고 다음 타자가 타석에 서는 모습을 보니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즈 2번 타자 고정욱. 4할 대를 치는 강호는 신계에서 노는 선수니까 논외로 치면, 인간계에서 가장 건택 능력이 뛰어난 타자라고 할 수 있겠지.'

그것이 히어로즈의 2번 타자 고정욱을 바라보는 진웅의 시선이었다.

현재까지 4할 4푼 6리를 기록하고 있는 강호에 이어 3할 8푼 2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고정욱은 타격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2014년 서건찬이 기록한 201개의 최다 안타 기록이 올 시즌에 새롭게 갱신된다면 강호나 고정욱 타자, 둘 중 한 사람이 그 영예를 차지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돌 정도로 컨택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타자였다.

'병살타를 유도할 수만 있으면 좋겠지만, 주자인 서건찬 선수나 고정욱, 두 사람 다 리그 최고 수준의 주력을 가지고 있어. 병살타는 무리일 거야.'

진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지금의 상황을 더 큰 위기 없이 막을 방도를 떠올려 본다.

좌타자인 고정욱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려면 어떤 공를 던져야 하는지를 계산하던 진웅.

결국 포수인 캡틴 강민수의 리드대로 초구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타자인 정욱은 진웅의 초구를 노리고 있던 것인지 초구부터 벼락같은 속도로 배트를 내는 것이 아닌가.

딱!

경쾌한 타격음이었다.

좌타자의 바깥 쪽 코스를 공략하는 초구 슬라이더에 타자인 정욱이 귀신같은 배트 컨트롤로 밀어치는 타구를 날려 보낸 것이다.

타구는 그라운드를 스치는 바운드 볼이었지만, 배트 스피드가 워낙 빨랐던 까닭에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순식간에 빠져나갈 듯이 보였다.

그런 생각은 야구 본고장인 미국에서 수십 년 동안 야구를 접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욱의 타구로 주자 1, 3루의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스카우터들의 예측은 빗나가고 만다.

"어?!"

"아니?!"

스카우터들의 짧은 탄성 속에 타구를 향해 몸을 날린 강호의 글러브에 타구가 빨려들고 있었다.

무척이나 빠르게 느껴지는 정욱의 타구를 추월하기라도 할 기세로 달려든 강호는 어느새 오른손으로 글러브 안의 공을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는 역동작인 상태에서 빠르게 몸을 돌려 2루를 향해 점핑 스로우를 시도한다.

파핫!

송구 후 균형을 잃은 강호의 몸이 그라운드 위로 쓰러지고 있었지만, 덕분에 송구는 2루수 최훈의 글러브에 정확하게 안착할 수 있었다.

"아웃!"

2루심은 주자 서건찬에게 포스 아웃을 선언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황은 이어져 어느새 2루수 최훈의 손을 떠난 공이 1루수 김상훈의 글러브에 닿는다.

발 빠른 주자 고정욱의 스파이크 역시 1루 베이스를 밟고 있었기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1루심에게로 모여들게 된다.

"아웃!"

1루심 역시 아웃을 선언한다.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간 수비 내용에 팬들이 눈으로 쫓기도 힘겨워할 무렵, 옹기종기 모여 있던 스카우터들은 일제히 감탄사를 내뱉으며 의견 교환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 봤어? 백강호의 유격수 수비 말이야. 빅 리그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수비였어!"

"타구 판단도 정확했고, 포구 동작도 깔끔해! 거기에다 역동작에 걸린 송구도 완벽했어. 심지어 송구 후에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동작도 좋았다고!"

"저런 체구로 유격수 수비를 본다고 해서 평균 이하의 수비일 줄 알았는데, 결국 스카우트 리포팅에 나와 있는 그대로의 수비 실력이야."

스카우터들은 강호의 호수비를 칭찬하며, 스카우트 리포트에 기록된 강호의 수비 능력에 더 이상 다른 의견을 더하지 않는다.

물론 한 번의 수비에 불과했지만,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본 빅 리그의 스카우터들은 그 한 번으로도 많은 것을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강호에 대해 판단할 부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경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강호가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황, 경기는 더욱 흥미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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