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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인터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11연승을 내달렸던 자이언츠의 연승은 어느새 16연승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갱신되는 팀의 최다 연승 기록에 자이언츠 프런트와 선수단, 그리고 팬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나 팬들의 반응은 무엇보다 뜨거웠다.
"16연승이라고? 자이언츠가 이런 성적이 가능했던 거야? 올해는 세대교체 시즌이라고 하지 않았나? 세대교체하면서 이런 성적도 가능한 거야? 대박이네!"
"11연승 끝나고, 6연패 정도 할 줄 알았더니. 벌써 16연승이네. 요즘은 연승 끊어질까봐 조마조마하면서 경기 보는 재미가 남다르네요."
"이제 3승만 더하면 시즌 최다승 동률입니다. 와이번스가 세운 2009년 기록 갈아치웁시다!"
"내가 진짜 자이언츠 야구 보면서 큰 욕심 없었는데 선수들이 조금만 더 힘내서 19연승까지는 갔으면 좋겠네요. 자이언츠 파이팅!"
"16연승을 했는데 아직 3위라는 사실도 놀랍다. 이 정도 연승 기록이면 1위해야 하는 거 아냐? 대체 베어스랑 다이노스가 승률을 얼마나 벌어놓은 건데 아직도 못 따라잡고 있는 거지? 이러다 시즌 끝날 때도 3위인 거 아닐까요?"
"3위라도 좋으니까 가을 야구만 하게 해다오."
"아니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1위 한 번 노려봅시다! 16연승이 기분 좋아 달리실 분은 추천 누르고 달립시다!"
"달려 17연승!!"
자이언츠 팬들은 팀의 승리 소식을 전하는 기사마다 찾아가 수많은 댓글들을 양산하고 있었다.
매 년마다 반복되는 팀의 하위권 경쟁에 자이언츠의 야구를 보지 않았던 팬들 역시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들일 정도로 16연승이라는 기록 달성은 어마어마한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주역 중 한 사람.
올 시즌 구단의 총 지휘관으로서 구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지정만 사장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중이었다.
장소는 평소 그가 업무를 보던 구단 사장실이 아닌 구단 본부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편인 옥상 테라스로 이동한다.
"사장님, 인터뷰가 시작되면 녹음기를 켜고 진행을 하게 될 텐데, 만약 오프 더 레코드를 원하시면 잠시 녹음기를 끄고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으시면 손짓을 하시거나 표시를 해주시면 됩니다."
지정만 사장은 인터뷰에 앞서 자신에게 주의사항을 일러주는 허일수 기자의 말에 근사한 미소를 지으며 반문한다.
지 사장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신사적인 태도와 용모, 복장으로 대외용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인터뷰는 특정 선수나 감독과의 인터뷰로 진행되는 내용이 아니라 지 사장 본인을 인터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구단 수뇌부 인터뷰 중에 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죠?"
허 기자에게 묻고 있는 지정만 사장의 목소리마저 평소와는 달랐다.
조금 더 근사하게 들릴 수 있도록 최대한 저음의 목소리로 묻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란 보도에서 제외하고 싶은 사항을 보도 관계자에게 요청하여 보도, 공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의미한다.
오프 더 레코드 항목을 요청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기자도 함부로 기사화할 수 없는 관행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기자의 자부심과 관련하여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모든 이들이 지켜야하는 관행 중에 하나였다.
지 사장의 사소한 질문에 허 기자가 웃는 낯으로 대답한다.
"하하, 간혹 있기는 하지만, 자주 있는 편은 아닙니다. 혹시 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하실 부분이 있으십니까?"
"아니에요. 나는 비밀로 하면서까지 기자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히 없습니다. 그럼 시작하시죠."
지 사장은 허 기자의 물음에 여유 있는 손짓과 함께 대답하며,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의 사소한 손짓과 표정마저도 사전에 미리 준비된 것이었다.
근처에 대기하고 있는 허동준 기획 실장이 사소한 것까지 체크하며 지 사장에게 수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물론 허 실장에게 등지고 앉은 허일수 기자로서는 그런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허 실장이 보내는 손짓은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었다.
'사장님! 행커치프 왼쪽이 조금 삐뚤어 졌습니다. 왼쪽, 왼쪽, 밥 먹는 반대 손!'
'앉으실 때 너무 그렇게 다리 벌리지 말고, 차라리 다리를 꼬세요. 벌리지 말고, 오므리라고!'
허 실장은 지 사장의 먼발치에 선 채로 직접 다리를 오므리는 시범을 보이며 그렇게 사소한 모습까지도 코치를 하는 모습이다.
허 실장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오늘 인터뷰 내용 중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 인터뷰 기사 내용 중간 중간에 삽입한다는 사전 내용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지 사장으로서는 최대한 젠틀하고, 멋있는, 또한 자이언츠 팬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모습으로 사진에 찍히고 싶은 마음에 허동준 실장에게 미리 지시를 내려놓은 것이었다.
"내가 인터뷰 중에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수신호를 보내란 말이야. 넥타이 쪽이면 이렇게 넥타이를 만지고, 행커치프 쪽이면 가슴을 두드리고, 내가 너무 다리를 벌린다 싶으면 그러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라고. 알겠어?"
인터뷰 전, 자신을 향해 쉴 새 없이 업무 지시를 내리는 지 사장의 말에 허 실장은 결국 한 마디 반박의 말을 건넨다.
"사장님. 그럴 바에는 차라리 코디를 전담할 전문 코디네이터를 불러서 인터뷰 도중에 옷매무새나 메이크업을 정돈 받으시죠."
허 실장은 인터뷰에 앞서 지나칠 정도로 수선을 떠는 지 사장에게 그렇게 조언했다.
그러자 지 사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렇게 답했었다.
"구단 사장한테 무슨 코디네이터야? 내가 연예인이야? 구단 사장 인터뷰 자리에 코디네이터가 옷차림 봐주고, 메이크업 해주고 하면 기자라는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나를 겉멋만 든 똥 멍청이 프런트라고 생각할 거 아냐? 쓸데없는 아이디어 낼 시간에 내가 하는 설명이나 잘 새겨들어. 자, 자세가 흐트러지면 이렇게 수신호를 보내고, 넥타이가 제 자리를 못 찾으면 넥타이를 이렇게 만지고, 행커치프...."
허 실장은 인터뷰에 앞서 30분 동안 강제 주입 받은 기억을 떠올리며 열심히 수신호를 보낸다.
그의 지시대로 지 사장은 즉시 자세를 수정하거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젠틀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허 기자가 대동한 전문 사진사는 그런 지 사장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고, 지 사장은 사진사가 손에 쥔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미리 준비해둔 자세와 표정으로 최고의 사진이 나올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그런 지 사장과 마주하고 있는 허 기자는 지 사장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인터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허 기자로서는 설마 구단 사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기사에 실릴 사진 몇 장에 이렇게나 공을 들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자이언츠가 후반기 전승과 시즌 16연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에는 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가 며칠 전에 만났던 손성조 감독도 16연승의 원동력 중에 하나로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요. 올 시즌에 자이언츠 구단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일들이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예측을 하신 겁니까?"
허 기자는 미리 준비해둔 질문지의 내용대로 질문을 읽어내린다.
그의 질문에 지 사장 역시 미리 준비해둔 답변을 시작한다.
지 사장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들리는 지금의 대답을 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허 실장과 함께 연습을 했다는 사실은 허 기자로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하하하, 손 감독이 그런 얘기를 했습니까? 구단 사장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고마운 말이네요. 보통 구단의 노고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나름인데 손 감독이 저희들의 노고를 치하해 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16연승의 원동력은 구단에서 시도한 것들이 성공한 결과라기보다는 손성조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노력이 뒷받침 되었다는 생각이에요. 구단은 선수단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에 중점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을 갱신한 건 선수들과 선수들을 잘 지도해준 현장 코칭스태프의 공로로 봐야합니다."
지 사장은 겸손한 말로 허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다.
올 시즌 지 사장 본인이 주도하여 벌인 일이 많았지만, 그 공로를 스스로 공치사 하는 모습은 없었다.
그는 겸손하게도 모든 공로를 선수단에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허 기자로서는 기존 프런트와는 조금은 달라 보이는 지 사장의 가치관에 심한 동감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은 인터뷰를 이어나갈수록 점점 확신이 된다.
'이런 프런트도 있었나? 보통 구단 수뇌부라고 하면, 자기가 잘 났다고 떠들기 바쁘던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낸 것은 구단 사장부터가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였구나.'
허 기자는 지금 느껴지는 기분을 나중에 기사로 싣기 위해 따로 펼쳐 둔 수첩에 '프런트의 남다른 철학'이라고 메모를 해둔다.
그 모습을 강호 못지않은 시력으로 포착해낸 지 사장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남다른 철학이라고? 허 기자가 사람 볼 줄 아는 기자였네. 그렇지. 내 철학이 좀 남다른 면이 있지.'
지 사장은 허 기자와의 인터뷰를 이어나가며 처음에는 젠틀해 보이는 미소를 연기했었지만, 점점 그의 미소가 자연스럽게 변해간다.
구단 창단 이후 최다 연승을 이어나가는 팀의 최근 분위기도 기분 좋았고,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 시즌 성적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모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던 한 선수에 대한 후반기 성적 또한 대만족이었다.
허 기자가 몇 개의 질문 후에 바로 그 점에 대해 질문을 던져오고 있었다.
"올 시즌 자이언츠는 역대 최고로 평가되는 세대교체를 진행 중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팀의 4번 타자인 백강호 선수와 마무리 투수인 권대우 선수를 예로 들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프런트의 입장에서는 백강호 선수와 같은 신예들의 등장이 미리 예견된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나 그 중에서 백강호 선수는 후반기 들어 4할 타율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현재까지 4할 2푼 4리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적의 원동력에는 구단의 세대교체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 시즌 자이언츠의 세대교체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된 것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허 기자는 친절하게도 길게 설명을 풀어서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만, 지 사장이 이메일로 미리 전달받은 질문지에는 '자이언츠의 세대교체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까?'정도로만 나와 있었다.
지 사장의 입장으로서는 세대교체에 대한 답변 정도만 준비해두었는데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강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준비한 것과는 조금은 다른 답변을 꺼내게 된다.
그 모습에 맞은편에 서있던 허 실장이 손가락으로 엑스 표를 그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장님! 준비한 멘트만 치세요! 왜 갑자기 애드립입니까? 준비한 대로 대답하라고요!'
허 실장의 분주한 수신호를 보았으면서도 지 사장은 지금의 답변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지 사장이 강호를 바라보는 솔직한 시선은 지금 그가 하는 말속에 모두 담겨 있었다.
"우리 자이언츠의 역사를 살펴보면, 선수단을 끌어나가는 구심점 역할의 선수가 있을 때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가 있었습니다. 84년 우승 당시 최동원 선수가 그래 주었고, 그 후로도 박정태, 이대호 같이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팀은 항상 맴돌던 하위권을 박차고 올라간 기억이 있었죠. 나는 백강호 선수를 그렇게 봅니다. 다른 팀에서나 현장의 야구 전문가들이 우리 백강호 선수의 후반기를 슬럼프로 점철될 것이라 예측할 때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백강호 선수가 보통의 선수와 같았다면 그 의견에 수긍했을 테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아요. 현장에 있는 손성조 감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진심을 담아 얘기하는 지 사장의 말에는 묘한 여운이 담겨 있었다.
허 기자는 어느새 메모하는 손길을 멈추고, 지 사장이 전하는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메모를 멈춘 허 기자를 대신하여 지 사장의 말은 녹음기가 대신 기록해준다.
그러는 사이 지 사장의 말은 계속 이어져 나간다.
"자이언츠의 모든 팬들은 알 겁니다. 우리 구단은 그런 뛰어난 선수들을 혹사시킨 결과로 몇 시즌 정도 한국시리즈를 바라볼 수 있었어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동원 선수 이후로도 여민석, 조민욱, 윤학길처럼 많은 투수들이 팀 성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빠르게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그런 선수들의 희생 덕분에 몇 시즌을 상위권에 이름 올리긴 했지만, 그것이 우리 팀의 본 모습은 아닐 겁니다. 뛰어난 선수들의 희생으로 성적을 만드는 구단이라면, 그 구단은 존속 가치가 없는 것이니까요.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자이언츠는 또 다른 희생양을 찾고 있는 그저 그런 하위권 팀에 불과했었어요."
지 사장의 말은 담담히 이어진다.
올 초까지만 해도 야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지 사장이었지만, 지금은 팀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대변인의 입장으로서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허 기자는 그런 지 사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고, 지 사장에게 바쁘게 수신호를 보내던 허 실장 역시 어느새 지 사장이 하는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더 이상은 그럴 수 없어요. 이제 선수들도 구단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희생해 주어서는 안 됩니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지 구단이나 프런트가 하는 게 아니니까요. 나는 백강호 선수처럼 대단한 선수들이 올 시즌에 나올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손성조 감독 같은 사람들이 2군에서 어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돌봐준 덕분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손 감독을 사령탑으로 임명한 것이고, 그런 손 감독에게 전권을 맡긴 거예요. 그게 전부입니다. 16연승이라는 기록은 구단이 아닌 선수들이 직접 만든 거예요.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은 결과가 아니라 선수들이 본인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결과로 봅니다. 올 시즌 자이언츠의 세대교체는 그런 겁니다. 스타플레이어의 희생이나 특정 투수에 대한 혹사가 아닌,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백강호 선수 같은 대선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 사장의 말은 미리 준비된 내용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뱉어내고 있는 진심이었다.
그래서인지 다소 투박하고 정돈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그의 말속에는 구단 사장이 뱉어낸 말이라고 여길 수 없을 정도로 담백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지 사장의 말을 경청하느라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허 기자는 지 사장의 말이 끝났음에도 다음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
잠시 지 사장이 전달한 여운에 침묵하던 허 기자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오프 더 레코드로 처리해 드릴까요? 다소 민감한 부분들이 많이 포함된 것 같습니다."
오프 더 레코드로 처리해 준다는 허 기자의 선의에 지 사장은 고개를 내젓는다.
"기사에 실어도 상관없습니다. 제 앞선 전임자들이나 본사에서 본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허 기자님이 싣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서 기사에 실어 주세요."
지 사장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허 기자의 선의에 그렇게 대꾸한다.
그러다가 이내 표정을 굳히고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힘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마지막 의견을 밝힌다.
"이 내용도 꼭 실어주십시오. 자이언츠는 백강호라는 4번 타자와 권대우라는 마무리투수를 가진 팀입니다. 우리는 올 시즌 가을 야구에만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정규 시즌 1위와 한국 시리즈 우승 모두가 우리 자이언츠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겁니다. 다른 팀에게는 미안하지만 올 시즌 1위는 우리가 차지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