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60화 (259/335)

0260 / 0335 ----------------------------------------------

태풍 나니

26일 월요일 아침이 되자 야구팬들은 혹시나하는 기대감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태풍의 진로라는 것이 예측한 것과는 다른 경로로 변경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중률이 그리 높지 않은 기상청의 일기 예보가 이번에도 틀리기를 바라본다.

그런데 항상 빗나가기만 했던 일기 예보는 이번만큼은 놀라운 적중률을 보이고 있었다.

기상청의 예보대로 월요일 점심 무렵이 되자 제주도 남부를 중심으로 태풍 피해 급보가 잇따르기 시작한다.

다행이도 며칠 전부터 예고된 태풍 상륙인 까닭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수백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막강한 태풍의 위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문제는 태풍 나니가 제주도를 지나 부산, 경남 권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야구팬들은 리모컨을 내려놓으며 절망하게 된다.

"안 돼. 망할! 결국 부산으로 오는구나!"

"내가 비오지 말라고 그렇게 고사를 지냈는데 결국 태풍이 오네."

"아, 이러면 내일 경기는 당연히 취소되겠지? 어?! 지금 비 내리는 거야?"

"이제 알았어? 오늘 새벽부터 비 내리고 있었잖아?"

"안 돼~ 태풍아. 어서 일본으로 꺼져라!"

야구팬들, 특히 자이언츠 팬들은 부산 쪽으로 경로를 잡은 태풍 나니의 접근에 눈물 흘린다.

자이언츠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시리즈는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았다.

우선 1위 팀 베어스와의 맞대결이라는 점이 큰 관심사였다.

현재 5연승을 달리고 있는 자이언츠와 4연승을 달리는 베어스. 두 상위권 팀의 연승 행진 중에 어느 팀의 연승 기운이 강할 것인지 분명한 관전 포인트가 있었던 것이다.

세 경기 차이로 좁혀진 승패마진도 흥미로웠다.

현재 72승 1무 43패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베어스, 그리고 69승 46패로 어느새 베어스의 뒤를 쫓기 시작한 자이언츠.

만약의 경우지만, 자이언츠가 베어스에게 3연승을 거둔다면 팀 승률에 앞서게 되는 자이언츠가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자이언츠 입장에서나 베어스 모두에게 중요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더욱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이러다가 우리 백강호 선수 타격감 떨어져서 다음 경기 홈런 못 치면 어떡해?"

"백강호 선수의 홈런 신기록을 하늘이 방해하네. 다음 경기에서 홈런 때리면 10경기 연속 홈런에 60홈런 동시 달성인데, 이 엄청난 기록을 태풍 따위가 방해를 하다니!"

"나는 이 태풍 이름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어! 이름이 나니가 뭐야? 일본에서 지은 이름이야?"

"구단 차원에서 백강호 선수 컨디션 관리 해줘야하는 거 아닌가?"

"그래! 어서 구단 홈페이지에 쳐들어가서 백강호 선수 관리하라고 게시판 도배합시다!"

"옳소! 구단은 백강호 선수의 컨디션을 관리하라!"

네이버 밴드나 강호의 팬 카페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은 자이언츠 팬들은 곧바로 자이언츠 홈페이지에 접속해 빠르게 게시판을 점령해 나간다.

그런 팬들의 관심은 홈페이지 서버가 폭주하는 사태로 접어들고 있었고, 허 실장과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지정만 사장은 그런 사태를 늦게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장소는 자이언츠 구단 본부 사장실로 옮겨진다.

"이잉? 이게 뭐야? 구단 홈페이지에 왜 안 들어가져? 전산실에서 아직도 서버 확장 안 한 거야? 내가 서버 확장하라고 예산도 내려 보냈잖아? 그 돈을 어따 처발랐는데 아직도 서버가 터지고 앉았어?!"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자리에 앉자마자 화를 내는 지정만 사장.

그런 지 사장의 변덕에 허 실장이 순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내가 터뜨린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그러시는 거야? 그리고 전산실이 뭐야? 지금이 90년대인가? 서버운영실이라는 이름을 놔두고 왜 매번 전산실이라고 하시는 거야?'

허 실장은 속으로 차오르는 의문들을 가라앉히며 대답할 말을 찾아본다.

기억하기로는 서버 확장에 예산을 내려 보냈던 것이 2달이 훌쩍 지나 있었고, 올스타전을 전후로 해서 신규 서버 장비를 반입해 서버를 확장했다는 보고를 들은 기억이 있었다.

아무래도 기획실 일이 아니다보니 1달이나 지나버린 업무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허 실장에게도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 이제 기억이 좀 나네. 저장 장치 용량을 50%확장하고, 속도도 20%개선했다고 들었는데?'

허 실장은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을 더듬어본 후 곧바로 입을 연다.

"서버 확장 일은 7월 달에 마무리됐습니다. 서버운영실 책임자를 오라고 할까요?"

허 실장은 기억에 의지해 대답을 해놓고는 덧붙여서 지금의 사태가 서버운영실의 문제라는 점을 넌지시 알린다.

허 실장은 다른 부서의 실책까지 본인이 덤터기 쓸 정도로 허술한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유능한 편에 속한다.

회사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기획실 실장이라는 자리는 운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허 실장은 그점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서버 운영실 최동욱 과장을 불러서 자세한 이유를 묻는 것이 어떨까요?"

허 실장은 재차 묻고 있었다.

본인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지 사장이 서버가 터진 일로 아무 관련이 없는 자신을 또 다시 나무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과연 허 실장의 생각대로 지 사장의 대답이 들려온다.

"최 과장이든, 김 과장이든 당장 오라 그래. 누구든 책임자가 있을 거 아냐?"

"네, 알겠습니다."

지 사장의 대답에 허 실장은 곧바로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누른다.

그 후 전화를 받은 최동욱 과장에게 다짜고짜 목소리를 높인다.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지금 서버 터진 거 안 보여? 뭐?! 밥 먹고 있다고? 서버가 터졌는데 지금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 당장 실무진 데리고 사장실로 와!"

허 실장은 휴대폰에 대고 호통을 내지른다.

답답한 표정으로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다 그런 허 실장의 통화를 듣게 된 지 사장.

묘한 눈초리로 허 실장을 바라본다.

허 실장은 그런 지 사장의 눈빛에 움찔하다가 이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맥이 빠진다.

"오오~ 허 실장도 터프한 구석이 있어? 업무 지시 제대로 잘 하네. 마냥 허술한 사람인줄 알았더니 재촉도 할 줄 알고 많이~ 컸어. 좋아, 당장 책임자더러 사태 파악해서 사장실로 오라 그래. 실무진은 서버 터진 거 복구해야 되니까 전산실에 일하게 두고, 최 과장만 불러~"

지 사장은 웬일인지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지시한다.

덕분에 휴대폰을 붙들고 엄포를 놓고 있던 허 실장의 목소리도 덩달아 가라앉는다.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허 실장은 먼저 지 사장에게 대답한 후 곧바로 휴대폰에 대고 변경된 지시 상항을 하달했다.

"최 과장, 사장님 지시사항이야. 실무진은 서버 복구하게 하고, 최 과장만 사장실로 와. 그냥 오지 말고 사태파악해서 오도록 해. 뭐? 보고서는 무슨 보고서야? 지금 사장님 기다리시는데 보고서 작성할 시간이 어딨어? 사태파악만 해서 구두 보고하러 오란 말이야!"

처음에는 목소리를 가라앉혔던 허 실장은 통화가 계속되며 다시 목소리가 높아진다.

윽박섞인 지시로 통화를 종료한 허 실장.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 이런! 내가 사장님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버렸구나. 그것도 사장실 안에서. 한 번은 좋게 봐주셨지만, 두 번은 용납하실 분이 아닌데?'

허 실장은 사장실 안에서 목소리를 높인 자신의 실책을 지 사장이 나무랄 것을 걱정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지 사장은 실실 웃는 얼굴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서버가 터진 마당에 무슨 보고서를 작성해? 최 과장이라는 사람도 얼이 빠졌구만. 허 실장 상황 판단 능력이 좋아졌어~"

허 실장은 호통 들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지 사장은 이번에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칭찬의 말을 건넨다.

지 사장이 바라보고 있는 모니터 화면에는 '접속불가'라는 메시지가 전시되어 있어 충분히 화가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오히려 허 실장의 행동을 칭찬하고 있었다.

잠시 영문을 파악하지 못해 당황하던 허 실장은 한 가지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혹시 이렇게 일하는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건가? 단호하게 업무 지시도 내리고 빠르게 일처리하는?'

허 실장이 그런 생각으로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 서버 운영실 실장인 최동욱 과장이 허겁지겁 사장실로 들어온다.

허 실장도 실장이고, 최동욱 과장도 실장이지만 두 사람의 격차는 확실했다.

기획실 실장인 허 실장은 거의 이사진 대접을 받고 있었지만, 최 실장의 직책은 책임 급 인사인 과장이었다.

나이 차이도 10살이나 나고, 입사 시기도 허 실장이 훨씬 빨랐기 때문에 최동욱 과장에 비한다면 훨씬 상관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최 과장을 대하는 허 실장의 태도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이제 오면 어떡해? 어서 사장님께 파악한 내용 보고 드려!"

"네, 넵! 오전 11시 47분경부터 접속자가 늘어나기 시작해서 오후 1시 23분경에 트랙픽 초과로 서버가 터진...아니 과부하가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보입니다? 그건 최 과장 추측이야? 아니면 정확한 내용이야?"

"네? 아...추측은 아니고, 서버 자료를 확인해 보니 그렇게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럼 말의 어미를 보입니다가 아니라 일어났습니다. 라고 바꿔서 말해야지. 알겠어? 사장님 앞에서 말할 때는 확실한 내용과 추측성 발언을 구분해서 말하란 말이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허 실장의 지적에 최동욱 과장은 허둥대며 보고를 이어간다.

최동욱 과장은 과장으로 승진한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중간 관리자로서 사장실에 불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은 사장 정도 되는 고위직과 대면하는 것이 처음이기도 했다.

먼발치에서 몇 번 보기는 했어도 지정만 사장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인 것이다.

그런데 최 과장이 보고를 하고 있는 당사자인 지정만 사장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지 사장은 허 실장의 성장에 즐거워하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짜아식, 많이 컸어. 저런 말도 할줄 알고, 샌님인 줄 알았더니 제법 강단도 있었네.'

지 사장은 점차 자신을 닮아가고 있는 허 실장의 모습에서 흐뭇함을 느낀다.

그런데 그때 자리에 앉아 보고를 듣고 있던 지 사장이 눈을 크게 뜬다.

어느새 그의 시선은 눈앞의 모니터로 옮겨져 있었다.

"응?"

지 사장은 어느새 복구된 구단 홈페이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사용자가 몰리며 서버가 폭발했던 구단 홈페이지 복구가 끝난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입을 연다.

"응, 알겠어. 나가봐."

"네?"

"고생이 많네, 그래. 그러니까 예산 투입해서 서버 확장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접속자가 더 많았다는 얘기잖아? 요즘 구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접속자 수가 폭증해서 그렇다는 뜻 아냐?"

"네...요약하면 그렇긴 합니다."

"그래. 알았어. 조만간 전산실에 가볼 테니까 서버 확장 보고서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어."

지 사장은 그렇게 지시를 내린 후 진땀을 흘리고 있는 최동욱 과장을 사장실에서 내보낸다.

건성으로 듣는 것 같았지만, 최 과장의 말을 모두 들은 지 사장은 서버가 폭발한 문제가 서버실의 잘못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이들이 홈페이지를 방문한 까닭이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구단에 관심을 갖는 팬들이 많으면 좋은 거지 뭐. 우리 팀이 요즘 같이 경기를 잘하고 있는데 구단 욕하는 말은 거의 없을 거 아냐? 그럼 뻔한 거잖아. 태풍 때문에 경기가 우천 취소될 것 같으니까 일정 확인 차원에서 구단 홈페이지에 우르르 달려드는 거겠지."

지 사장은 최 과장을 내보낸 후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최 과장이 있을 때는 위엄 넘치는 기획 실장의 면모를 보이던 허 실장은 급히 태세를 전환하고 지 사장의 말에 동의하고 나선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이번 홈경기에 중요한 것들이 걸려있다 보니까 팬들의 기대도 크고, 우천 취소에 대한 실망도 적지 않을 테니까요. 백강호 선수 기록 달성이 걸려있는 시리즈이지 않습니까?"

허 실장은 강호의 이름을 거론하며 동조하고 나선다.

지 사장에게 강호의 이름은 프리패스와도 같은 것이었다.

기분 언짢은 일이 있어도 강호의 이름을 들으면 미소를 짓곤 하는 지정만 사장.

허 실장은 혹시라도 구단 홈페이지가 다운된 이유가 지 사장을 언짢게 만들까봐 미리 강호의 이름을 빌어 그를 진정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어진 지 사장의 반응을 살펴보니 괜한 걱정인 것 같아 보인다.

"응? 우천 기간 동안 백강호 선수 컨디션을 관리해줘야 한다고? 그것도 구단 차원에서?"

지 사장은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을 점령해버린 하나의 주제에 관심을 내보이고 있었다.

강호의 컨디션 관리에 대한 이야기는 올스타브레이크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거론되던 주제였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주제이긴 하지만, 다수의 팬들이 증설된 서버를 다운 시킬 정도로 관심을 내보이자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 사장도 강호의 컨디션 관리 문제는 중요하게 체크하고 있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허 실장."

"네."

"우리가 백강호 선수 타격감 유지를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네?"

"이번 태풍 때문에 시리즈 전체가 날아가게 생겼잖아? 그 기간 동안 혹시라도 우리 백 스타 타격감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야?"

지 사장의 물음에 허 실장은 퍼뜩 드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낸다.

"그야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이 9에서 멈추게 되겠지요."

"그럼 그거 심각한 문제 아냐?"

"관점에 따라서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지요. 세계 기록 갱신이 가능한 시점에서 시리즈가 취소되는 거니까 말입니다."

허 실장의 대답에 지 사장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지금 당장 구단 전체를 움직여서라도 강호의 타격감 유지에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막상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프런트에서 나섰다가 우리 백 선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돼. 이럴 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차라리 가만히 있어주는 게 도와주는 걸 텐데. 그런데 너무 넋 놓고 있다가 팬들 우려대로 진짜 백 선수 컨디션이 떨어져 버리면 그것도 문제잖아? 대놓고 움직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있기도 뭐하고.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지 사장은 잠시 고민을 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곁에 있는 허 실장에게 질문을 던진다.

"요즘 백강호 선수 타격 지도는 누가 하고 있지?"

"백강호 선수 타격 지도 말입니까? 안 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잘하는 선수를 누가 지도하겠습니까? 가만히 내버려둬도 59홈런씩이나 때리는 선수인데요. 김민철 수석한테 얼핏 물어보니까 저렇게 잘하는 선수는 괜히 지도한답시고 참견하면 오히려 페이스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허 실장의 대답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시즌에 무려 59홈런을 때린 선수를 어떤 코치가 타격 지도를 한단 말인가.

오히려 팀 전력 향상을 위해서 강호에게 타격 노하우를 전수받아야할 입장일 것이다.

"그럼 방법이 없다는 말이야?"

지 사장은 확인 차원에서 한 번 더 묻고 있었고, 잠시 고민해 보던 허 실장은 이내 고개를 내젓는다.

"그냥 현장에 맡겨두시죠. 손성조 감독이 잘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까?"

"으음."

허 실장의 대답에 수긍을 하면서도 지 사장은 조금은 부족함을 느낀다.

그런 지 사장의 안색을 살핀 허 실장은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대답을 내놓기 위해 고민 하다가 긴 생각 끝에 조심스럽게 건의해 본다.

"정 마음이 불편하시면 손성조 감독에게 직접 물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번 시리즈 기간 동안 태풍으로 경기를 쉬게 될 테니 그 기간 동안 필요한 지원이 있냐고 직접 물어보는 겁니다. 거기에 곁들여서 백강호 선수 컨디션 관리도 논의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허 실장의 제안은 나쁘지 않아보였다.

기록 달성의 당사자인 강호에게 직접 물어보기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의 멘탈은 사소한 것에도 흔들릴 수 있는 것이어서 구단의 직접적인 관심은 오히려 강호에게 해로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강호가 그런 것에 멘탈이 흔들릴 정도로 정신력이 약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지 사장이나 프런트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손 감독을 통해 간접적으로 강호의 컨디션 관리를 하는 게 어떠냐는 허 실장의 말은 꽤나 좋은 의견같이 느껴진다.

지 사장은 잠시의 생각 후 벌써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고 있었다.

허 실장은 자신의 제안에 대답 없이 휴대폰을 꺼내든 지 사장의 행동에 질문을 던진다.

"아니, 사장님. 어디에 전화하시게요?"

"손 감독한테 물어보라며? 지금 물어보려고. 시간 끌 필요 뭐 있어? 우리 백 선수를 현장에서 직접 보는 손 감독이 가장 잘 알거 아냐? 백강호 선수한테 뭐가 제일 필요한지 말이야."

지 사장은 허 실장의 물음에 그렇게 답한 후, 곧 전화를 받은 손 감독의 목소리에 이렇게 인사말을 건넨다.

"아~~손성조 감독! 나 사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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