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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다
밝은 빛 무리와 함께 프리마켓의 문이 열리고, 어느새 강호의 발걸음은 프리마켓 세상 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시야에는 많은 메시지들이 떠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 백강호가 입장합니다.]
[8,190exp를 획득하였습니다.]
[11,220mp를 획득하였습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컨택이 +1.5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파워가 +2.9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선구안이 +4.8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주력이 +2.2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수비가 +2.1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송구가 +3.3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멘탈이 +1.4보정됩니다.]
[업적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4시간 동안 프리마켓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야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지난 번 방문보다 보정되는 스탯들의 수치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 감독과 타격 폼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컨택과 파워 수치 보정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이제는 최대치에 가까워진 이유겠지."
그렇게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며 매장 입구에 각인되어 있는 숫자에 다가간다.
숫자는 지난번에 비해 정확히 30이 줄어든 상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인되어 있는 숫자는 79.
이제 프리마켓이 강호에게 허용한 시간은 79일이 남아 있었다.
강호는 그 숫자를 눈으로 새기며 변화된 스탯을 확인하고 나섰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8.1
파 워:92.9
선구안:84.8
주 력:96.1
수 비:92.1
송 구:83.3
멘 탈:92.9
달라진 스탯 수치가 눈에 들어온다.
스킬이나 아이템 효과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각종 수치들이 최대치에 가까워져 있었다.
특히 컨택 스탯은 98.1이나 되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얻은 exp포인트로 가장 먼저 컨택 스탯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업적 보상을 확인하고 나선다.
[업적 보상 2. 귀신같은 2루타-6]
경기에서 2루타 3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500exp, 1,000mp, 아이템 2루타 3(일회용)
[업적 보상 5. 베이스를 훔치다-8]
경기에서 도루 75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500exp, 2,500mp, 아이템 도루 5(일회용)
[업적 보상 12. 병살의 달인-7]
수비에서 더블플레이 5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000exp, 2,000mp, 아이템 호수비 7(일회용)
지난번에 비해 간단해진 업적 보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달성 가능한 업적 중에 안타나 타점, 득점에 관한 업적은 최대 레벨인 9레벨까지 달성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한 달 동안 달성한 업적은 고작 세 개밖에 되지 않는 상태였다.
세 개의 업적 보상 달성으로 인해 얻은 포인트는 3천 exp포인트와 5천 5백mp포인트였다.
여기에서 훈련과 경기 보상으로 받은 포인트를 더하자 11,190exp포인트와 16,720mp포인트가 되었다.
이전 마켓 방문 때에 사용하지 않았던 포인트까지 더하게 되자 11,195exp포인트와 20,160mp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강호는 늘 하던 대로 exp포인트부터 사용하고 나섰다.
보유 중인 exp를 스탯 수치로 환산하면 11.1의 스탯 수치를 올릴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컨택 수치에 포인트를 투자하고 나선다.
컨택을 100으로 만들기 위해 포인트를 투자하다보니 하나의 시스템 메시지가 시야에 떠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탯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시야에 뜨는 메시지를 통해 스탯의 최대치가 얼마인줄 알게 되었다.
현재 컨택 스탯의 수치는 99.9에 도달해 있었다.
1.8의 컨택을 올리기 위해 3,600exp포인트를 사용한 상태.
90스탯 부터는 절반의 페널티가 부여되어 두 배의 포인트를 투자해야하는 것이다.
강호는 최대치에 도달한 컨택 스탯을 확인해 본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9.9[max]
파 워:92.9
선구안:84.8
주 력:96.1
수 비:92.1
송 구:83.3
멘 탈:92.9
컨택 수치의 오른 편에 기입된 맥시멈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이것을 통해 스탯의 최대치가 100이 아닌 99.9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7,595exp 포인트의 사용처를 고민한다.
프리마켓에 오기 전, 원래의 계획은 파워 스탯을 93까지 올리는 것이었다.
득점권 상황이 아니더라도 '살아있는 전설'스킬의 효과를 받아 타석 상황에서 100스탯의 파워 효과를 받으려면 파워를 93까지 올려둬야 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전설'스킬은 경기 시에 모든 능력치가 +7이 되는 효과가 있었다.
강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파워 스탯에 200포인트를 사용해 스탯 수치를 93으로 맞춘다.
그 후, 나머지 7,395exp의 포인트 대부분을 하나의 스탯에 투자하고 나선다.
남은 포인트는 수비 스탯에 투자한 후, 강호의 상태창은 다음과 같이 변해 있었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9.9[max]
파 워:93
선구안:84.8
주 력:96.1
수 비:92.4
송 구:90
멘 탈:92.9
파워를 93으로 만들고, 나머지 포인트 대부분을 투자한 스탯은 송구 스탯이었다.
아직 스탯 수치가 90이 안 되는 두 스탯 중에서 고민하던 강호는 한 가지 생각 후에 결국 송구 스탯을 선택한 것이다.
"선구안 스탯은 다음에 올려도 돼. 아직은 선구안 훈련으로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기간제 아이템 효과로 선구안 수치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더 이상 기간제 아이템 효과를 볼 수 없을 때 선구안에 대한 투자를 하면 돼."
강호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현재의 스탯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이제 남은 것은 2만 포인트가 조금 넘는 mp 포인트를 사용하는 일.
2만 mp포인트로 가장 저렴한 스킬 중 하나를 구입할 수가 있었다.
강호는 한동안 스킬 판매 매장에서 스킬들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내젓고는 발걸음을 돌린다.
착용 가능한 스킬의 개수는 총 3개.
현재 '칠 때 친다'스킬과 '살아있는 전설'스킬을 착용한 상태여서 이제 단 하나의 스킬만 더 장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2만 mp의 저가형 스킬보다 포인트를 조금 더 모아서 꼭 필요한 스킬을 구매하는 것이 옳아 보였던 것이다.
강호는 이번에는 스킬을 구매하지 않고 다음 번 방문 때 3만 mp짜리 스킬들을 구매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은 스킬 매장을 지나 기간제 아이템 매장으로 향한다.
강호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이번에도 두 개의 기간제 아이템 진열대 앞이었다.
[내가 심판이다(30일)-3,000mp
:30일동안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석의 지배자(30일)-3,000mp
:30일동안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의 구종과 구속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기간제 아이템 앞에서 고심하는 강호.
그는 이제는 기간제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79일 남았어. 프리마켓이 종료될 때 기간제 아이템 효과가 너무 익숙해져 버리면 가을 야구가 시작됐을 때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커. 지금부터 기간제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도 있어."
그렇게 결론을 내린 강호는 두 개의 기간제 아이템 중 '내가 심판이다'만 구입을 결정한다.
투수가 던진 공의 코스를 알 수 있는 '내가 심판이다'만 구입한 채 '타석의 지배자'는 구입하지 않은 것이다.
"상대 배터리와 심리전을 벌일 때 '타석의 지배자'아이템이 있으면 손쉽게 승리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것 때문에 타석에서 깊게 고민하지 않고 스윙을 한다는 단점이 생기는 거야. 나중을 생각한다면 타석의 지배자는 이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아."
강호는 그렇게 되뇌며 한 가지 기간제 아이템만을 구입한 채 프리마켓을 벗어난다.
프리마켓 시스템이 종료될 79일 후를 대비한다면 조금씩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며, 자신의 플레이를 늘릴 필요성이 있었다.
강호는 어느새 92.9까지 늘어난 멘탈 수치만큼이나 확고한 의지와 판단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의 발걸음은 프리마켓에서 사직동 집으로 옮겨진다.
집으로 의식이 돌아온 강호는 입고 있던 상의를 탈의하고는 욕실로 걸음을 옮긴다.
스탯 수치가 올라감에 따라 달라진 상체 근육을 욕실 거울로 비춰보며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거울 속에는 보디빌더를 방불케 하는 밀집도 높은 상체 근육이 비쳐지고 있었다.
대만 스프링캠프 때의 앙상한 몸매를 떠올려 본다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변화였다.
"이 정도면."
강호는 짧은 한 마디 말로 감상평을 끝낸다.
한 때는 '멸치'나 '고사리', '마른 장작' 등으로 불릴 정도로 깡말랐던 강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스스로가 보기에도 '와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완벽한 몸매가 완성되어 있었다.
조금만 힘을 줘도 성난 근육이 아우성치는 다부진 근육을 한동안 바라보던 강호는 욕실에서 걸음을 옮겨, 형 방에 놓여있는 체중계를 꺼내본다.
체중계에 올라선 강호는 디지털 체중계에 표시되는 '100kg'이라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됐어."
강호는 진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더는 손볼 때가 없어진 완벽한 몸매와 체중에 더는 욕심을 부릴 필요성마저 잊고 있었다.
과거 부족한 근력으로 고생이 심했던 베어스 2군에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때의 강호는 그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채, 손바닥에서 핏물이 배어나올 때까지 배트를 휘두르곤 했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육체적 능력이 좋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는 그런 삶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지금 이 순간도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돼."
강호는 지금 손에 넣은 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야구에만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삶의 자세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했다.
"배고프다."
프리마켓을 다녀온 후, 긴장이 풀리자 허기가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었다.
야구 경기가 저녁을 거르고 진행되는 경기이다 보니 프리마켓을 다녀온 자정이 넘은 시간에는 무척이나 허기진 상태였다.
평소에 사직동 집에 오면 형인 강수가 늦은 저녁을 차려주었다.
지금은 형이 없는 상태여서 강호가 직접 저녁을 준비한다.
냉장고를 열어본 강호는 딱히 먹을 만한 찬거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냉동실에 들어있는 어묵과 간장, 설탕, 소금 등의 조미료를 꺼내 직접 요리에 들어간다.
어묵 볶음과 간단한 김칫국을 끌여 식탁에 차려 놓은 후, 밥을 뜨기 위해 전기밥솥을 열었을 때 낭패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지금 밥도 안 하고, 반찬을 하고 있었네."
강호는 뒤늦게 쌀을 씻어 밥솥에 넣은 후 쾌속취사 버튼을 누르고는 피식 웃어 보인다.
야구만 할 줄 알았지 밥 한 끼 차리는 것도 해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힘든 현장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에게 늘 따뜻한 밥을 차려주는 형의 노고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나중에 기회 되면 형한테 고맙다는 말이라도 한 마디 해야지."
강호는 돌아가신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형에게 감사의 말과 함께 선물이라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2억을 거절했던 형의 예전 모습이 떠오른다.
"2만원보다는 좋은 걸 줘야지."
형이 예전에 부탁했었던 2만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아직 알 리 없는 강호는 그렇게 홀로 웃으며 잠시 여유가 생긴 시간동안 휴대폰을 꺼내 든다.
형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카톡을 보내려다가 쑥스러움을 느낀 강호는 그냥 인터넷 창을 여는 모습이다.
강호의 손길은 무의식적으로 포털 사이트의 야구 카테고리를 검색하고 있었다.
[백강호! 자이언츠의 새 역사를 쓰다]
[백강호, 라이벌의 적진에서 40홈런을 쏘다!]
[백강호....
자신의 이름으로 된 수십 개의 기사가 검색되고 있었고, 강호는 그 중 하나의 기사를 클릭하여 기사의 내용과 그 밑으로 달린 수백 개의 댓글을 읽어 내린다.
자이언츠 팬들의 것으로 보이는 댓글은 하나의 비난 없이 모두 우호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우와~ 백강호 선수가 40-40찍을 줄은 알았지만, 전반기에 그걸 해낼 줄 몰랐네. 백강호 선수 대단하네요!"
"우리 팀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
"40-40찍고 후반기에 50-50도 가고! 60-60도 해봅시다! 백강호 파이팅!"
"엉엉엉 ㅠ.ㅠ 강호 형, 날 가져요!"
각종 찬사의 댓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호는 자신의 이름으로 달린 무수히 많은 댓글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이름을 아는 야구팬이라고는 전무했던 것이 지금은 모든 자이언츠 팬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응원을 해오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가 무한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지금을 잊지 말자."
강호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올스타전을 앞둔 자정 무렵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