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46화 (245/335)

0246 / 0335 ----------------------------------------------

잠실구장에 도전하다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강호가 때려낸 타구가 좌측 담장을 향해 빠르게 날아드는 순간, 모든 이들은 트윈스의 투수 교체 결정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타구 속도가 최소 160km는 넘을 것 같은 상당한 빠르기의 라인드라이브 성 타구는 트윈스 좌익수인 이현종의 위치에서는 도저히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윈스의 입장에서는 강호가 때려낸 타구가 담장을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터엉!

잠실구장의 펜스를 직격하는 타구가 그라운드 위를 구른다.

그 모습을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3루 베이스 코치는 오른팔을 풍차 돌리듯이 돌리며 주자들에게 주루 싸인을 보내고 있었다.

"돌아! 홈까지 돌아!"

3루 베이스 코치의 외침 속에 3루 주자 유성철이 이미 홈을 밟고 있었고, 2루 주자인 박철 역시 3루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파고든다.

뿐만 아니라 미리 스타트를 끊었던 1루 주자 황제인 역시 홈 쇄도를 위해 속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자이언츠 덕 아웃에서 나온 런 앤 히트 작전.

타구가 펜스를 직격한 가운데 모든 주자들이 홈으로 파고들기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강호의 안타 하나에 모든 주자들이 홈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팬들의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자이언츠 팬들은 펜스를 맞고 튕겨 나온 타구를 붙잡은 좌익수 이현종의 모습과 2루 베이스를 향해 쇄도하고 있는 강호를 번갈아보며 소리를 내지른다.

"3루! 3루까지!!"

"3루타! 3루까지 뛰어라!"

자이언츠 팬들은 강호의 3루타를 기대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트윈스의 좌익수 이현종의 송구가 벌써 이루어졌다는 점과 강호의 발이 이제야 2루 베이스를 밟았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강호가 지금의 안타로 3루까지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팬들은 강호의 3루타를 부르짖고 있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터져 나온 강호의 안타.

이미 3루 주자 유성철과 2루 주자 박철은 홈을 밟은 상황, 1루 주자였던 황제인마저 3루 베이스를 돌아 천천히 속도를 줄여가고 있었다.

설령 강호가 3루에서 아웃된다고 하더라도 주자를 일소하는 3타점 적시타가 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강호가 조금은 욕심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강호는 그런 팬들의 함성 속에 2루 베이스를 딛고, 달리는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었다.

파핫!

3루를 향하는 강호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현재 스킬 효과까지 더해 강호에게 적용되고 있는 주력 스탯은 104.4였다.

최근에는 측정해본 적이 없지만, 현재의 주력을 100미터 스퍼트로 계산해보면 10초 대 기록은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랙에서 스퍼트를 측정할 때는 스킬 효과가 적용되지 않아 97.4의 순수 스탯으로 주력이 측정되지만, 경기에 돌입하면 모든 스탯을 +7 상향시켜주는 '살아있는 전설' 스킬이 적용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강호의 주력은 100미터 스퍼트로 측정할 때보다 야구화를 신고 실전 경기에 투입되었을 때가 더욱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일곱 번째 프리마켓 방문을 통해 주력을 상승시킨 효과도 작용된다.

정확하게 따진다면 스탯 1.3의 증가일 뿐이지만, 그 미묘한 차이가 승부의 결과에 상당한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슬라이딩! 슬라이딩!

3루 베이스 코치가 양손을 바닥으로 내리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베이스 코치의 싸인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라는 시그널이었다.

강호는 베이스 코치의 시그널을 확인한 후 타구 위치를 확인할 사이도 없이 3루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린다.

파핫, 타악!

강호의 손끝이 베이스에 닿는 것과 3루수 카슨의 태그가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동 타이밍이었다.

3루심이 아웃을 선언하든, 세이프를 선언하든 그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모두의 시선이 3루심에게로 향한다.

"세이프! 세이프!!"

3루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자이언츠 팬들과 선수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고, 강호의 몸을 직접 태그한 3루수 카슨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비디오 판독 시그널을 보낸다.

트윈스 덕 아웃에서는 카슨의 요구대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주심이 판독실로 이동한 후 꽤나 긴 시간동안 비디오 판독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라운드로 모습을 드러낸 주심은 오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양팔을 펼쳐 보인다.

"세이프."

주심의 판정 역시 세이프였다.

그 모습에 초조한 심정으로 비디오 판독 결과를 기다리던 모든 자이언츠 팬들이 양팔을 들어올린다.

"우와아아!"

"그래! 세이프지! 나는 세이프인줄 알았어!!"

"오늘 경기는 그냥 이기겠네! 백강호 잘 했다! 네가 자이언츠를 먹여 살리는구나!"

팬들은 강호를 향해 환호성을 내지르며 3타점 싹쓸이 3루타에 기뻐한다.

아직 경기가 2회 초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팀이 8대 0으로 크게 앞서게 되었으니 팬들의 입장에서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자이언츠 팬들은 이 경기는 100% 이겼다는 생각에 각자가 싸온 통닭이나 맥주 등을 펼쳐 놓으며 축배를 들기에 이른다.

그런 모습을 확인한 중계석에도 코멘터리를 더하고 있었다.

"백강호 선수가 이번에도 해냅니다! 3타점 싹쓸이 3루타로 자이언츠가 2회 초부터 큰 점수 차로 앞서갑니다. 이제 백강호 선수의 최다 3루타 기록이 24개로 늘어나게 되는군요. 뿐만 아니라 최다 타점 기록도 221타점, 최다 득점 기록도 147득점으로 새롭게 갱신 됩니다! 그야말로 기록 파괴자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백강호 선수의 3루타! 잠실에서 열리는 시리즈 5차전 첫 경기는 자이언츠가 백강호의 맹타로 손쉽게 풀어갑니다!"

한 캐스터의 시원시원한 중계 이후 또 다시 강호를 극찬하는 박 위원의 코멘터리가 이어진다.

그러는 가운데 5번 타자 스팅의 땅볼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흘러가고, 이 타구에도 발 빠른 주자인 강호는 홈을 밟는다.

이제 9대 0. 아직 이닝이 많이 남은 가운데 자이언츠가 앞서가는 점수를 또 다시 추가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벼락같이 나온 캡틴 강민수의 솔로 포까지 터지며 자이언츠는 2회까지 10점을 내며 양 팀 스코어는 10대 0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후 별다른 상황 없이 3회 말까지의 상황이 흘러가고, 승기를 굳혔다고 생각한 양 팀 덕 아웃에서는 선수교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자이언츠 쪽 덕 아웃이었다.

"4회부터는 민수를 빼고, 포수 자리에 안민경을 넣도록 해. 2루에는 진만이를 넣고, 3루에는 임정을 넣어. 좌익수 자리에 택근이 녀석도 시험해 보고. 그리고 선발은 5회가 끝나면 곧장 교체할 테니까 불펜에 시험해볼만 녀석들 준비시켜 두고."

손성조 감독이 곁에 있던 김민철 수석에게 지시를 내린다.

팀의 캡틴이자 안방마님인 강민수를 교체하고, 2루수와 3루수를 모두 교체한다는 지시였다.

여기에 좌익수인 스팅을 빼고, 신예 선수 한택근을 투입하는 것과 5회 이후에 마운드까지 교체한다고 하니 한꺼번에 진행하는 선수 교체로는 상당한 인원교체였다.

김 수석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우려되는 선수 교체같았다.

"그렇게 되면 5번, 6번, 7번, 8번 타순이 죄다 교체되는 겁니다. 괜찮겠습니까? 스팅하고, 민수를 동시에 빼버리면 중심타순에서 하위타순으로 연결되는 무게감이 확 사라지게 될 텐데요?"

김 수석은 장타력을 갖춘 스팅과 강민수를 동시에 빼버리는 선수 교체로 인해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하위 타선의 연결 고리도 약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손 감독은 김 수석의 그런 우려를 투입 선수들에 대한 타순 조정으로 상쇄하고자 했다.

"장타력이 있는 임정과 오진만을 5번, 6번에 넣고, 한택근, 안민경 순으로 타순을 배치하도록 해.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배치하면 밸런스가 나쁘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손 감독은 타순 배치를 통해 1번부터 9번까지 타자들의 밸런스를 맞춰나가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작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손 감독의 미소를 통해 김 수석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과감한 선수 교체 이면에 감춰진 손 감독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근원되었는지를 말이다.

"여전히 4번 자리에 강호가 있지 않나? 녀석만 제자리에 두면 우리 팀 타순의 무게감은 크게 감소하지 않아!"

손 감독은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의 믿음대로 강호는 타석마다 맹타를 뿜어내며 자이언츠의 점수를 계속해서 더해가고 있었다.

4회에 때려낸 1타점 2루타와 6회에 나온 볼넷으로 출루한 후 득점을 더하며 어느새 양 팀 점수 차는 14대 1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맞이하게 된 8회 초 타석 상황.

모든 팬들의 시선이 강호의 배트에 집중되고 있었다.

"안타! 안타!"

자이언츠 팬들은 강호의 안타가 나와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미 앞선 타석에서 쓰리런 홈런에 이어, 3타점 3루타, 1타점 2루타까지 때려낸 강호.

이제 단타 하나만을 더하게 되면 리버스 사이클링히트가 또 한 번 완성되는 것이다.

그 오묘한 상황에 자이언츠 팬들은 즐거운 목소리로 이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게 홈런하고, 3루타, 2루타를 먼저 때리고 안타를 기다리냐? 이번 타석에서 장타 성 코스 나오면 1루에서 멈춰서야 되는 거 아냐?"

"그래야 되지 않겠어? 리버스 사이클링이라는 게 흔한 기록도 아니고. 웬만한 장타 코스에도 그냥 1루 베이스에 멈춰야지."

"그게 무슨 소리야? 프로 선수가 프로답게 행동해야지? 2루타가 나오면 2루까지 가고, 3루타가 나오면 3루까지 가야지! 기록 하나 내자고 설렁설렁 플레이하면 되나?"

"이 사람이, 리버스 사이클링이 무슨 뻘 기록인줄 아나? 역대 기록 통틀어도 딱 한 번밖에 없었던 기록이라고! 그것도 우리 백강호 선수가 낸 기록이고."

자이언츠 팬들은 강호를 응원하면서도 갑론을박에 빠진다.

강호가 이번 타석에서 장타 성 코스의 안타를 때려내도 1루에서 멈춰야 한다는 의견과 정석대로 주루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누어진다.

그런 논란 속에 타석에 선 강호는 나름의 고민에 사로잡힌다.

'지금 상황에서 1루타를 때려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습 번트를 대는 거야. 그런데 점수 차가 문제야. 점수 차가 14대 1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기습 번트를 대면 상대 팀을 모욕하는 일일 수도 있어. 그렇다고 제대로 타격했다가 장타 성 코스가 나오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강호 역시 리버스 사이클링 히트를 염두하고 있었다.

아직 기간제 아이템 효과인 '내가 심판이다'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

지난 달 올스타전으로 인해 23일에 기간제 아이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직은 30일이라는 아이템 기간이 지나지 않아 여전히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이 시야에 표시되고 있었다.

코스를 미리 알고 타격하는 상황이라 굳이 타격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정타를 만들어낼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그 정타가 장타 성 코스가 될 확률이 무척이나 높았기 때문에 오히려 타격 아이템 사용을 고민하게 된다.

'파워가 최대치가 돼버리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구나. 차라리 속편하게 아이템을 써버리자.'

그렇게 8회 초 타석에 대한 결론이 나오고 있었다.

강호는 리버스 사이클링을 완성하기 위해 '안타' 아이템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1회 타석에서 나온 쓰리런 역시 타격 아이템으로 인한 것이었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타석 역시 타격 아이템을 사용하기로 한다.

'어차피 이제 47일만 더 지나게 되면 인벤토리에 남은 아이템을 쓸 수 없게 돼. 프리마켓 문이 닫히기 전까지 인벤토리에 남은 모든 아이템을 사용하는 게 좋아.'

강호는 인벤토리에 남은 모든 아이템들을 47일이 지나기 전에 모두 사용할 생각이었다.

47일이 지나 프리마켓의 문이 닫혀버리면 인벤토리 역시 닫히게 되고, 아이템을 사용할 길이 사라져 버린다.

그전에 모든 아이템들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딱.

경쾌한 타격음으로 오늘 강호의 5타석은 중전 안타로 완성되고 있었다.

5타석, 4타수 4안타, 1개의 홈런과 1, 2, 3루타를 더하며 리버스 사이클링히트가 만들진 것이다.

올 시즌 강호가 기록한 두 번째 리버스 사이클링히트였고, 한국 야구의 역대 두 번째 기록이기도 했다.

또한 강호가 올 시즌에 기록한 다섯 번째 사이클링히트로 기록되고 있었다.

경기가 17대 3, 자이언츠의 대승으로 끝이 난 후 모든 스포츠 언론은 강호의 사이클링히트 달성을 대서특필하고 나섰고,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야구팬들의 시선이 강호의 다음 경기에 모여들게 된다.

"한 선수가 한 시즌에 사이클링히트 다섯 개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백강호니까 말이 되는 거지! 이 부분에서도 역대 최고 기록일 걸? 한 시즌 최다 사이클링히트 기록."

"그것도 그거지만, 더 중요한 게 아직 남아 있잖아?"

"맞아. 이제 하나 남았어! 홈런 한 개만 더 때리면 최다 홈런하고 타이라고! 내일 경기는 무조건 직관이다!"

"잠자리채 사들고 잠실로 고고고!"

자이언츠 팬이 아니더라도 많은 야구팬들이 잠실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인터넷 매표에 나선다.

그리고 그들은 알게 되었다.

자이언츠와 트윈스 간의 5차전 시리즈 첫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경기의 인터넷 매표가 이미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세 번째 경기에 대한 매표도 모두 매진된 상황.

그만큼이나 강호의 기록 달성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고, 그것은 곧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의 최대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강호의 홈런 기록은 이제 선수 개인과 자이언츠만의 문제를 넘어 올 시즌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최대 관심사로 확대되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는 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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