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45화 (244/335)

0245 / 0335 ----------------------------------------------

잠실구장에 도전하다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외야를 향해 옮겨진다.

트윈스의 선발 투수, 유재국의 초구를 타격한 강호의 타구가 높은 각도를 그리며 좌측 담장을 향해 뻗어져 나가고 있었다.

떨어지는 초구 체인지업을 받아친 까닭에 타구가 높게 떠오르고 있었고, 트윈스 팬들은 강호의 타구가 좌익수 방면의 뜬공이 될 것이라 여기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이언츠 팬들은 아니었다.

강호를 응원하는 자이언츠 팬들은 강호의 지금과 같은 타구가 종종 홈런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를 버리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타구가 날아가는 방향을 끝까지 살핀다.

자이언츠 팬들의 기대어린 시선은 곧 확신의 눈빛으로 뒤바뀐다.

"넘어갔어!!"

"와아아아!!"

잠실구장이 떠나가라 목소리를 높이는 팬들의 환호성으로 강호가 때린 타구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홈런이었다.

유재국 투수의 초구를 받아친 강호의 타구는 잠실구장의 좌측 담장을 완전히 넘기는 쓰리런 홈런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중계석의 캐스터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지금의 상황을 알린다.

"이 타구가 넘어갔습니다! 잠실구장의 좌측 담장을 넘기는 백강호의 쓰리런 홈런이 터집니다! 백강호! 55호 홈런! 이 홈런으로 이제 이승엽 선수의 최다 홈런 기록까지 단 1개 차로 좁혀집니다. 그리고 이 홈런으로 자이언츠가 1회 초부터 3 대 0으로 앞서갑니다!"

중계석의 한명진 캐스터가 우렁찬 목소리로 강호의 홈런을 알린다.

TV중계로 경기를 보던 모든 자이언츠 팬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정도로 현장감 넘치는 중계였고, 또한 이어지는 박재헌 위원의 해설 역시 자이언츠 팬들의 가슴을 거세게 뛰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은 노리고 들어간 게 아니었거든요. 백강호 선수가 유재국 투수의 초구 체인지업에 순간적으로 대응했습니다. 허리 회전도 좋지 않았고, 임팩트가 정확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오로지 손목 힘만으로 타구를 걷어낸 모습이에요. 그런데 그게 넘어가네요. 최근 몇 년 동안 저런 타격 능력을 가진 선수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은 타격입니다. 55호 홈런, 이것 참. 최다 홈런 기록 달성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고요. 이제 60홈런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여요. 백강호 선수의 타격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딱히 드릴 말이 없네요."

박 위원은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었다.

강호의 홈런이 체인지업을 노리고 컨택한 것이 아님에도 잠실구장의 담장을 넘겼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는 박 위원.

박 위원은 지금의 발언을 통해 강호의 파워가 다른 경쟁 선수들에 비해 한수 위임을 선언하고 있었다.

종전까지만 해도 강호의 파워는 홈런 타이틀 경쟁자인 테인즈나 정의준, 김재성 등에게 한 수 아래로 평가받고는 했다.

시즌 타율이 4할을 넘기면서 역대 급으로 인정받고 있는 컨택 능력과는 다르게 강호의 파워는 아직 최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 위원은 오늘경기까지 이어지는 홈런 기록으로 강호의 파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다른 곳도 아니고, 잠실에서 자기 스윙을 하지 않았는데도 홈런을 만들어내는 타자에게 어떤 사람이 파워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최고입니다. 백강호 선수의 파워는 진짜에요. 컨택, 파워, 선구안, 주루, 수비까지. 백강호 선수는 어느 한 부분에서도 흠 잡을 수 없는 완벽한 타자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가 있겠네요. 그런데 이런 선수가 올 시즌이 데뷔 시즌인 신인 선수에요! 정말 한국 야구사에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박 위원은 다소 격앙된 어조로 강호에 대한 코멘터리를 더하고 있었다.

객관적이고 침착한 해설로 유명한 박재헌 위원이었지만, 조금 전 강호가 때려낸 홈런으로 그의 냉철한 이성이 뜨겁게 달아오른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자신의 현역 시절과 자주 비견되던 강호에게 좋은 해설 평을 하기로 유명했던 박 위원이었다.

그런 박 위원의 해설 평은 이어진 마무리 말로 완성되고 있었다.

"감히 단언 드리자면 2019년은 백강호 선수의 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박 위원이 짧은 한 문장의 말로 코멘터리를 마무리하자 강호의 홈런 중계를 이어가던 한 캐스터가 문득 박 위원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장난기가 다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는 말씀은 현재 진행 중인 홈런 타이틀 경쟁에서 백강호 선수가 타이틀을 차지할 거라는 예언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한 캐스터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담겨 있었지만, 말의 내용은 전혀 장난스럽지 않았다.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홈런 타이틀 경쟁을 예측하는 많은 관점들이 존재했고, 여전히 테인즈를 우세하다고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한 캐스터 역시 다른 타이틀과는 다르게 홈런 타이틀만은 강호에 비해 테인즈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나하고 예상해왔던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궁금증을 더해 박재헌 위원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박 위원은 그런 한 캐스터의 질문에 확신이 담긴 어조로 짧고, 강렬하게 대답했다.

"네! 저는 올 시즌 홈런왕은 백강호 선수의 몫이 될 거라고 봅니다."

이것이 박 위원의 대답이었다.

너무도 단호한 대답에 오히려 질문을 했던 한명진 캐스터가 놀랄 정도였다.

박 위원이 자신의 질문에 이토록 단호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해설 위원들은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항상 우회적으로 대답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질문 역시 박 위원이 즉답을 피하고, 우회적으로 대답할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단호하게 '네'하고 수긍해 버리자 오히려 질문을 던졌던 한 캐스터가 당황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현장 중계 경력이 10년이 넘는 베테랑 캐스터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당황할 수는 있어도 방송 사고를 내거나 실수를 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한 캐스터는 곧장 물 흐르는 듯한 말로 지금의 상황을 흘려보낸다.

"하하, 박 위원께서 백강호 선수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그 말씀대로 지금 홈런이 백강호 선수의 55호 홈런이고,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한 발짝 더 앞서는 홈런으로 기록됩니다. 이제 양 팀 스코어는 3대 0. 경기 시작부터 흐름이 자이언츠 쪽으로 넘어간 채 경기가 이어집니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스팅. 스팅의 최근 다섯 경기 타율이 눈여겨볼만 하네요. 최근 다섯 경기에서 19타수 7안타, 5타점. 3할 6푼 8리의 맹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캐스터는 대화의 주제를 다음 타자인 스팅에게 자연스레 넘기면서 박 위원의 발언으로 민감해질 수 있는 중계 분위기를 빠르게 뒤바꾸고 있었다.

그런 한 캐스터의 대응으로 중계석의 분위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넘어간다.

그러나 이미 박 위원의 발언은 마이크를 통해 TV전파를 타버린 상황이었다.

강호를 극찬하는 박 위원의 발언에 자이언츠 팬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했지만, 자이언츠 팬이 아닌 입장에서는 거북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자이언츠의 경기 내용이 궁금해 잠시 채널을 돌려보았던 다른 팀 팬들은 박재헌 위원의 발언을 듣고는 미간을 좁힌다.

"뭐야? 왜 홈런왕 타이틀이 백강호 거라는 거야? 아무리 자이언츠 중계라고 해도 너무 편파적인 거 아냐?"

"박재헌 위원 저 사람 안 되겠네! 해설 위원이라는 사람이 중립을 지킬 줄 알아야지. 내가 이참에 항의 좀 해야겠는데?"

"항의? 무슨 항의? 어디에다 항의하려고?"

"어디긴 어디야? 자이언츠 인터넷 기사에 댓글로 항의해야지."

"...그게 무슨 항의야?"

일부 팬들은 박 위원의 편파적인 해설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자이언츠 경기를 지켜보는 절대 다수 자이언츠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했다.

이날의 해설 발언으로 일부 팬들의 비난을 받게 된 박 위원은 반대로 자이언츠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해설을 이어나간다.

한편 경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강호의 홈런으로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선 5번 타자 스팅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있었다.

그 후 6번 타자 강민수의 적시타가 터져 나왔고, 주자 1, 3루가 된 상황에서 7번 타자 황인태가 내야 깊은 코스로 땅볼을 때려낸다.

바운드가 큰 내야 땅볼에 유격수 오지한이 홈 송구를 포기하고 곧 바로 2루로 공을 토스했다.

"아웃!"

2루심은 1루 주자 강민수에게 아웃 판정을 내렸고, 아웃 콜을 확인하기도 전에 2루수 손주연이 1루를 향해 공을 뿌린다.

"세이프!"

1루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이로써 황인태의 내야 땅볼은 1타점으로 기록되며 점수 차는 4대 0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와아아! 그래, 1회부터 쉽게 가자!"

팬들의 함성 속에 1루 주자가 된 황인태가 1루를 밟았고, 다음 타자인 오진택이 타석에 섰다.

오진택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를 보이며 흔들리는 유재국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그러나 결과는 유재국 투수의 승부로 끝이 난다.

티익.

유재국 투수의 유인구를 커트하기 위해 배트를 내밀었던 오진택의 타구는 내야 땅볼이 되고 만다.

덕분에 트윈스는 더 이상의 실점 없이 1회 초를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4실점을 허용한 상황이었고, 선발 투수인 유재국은 한 이닝 동안 47개나 되는 투구 수를 기록하고 말았다.

트윈스 팬들 입장에서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기 진행이었다.

그 후 1회 말 트윈스의 공격 차례에서 트윈스 타자들이 삼자범퇴로 물러나 버리자 트윈스 팬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오늘 자이언츠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선 몬테사의 투구가 무척이나 위압적이었고, 자이언츠의 야수들 역시 견고한 수비 내용을 보여준 1회 말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 어렵겠는데? 왠지 우리가 질 것 같아."

"일단은 지켜보자. 이제 2회 초잖아? 2회 초를 실점 없이 막아내면 오늘 경기도 모르는 거야. 뒤집을 수 있는 확률도 충분히 있는 거라고!"

트윈스 팬들은 불길한 예감을 떨쳐내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1회 초에 4실점을 했어도 아직 경기가 극 초반이라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2회 초 자이언츠의 공격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런 말이 쏙 들어가 버린다.

"볼 넷."

2회 초, 선두 타자인 문표가 유니폼을 스치는 사구로 1루로 출루한 가운데 1번 타자 유성철 마저 볼넷을 얻어 출루하고 있었다.

1회 초, 강호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극도로 흔들리기 시작한 유재국 투수가 2회에도 또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자이언츠 타선은 안타 하나 기록하지 않고 무사 1, 2루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그 광경을 지켜 본 트윈스 덕 아웃으로서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불펜 준비시켜."

"벌써요?"

"재국이 제구가 전혀 안 되고 있잖아. 불펜에 전화 넣고, 마운드에 올라가서 시간 좀 끌어봐. 불펜들이 준비할 시간도 줘야하니까."

트윈스 감독은 결국 투수 교체를 결정하고 있었다.

아직 2회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빠른 결정임에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길한 느낌이 들고 있는 이유는 2번 타자인 박철의 타석에서 나온 하나의 폭투로 인해서였다.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한 후 심기가 불편했던 것인지 유재국 투수가 포수 뒤로 빠지는 폭투를 던져버린 것이다.

덕분에 무사 1, 2루 상황이 무사 2, 3루 상황으로 뒤바뀌고, 타석에 선 박철과는 풀 카운트로 이어지는 승부 끝에 또 다시 볼넷을 허용하고 만다.

트윈스의 입장에서는 1회 초에 이어 또 다시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문제는 무사 만루 상황에서 자이언츠의 중심 타선으로 타순이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투수 교체해! 뭐하는 거야? 경기 내줄 생각이야?"

"유재국은 안 돼! 정현우나 이준영을 올리란 말이야!"

트윈스 팬들은 한 목소리가 되어 투수 교체를 부르짖고 있었다.

사실 오늘 선발 투수를 결정하기 위해 트윈스 코칭스태프들은 상당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선발 로테이션 순서로는 허프만을 올려야 했지만, 팀의 1선발인 허프만은 자이언츠와의 상대 전적이 무척 좋지 못했다.

그리고 2선발 파머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트윈스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후 유재국 카드를 꺼내든 것이었다.

전날이 휴식 일인 월요일이었기에 가능한 변칙 선발 카드였고, 자이언츠와의 상대 전적이 나쁘지 않은 유재국 카드로 6회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던 트윈스 코칭스태프들.

그런 그들의 기대는 경기가 시작되면서 무참히 깨어지고 만다.

"수고했다."

트윈스 투수 코치는 팬들의 성토대로 선발 투수 유재국을 마운드에서 내린다.

그리고 선택한 불펜 카드는 좌완 투수인 진해석 투수였다.

86년생, 올해로 34살이 되는 진해석 투수는 원래는 타이거즈 출신 투수였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2015년도부터 트윈스에 합류한 베테랑 투수였다.

제구력이나 구위, 구속 모두가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투구 동작이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어렵게 한다는 점과 좌완 투수라는 점, 그리고 선수 본인의 노력으로 트윈스의 핵심 불펜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아가는 중이었다.

그런 진해석 투수가 지금의 위기 상황을 막아내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진해석 투수를 향한 기대감은 탄식으로 뒤바뀐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리라는 격언대로 초구부터 타격에 들어간 황제인의 타구가 투수 곁을 스치는 중전 안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3루 주자였던 문표는 천천히 홈을 밟고 있었고, 3루 베이스 코치의 멈춤 지시를 받은 2루 주자 유성철은 3루 베이스에 멈춰 선다.

보기에 따라서는 2루 주자인 성철이 홈을 노려봐도 충분할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다음 타자를 생각한다면 크게 무리할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백강호!!"

"백강호! 날려라!"

팬들의 환호 속에 타석에 서고 있는 타자는 바로 강호였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나온 황제인의 적시타로 팀이 5대 0으로 앞서 있는 상황.

올 시즌 만루 상황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였던 타자가 타석에 서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자이언츠 팬들의 기대는 뜨거울 수밖에 없었고, 반면에 트윈스 팬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고 만다.

그런 상황에서 타석에 선 강호는 타격 자세를 준비하지 않은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왜냐하면 강호의 타석에서 또 한 번 트윈스의 투수 교체 카드가 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가 시작된 후 겨우 3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트윈스는 3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결정을 단행하며 오늘 경기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런 트윈스의 결정을 관중석에서 바라보는 자이언츠 팬들은 또 한 번 목소리를 높인다.

"소용없어! 투수 백 명을 교체해 봐라! 우리 백강호 선수를 막을 수 있는지."

자이언츠 팬들은 강호의 타석에서 결정된 투수 교체 카드를 무의미한 것이라 보고 있었다.

그런 팬들의 시선 속에 트윈스의 새로운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를 마치고, 그동안 타석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던 강호가 배트를 쥔 채 타석에 자리를 잡는다.

"후우."

긴장된 표정으로 날숨을 내쉬며 타석에 선 강호를 응시하는 최동한 투수.

그런 동한을 마주보는 강호의 눈빛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긴장되는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이윽고 최동한 투수의 손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잠시 멈춰있던 승부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따악!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