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42화 (241/335)

0242 / 0335 ----------------------------------------------

재점검

시간은 다시 현재로 넘어온다.

장소는 오직 강호만이 알고 있는 가상의 공간, 프리마켓이었다.

강호는 시야에 떠오르고 있는 메시지들을 확인하며 곧장 다음 행동을 위해 걸음을 옮긴다.

[사용자 백강호가 입장합니다.]

[8,510exp를 획득하였습니다.]

[12,190mp를 획득하였습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파워가 +1.6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선구안이 +2.9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주력이 +0.8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수비가 +0.7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송구가 +0.8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멘탈이 +1.1보정됩니다.]

[업적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4시간 동안 프리마켓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야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확인하며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정되는 수치들이 예전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정도로 급락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탯 수치들이 90을 초과하게 되면서 절반의 페널티와 더불어 보정 상승 폭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특히나 컨택 스탯은 최대치가 되면서 보정 목록에서 아예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호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실망하지는 않았다.

대신 다른 감정이 드는 것을 느낀다.

"48."

프리마켓 입구 근처에 각인된 숫자를 확인한 강호는 잠시 눈을 감는다.

이 것 역시 예상과 전혀 다르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는 이제 자신에게 남은 행운의 시간이 48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일 것이다.

"남은 48일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어."

강호가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행운이 자신에게 선사한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 변화된 스탯들을 확인한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9.9[max]

파  워:94.6

선구안:87.7

주  력:96.9

수  비:93.1

송  구:90.8

멘  탈:94

보정된 수치의 상승 폭이 크지 않은 이유인지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게 느껴지는 스탯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두 개의 스킬 효과를 더하게 되면 스탯 수치가 완전히 탈바꿈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강호가 이번 프리마켓 방문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스킬 구입.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포인트와 더해 새로운 스킬을 구입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확인할 것이 있었다.

"업적 확인."

간단한 명령어와 함께 한 달 동안 달성한 업적들이 시야에 떠오른다.

[업적 보상 3. 발로 만든 3루타-5]

경기에서 3루타 2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300exp, 750mp, 아이템 3루타(일회용)

[업적 보상 4. 홈런왕의 파워-7]

경기에서 홈런 5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500exp, 3,000mp, 아이템 홈런 2(일회용)

[업적 보상 5. 베이스를 훔치다-8]

경기에서 도루 75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500exp, 2,500mp, 아이템 도루 2(일회용)

[업적 보상 6. 선구안의 달인-8]

경기에서 볼넷 75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500exp, 2,500mp, 아이템 볼넷 2(일회용)

[업적 보상 15. 컨택의 달인-5]

경기에서 연속 경기 안타 20번을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400exp, 1,000mp, 아이템 안타 2(일회용)

[업적 보상 16. 홈런의 달인-4]

경기에서 연속 경기 홈런 10번을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200exp, 400mp, 아이템 홈런(일회용)

6개의 업적 보상들이 시야에 표시되고 있었다.

강호는 보상 메시지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피식 웃음 짓는다.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이네."

지난 번, 프리마켓 방문 기억을 떠올려 본다.

달성 조건이 까다로워져서인지 지난 방문 때 달성했던 업적은 고작 3개밖에 되지 않았다.

2루타와 도루, 병살에 대한 업적들이었는데 그래도 이번 방문에서는 6개의 업적을 달성하게 되어 꽤 많은 포인트들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업적보상까지 더해서 보유하게 된 포인트는 14,005의 exp포인트와 36,500의 mp포인트였다.

우선적으로 포인트를 스탯으로 환산할 수 있는 exp포인트부터 사용하고 나선다.

가장 먼저 exp포인트를 투입한 스탯은 7개의 스탯 중 유일하게 90을 찍지 못한 선구안 스탯이었다.

선구안 스탯에 2,300exp를 투자해 모든 스탯을 90대로 만든 후 스탯 분배를 고민하기로 한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9.9[max]

파  워:94.6

선구안:90

주  력:96.9

수  비:93.1

송  구:90.8

멘  탈:94

선구안 스탯을 90으로 만든 후 남아있는 잔여 exp는 11,705포인트.

강호는 이 포인트의 사용처에 대해 잠시 고민하다가 한 달 동안 고려했던 원래의 계획대로 한 가지 스탯에 대부분의 포인트를 투자하고 나선다.

-exp10,600를 사용하여 파워를 영구 성장시킵니다.

파워 스탯이 90을 초과하여 50%의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파워 5.3이 영구 성장합니다.

시스템의 메시지대로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포인트를 투자한 스탯은 파워였다.

강호는 한 달 동안 얻은 모든 포인트를 파워에 투자함으로써 이제 두 개의 스탯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된 셈이다.

그 후 남은 1,105의 포인트 중 1천 포인트를 주력 스탯에 부여함으로써 한 달 만에 갱신된 스탯 수치가 완성되고 있었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9.9[max]

파  워:99.9[max]

선구안:90

주  력:97.4

수  비:93.1

송  구:90.8

멘  탈:94

상태창으로 확인한 스탯 중 컨택과 파워가 최대치로 표기되어 있었고, 의도한대로 주력 수치도 약간의 상향이 있었다.

강호가 다른 스탯들에 앞서 주력 스탯을 증가시킨 이유는 빠른 주력이 장타력 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파워를 최대치까지 찍은 이유도 당연히 장타력 증가를 노린 것이다.

또한 큰 증가 폭은 아니지만, 주력이 증가하며 약간의 장타력이라도 증가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2루타나 3루타와 같은 장타는 타격 능력뿐 아니라 빠른 주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강호는 이번 방문에서의 스탯을 완성한 후 곧바로 아이템 섹터로 걸음을 옮긴다.

이미 사고자하는 아이템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고려하고 있는 스킬은 단 하나였다.

[스킬 홈런왕의 품격(패시브)-30,000mp]

:타석에서 컨택+3, 파워+5가 되고, 홈런을 칠 확률이 5% 증가합니다.

하나의 스킬 앞에 멈춰 선 후 아이템 구매를 결정지으려 했다.

현재 보유 중인 mp포인트는 36,500mp.

3만 mp가 필요한 '홈런왕의 품격'을 구매하고도 6천 mp가량이 남게 된다.

한 달 간 고민하고 있던 스킬을 구입하기 위해 결정을 내리려던 강호는 문득 생각을 바꾼다.

"아니지. 이번이 마지막 스킬 구매인데 너무 쉽게 결정하는 건 아닐까? 3만 mp보다 더 고가의 스킬들도 있었잖아."

강호가 구매하고자 했던 스킬은 3만 mp짜리 '홈런왕의 품격'이지만, 잠시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계산상으로 따져 본다면 지금 보유한 mp포인트와 다음 프리마켓 방문 때에 얻게 되는 포인트까지 합하게 되면 더욱 고가의 스킬 하나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구입해버린 5만 mp짜리 '살아있는 전설'스킬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아 보이는 스킬을 향해 걸음을 옮겨본다.

[스킬 4번 타자의 각성(패시브)-45,000mp]

:타석에서 컨택, 파워, 선구안이 +7이 되고, 안타 확률, 장타률, 홈런 확률이 5% 증가합니다.

예전에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스킬 하나를 확인하고 있었다.

무려 5만 mp짜리 스킬인 '살아있는 전설' 스킬을 구입함으로써 대부분의 mp포인트를 소모하다보니 프리마켓의 문이 닫힐 때까지 구매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포기하고 있던 스킬이었다.

당장 눈앞의 홈런 경쟁도 있고 포인트가 부족하기도 해서 고려하지 않았지만, 지금 확인해보니 다음 프리마켓 방문 때 충분히 구입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홈런왕의 품격'스킬을 지금 구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 달 동안의 홈런 경쟁에서 남은 스킬 트리 한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는 단점이 발생한다.

"눈앞의 홈런왕 경쟁이냐, 아니면 미래를 생각한 투자냐는 건데."

강호는 지금의 고민은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 이번 방문에서도 아무런 스킬 구매 없이 프리마켓을 나서고 있었다.

강호의 선택은 지금 당장의 홈런 경쟁이 아니라, 프리마켓이 종료된 후의 일이었다.

다음 프리마켓 방문 때 '4번 타자의 각성'스킬을 구입하기로 결정 내린 후, 미련 없이 프리마켓을 나선다.

시간은 또 다시 흐른다.

선택의 기로에 섰던 프리마켓에서의 시간은 이미 8시간 전의 일이 되어 있었다.

누구나가 선택의 기로에 서서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했을 때, 선택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끊임없는 후회의 시간을 맞이하고는 한다.

그러나 강호는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홈런왕 경쟁에 큰 도움이 되는 스킬 구입을 택하지 않았지만, 후회는 없었다.

3만 6천 포인트가 넘는 mp포인트를 남겨두고 프리마켓을 나선 것은 자의에 의한 결정이었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들은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설령 순간의 선택에 대한 결과로 홈런 페이스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돌파구를 찾아내어 위기를 극복하리라는 생각을 가진다.

"후, 후, 후."

강호는 일정한 호흡을 내쉬며 상동 주변을 달리고 있었다.

지난 번, 여섯 번째 프리마켓 방문 때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까닭에 사직동 집에서 하루를 보냈었다.

덕분에 휴식 일마다 정해진 코스의 러닝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다.

프리마켓을 다녀온 다음 날이라면 이렇게 러닝이나 간단한 개인 운동을 통해 달라진 신체 능력을 확인하곤 했던 강호.

이번 일곱 번째 방문은 상동 독신자 숙소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침부터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몸이 더 불어난 느낌이야. 체중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대퇴근 쪽이나 대흉근 쪽 근육의 밀도가 높아졌어. 파워를 최대치까지 높인 효과가 타석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나겠구나.'

강호는 러닝과 개인 운동을 통해 달라진 운동 능력을 확인하며 내일 있을 경기를 기대하게 된다.

'홈런왕의 품격'스킬을 구매하지 않아 조금은 불안했던 마음은 스스로의 운동 능력을 점검하는 것으로 대부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남은 불안감마저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강호! 휴식 일에 쉬지 않고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강호의 빠른 발을 멈추게 만든다.

평소 정해둔 러닝 코스대로 상동 구장 주변을 돌고 있던 강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춰 몸을 돌린다.

"감독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강호는 반가운 목소리로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다.

그가 인사를 하고 있는 방향에는 자이언츠의 총 사령탑, 손성조 감독이 사복차림으로 서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 감독은 휴식 일을 맞아 마침 상동 일정이 잡혀 있는 자이언츠 2군 선수단을 찾은 것이다.

손 감독이 2군 선수단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 곧 시작될 확장 엔트리 발표 전에 2군에서 올릴만한 선수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근래 몇 주 동안 2군에서 보내 준 영상 자료나 데이터들을 꼼꼼하게 살피기는 했지만, 그런 것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자료를 수십 번 살피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손 감독이었다.

프런트의 지원에 힘입어 최신식 설비와 시스템을 도입한 손 감독이지만, 선수들의 가능성을 살피는 일에는 아직까지 예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자료에 표기된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존재들이야. 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직접 눈으로 보고, 선수들과의 호흡을 통해서 재목을 발굴할 수 있어야만 해.'

그것이 손 감독의 오래된 원칙 중 하나였다.

바로 그 방법을 통해 눈앞의 강호를 발굴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 기록지에 기입된 수치만으로 선수를 판단했다면 절대 강호와 같은 선수를 발굴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손 감독이 2군 감독으로 있을 시절, 강호의 기록이나 스탯 중 눈여겨볼 수 있는 점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강호 녀석은 눈빛부터가 다른 녀석이었으니까. 단지 숫자 몇 개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녀석이었어. 그리고 모든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고.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니까. 종이에 기입된 숫자로만 선수를 판단해서는 좋은 지도자라고 할 수 없는 거야!'

손 감독은 자신의 오랜 철학을 증명해주는 결과물이 바로 눈앞의 강호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올 시즌 자이언츠의 가장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손 감독 정도 되는 원로 지도자도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의심이 생길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강호라는 선수가 손 감독의 결정을 지지해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준 것이다.

그런 강호를 우연한 곳에서 대면하게 된 손 감독.

그의 표정이 평소에 비해 밝아 보이는 것이 착각은 아닐 것이다.

"강호, 컨디션은 어떠냐?"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주보다 운동 능력은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강호는 컨디션을 묻는 손 감독의 말에 활기찬 목소리로 답한다.

프리마켓 방문 후 모든 운동 능력이 향상된 상태라서 그의 말은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손 감독은 강호의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리고는 강호를 향해 이렇게 제안한다.

"잠시 나를 따라와 볼 테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