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63화 (262/335)

0263 / 0335 ----------------------------------------------

맞대결의 결과

강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사직구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팬들의 함성은 오직 강호만을 향해 있었고,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아직 여름이 지나지 않은 9월 초입인 이유도 있을 테지만, 팬들이 뿜어내는 열정이 사직구장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그러나 그 열기와 동조되지 않고 있는 인물도 존재했다.

"후우."

긴 날숨을 토해내며 로진백을 만지고 있는 와이번스 선발 투수 김광헌.

그는 홈팬들의 열정으로 열기가 가득 차올라있는 사직구장의 마운드에 선채 가슴 서늘한 냉기를 느껴야만 했다.

왜냐하면 타석에 선 강호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놈의 눈빛은 자꾸 봐도 적응이 안 되네. 저게 데뷔시즌 루키의 눈빛이 맞기나 한 건가? 아니지, 백강호를 데뷔시즌 루키로 보면 안 되지. 그렇게 여겼다가 피 홈런을 허용한 투수들이 한, 두 명인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나도 백강호 홈런 기록의 희생양이 될 뿐이야.'

광헌은 복잡한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88년생 올해로 32살이 되는 좌완 특급 김광헌 투수.

한 때는 이글스 출신 류현진 투수와 국내 최고의 좌완 투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었던 그다.

역동적인 투구 모션에서 오는 강력한 구위의 패스트볼과 주 무기인 슬라이더가 최대 강점인 광헌은 신인시절부터 모든 야구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특급 에이스였다.

그러나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역동적인 투구 모션이 결국 발목을 잡고 만다.

일부 전문가들은 광헌의 투구 모션에 대해 이런 우려를 내비쳤다.

"김광헌 투수는 부상 위험이 너무 커. 그렇다고 투구 폼을 수정하는 것도 어려울 거고. 조만간 전성기가 지나가버릴 거야."

"김광헌의 부상은 예정되어 있던 거야. 역동적인 투구 모션으로 타자들의 교란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 때문에 투수 본인에게 지속적으로 데미지가 가고 있어."

전문가들은 광헌의 부상을 예견했고, 그런 예견은 곧 현실이 되고 만다.

광헌은 어깨 부상에 이은 팔꿈치 부상까지 함께 얻으며 몇 시즌을 재활에 집중해야했던 것이다.

그렇게 광헌의 전성기는 빠르게 지나가는 듯했지만, 2016년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후 지금까지 양현준과 함께 토종 좌완 투수로서는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1회 말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는 모습으로 강호와 마주하게 되었다.

'포심이 자꾸 가운데로만 몰리네.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좁은 것도 문제고. 이렇게 패스트볼 제구가 안 되는 날에 주심 스트라이크 존도 좁으면, 투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광헌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패스트볼 카드를 버리기로 한다.

이번 경기 내내 패스트볼을 쓰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눈앞의 타자에게는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백강호에게 어설픈 패스트볼을 던졌다가 홈런을 헌납하는 꼴밖에 되지 않아. 지금처럼 패스트볼 제구가 안 될 때 실투라도 나온다면 3점을 헌납하는 셈이야! 그렇다면 내가 던져야 할 구종은.'

김광헌은 고심 끝에 포수의 싸인에 고개를 내젓는다.

포수 이재훈이 낸 바깥 쪽 포심 싸인과 몸 쪽 투심 싸인을 차례로 거부한 것이다.

광헌은 포심과 투심, 컷 패스트볼 등 총 3개의 패스트볼 구종을 구사할 수 있었지만, 오늘 강호와의 대결에서는 모두 봉인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런 광헌의 눈빛과 마주하고 있는 강호.

이미 타석에 서기 전부터 모든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

'김광헌 투수는 원래 최상급 포심 패스트볼과 수준급 슬라이더, 체인지업, 그리고 상급의 컷 패스트볼과 포크볼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였어. 그러다 포크볼을 버리고, 커브를 장착하기도 했지. 지금은 투심 패스트볼까지 구사가 가능해졌고.'

강호는 김광헌 투수에 대한 모든 자료들을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광헌 투수 정도 되는 클래스의 선수를 상대해야하는 입장에서 이 정도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김광헌 투수의 고뇌를 알 것만 같았다.

'지금은 김광헌 투수가 패스트볼 제구가 안 되고 있어. 포심과 투심 모두가 가운데로 몰리는 모습이야. 컷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넣지도 못하고 있어. 덕분에 준오 선배와 제인 선배한테 손쉽게 안타를 허용하게 된 거야.'

강호는 김광헌 투수가 패스트볼을 잠시 봉인할 것이라 여긴다.

그렇다면 광헌에게 남은 구종은 단 두 개.

루키 시즌을 제외하고는 포크볼 구사율이 현저하게 떨어진 김광헌에게 남은 구종은 바로 슬라이더와 커브였다.

'체인지업은 2017년부터 새로운 그립을 개발하다가 중단했다고 했어. 간혹 써클 체인지업을 구사하고는 있지만, 피안타율이 높아서 허를 찌르는 용도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아. 그러니까 결국 슬라이더와 커브만 남은 셈이야.'

이것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강호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지금 타석에서 김광헌의 눈과 마주한 강호는 회심의 미소와 함께 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슬라이더! 슬라이더만 노린다!'

강호의 선택은 슬라이더였다.

김광헌 투수는 데뷔년도부터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새로운 구종을 연마하고, 버리기를 반복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절대 버리지 않는 변화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슬라이더였다.

김광헌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슬라이더, 강호는 그것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우천 기간 동안 슬라이더 대처 방법만 주구장창 연마한 것을 오늘 경기부터 꺼내놓을 지는 몰랐는데, 그렇다고 아껴둘 필요는 없겠지!'

강호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배트를 힘껏 쥔다.

광헌과 강호, 두 선수의 뜨거운 두뇌 싸움은 초구가 던져지기 전부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고, 본격적인 승부는 광헌의 손을 떠난 초구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따악.

호쾌한 타격음에 순간 사직구장이 얼어붙고 만다.

광헌의 초구를 타격한 타구가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파울 폴대를 살짝 벗어난 타구는 눈 깜빡할 사이에 자이언츠 경기장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장외 파울이었다.

팬들의 환호가 뒤늦게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우와아아! 나는 홈런인 줄 알았어!"

"홈런 아니야? 파울인 거야? 와~~ 무슨 파울이 저런 식으로 담장을 넘겨버리냐? 지금 장외 파울된 거 맞지?"

"역시 백강호 파워는 어디 안 가네! 경기를 일주일 넘게 쉬어서 백강호 선수 타격감이 떨어졌을까봐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까 예전보다 타격감이 더 좋네. 살짝만 안으로 들어갔어도 그대로 홈런인 거였잖아. 아~~아깝다!"

자이언츠 팬들은 숨죽인 채 강호의 타석을 지켜보다가 초구부터 터져 나온 장외 파울에 비명 같은 감탄사를 뱉어내고 있었다.

사실 자이언츠 팬들은 조금 전까지 강호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연달아 두 개의 태풍이 북상하며 일주일 넘게 경기를 쉰 후유증으로 강호의 타격감이 떨어져 있을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

그런데 강호가 조금 전 때려낸 장외 파울로 인해 그런 우려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백강호 날려라!!"

"1미터만 더 안쪽으로 들어갔으면 홈런이었어! 이번에는 1미터만 안으로 칩시다!"

약간의 우려를 담고 있던 팬들의 얼굴은 밝은 표정이 되어 강호를 향해 힘찬 응원을 보내주고 있었다.

덕분에 강호의 초구 타격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김광헌 투수가 더욱 큰 긴장감을 떠안게 된다.

"칫."

광헌은 이를 악물며 강호에게 던질 2구를 준비한다.

그러나 도저히 강호를 상대할만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패스트볼을 버린 지금의 승부에서 강호가 대놓고 슬라이더를 노리는 타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커브를 던지자니 오히려 장단에 놀아나는 느낌이고, 패스트볼을 던지자니 제구가 안 되고, 체인지업을 꺼내야 하나?'

광헌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2구를 결정하지 못하고 1루 주자인 황제인을 향한 견제구를 연달아서 던지는 모습이었다.

"세이프."

광헌의 두 번째 견제구에도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한다.

1루 주자인 제인의 리드 폭이 작지 않았지만, 아웃을 잡기에는 크지 않았던 것이다.

대다수의 팬들은 지금 광헌의 견제구가 타자인 강호와의 승부를 까다롭게 여긴 결과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광헌의 행동에 대답하는 자이언츠 팬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맞춰져 있었다.

"내가 그렇게 렇게 만만하니~"

"마!!"

"사랑이 그렇게 넌 만만하니~"

"마!!"

일사불란한 목소리가 시작구장을 뒤덮는다.

여기에 구단에서 이벤트로 나누어준 손가락 모양 풍선 장갑까지 한 마음으로 움직이니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시청각 응원이 완성되고 있었다.

구단 사장실에서 TV중계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지 사장의 입장에서는 뿌듯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허 실장, 저 것 좀 봐, 얼마나 보기 좋아? 지금 봤어? 관중석이 무슨 살아있는 파도처럼 움직이지 않아?"

"네, 참 보기 좋은 광경입니다. 사장님 말씀대로 장갑 배포 개수를 늘린 게 옳은 결정이네요."

"당연하지~! 내가 언제 틀린 말 한 적 있어? 이참에 풍선 공장에 추가 주문 넣도록 해."

"공장에 프로모션을 걸어서 구매 단가를 떨어뜨려 볼까요?"

갑작스런 허 실장의 제안에 지 사장이 눈썹을 씰룩인다.

구매 단가를 떨어뜨리는 일은 물건을 대량구매하는 구매자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지 사장은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말을 꺼낸 허 실장은 급히 입을 다문다.

'이번에는 또 왜 그러시는 거야? 구매 단가 떨어뜨리면 좋은 거 아닌가? 아니면 그런 자질구레한 일은 보고하지 말고 내가 알아서 처리해라는 뜻?'

허 실장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지 사장의 호통이 터져 나온다.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풍선 공장이 저런 거 팔아서 얼마나 번다고 그 가격을 다운시키고 있어? 공장이 부산에 위치한 소규모 생산 공장이라며? 허 실장은 상생도 몰라? 우리 정도 대기업은 저런 소규모 공장하고 상생할 줄도 알아야지. 그 돈 조금 아끼자고 지역 연고 기업들하고 상생을 외면하면 안 되는 거야! 알겠어?"

"아~ 넵!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허 실장은 지 사장의 호통에 얼른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에 만족한 지 사장은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키며 재차 입을 연다.

"우리 자이언츠를 보는 눈이 많아졌어. 이럴 때일수록 쩨쩨하게 굴지 말고 통 크게 가잔 말이야. 호감 얻는 건 상당히 어려운데, 비호감이 되는 건 한순간이야! 그 사실을 항상 기억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지 사장은 한동안 자신의 철학을 허 실장에게 강론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도 잠시 잠깐.

강호의 타석 기회에서 터져 나온 또 한 번의 호쾌한 타격음에 자연스레 시선이 TV화면으로 옮겨진다.

"허 실장, 비켜! 안 보이잖아! 친 거야? 넘어갔어? 홈런이야?"

지 사장은 TV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며 속사포같이 빠르게 말을 뱉어낸다.

덕분에 허 실장은 얼른 옆으로 물러나며 TV로 시선을 돌려본다.

'어?! 넘어갈 것 같은데?"

허 실장 역시 홈런이 기대되는 강호의 타구에 표정을 달리한다.

강호의 60홈런 달성은 이미 선수 개인의 영광을 넘어 구단 전체에서 주시하고 있는 기록이었다.

60홈런이라는 숫자 자체에서 주는 의미도 남다르지만, 만약 지금의 타구가 홈런이 된다면 그 홈런이 열 경기 연속 홈런 기록이라는 세계 타이틀이라는 의미도 더해지게 된다.

기록 달성에 대한 구단 차원의 이벤트가 준비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당장 현장에 전화를 걸어서 폭죽을...!'

허 실장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그러나 그런 허 실장의 행동은 안타까운 탄식과 함께 멈춰지고 만다.

"아...!"

지 사장 역시 장탄식을 내뱉는다.

두 사람이 기대했던 강호의 홈런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다시 장소는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현장으로 옮겨진다.

중계석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 타구가 넘어가지~ 않습니다! 펜스를 직격하는 타구에 3루 주자 전준오는 홈으로! 1루 주자 황제인도 3루를 밟고 홈으로! 타자 주자 백강호는 1루를 밟고, 2루에 안착합니다! 백강호의 타구는 사직구장의 중앙 펜스를 직격하는 2타점 2루타로 기록됩니다!"

중계석의 권성호 캐스터는 아쉽게 2루타가 된 강호의 타격 상황을 현장감 있게 중계하고 있었다.

곁에 앉은 조성한 위원은 강호의 타구 방향을 확인하며 가슴을 조리다 타구가 펜스를 직격하고 튕겨져 나오자 긴 탄식을 내뱉는 모습이다.

"아~~! 지금 타구는 정~말 아깝네요. 타구 각도가 1도만 높았으면 넘어갔을 타구거든요? 정말 아쉽습니다. 지금은 김광헌 투수의 체인지업을 받아친 타구에요. 최근 김광헌 투수의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인데, 오랜만에 체인지업을 던진 것이 그대로 통타당했어요. 아무래도 백강호 타자가 슬라이더를 노린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의도가 무색해지네요."

"네, 백강호 선수의 적시 2루타로 자이언츠가 1회 말부터 2대 0으로 앞서갑니다! 이제 5번 타자 스팅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조 위원의 해설에 이은 권 캐스터의 말로 강호의 타석 상황은 깔끔하게 설명되고 있었다.

자이언츠 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지만, 1회부터 터져 나온 적시 2루타에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하아~ 진짜 아깝네! 조금만 높았으면 넘어가는 거였는데!"

"별 수 없지. 그래도 백강호 선수 타격감이 좋은 것 같으니까 다음 타석 때 치지 않을까?"

강호의 2루타에 열정적인 함성을 쏟아낸 자이언츠 팬들은 강호의 다음 타석을 기대하며 웃음 짓는다.

그러나 그런 팬들과 조금은 동떨어진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었다.

장소는 잠시 와이번스 덕 아웃으로 옮겨진다.

"역시 백강호네. 저걸 받아쳐서 펜스를 맞혀 버리네!"

"괜히 기록 파괴자라고 하겠어? 타격하는 거 보니까 오늘도 홈런 때리겠는데?"

와이번스 덕 아웃의 일부 선수들이 강호의 타격에 감탄사를 흘리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상대 팀 4번 타자인 강호의 타격 모습에 같은 야구 선수로서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고, 그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까닭에 벤치에 남아 있던 몇몇 고참 선수들이 불편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래서 중견급 고참 선수가 나서서 후배 선수들을 다그친다.

"쉿, 쉿. 의준 선배 듣겠다. 목소리 낮춰."

후배 선수들을 다그치는 중견급 선수는 누군가의 이름을 들먹이며 후배들을 나무란다.

그가 후배들을 나무라며 거론한 이름은 바로 팀의 4번 타자인 정의준.

한 때는 강호와 홈런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와이번스의 간판타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벌써 다 들었다. 네가 말하는 것도 다 들려!'

정의준은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선다.

오늘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하긴 했지만, 지명타자인 관계로 수비에는 나서지 않은 정의준이었다.

덕분에 강호의 적시 2루타 타격을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한 때는 홈런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경쟁자가 저만치 앞서 가는 모습에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

'백강호,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내 타석이 오면 그걸 증명해 보이겠어!'

강호를 바라보는 의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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