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44화 (24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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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에 도전하다

화요일이 되어 자이언츠 팬들의 시선은 모두 잠실로 향해 있었다.

팬들이 잠실 경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는 다양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팀 성적일 것이다.

이글스와의 시리즈 첫 경기에서 패하며 20연승 흐름이 깨어지기는 했지만, 바로 다음 날 경기를 대승으로 이끌며 여전히 팀 순위는 2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3위로 내려 앉은 다이노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자이언츠 팬들은 2위까지 도약한 팀 성적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랐다.

모든 팬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팀이 정규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포스트시즌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화요일 경기를 바라보는 자이언츠 팬들에게 그것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따로 있었다.

자이언츠 팬들을 흥분시키는 기록은 8월 13일, 다이노스와의 시리즈 5차전 첫 경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 선수에 대한 기록이었고, 또 그 기록으로 인해 파생되는 많은 부가 기록들이 팬들의 가슴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팬들을 흥분시키는 기록은 다름 아닌 강호의 홈런 기록에 관한 것이었다.

일요일 경기 후부터 들끓기 시작한 온라인상의 반응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았다.

"백강호 선수 홈런 기록이 최근 다섯 경기 8홈런이지? 13일 경기에서 50홈런 찍고, 매 경기 홈런 때리고 있잖아. 벌써 다섯 경기 연속 홈런 기록이네."

"헐, 이번에도 기록 파괴 느낌인데?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은 누가 가지고 있었지? 이승엽 선수인가?"

"노노노, 이승엽 선수는 6경기 연속 홈런 기록이 있긴 한데, 한국 기록은 이대호 선수가 가지고 있어요.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입니다."

"윗님, 정정해 드릴게요. 이대호 선수의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은 세계 기록입니다. 메이저에서도 8경기 연속 홈런 기록이 최다에요. 1956년 데일 롱, 1987년 돈 매팅리, 그리고 93년에 켄 그리피 주니어가 모두 8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세웠습니다. 메이저 포함해서 최다 기록은 이대호 선수의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이라고요."

"헐, 9경기 연속 홈런이라니. 그건 좀 어렵겠네요."

"어려울 게 뭐가 있어? 이번에도 우리 백강호 선수가 기록 파괴해 드릴 겁니다. 아홉 경기고, 열 경기고 계속 몰아쳐서 56호 홈런도 넘기고, 일본에서 발렌틴이 기록한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도 넘어야죠!"

"홈런이 말처럼 쉽나? 그리고 이번 시리즈가 잠실 경기인데 홈런이 쉽게 나오겠어요?"

"윗놈, 스파이냐? 백강호면 무조건 가능해! 우리 백 선수가 기록 달성한다는데 내 오른팔을 건다!!"

"백강호 달려!! 연속 기록 홈런도 깨고, 최다 홈런 기록도 깨자!!"

자이언츠 팬들은 강호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이 이어지는 것과 동시에 국내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56홈런 기록도 깨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강호가 달성 중이거나 갱신이 임박한 다른 기록들도 많았지만,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기록은 역시나 홈런에 관한 기록이었다.

더불어서 50-50의 고지를 넘은 지금, 불가의 영역처럼 느껴지는 또 다른 기록도 깨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60-60까지 갑시다! 백강호 파이팅!!"

"백강호 선수가 60-60가능할 거라 생각되는 분들은 달려요!"

"달려! 달려! 잠실까지 맨발로 달려!!"

"아...잠시. 나는 다리에 깁스 했단 말이야."

"그럼 휠체어 타고 달려!"

팬들은 강호의 기록 달성을 염원하며 자이언츠 기사뿐 아니라 모든 야구 기사들을 강호의 기록 달성에 대한 댓글로 도배 중에 있었다.

그에 대한 다른 팀 팬들의 반박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자이언츠 팬들의 염원에 동화되어 또 다른 관점의 댓글들을 양산해 나간다.

"최다 홈런에 최다 도루를 달성한 타자가 있었던가? 없었으면 이번에 갱신됐으면 좋겠네요!"

"올 시즌 백강호 정도면 호타준족 정도가 아니라 맹타쾌족이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진짜 백강호라면 70-70도 달성할 것 같아요. 최다 도루 기록도 깰 것 같고."

"맹타쾌족이 뭐야..? 아재 인증? 그나저나 부럽다..그런 선수가 왜 자이언츠에서 나오는 거야?"

"정확히 말하면 베어스에서 나온 선수인데 자이언츠가 운 좋게 겟 한 거죠."

"베어스 구형태 감독은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백강호 방출하고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요?"

"백강호가 이 정도까지 터질 줄 알았으면 애초부터 방출을 안 했겠죠. 베어스 팬들은 씁쓸하겠네요."

"뭐가 씁쓸해? 팀 성적이 1위인데? 백강호 같은 타자를 데리고 이제 겨우 2위하는 자이언츠가 씁쓸해야지."

"윗님, 베어스 팬 인증입니까? 어차피 올 시즌은 자이언츠가 1위하면서 끝날 거예요. 올 시즌 상대 전적이 증명해주고 있잖습니까? 이제 베어스 천하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요. 자이언츠 달려!"

온라인상을 점령하기 시작한 자이언츠 팬들의 활동 반경에 다른 팀 팬들은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격언을 자이언츠가 실행에 옮겨주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활약을 하지 않았던 자이언츠 팬들은 팀 성적이 고공행진을 해 나감에 따라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자이언츠 팬임을 당당히 밝히는 모습이었다.

한 때 고향이 부산 출신인 사람들은 모두가 자이언츠 팬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고, 올 시즌은 그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엄청난 수의 자이언츠 팬들이 봉인에서 해제되어 2위에 올라선 팀과 모든 타격 지표들을 갱신해가고 있는 강호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또한 그런 팬들의 염원에 힘입어 잠실구장의 현장 발권은 경기가 시작도 되기 전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해낸다.

2만 6천 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모습에서 오늘 경기에 대한 자이언츠 팬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잠실구장을 채운 관중들 과반수이상이 자이언츠의 저지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부산에서 응원을 위해 상경한 골수팬뿐 아니라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자이언츠 팬들이 밀집한 모습은 오랜 시간 기자 생활을 했던 이들에게도 낯선 광경이었다.

"우와, 여기가 잠실구장이 맞아? 관중석만 보면 사직구장인 줄 알겠네."

"이번 시리즈 전은 대박 터졌네요. 관람료 수익도 장난 아니겠는데?"

"저기 외야 관중들이 하나씩 들고 있는 게 뭐야? 잠자리채야? 허헐, 대단한 열정이다, 진짜."

취재차 현장을 찾은 기자들은 잠실구장을 점령해버린 자이언츠 팬들의 물결에 놀라 입을 벌린다.

그러면서 팬들이 기대하는 기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기자들의 관심 역시 강호가 달성 중에 있는 기록들에 자연스럽게 쏠리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백강호가 연속 경기 홈런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래도 3일 연속은 힘들지 않을까? 다른 구장도 아니고, 잠실구장이잖아. 잠실에서 연속 경기 홈런은 아무래도 힘들지. 괜히 국내 최고 규모 경기장이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백강호 타격 페이스가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잠실이잖아? 백강호를 무시하는 건 아닌데, 잠실에서 매 경기 홈런 치는 게 어디 쉽겠어? 나는 안 될 거라고 봐."

"백강호 선수 입장에서도 안타깝게 됐네요. 잠실이 아니라 다른 구장이었으면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이 이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렇지. 그러니까 그런 기록은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행운의 여신이 내려주는 거라잖아?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은 아마 안 될 거야."

현장을 찾은 기자들은 강호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매 경기 홈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곳이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구장이라는 점이 그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강호의 60-60달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의 홈런 페이스에서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다고 해도 60홈런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런 점은 현장을 찾은 기자들이 오전에 온라인상에 게시한 기사만 확인해 봐도 알 수 있었다.

[백강호의 도전, 60-60을 향해 달리다!]

[54홈런 백강호, 새로운 거포 유형을 열다!]

[홈런왕 백강호, 잠실구장에 도전하다!]

일부 기자들은 강호의 홈런왕 달성을 확정적으로 말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홈런왕 백강호'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쓴 기자들도 종종 눈에 띄었고, 자이언츠 팬들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타이틀에 크게 웃음 짓는다.

"홈런왕 백강호! 입에 착 달라붙네! 안 그래?"

"당연하지! 타격왕 백강호나 도루왕 백강호보다, 홈런왕 백강호가 훨씬 낫네!"

경기가 시작되기 전, 현장을 찾은 자이언츠 일부 팬들은 또 한 번 강호에 대한 기사를 검색해보며 대화꽃을 피운다.

이미 여러차례 기사를 읽고 직접 댓글까지 단 팬들이 대다수였지만,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기사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든다.

홈런왕 백강호, 역으로 생각하면 강호의 홈런왕 타이틀 달성은 이제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기록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인 강호 본인에게 달려있는 기록이겠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타이틀은 젖혀두더라도 홈런왕이라는 타이틀만은 강호가 가져와주기를 바랐다.

이대호 선수 이후로는 맥이 끊겨버린 자이언츠 타자의 홈런왕 경쟁이 올 시즌에는 승리로 끝맺음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벌써 4명의 선수가 40홈런을 넘긴 올 시즌 홈런왕 경쟁에서 강호가 당당히 타이틀을 따낸다면, 그 의미가 더욱 빛날 것이라고 여기는 팬들이었다.

"어! 저기 백강호 아니야?!"

"맞네! 우리 백 선수 맞네! 백강호!! 오늘도 달립시다!"

"백강호 파이팅! 오늘도 홈런 한 방만 날려줘요!"

현장을 찾은 자이언츠 팬들이 일제히 경기장을 향해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원정 팀 선수들의 훈련 시간이 임박하며 자이언츠 선수단이 그라운드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 강호의 모습을 확인한 팬들이 크게 함성을 내질렀고, 이내 잠실구장은 자이언츠 팬들의 환호성에 물들어간다.

그 모습에 먼저 그라운드 위에서 몸을 풀던 트윈스 선수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었다.

"뭐야? 여기가 사직이야? 우리가 나올 때보다 응원이 더한 것 같은데?"

"오늘은 자이언츠 팬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온 것 같습니다."

트윈스 선수들은 잠실구장을 뒤흔드는 자이언츠 팬들의 함성에 하던 훈련도 중단하고, 관중석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트윈스 선수들은 팬들의 함성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곳에는 바로 강호가 있었다.

"허헐, 강호 후배. 관중석 보고 있어? 죄다 우리 팀 팬들인데? 내가 다이노스 전에서는 그러려니 했는데 잠실구장도 마찬가지네. 자이언츠 팬들이 전국에 이렇게나 많았어? 나는 왜 몰랐지?"

강호의 곁에 선 문표는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팬들의 함성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지 문표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관중석을 살펴보며 입을 벌린다.

그들로서도 2만 6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구장이 자이언츠 팬들에게 점령당한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모든 팬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강호는 오히려 표정이 침착해 보였다.

'홈런, 팬들이 오늘 경기에서 나한테 기대하는 것은 오직 홈런일 거야.'

강호는 팬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있었다.

강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 기록이 이번 시리즈 동안 계속된다면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잠실구장에서의 연속 홈런 기록을 이어갈 수 있으면 연속 경기 홈런 타이틀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 해. 팬들의 기대도 괜한 것은 아닐 거야.'

강호는 자신을 향한 팬들의 함성에 부응하고 싶었다.

홈런이라는 건 아무리 강타자라 할지라도 마음먹은 대로 때려낼 수는 없는 기록이었다.

그러나 강호에게는 마음먹은 순간, 원하는 타격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치트키가 존재했다.

7번째 프리마켓 방문에서 업적 보상으로 받은 일회용 홈런 아이템이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 이번 프리마켓 방문 때는 기간제 아이템도 사지 않았지만, 이번 시리즈만큼은 원 없이 때려보도록 하자.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강호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인다.

경기 전 워밍업에서 글러브가 아닌 배트를 들어 올린 강호.

평소 원정 경기 워밍업에서는 수비 훈련에 전념하는 강호였지만, 오늘만큼은 배트를 든 채 호쾌한 스윙을 선보이고 있었다.

부웅!

강호의 시원시원한 스윙에 자이언츠 팬들의 함성 소리가 더욱 커진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은 잠실구장은 이미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오직 한 선수.

강호를 향한 기대감으로 인한 것이었고, 팬들의 함성 소리는 1회 초 자이언츠의 공격이 시작되면서부터 더욱 커지게 된다.

"와아아아!!"

"백강호 날려라!!"

팬들의 함성 속에 1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오른 강호.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중계 카메라를 통해 안방까지 전달되고 있었고, 곧 TV중계를 시청하는 모든 자이언츠 팬들 역시 함성을 내지르게 된다.

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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