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43화 (242/335)
  • 0243 / 0335 ----------------------------------------------

    재점검

    손 감독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휴식 일인 오늘 딱히 일정을 정해둔 것은 아니어서 손 감독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든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잘 됐다는 생각을 가지는 강호였다.

    설령 손 감독이 자신을 경기장으로 데려가 지옥 훈련을 한다고 해도 흔쾌히 따를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손 감독을 따라나서는 강호.

    손 감독은 그런 강호를 이끌고 상동 경기장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두 사람이 향한 상동 야구장에는 아직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선수들과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2군 코칭스태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2군 감독 자리에 앉은 양용민 감독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양용민 감독은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한 손 감독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다가 곁에 따라온 강호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모습이었다.

    "감독님 오셨습니까? 그런데...강호는 무슨 일로 데리고 오셨습니까?"

    양용민 감독은 손 감독의 곁에서 자신을 향해 인사해오는 강호를 손 감독이 데려온 것이라 여겼다.

    사실은 상동 경기장에서 우연히 만난 강호와 동행한 셈이었지만, 양 감독이 보기에는 오늘 일정에 강호를 포함시키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늘 일정이라고 해봐야 2군 선수들의 훈련 모습과 오후부터 진행될 경기내용을 손 감독이 참관하는 것이어서 강호가 손 감독을 따라온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차라리 1군 코치 중 누군가를 데려온 것이 더 납득하기 쉬운 일일 것이다.

    "아! 우리 백 스타가 왔네! 강호야, 이게 얼마만이야?"

    그 때 누군가가 강호에게 반색하며 다가온다.

    먼저 양 감독과 대화중인 손 감독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넨 뒤 강호에게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서는 사람은 2군 타격 코치인 김진관 코치였다.

    원래 2군 타격 코치는 프랑코 타격 코치였지만, 손 감독의 1군행으로 양용민 감독이 2군 감독으로 내정되며 3군에 있던 김진관 타격 코치도 2군으로 올라온 상황이었다.

    현재 자이언츠 2군은 프랑코 코치와 김진관 코치, 이 두 명을 타격 코치로 선임한 상태였다.

    다소 과해보이는 인사 임명일 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구단에서 2군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두 명의 타격 코치가 함께 선임되면 여러 마찰들이 있을 수 있는 일이어서 처음에는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원래 자리를 지키고 있던 프랑코 코치는 오히려 잘 됐다며 김 코치의 2군 합류를 환영하는 눈치였고, 김 코치 역시 프랑코 코치를 선임자로 인정하며 2군 선수들에 대한 지도에 열을 높이는 중이다.

    메이저리그 레전드 중 한 명인 프랑코 코치는 그야말로 대인배적인 자세로 지금의 상황을 대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 저기 손 감독님하고, 강호 선배 아닙니까?"

    "어디? 진짜네?! 오늘 손 감독님 오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강호 선배가 웬일이지? 우리도 가서 인사라도 드릴까?"

    "어허, 오늘 감독님 말씀 못 들었어? 손 감독님이 오셔도 훈련 내용에 집중하라고 했잖아. 괜히 확장 엔트리에 들려고 수작부리지 말고, 훈련에만 집중해."

    꽤나 떨어진 곳에서 훈련을 준비하던 2군 선수들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김 코치뿐 아니라 대다수의 선수들도 손 감독과 강호의 방문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래서 인사를 하러 가야하나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이미 양 감독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에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다.

    그런 2군 선수들을 뒤로하고, 손 감독과 양 감독이 상동 본관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잠시 김진관 코치와 대화를 나누던 강호는 힐끗힐끗 자신을 바라보는 2군 선수들을 눈동자로 일별하며 손을 흔들어 보인다.

    '다들 오랜만입니다.'

    강호는 반가운 감정을 담아 자신을 살피는 시선들에 무언의 인사를 보낸다.

    그러자 훈련을 준비하던 대부분의 선수들이 강호의 아는 체에 반색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있었다.

    한 때는 함께 2군에서 생활했던 동료가 1군 무대의 생존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씹어 먹고 있는 모습에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2군 선수들에게 강호는 본받아야할 롤 모델이자 우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강호야! 9월 1일에 보자! 확장 엔트리 발표되면 금방 올라갈게!"

    "50-50 축하드립니다! 조만간 1군에서 뵐게요!"

    선수들은 양 감독의 당부가 있었음에도 먼발치에서 강호를 향해 인사의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들은 한 때 자신들의 동료였지만, 지금은 우상이 되어버린 강호와 함께 1군 무대에서 경기를 치룰 수 있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욕심과 바람들은 긍정적인 의지로 승화되어 자이언츠 2군 선수들을 치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덕분에 자이언츠 2군 선수단은 주축 선수들이 1군으로 대거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12개 팀이 각축전을 벌이는 2군 무대에서 3위의 성적을 마크하는 중이었다.

    1위와 2위는 경찰청 팀과 상무가 도맡고 있었고, 팀 전력이 좋았던 전반기 동안에는 2위까지 치고 나간 시기도 있을 정도였다.

    '2주 후에 1군에 만납시다.'

    강호는 예전의 동료였던 선수들에게 마음의 뜻을 전달하며, 양용민 감독과 함께 건물 본부로 이동하는 손 감독의 뒤를 따른다.

    잠시 후 손 감독과 양 감독, 그리고 강호 세 사람은 새롭게 단장을 마친 상동 실내 훈련장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런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인물들이 있었는데 상동 지원팀 주임 정한민과 이인한 사원이었다.

    두 사람 중 이인한은 강호의 훈련을 돕기도 했던 경력이 있어서 눈인사를 건네 아는 체 하고는 곧 손 감독의 지시대로 준비 운동에 들어간다.

    준비 운동을 끝낸 강호는 배트를 들고는 타석에 섰다.

    현재 자리한 실내 훈련장에는 올 시즌에 새로 들여온 피칭 머신이 구비되어 있었고, 피칭 머신은 총 12개의 구종과 최저 60km에서 최고 170km까지의 모든 구속을 발사 가능한 최신 장비였다.

    또한 자이언츠 구단의 올 시즌 최고 히트 훈련 장비 중 하나인 PCC그래프와의 연동도 가능했다.

    텅!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선 강호는 피칭 머신의 초구는 흘려보낸다.

    맞은편에 표기되는 구종 정보에는 131km의 슬라이더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좌완 쓰리쿼터 유형의 투수가 던진 슬라이더.

    전면 모니터에 표시된 정보는 상당히 자세한 정보까지 표기해주고 있었다.

    초구 정보를 확인한 강호는 곧바로 2구째 공부터 타격을 시작한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이 실내 훈련장을 가득 채운다.

    강호의 타격이 시작된 후부터 모니터링 실로 이동해 있던 손 감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호의 타격을 응시한다.

    따악!

    계속해서 타격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손 감독은 강호의 테이크 백 동작부터, 디딤발, 허리 회전, 배트 컨트롤 등 타격과 관련된 모든 메커니즘 과정을 살펴본다.

    그런 손 감독의 근처에는 지원팀의 두 사람이 강호의 타격 메커니즘을 데이터화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그들이 남기는 기록은 4D영상으로 변환되어, 차후 2군 선수들의 타격 연습 자료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물론 그런 부분은 강호 본인과 손 감독의 승락 하에 이루어지는 내용들이었다.

    따악!!

    계속해서 실내 훈련장을 뒤흔드는 타격음들.

    훈련장에 장착된 센서들은 강호가 때려내는 타구 대부분이 장타성 타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스무 번의 타격 중 열 번 이상은 정타가 되고 있었고, 그 중 3번 이상은 홈런으로 기록된다.

    지원팀 직원들을 통해 데이터를 확인한 양용민 감독은 즉시 출력한 데이터를 손에 들고 손 감독에게로 다가선다.

    "피칭머신 셋팅은 1군 선발급 투수로 설정해 놨습니다. 강호의 타석 당 투구 수를 생각해보면 경기 당 홈런 수가 0.87개로 나오네요. 이 정도면 오히려 종전보다 페이스가 좋은 걸로 보입니다. 오늘이 휴식 일인 걸 감안하면 실제 경기에서 페이스가 더 올라갈 수도 있는 일이고요."

    양 감독은 그렇게 말하면서 들고 있던 자료를 손 감독에게로 건네준다.

    손 감독은 강호의 타격 모습을 눈으로 쫓으면서 양 감독이 건넨 자료를 받아 잠시 훑어본다.

    하지만 자세히 살피지는 않았다.

    그가 보고 싶었던 것은 강호의 타격 모습이지, 이런 숫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나중에 내 이메일로 보내주게."

    손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양 감독이 건넨 자료를 되돌려 준다.

    오랜 시간을 손 감독과 함께 했던 양용민 감독은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얇게 웃음 지으며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

    그 후 손 감독은 아무 말 없이 강호의 타격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고, 곁에 있던 양 감독은 문득 궁금증이 들어 묻는다.

    "강호에게 우려되는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일전에 사직 경기를 TV로 본 적이 있었는데 상대 팀 배터리에서 강호를 많이 견제하는 모습이더라고요. 타자가 경기에서 타격을 하지 못하면 아무래도 페이스가 떨어질 수도 있는 건데, 혹시 그런 점을 걱정하시는 겁니까?"

    양 감독은 나름의 추측을 말해본다.

    그는 67년생, 올해로 53살이 되는 중견급 지도자라 할 수 있었다.

    아직은 지도자로서 배워야할 것이 많은 상태일지도 모르지만, 손 감독이 2군 감독이던 시절 3군 수석코치로서 많은 것을 듣고 배울 수 있었다.

    덕분에 야구를 보는 관점을 정립할 수 있었고, 손 감독이 우려하고 있는 점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양 감독이 질문한 내용은 손 감독의 우려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으음."

    양용민 2군 감독에게 정곡을 찔린 손 감독은 잠시 헛기침을 하며 강호에게서 시선을 뗀다.

    그리고는 양 감독에게 대답을 대신해 이렇게 지시를 내린다.

    "충분히 봤으니까 강호 녀석에게 경기장으로 나오라고 말해 둬."

    손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린다.

    그런 손 감독의 행동에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신한 양 감독이 피식 웃음 짓는다.

    '손 감독님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강호에게 의존하고 계셨던 거구나. 남은 후반기 일정도 강호가 없으면 안 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는 거야.'

    양 감독은 알고 있었다.

    3군 수석 코치와 2군 감독 자리를 역임하면서 경기가 열릴 때마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마음이 드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손 감독 정도 되는 베테랑 감독이라면 그런 마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손 감독 역시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한 선수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선수가 바로 강호였다.

    '경기가 수세에 몰렸을 때, 아니면 반드시 점수가 필요하거나 반드시 실점을 막아야 할 때. 감독은 그 역할을 높은 확률로 수행해줄 수 있는 선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흔히들 선수들이 코치들에게 의지한다고 여기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으니까. 손 감독님이 믿고 의지하는 선수가 바로 강호였구나.'

    양 감독은 손 감독과 강호,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

    단지 감독과 선수의 관계를 떠나서 상호 유동적으로 서로를 보완해주는 파트너.

    오랜 세월을 지도자로 자리했던 손 감독과, 꽤나 긴 시간을 2군에서 보내야만 했던 강호.

    두 사람 모두 올 시즌이 1군 첫 데뷔 무대라는 공통점이 존재했고, 또한 스승과 제자로서의 인식이 서로에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호를 우려하는 손 감독의 마음은 단지 감독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더 깊고 끈끈한 신뢰의 관계에서 나오는 걱정이었다.

    그것을 곁에서 보게 된 양 감독으로서는 부러운 관계인 것이 분명했다.

    '올 시즌 자이언츠 1군은 단지 가을야구 이상의 것을 얻을 수도 있겠구나. 이 두 사람이 본인이 가진 모든 것들을 시즌 끝까지 풀어낼 수만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양 감독은 길게 이어지는 생각을 멈춘다.

    왜냐하면 손 감독이 한 마디 말을 남긴 후, 실내 훈련장을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 감독이 혼잣말처럼 남긴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강호를 걱정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야. 강호는 근본부터가 다른 녀석이니까."

    손 감독은 그 말을 통해 지금의 생각을 모두 말해주고 있었다.

    상대하는 팀마다 강호에 대한 집중 견제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강호의 타격감이 떨어져 혹여나 슬럼프가 오지 않을까 우려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를 통해 강호의 타격 매커니즘이 여전히 최상의 모습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자신의 우려가 괜한 일이었음에 안도하게 된다.

    '더는 걱정하거나 우려할 필요 없는 거야. 그것은 강호에게도 예의가 아닐 테니까. 나는 그저 강호를 믿고, 녀석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기만 하면 돼.'

    손 감독은 그렇게 마음의 결론을 내리며, 곧 있을 2군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참관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양용민 감독에게 손 감독의 말을 전달받은 강호 역시 상동 경기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상동 야구장의 덕 아웃에 나란히 앉은 채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2군 선수들은 오늘 오후에 있을 경기에 대비해 경기 전 훈련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1군 사령탑인 손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평소에 비해 더욱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2루!"

    "마이 볼!"

    수비 상황에서 더블 플레이를 연결시키는 2군 선수들의 움직임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올 시즌 자이언츠 성적의 밑바탕에는 2군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었다.

    짜임새 있는 수비 연결 동작과 마무리 모습.

    2군 선수들의 열정과 땀이 느껴지는 훈련 모습을 지켜보는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

    손 감독과 강호, 두 사람이 자리하고 있는 덕 아웃은 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손 감독은 2군 코칭스태프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강호를 이끌고 원정 팀 덕 아웃에 앉아 있는 상태였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관계로 원정 팀 덕 아웃에는 두 사람 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강호나 손 감독 모두 과묵한 타입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흐를 때까지 대화 한 마디 오고가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만을 지켜보던 두 사람.

    그 중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손성조 감독이었다.

    "어떻게 보느냐?"

    손 감독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강호가 시선을 돌려 손 감독을 바라본다.

    손 감독은 여전히 그라운드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강호에게 재차 물어온다.

    "결과가 보이는 것 같으냐?"

    손 감독의 연이은 질문은 마치 선문답과도 같았다.

    강호는 손 감독의 질문이 눈앞의 2군 선수들에 대해 묻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에 대해 묻고 있는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그런 강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손 감독이 또 다시 입을 연다.

    "올 시즌 우리 팀 말이다. 저들 중에 다섯이 합류한다면 올 시즌 우리 팀의 종착점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손 감독이 재차 묻고 있었다.

    그는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확장 엔트리를 통해 2군 선수 다섯 명이 합류한 이후의 상황을 묻고 있는 것이다.

    강호는 손 감독의 그런 질문에 즉시 대답하려다가 이내 입을 닫고 만다.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도 되나 하는 고민이 든 것이다.

    강호가 스스로의 입을 다물게 만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우승해야죠! 여기까지 왔는데 뒤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손 감독의 질문에 대한 강호의 대답은 그것이었지만, 곧바로 답하지는 않았다.

    그런 강호가 대답하지 않아도 손 감독은 이미 강호의 생각을 짐작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이제 끝까지 달려야만 해. 남은 경기에서도 강호 너에게 4번 타자의 자리를 맡길 생각이다. 그러니 보여 다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손 감독 역시 강호에게 당장 전하지 못한 말을 가슴에 새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말로는 전하지 못한 감정을 공유하며, 앞으로 남은 일정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또 다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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