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235화 (23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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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강호의 50홈런은 테인즈의 것과는 의미하는 바가 달랐다.

단지 50호 홈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도루 부분에서 기록 중인 71도루를 더해 50-50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50홈런, 50도루의 달성.

그동안 한국 야구사에는 없는 기록이었다.

단지 한국만이 아니었다.

전세계, 특히 야구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메이저리그의 기록을 뒤져봐도 존재하지 않는 기록인 것이다.

1988년 호세 칸세코가 40-40을 달성한 이후 배리 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알폰소 소리아노 등이 40-40을 달성하는 위엄을 보였지만, 50-50의 고지를 밟은 선수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기록을 강호가 달성한 것이다.

200타점 달성에 이은 또 하나의 세계 최초의 기록.

당연히 각종 매체들이 이 소식을 대서특필 할 수밖에 없었다.

[백강호! 또 하나의 세계 기록을 넘다!]

[백강호, 천적의 적진에서 기록의 깃발을 꽂다!]

[백강호 50-50을 달성! 그 숨막히는 기록 달성의 현장을 가다]

인터넷 스포츠란은 강호의 기사로 도배되기 시작한다.

평소 같았으면 구단에서 낸 보도 자료를 포함해서 2, 3개 정도에 그쳤을 기사들이 지금은 거의 모두 강호의 기록 달성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그 중 처음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조회 수가 늘어가는 기사가 있었다.

[50-50달성과 의미,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백강호를 만나다]

오썬 스포츠의 허일수 기자가 다른 기자들보다 조금 늦게 작성한 기사는 많은 야구팬들의 호응을 얻는다.

허 기자의 기사는 야구라는 종목의 본토라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반응과 미국 현지 팬들의 반응을 추가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었다.

허 기자의 기사에 담긴 메이저리그 전문가들과 현지 팬들의 반응 중 팬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50-50? 조작이 아니라 진짜라는 거야? 정말? 한국에서?"

"와우! 배리 본즈나 A로드도 하지 못한 걸 저 작은 동양의 나라에서 먼저 달성해 버리네! 심지어 그들은 약물 도움으로도 50-50고지는 밟지 못했잖아? 혹시 저 선수도 약물 효과인가?"

"약물이 의심되기도 해. 동양인이 저 정도 체구를 가진 건 본 적도 없다고. 게다가 장외 홈런 때리는 것 봤어? 저 정도 파워는 빅 리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거라고!"

"레드삭스와 레즈, 브루어스, 디백스, 자이언츠, 메츠가 찾던 유격수가 바로 여기 있었네. 최고의 유격수 자원이 한국에서 50-50을 달성하고 있잖아? 수준 차이를 생각한다면 메이저에 와서도 3할 5푼에 30-30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강이나 박, 킴 같은 한국 국적의 타자들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 기록은 충분할 것으로 보이는데?"

"왜 미스터 백이 내셔널리그로 간다는 소리지? 디트로이트나 화이트삭스, 텍사스나 보스턴, 심지어 양키스도 저런 유격수 자원을 필요로 한다고."

"스몰 마켓은 안 될 거야. 한국 야구가 더블 A에서 트리플 A사이 정도로 평가 받고 있으니 빅 리그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30-30에 3할 3푼 정도는 충분하겠지. 그 정도 스탯이 기대되는 타자가 유격수라잖아. 나이도 24살밖에 안 된데다가 한국 출신 선수들 중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인 군대 문제도 해결됐다니 오직 빅 마켓 구단들만 미스터 백을 영입할 수 있을 거야."

허 기자가 미국 인터넷 야구 카페 등을 직접 뒤져 발췌한 내용에는 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기대되는 성적과 몸 값 등이 거론되고 있었다.

최소 1억 달러.

한국과 미국 간의 포스팅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는 현지 팬들은 강호의 몸값을 최소 1억에서 최대 1억 5천만 달러까지 거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 팬들이 알지 못하는 한국 야구의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과 주장 역시 허 기자의 기사에 포함되어 있었다.

"50홈런, 50도루 기록이 대단한 기록이고, 백강호라는 선수의 스탯이 훌륭하기는 해. 하지만 겨우 데뷔 년도의 선수일 뿐이야. 한국 프로야구 포스팅 시스템은 1군에서 7시즌 이상의 자격일수를 채워야 돼. 백강호 선수가 부상 없이 시즌을 이어나가도 2025년 시즌이 끝난 다음에야 포스팅 자격이 된다고. 그때가 되면 한국 야구에서 50-50이 가능했던 백강호 선수의 전성기가 지나버려."

"정말 아까운 케이스야. 저 선수가 처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으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2025년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될 텐데. 지금을 전성기로 봤을 때 기대 성적은 3할 4푼 4리에 36홈런과 60도루, 0.440의 출루율과 0.9대의 장타율 정도가 될 거야. 이 정도면 충분히 특급 대우를 받을 거라고."

"당장은 메이저로 데려올 수 없지만, 한동안 저 선수를 지켜볼 필요성은 충분해. 4할의 타율과 50-50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기록 중인 타자잖아. 전성기가 지나더라도 충분히 메이저에서 통할 가능성이 있어. 2025시즌이라도 5천만 달러 이상의 포스팅 가치가 있지 않을까?"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강호의 스탯과 타격 능력, 수비 능력 모두를 높이 사면서도 한 가지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그것은 바로 한국 프로야구의 포스팅 시스템.

강호가 포스팅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여섯 시즌을 KBO무대에서 뛰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한국 나이로 25살이 되는 강호가 포스팅 자격을 획득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정식으로 섰을 때는 벌써 32살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인해 미국 현지 야구팬들이 가진 강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한국 야구팬들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허 기자의 기사 조회 수가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시기에 MLB.COM에 강호의 사진과 기사가 메인타이틀을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이 동양 선수를 주목해야 하는가?]

강호가 50호 홈런을 때려낼 때의 현장 사진과 한국의 보도 자료 등을 인용한 MLB.COM의 기사는 한국 야구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MLB.COM의 기사를 접한 한국 야구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열정적이었다.

"이 정도면 역대 급 클래스 아닌가? 경기도 아직 30경기 이상 남았는데 벌써 50-50을 찍었잖아? 60-60도 가능한 페이스네."

"후덜덜. 60-60이라니? 그런 게 가능하기나 한 건가? 60홈런 넘어서면 또 세계 신기록 아닌가? 아시아 신기록은 일본인이지 않나요?"

"노노노. 아시아 신기록이 60홈런입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소속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2013년도에 기록한 60홈런이 아시아 기록이에요. 백강호 선수가 60홈런 고지 밟으면 아시아 기록과 타이가 되는 겁니다. 세계 기록과는 거리가 멀어요. 참고로 세계 기록은 2001년 배리 본즈가 기록한 73홈런입니다. 물론 약물 시대 기록이긴 하지만."

"허헐. 메이저 기록이 73홈런이었구나. 약빨이긴 하지만 대단하다. 그런데 세계 기록이나 아시아 기록 논하기 전에 국내 기록부터 넘어야 되는 거 아닌가? 아직 한국 기록 깬 것도 아니잖아요?"

"네, 이승엽 선수가 가지고 있는 56개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입니다. 올 시즌에 누가 깨든 간에 갱신될 것 같네요. 한 가지 바람이 있으면 테인즈보다는 백강호 선수가 깨줬으면 합니다. 아시아 기록인 60홈런을 네덜란드 국적인 발렌틴이 깼을 때 말들이 많았잖아요. 참고로 저는 타이거즈 팬입니다."

"세계 기록이고 아시아 기록이고 간에 대단하다! 어쨌든 올 시즌에 한국 기록은 깨질 거란 말이잖아요! 와아, 이제부터 시간 날 때 마다 야구장에 가야겠네. 운 좋게 홈런 기록구라도 잡으면 대박 터지는 거 아닙니까?"

"잠자리채 들고 고고고!"

팬들은 올 시즌 달성 가능해 보이는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예상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후반기 들어 홈런 페이스를 올리는 테인즈로 인해 이승엽 선수의 국내 기록을 외국인 선수가 깨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강호가 13일 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50홈런 고지의 대열에 동참하자 팬들의 기대 또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외신의 반응과 미국 야구팬들의 의견을 담은 허일수 기자의 기사와 MLB.COM의 메인 기사까지 번역되어 보도되자 모든 야구팬들의 시선은 강호를 향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강호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또 있었다.

장소는 자이언츠 구단 본부로 옮겨진다.

시간은 잠시 몇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마산에서 열렸던 자이언츠와 다이노스 간의 경기가 한창 뜨겁게 진행되고 있을 때로 이동한다.

"아아...저러다가 17연승 깨지는 거 아니야? 미치겠네."

TV중계를 바라보며 탄식을 토해내는 사람은 구단의 최고 지휘관인 지정만 사장이었다.

지 사장은 5회 말 2사 상황에서 터져 나온 테인즈의 50호 홈런에 아쉬운 탄식을 내뱉는다.

5대 5 박빙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기가 테인즈의 솔로 홈런으로 다시 다이노스 쪽으로 기울게 되자 팀이 이어가고 있는 최다 연승 기록마저 중단될까봐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가 아쉬워하는 부분은 또 있었다.

"테인즈가 먼저 50홈런을 때려버리네! 아이고, 아까워! 우리 백 선수가 먼저 50홈런을 찍을 수도 있었는데. 비겁한 다이노스 놈들! 고의사구로 거르다니. 내가 지금 당장 손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서 테인즈의 다음 타석 때 똑같이 고의사구로 걸러버리라고 해야겠어! 내 휴대폰 어딨나?"

격분한 지 사장의 말에 잠자코 있던 허 실장이 한걸음 나선다.

"사장님, 진정하십시오. 어차피 지금 전화 걸어도 안 받을 겁니다. 경기 중에는 덕 아웃에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까? 전화를 하시려면 경기가 끝난 후에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휴대폰은 사장님 손 안에 있잖습니까?"

"뭐?! 이게 언제 내 손에 있었지? 리모컨인 줄 알았네. 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아깝잖아. 우리 백 선수가 50홈런을 먼저 칠 수 있었는데 말이야. 빌어먹을 다이노스 놈들! 흠흠. 너 내가 혼자서 다이노스 구단 욕했다는 말 어디 가서 하면 안 돼. 특히 이번 사장단 모임에서 그런 소리하면 절대로 안 되는 거야!"

지 사장은 한창 다이노스를 욕하다가 자신을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허 실장에게 그렇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

허 실장이 '네'하고 대꾸했는데도 불안했던지 한 번 더 당부하는 모습이다.

"그래. 특히 다이노스 사장에게는 절대로 말하면 안 돼. 내가 다이노스를 빌어먹을 놈들이라고 했다고. 우리 백강호 선수한테 고의사구를 줘서 자기네가 50홈런을 홀랑 해먹었다는 말을....아 놔, 이거 생각해보니까 더 열 받네! 사나이면 정면 승부 아냐?! 우리는 테인즈 거른 적 없잖아? 왜 우리 백강호 선수만 불이익을 받아야 돼? 허 실장, 너 우리 백 선수가 이번 시즌에 고의사구로 걸어 나간 게 몇 타석인 줄 알아? 서른 타석이 넘어! 이러다 백 선수가 시즌 최다 출루 기록도 갈아치우게 생겼어. 고의사구를 하도 많이 받아서 말이야."

지 사장은 다른 팀 배터리에게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강호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또 한 번 울분을 토로한다.

그가 강호 본인을 대신해 분개하는 동안 경기는 이어져 어느새 문제의 7회 초가 진행되고 있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서는 강호를 바라보는 지 사장.

그는 어느새 다이노스를 향한 분노도 모두 잊은 채 불끈 쥔 주먹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TV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아... 저기서 또 치사하게 투수를 바꾸네. 오늘 다이노스가 너무 치사한데? 투수를 대체 몇 명이나 바꾸는 거야? 저렇게 흐름 끊어서 경기 이기면 속이 편하나?"

지 사장은 강호의 타석에서 투수 교체를 단행하는 다이노스의 결정에 불평을 토하며, 이어지는 승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런 지 사장의 시선 속에 7회 초에 터져 나온 강호의 결정적인 한방이 불을 뿜는다.

따악!!

"됐어!"

타격음을 듣는 동시에 지 사장이 불끈 쥔 양 손을 들어올린다.

굳이 타구를 확인하지 않아도 강호가 때린 타구가 홈런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호쾌한 타격음이었다.

지 사장은 마치 만세를 하듯이 양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리며 누구보다도 강호의 50홈런에 기뻐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본분을 완전히 잊지는 않는다.

"뭐야?! 왜 축포가 없어?! 우리 백 선수가 세계 최초로 50-50을 달성했는데 전광판에 표시도 없고! 현장 요원들은 뭐하는 거야?!"

역정을 내는 지 사장의 모습에 허 실장이 다물고 있던 입을 연다.

"저기 마산입니다. 저희 현장 요원들은 덕 아웃 쪽 직원들 밖에 없습니다."

"뭐?! 그래, 나도 알고 있었어...그래도 다이노스 쪽에 협조라도 구해서 축포를 터뜨려야지. 다이노스도 너무하네. 아무리 남의 팀 선수지만, 세계 최초 기록을 달성했는데 폭죽 하나 정도는 터뜨려줘도 되잖아? 테인즈가 홈런 칠 때는 폭죽 터뜨리더만. 치사한 놈들!"

지 사장은 또 다시 죄 없는 다이노스 구단을 욕하며 인상을 찡그린다.

그러다가 TV화면 속 스코어가 5대 6에서 9대 6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하고는 언제 인상을 썼냐는 듯이 환하게 웃어 보인다.

"허허. 오늘은 이기겠어! 감이 딱 오지 않아? 이제 18연승은 따논 당상이라고. 허 실장, 뭐 하고 있나?"

"네?"

"보도 자료 만들어야지? 팀이 이기게 생겼는데 일할 생각 안하고 뭐하는 거야?"

"아, 네. 18연승에 대한 보도 자료는 벌써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경기 내용만 작성하면 곧장 인터넷 기사로 뿌려질 겁니다."

"그게 다가 아니잖아? 우리 백 선수가 세계 최초 기록을 세웠는데 거기에 대한 기사도 있어야할 것 아냐? 가급적이면 미국 쪽 반응도 모아오고, 스포츠 칼럼이나 메이저리그 관계자 반응 같은 것도 긁어모으란 말이야! 우리 백 선수의 50-50이 조금 더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게."

"넵! 지금 당장 움직이겠습니다."

"그래! 움직여. 어차피 오늘 경기는 이겨!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부터 일을 하면 되는 거야!"

지 사장의 호쾌한 목소리를 들으며 허 실장은 부랴부랴 사장실을 나선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지 사장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40대가 되어서도 업무 능력이 부쩍 늘어남을 느끼는 허 실장이었다.

허 실장이 나간 후, TV속의 경기는 종료되고 인터넷에서는 테인즈의 50호 홈런보다 강호의 50-50달성을 더욱 부각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지 사장의 바람대로 메이저리그와 미국 야구팬들의 반응에 국내의 야구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댓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허허, 우리 백 선수가 역대 급 클래스에 메이저리그 진출은 따논 당상이라고? 그래도 지금은 못 보내준다. 백 선수는 우리 자이언츠 선수라고."

사장실에 홀로 남은 지 사장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는 댓글들을 일일이 확인한다.

한동안 사장실에서는 지 사장의 웃음소리가 떠날 줄 몰랐다.

그러다가 기사 검색을 멈춘 지 사장이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의 야경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다.

그는 기억 속 누군가가 자신에게 건넸던 말을 떠올이고 있었다.

'만약 내가 1군 감독 자리에 없어도 자이언츠가 우승할 수 있었다면 나는 남은 야구 인생을 그저 2군 감독으로 남으려 했을 겁니다. 그러나 내가 1군 감독 자리에 올라야 만이 자이언츠의 우승을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남은 말년의 삶을 걸고서라도 그 우승을 노려볼 생각입니다.'

손 감독이 1군 감독으로 임명되기 전, 그가 던졌었던 출사표.

지 사장은 불현듯 손 감독의 말을 떠올려보며 이전과는 다른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때의 손 감독은 자이언츠의 총 사령탑 자리를 수락하며 이렇게 선언했었다.

'내가 올 시즌 자이언츠를 한국 시리즈 무대에 올려놓을 겁니다!'

그 때의 손 감독은 올 시즌 팀을 한국 시리즈 무대에 올려놓을 것이라 약속했었다.

지 사장은 그때 손 감독이 했었던 말을 떠올리며 진한 미소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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