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198화 (197/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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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예고하다

자이언츠와 히어로즈, 두 팀의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들이 우천 취소된 이날의 경기는 경기내용을 중계한 방송사의 시청률이 시즌 최고점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만큼이나 두 팀을 향한 시선들이 많다는 의미였고, 단지 두 팀의 팬뿐만 아니라 다른 팀을 응원하는 일부 팬들 역시 고척 경기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야~ 저 투수는 누구야? 자이언츠에 저런 마무리 투수가 있었어? 공이 막 뱀처럼 휘고 난리도 아니네."

"권대우잖아. 너는 다른 팀 선수는 아예 관심 없구나. 올스타전에도 출전한 투수야. 올해 스무 살."

"뭐?! 스무 살? 자이언츠가 어쩐 일이야? 그 팀에서 스무 살짜리 영건을 마무리로 올린다고?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가 매번 폭망해서 사서 썼잖아. 2009년에 애킨스였나? 마무리로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을 정도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세대교체를 한다는 얘기겠지. 오늘 경기 내용도 봐. 저렇게 지고 있어도 깔끔하게 뒤집어 버리잖아. 경기 내용이 군더더기가 없네."

"와, 자이언츠가 올해는 8등으로 끝나지는 않겠네. 적어도 중위권 싸움은 가겠는데?"

자이언츠 팬이 아닌 다른 팀을 응원하는 일부 팬들은 오늘 경기를 통해 올 시즌 상위권 경쟁이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느끼고 있었다.

1위 팀 베어스나 2위 팀 다이노스 팬들은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3위 팀 타이거즈나 4위 팀 히어로즈 팬 입장으로는 긴장이 되는 자이언츠의 경기력이었다.

또한 뚜렷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진행되어가는 자이언츠의 세대교체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다른 팀 팬들이 무엇보다 부러운 이유가 있었다.

다른 어떤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자이언츠 중심 타선은 모든 야구팬들의 부러움의 대상인 것이다.

"백강호가 또 2득점 올렸네. 무슨 4번 타자가 벌써부터 100득점을 하고 있는 거야?"

"윗님, 말하려면 제대로 아셔야죠. 121득점입니다. 백강호 선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426에 출루율 0.500 장타율 0.988 OPS1.488에 142안타, 40홈런, 67도루, 162타점에 121득점이라고요."

"무슨 백강호 선수 스토커냐? 기록을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야?"

"자이언츠 팬이라면 기본인 거죠. 다들 4할 타자 한 명 정도는 팀에 보유하고 있으시죠? 아, 죄송합니다. 저희만 있네요. 백강호 선수요. 흐흐."

"부럽다. 부러워. 내가 살면서 자이언츠를 부러워하게 되다니 별일이네. 오늘 경기보니까 황제인도 복귀했던데. 대체 자이언츠에는 중심 타선 자원이 몇 명인 거야? 백강호, 황제인, 스팅을 중심 타선에 넣고 최문표, 채중석, 김상훈, 이인호 같은 선수들은 대타로 써도 되겠네. 올 시즌 자이언츠 타선은 후덜덜 하네요."

많은 팬들이 고척 경기에 대한 기사에 엄청난 댓글을 달고 있는 중이었다.

자이언츠가 비록 5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 어떤 야구팬들도 자이언츠가 중위권 경쟁에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전반기 막바지에 6연패라는 시련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 후 이어진 세 경기를 모두 승리함으로써 3연승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당연하다는 평가였다.

또한 이런 팬들의 평가를 단지 팬들에게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날 밤 방영된 각종 야구 프로그램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과 장소는 생방송으로 방송을 시작한 야구 전문 프로그램 스튜디오로 이동한다.

"오늘 4개 구장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가운데 고척에서는 유일한 경기가 벌어졌는데요. 지금부터 내리는 빗줄기마저 이겨내는 뜨거운 현장으로 함께하시겠습니다."

아나운서인 오현주의 진행과 함께 TV화면에는 자이언츠와 히어로즈의 오늘 경기 하이라이트가 시작되고 있었다.

후시 녹음된 남자 아나운서의 목소리 속에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연이어서 재생된다.

강호의 모습이 자주 화면에 비춰지고, 중요한 승부처에 투수로 오른 히어로즈의 명길관이나 자이언츠의 성수제, 권대우 등의 얼굴이 차례로 비춰진다.

"네, 오늘 경기는 자이언츠가 한 점차를 뒤집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팀 3연승을 이어나가게 됐는데요. 박세준 선수가 승리 투수가 되었고,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향한 성수제 투수가 홀드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오늘 처음 마무리로 오른 권대우 투수가 데뷔 첫 세이브를 챙기면서 4대 3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동점을 만드는 최문표 선수의 번트 타점과 캡틴 강민수 선수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히어로즈의 만루 작전을 무력화시키는 모습이었습니다."

대본에 적혀 있는 멘트대로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지적한 오현주 아나운서의 시선이 해설 위원들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두 위원님들은 오늘 경기 어떻게 보셨나요?'라는 멘트와 함께 바통이 넘겨지고 해설 위원들이 입을 연다.

먼저 의견을 밝힌 것은 송진석 위원이었다.

"오늘 경기는 투수전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히어로즈의 선발 투수인 맥도날드 투수는 6이닝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면서 1실점 4피안타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이언츠의 백강호 선수에게 허용한 2루타가 옥의 티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백강호 선수의 타격감이나 올 시즌 기록들을 살펴보면 투수가 못 던졌다기보다는 타자인 백강호 선수가 잘 친 것으로 봐야할 겁니다."

송 위원은 먼저 히어로즈 선발 투수인 맥도날드를 칭찬하는 내용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곧 그의 설명은 자이언츠 투수 쪽으로 옮겨진다.

"반면에 자이언츠의 선발 투수인 박세준 선수 역시 6이닝을 소화하며 116개의 투구를 할 때 동안 2실점 6피안타 2볼넷을 내주었는데요. 맥도날드 투수에 비해 내용 면에서 앞서지는 않지만, 7회 초에 터진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양 팀 선발 투수는 자신들의 몫을 100%완수해 주었고요. 경기의 결과는 결국 불펜 싸움에서 판가름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

레전드 급 투수 출신의 해설자, 송진석 위원의 말이 끝나자 곧장 곁에 있던 안지원 위원이 말을 받는다.

야구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변이 부족한 송진석 위원의 다소 아쉬운 해설을 보완하고 나선 것이다.

"오늘 히어로즈의 7회에선 명길관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히어로즈 벤치의 만루 작전이 나온 시점이죠. 히어로즈 측에서는 4할대 강타자인 백강호 선수를 거르고, 대타 황제인 선수까지 거르면서 만루 작전을 시도했었습니다. 1사 상황이라 병살타 하나면 이닝이 종료되는 것을 염두한 거죠. 그런데 여기서 최문표 선수의 번트가 나오면서 만루를 채우는 작전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어요. 강민수 타자의 2타점은 그 다음이죠. 최문표 타자의 기습 번트가 히어로즈 벤치의 작전을 깨뜨린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 위원은 우선 경기의 승부처인 7회 상황을 다시 한 번 지적하고 나섰다.

강호를 고의사구로 거르며 시작된 히어로즈의 만루 작전이 문표의 기습 번트로 인해 저지당한 점을 지적하며, 그 기습 번트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었다 말하고 있었다.

안 위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반면에 이번 경기에서 자이언츠 벤치의 작전은 따로 없었습니다. 7회 상황에서 황제인을 대타로 낸 것 외에는 특이점이 없어요. 최문표 선수의 기습 번트도 선수 본인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고요. 별다른 작전을 내지 않았는데도 자이언츠 벤치가 승리한 점은 박상현 투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백이 생긴 불펜 자리에 5선발 요원인 성수제 투수를 투입시킨 점입니다. 성수제 투수, 올시즌 1군 무대에 올라 오늘 경기 포함하면 6승 6패, 1홀드 4.14의 방어율을 올리고 있거든요. 여기에 성수제 투수가 불펜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불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권대우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 시즌 자이언츠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거론되던 불펜진에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안지원 위원은 일목정연한 말로 자이언츠에서 일어난 변동 점을 설명하고 있었다.

마흔 살의 박상현 투수가 빠지고 26살의 젊은 좌완 영건, 성수제의 불펜 이동으로 말미암은 자이언츠의 변화는 단지 오늘 경기뿐 아니라 앞으로 남은 후반기 경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오늘 진행된 경기는 고척 경기가 유일했기 때문에 그 뒤로도 히어로즈와 자이언츠의 팀 분석이나 선수 분석 내용 등이 이어진다.

시청자들이 이어진 분석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사이, 피 말리는 접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선수단은 어느새 여장을 풀고 있었다.

장소는 스튜디오에서 자이언츠 선수단이 묵고 있는 숙소로 이동한다.

더 정확히는 강호의 방으로 배정된 숙소 방으로 초점이 모아진다.

"뭐하는 거야? 오늘 경기 기사 검색해? 팬들 반응이 좀 어때? 아직도 6연패 때문에 시끄러운 상태야?"

편한 자세로 누워있던 문표가 대우를 향해 묻는다.

쇼파에 눕듯이 기댄 채 테이블에 다리를 올리고 간식을 먹고 있는 문표.

그는 태블릿에 코를 박고 인터넷 검색에 열중하고 있는 대우에게 오늘 기사의 댓글 반응을 묻고 있었다.

"아뇨. 6연패 이야기는 쏙 들어갔어요. 팬들 반응도 엄청 좋습니다. 특히 제 얘기가 부쩍 늘었네요. 전반기 때까지만 해도 제 이름도 모르는 팬들이 많았는데요."

"네 이름을 왜 몰라? 외우기가 얼마나 쉬운데, 냉장고 만드는 대기업 이름하고 똑같잖아. 대우."

대우의 이름으로 장난을 거는 문표의 말에 이제 막 씻고 나온 강호가 '풋'하고 웃음 짓는다.

평소 강호 본인도 대우의 이름에서 특정 브랜드를 항상 떠올리고 있었지만, 대우 본인이 기분이 상할까봐 그것으로 장난을 친다거나 별명을 짓지는 않았다.

'얼마나 유치한 일이야? 사람 이름가지고 장난을 친다는 게."

강호는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우의 이름에 딴지를 걸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표가 그것을 트집 잡고 나섰으니 이참에 문표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려 한다.

"선배 이름도 만만치 않습니다. 문표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도 아니고, 스팅은 아직까지 발음도 제대로 못하고 있던데요. 대우야, 스팅이 문표 선배 이름을 뭐라고 발음하지?"

"문펴요. 오픈 더 도어. 잠깐! 펴다가 영어로 오픈이 아닐 텐데? 문표 선배, 펴다가 영어로 뭡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 자식들아? 사람 이름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냐."

문표는 스팅의 발음으로 촉발된 자신의 이름에 대한 논란에 그렇게 방어하고 나선다.

그런데 이름으로 먼저 장난쳤던 당사자가 바로 문표이다 보니 그의 방어에도 장난은 멈출 수 없었다.

문표에게 '펴다'의 영어 표현을 물은 대우의 질문에 강호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하고 있섰다.

"오픈 맞아. 열다도 오픈이고, 펴다도 오픈이야. 그러니까 문펴 선배는 영어 표현으로 오픈 더 도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 거야."

"아, 그렇습니까? 오늘도 강호 선배 덕분에 한 가지를 배우네요."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을 주고받는 강호와 대우의 대화에 문표가 결국 몸을 일으킨다.

두 후배를 향해 일갈하는 문표의 입에서 씹고 있던 팝콘들이 튀어 나오는 모습이다.

"니들 이름은 뭐 멀쩡한 줄 알아?! 강호 후배 너도 말이야. 찾아보면 별명 지을 건더기가 많아. 자, 백강호! 얼마나 웃기는 이름이야? 별명을 지어보자면..."

문표는 일단 호기롭게 외친 후 강호의 이름으로 어떤 별명을 지을 수 있는지 고민해 본다.

그런데 그의 머리로 '백강호'라는 이름의 웃긴 별명이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들의 시선 속에 팔짱을 낀 채로 왔다갔다하며 한참을 고민하던 문표.

그가 불현 듯 고개를 쳐들고 입을 연다.

"아이고, 배야! 화장실을 좀 가야되겠네. 그럼 내일 보자고 후배들. 나는 내 방으로 가야되겠어. 배가 아파서."

문표는 화장실 핑계를 대며 강호의 방에서 도주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강호의 이름으로 별명을 지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문표가 밖으로 나가자 강호는 옷을 갈아입으며 잘 준비를 마친다.

그런 강호에게 대우가 말을 건넨다.

"선배님, 배고프시지 않습니까? 시원찮게 먹었더니 허기가 지네요."

"식사를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서 그냥 참고 자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면 내 단백질 보충제라도 타서 먹을래?"

"사양하겠습니다. 제 입맛에는 안 맞더라고요."

대우가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강호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는 백업 포수인 안민경이었다.

"강호 선배님! 호텔 로비에 선배님 이름으로 야식 배달 왔던데요. 팬들이 보낸 것 같습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민경이 전해준 희소식에 당사자인 강호가 아니라 대우가 눈을 크게 뜬다.

"진짭니까? 강호 선배님, 지금 당장 내려가시죠."

강호는 대우의 손에 이끌려 민경과 함께 호텔 로비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 전에 숙소 방의 불을 끄는 것을 잊지 않는다.

세 사람이 숙소 방을 떠나자 텅 빈 숙소 방. 아니 텅 빈 줄만 알았던 방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어디 간 거야? 나만 남겨두고. 혹시 야식 먹으러 나간 건가? 그럼 나도 데려가야지."

불 꺼진 숙소 방에서 혼잣말을 하는 사람은 오늘 경기의 주인공 중 한명인 성수제 투수였다.

그는 문표와 함께 강호의 방에 놀러왔다가 노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대우의 침대 위에서 잠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관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불 꺼진 숙소 방에 자신만 홀로 남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에라, 모르겠다. 여기서 기다리다보면 들어오겠지."

수제는 몸을 일으켜 조명 스위치를 찾아 켜고는 대우가 놔두고 간 태블릿 PC를 집어 든다.

활성화 시킨 태블릿 PC화면에는 대우가 읽다 만 스포츠 기사 하나가 메인 화면에 전시되고 있었다.

[세대교체를 끝낸 자이언츠, 후반기의 변화를 예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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