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39화 (238/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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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츠, 역사를 다시 쓰다

시간은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온다.

장소는 자이언츠와 다이노스 간의 시리즈 5차전 마지막 경기가 열리고 있는 마산 야구장.

13일과 14일로 이어진 시리즈 경기에서 모두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두 팀은 새로운 양상의 경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따악!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마산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입에서 상반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다이노스 팬들은 탄식을, 자이언츠 팬들은 탄성을 내지르는 모습이었다.

또 하나의 타구가 마산 구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확인한 중계석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또 터집니다! 이번에는 백강호가 넘깁니다! 오늘 자이언츠 타선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6회까지 홈런 4개와 12개의 안타가 터지면서 11대 3으로 경기를 앞서갑니다."

조 캐스터의 설명대로 자이언츠 타선은 오늘 다이노스의 투수진으로서는 막기 힘들어 보였다.

6회 초까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점수 차를 크게 벌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산 야구장을 과반수이상 채운 자이언츠 원정 팬들은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 속에 들어와 있는 셈이었다.

"우와아아아~~!!"

"이기자!! 20연승 가자!"

"가자! 가자! 이제 코앞이다!"

자이언츠 팬들은 팀이 기록하게 될 한국 야구사의 새 역사에 온통 흥분하고 있었다.

와이번스가 2009년 시즌에 기록했던 19연승 기록과는 이미 타이가 된 상태.

오늘 경기마저 승리하게 되면 와이번스의 19연승 기록을 깨고, 한국 야구사의 최다 연승 기록에 자이언츠의 이름을 올려놓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선수 개개인의 기록 달성은 있었어도 팀으로서 영광스러운 기록을 달성한 적은 드물었던 자이언츠.

현장을 찾은 팬들은 그 영광스러운 기록의 순간을 함께 하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든다.

기록 달성을 위해 팀에 필요한 승리는 단 하나.

바로 오늘의 경기만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면 자이언츠의 이름으로 기록될 최다 연승 기록이 오랜 시간동안 한국 야구사에 남게 되는 것이다.

자이언츠 팬들이 바라는 점은 그것이었다.

프로야구 창단 원년 팀 중 구단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는 몇 안 되는 전통을 가진 자이언츠.

그러나 그런 역사와는 다르게 항상 중하위권에만 머물며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치욕스러운 현실을 떨쳐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바람을 충족하기에는 자이언츠의 현실이 보잘 것 없었기 때문에 팬들은 항상 같은 말만을 반복하며 자이언츠의 야구를 지켜보아왔다.

"그냥 가을야구만 보게 해줘. 5등이 됐든 4등이 됐든 상관없으니까 제발 가을 야구만 보자."

팬들의 바람은 그렇게 현실적으로 바뀌었지만, 그마저도 힘들었던 것이 과거의 자이언츠인 것이다.

5위 턱걸이라도 좋으니 포스트 시즌에 팀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해달라는 팬들의 기대는 지켜졌던 때보다 그렇지 못한 적이 더욱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자이언츠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열망이 담겨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울했던 과거와의 청산.

자이언츠가 올 시즌을 시작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팬들의 가슴 속에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팬들의 바람은 단 한 선수를 통해 더욱 더 구체적이고, 표면적인 열망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백강호!! 잘 했다!"

"사랑한다, 백강호!! 이번 시리즈에서는 할 만큼 다 했다! 잘 했다!!"

자이언츠 팬들은 오늘 경기에서도 홈런 포를 가동하고 덕 아웃으로 들어서는 강호에게 뜨거운 함성으로 보답하고 있었다.

6회의 함성 소리는 오늘 강호가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응원이었다.

손 감독은 이미 승부의 추가 자이언츠 쪽으로 넘어왔다고 판단했는지 강호를 대신해서 백업 내야수 오진택을 강호의 자리에 넣은 것이다.

이로써 다이노스와의 시리즈 5차전 세 경기 동안 강호의 기록이 확정되고 있었다.

시리즈 3경기 동안 총 14타석을 맞아 8타수 6안타 5홈런, 14타점, 6득점, 6볼넷, 1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 4번 타자로서의 면모를 또 한 차례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나 시리즈 첫 경기와 둘째 경기에서는 강호가 아니었다면 팀이 패배할 수도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며, 자이언츠의 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의 가장 앞줄에 강호의 이름을 놓는 팬들이 많았다.

또한 그것은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15일 시리즈 마지막 경기마저 13대 6으로 승리한 후, 각종 미디어들이 자이언츠의 20연승 달성과 더불어 4번 타자인 강호의 활약상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장소와 시간은 시리즈 경기가 종료된 직후에 진행되는 야구 프로그램의 스튜디오로 이동한다.

"안녕하세요. 야구 중계가 끝나면 시작되는 아이 러브 베이스볼, 아나운서 오현주 입니다.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모든 구장에서는 뜨거운 타격전이 진행되었는데요. 지금부터 그 현장 속으로 함께 가보시겠습니다."

여자 아나운서의 인사말과 함께 곧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넘겨진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방송사에서 주관한 경기부터 시작되었고, 시간이 조금 경과한 후 마산구장에서 벌어졌던 자이언츠와 다이노스의 경기로 이어진다.

하이라이트 영상에 앞서 오현주 아나운서는 마산구장의 경기를 이런 멘트로 소개하고 있었다.

"이제 모든 야구팬들이 기다리고 있던 경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바로 다이노스와 자이언츠의 시리즈 경기가 열렸던 마산 현장인데요. 전통적으로 자이언츠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던 다이노스가 시리즈 스윕 패를 막을 수 있을지, 또 자이언츠는 팀 최다 연승 기록을 20연승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지금 그 현장 속으로 가보시죠!"

오 아나운서는 마지막 멘트에 힘을 주며 화면을 넘긴다.

그녀의 소개말이 끝난 후 TV화면은 곧장 마산구장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넘어간다.

스튜디오 근처의 음향녹음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캐스터가 화면의 상황에 맞춰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더하고 있었다.

"아! 넘어갑니다! 최문표 타자의 벼락같은 선제 투런포가 터져 나옵니다! 1회부터 자이언츠가 흐름을 가져오는 2점을 뽑아냅니다. 이 흐름은 과연 어디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요?"

캐스터는 1회 초부터 나온 문표의 선제 홈런포로 경기의 흐름이 자이언츠 쪽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연달아 터져 나오는 자이언츠 타자들의 홈런으로 쐐기를 박아가는 모습이다.

"백강호 초구 타격! 이 타구는 외야를 향해 뻗습니다! 그리고 담장을 넘깁니다! 또 터지네요. 오늘 자이언츠는 최문표, 황제인, 스팅, 그리고 백강호까지 넘깁니다! 이 홈런으로 자이언츠는 11대 3까지 달아납니다!"

캐스터는 강호의 홈런으로 이미 경기의 결과가 확정되었다는 식으로 결론을 짓고 있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그 후 자이언츠의 13대 6 승리로 결론을 맺고 있었고, 다시 마이크는 스튜디오로 넘어온다.

"오늘 경기에서 자이언츠 타선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3회부터 다이노스 선발을 강판시켰는데요. 최문표 선수와 백강호 선수, 황제인 선수와 스팅 선수가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선발 투수인 라일리가 타자들의 맹타에 힘입어 손쉽게 승리를 챙길 수 있었고, 다이노스의 이민오 투수가 패전 투수로 기록됩니다."

오 아나운서는 먼저 간략하게 경기를 설명한 후 스튜디오에 자리한 두 명의 해설 위원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러면서 대본에 정해진 대로 멘트를 시작했다.

"오늘 경기에서 드디어 자이언츠의 신기록이 달성되었는데요. 종전에 와이번스가 2009년에 기록했었던 19연승 기록을 10년 만에 갱신했습니다. 두 분 위원님들께서는 자이언츠의 20연승, 그 원동력을 무엇으로 보십니까?"

마이크를 넘기는 오 아나운서의 질문에 해설 위원들이 코멘터리를 더한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이홍철 해설 위원이었다.

그는 2019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강호의 기록 달성과 자이언츠의 약진을 시종일관 부정적으로 얘기하던 대표적인 해설 위원 중에 한명이었다.

이 위원은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중립적인 해설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이 위원의 명성에 조금은 생채기가 생겨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이언츠의 대약진은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 앞서 진행되었던 야구 프로그램에서 이홍철 위원은 자이언츠의 순위를 8위로 예측했던 전력이 있다.

그런 그가 먼저 입을 연다.

"우선은 자이언츠의 20연승 달성, 축하드리겠습니다. 그 말씀을 먼저 드려야할 것 같네요. 저는 솔직하게 말해서 자이언츠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올 시즌에 제가 했었던 자이언츠에 대한 발언 몇 개를 철회해야겠습니다."

이 위원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부터 밝히고 있었다.

민망한 듯 웃는 얼굴로 말하고 있는 이 위원은 자이언츠에 대한 자신의 분석 몇 개가 완전히 틀렸음을 인정하며, 본격적인 코멘터리에 나선다.

그가 가장 먼저 틀렸다고 인정한 부분은 바로 강호에 대한 이야기였다.

"먼저 백강호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오늘 백강호 선수가 6회에 때려낸 홈런으로 홈런 단독 선두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2위인 테인즈를 2개 차이로 따돌린 홈런이었죠? 52호 홈런. 이제 이승엽 선수가 보유하고 있는 한 시즌 최다 홈런에 4개 차까지 좁힌 상황입니다. 자, 자이언츠에게 남은 경기가 36경기거든요. 그리고 백강호 선수의 경기당 홈런 수는 두 경기에 홈런 하나 꼴이에요. 산술적으로는 18홈런을 더할 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56홈런 달성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고, 60홈런도 충분히 가능한 페이스에요."

이홍철 위원은 강호의 홈런 기록 달성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동안 강호의 기록 달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아왔던 그였지만, 그로 인해 해설 위원으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을 깎아내리는 결과가 돼버리자 더 이상 강호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위원의 그런 태도 변화는 단지 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전문가들 역시 그러했다.

강호는 자신을 향한 의혹의 시선들을 시즌을 진행해 나가면서 빠르게 불식시켜 나간 것이었다.

그런 강호에 대한 이 위원의 의견은 계속 된다.

"시즌 경기가 36게임 남은 가운데 시즌 타율 4할 3푼 2리, 5할 1푼 2리의 출루율, 168안타, 52홈런, 253출루, 212타점, 144득점, 그리고 72도루에 79볼넷을 기록하는 백강호 선수입니다. 이런 타자를 4번 타자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이언츠의 지금 기록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겁니다. 그동안 한국 야구사에 이런 유형의 타자는 없었거든요. 게다가 포지션도 유격수이지 않습니까? 역대 유격수 중에서는 지금은 해설 위원으로 활약하고 계신 이정범 위원이나 메이저리거로서 활약하고 있는 강정호 선수 정도만이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백강호 선수가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금처럼 활약할 수 있다면, 그런 선배선수들의 업적을 빠르게 갱신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이 위원의 코멘터리는 이어진다.

그는 자이언츠의 대약진이 강호와 더불어서 올 시즌을 2군에서 출발한 신예들이 크게 활약하며 이루어진 결과로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았다.

곁에 있던 또 한 명의 해설 위원이 그 부분을 지적하고 들어온다.

그는 바로 자이언츠의 2루수 출신 해설위원, 조성한 위원이었다.

"이홍철 위원께서 잘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는 가능성은 조금 더 열려있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능성은 두 가지인데요. 먼저 백강호 선수의 홈런 기록, 60홈런이 가능하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70홈런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위원님의 말씀대로 백강호 선수의 경기 당 홈런 비율이 두 경기 당 홈런 하나, 정확하게는 경기당 0.504개에요. 남은 36게임에 백강호 선수가 모두 출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18.14개의 홈런이 가능합니다. 지금의 52홈런에 더한다면 70홈런이 되겠죠."

자이언츠 출신 조 위원은 과감하게도 강호의 70홈런에 대해 거론하고 있었다.

시즌 내내 박재헌 위원과 더불어서 강호의 기록 달성을 항상 긍정적으로 얘기했던 조성한 위원.

그가 자이언츠 출신이라는 점과 함께 강호에게 긍정적인 해설을 한다는 이유에서 자이언츠 팬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조 위원의 말이 계속 된다.

"단지 홈런 기록만이 아닙니다. 지금 백강호 선수가 갱신한 기록이 최다 타점과 최다 3루타, 최다 득점, 그리고 세계 최초 50-50기록이거든요. 212타점을 올리고 있는 최다 타점 역시 세계 최고 기록이고요. 4할 대 타율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최다 2루타 기록이나, 최다 볼넷 기록, 최다 출루 기록, 그리고 최다 도루 기록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거든요. 시즌 막바지에 들어서 백강호 선수를 상대하는 상대 팀에서 고의사구로 거르는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볼넷 기록과 출루 기록, 그리고 도루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요."

조 위원은 강호가 올 시즌에 갱신할 수 있는 기록이 더 남아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있었다.

라이온즈 최형수 선수가 2016년에 기록한 44개의 2루타 기록, 이제는 레전드가 된 이승엽 선수의 2003년 56홈런, 2016년 이글스 김태준 선수의 310출루 기록, 1994년 타이거즈 이정범 선수의 84도루, 그리고 2001년도 호세 선수의 127볼넷 기록까지.

거의 모든 타격 기록에 대한 갱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열어두는 조 위원이었다.

그는 종전 전준호 선수가 가지고 있던 자이언츠 출신 선수로서의 최다 도루 기록인 75도루는 당연히 달성 가능한 것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머지 한 가지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자이언츠의 정규 시즌 1위 기록,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원년 구단인 자이언츠가 정규 시즌 1위를 달성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저는 올해인 2019년이 자이언츠의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세대교체와 신구 조화, 그리고 백강호나 권대우 같은 선수들이 등장한 올 시즌이 아니라면 또 몇 년을 기다려야할 줄 모릅니다. 자이언츠는 올 시즌에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남은 경기에 임한다면 충분히 1위를 노려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조 위원은 그렇게 올 시즌 자이언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그의 발언이 시즌 초반부터 현재까지 1위를 지키고 있는 베어스 팬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지만, 반대로 자이언츠 팬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8월 15일.

이 날의 경기는 그렇게 많은 의미를 담은 경기로 기록되고 있었다.

조 위원의 발언으로 인해 더욱 많은 야구팬들의 시선이 자이언츠와 강호를 향한 가운데, 시즌은 막바지를 향해 빠르게 흘러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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