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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다
장소는 자이언츠 구단 본부로 옮겨간다.
최근 들어 지정만 사장은 자이언츠의 경기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재미를 잃고 말았다.
야심차게 추진한 각종 프로젝트는 순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팀이 6연패를 당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겨나고 있었다.
자이언츠 홈 팬들을 사직구장으로 돌아오게 만들 계획은 팀 성적이 밑바탕 되어야 만이 가능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으이구! 경기 볼 용기가 안 나네. 이 일을 어떡하면 좋을까? 손 감독 체제에서 6연패나 할줄 누가 알았겠어? 내가 자이언츠라는 팀이 어떤 팀인지 알았어야 했어."
지 사장은 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서 떠도는 풍문을 그저 미신이나 소문으로만 치부했었다.
자이언츠를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본 팬들은 자이언츠라는 팀을 이렇게 정의내리고 있었다.
"실망하고 돌아서면 귀신 같이 이기고, 다시 기대하고 경기장을 찾으면 귀신 같이 연패하는 팀. 시즌 중반 중위권 경쟁을 벌이지만, 시즌이 끝났을 때는 항상 8위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희한한 팀. 그게 바로 자이언츠였어."
지 사장은 의욕적으로 추진한 자신의 일들을 돌이켜보며 한숨짓는다.
아직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었다.
이제 전반기를 지나고 있었으니 시즌 전체를 바라본다면 아직 3분의 1정도의 후반기 경기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자이언츠의 경기력을 보고 있노라면 후반기 반전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였다.
"11일 6대 2로 패, 12일 11대 9로 패, 13일 13대 8로 패, 14일 8대 5로 패, 16일은 9대 4, 17일은 14대 3. 이게 지금 뭐하는 성적이야? 이렇게 지는 것도 재주인가?"
지 사장은 테이블에 놓인 자이언츠의 최근 성적을 내려다보며 푸념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팀은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게 싫은 것인지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을 보이며 연패를 쌓아나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 사장은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경기를 관전하지 않고 있었다.
겁이 난 것이다.
자이언츠의 연패가 6에서 7로 올라갈 것이 두려운 것이다.
지 사장은 경기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리모컨을 손에 붙든 채, TV를 켤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
지정만 사장은 문득 팀 기록에서 시선을 떼고는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올려다본다.
"9시 57분, 이쯤 되면 경기가 끝나 있으려나? 결과만 살짝 확인해볼까?"
지 사장은 그렇게 홀로 되뇌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들어 올린다.
오늘만큼은 차마 팀이 패하는 경기를 지켜볼 수 없었던 까닭에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띠리링.
지 사장이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곧 TV는 항상 맞춰 놓은 야구 중계 채널을 화면에 전시한다.
지 사장의 눈에 아직 끝나지 않은 경기와 팀이 지고 있는 팀 스코어가 들어오고 있었다.
7대 8.
9회가 시작된 상황에서 오늘 경기 역시 자이언츠가 다이노스에게 지고 있는 경기였다.
지 사장은 자신이 TV를 켠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여기며 리모컨의 전원을 끄려다가 자이언츠의 마지막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리모컨을 내려놓는다.
그런 지 사장의 귓가에 중계진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여기서 대타 김상훈 타자가 볼넷을 골라 출루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겠는데요? 다음 타자는 4번 타자 백강호에요. 백강호 선수, 오늘 경기에서 쓰리 런 포함 4타점을 때려내고 있습니다.
다음 타자를 알리는 캐스터의 목소리에 지 사장은 결국 리모콘을 내려놓고 경기 화면에 집중하게 된다.
팀이 1점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오른 타자가 강호라면 충분히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 사장의 기대 속에 다이노스의 마무리 투수 임창규가 포수 미트를 향해 초구를 뿌렸고, 날카롭게 투수 눈을 응시하던 강호의 배트가 휘둘러지고 있었다.
따악!!
TV를 통해 보고 있음에도 엄청난 타격음이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지 사장은 강호의 배트가 임챵규 투수의 공을 때리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홈런이야? 홈런? 넘어갔어?"
지 사장은 홀로 있는 사장실에서 잔뜩 흥분한 채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타구가 떨어지는 위치가 펜스 너머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쥔다.
TV 중계 화면에서는 홈런을 때린 후 1루 베이스를 밟는 강호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강호는 빠르게 베이스를 이동하며 3루 베이스에 발걸음이 닿았을 때, 자이언츠 원정 팬들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뻗어 보인다.
그 모습에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고, 지정만 사장 역시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중계진은 목소리를 높이며 강호의 홈런이 의미 하는 바를 알린다.
-백강호의 쓰리 런 홈런이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가장 극적인 모습으로 터집니다! 이 홈런은 백강호 선수의 시즌 40번째 홈런으로 기록됩니다! 그리고 이 홈런은 백강호 선수의 40-40달성을, 자이언츠의 역사를 새로 쓰는 홈런으로 기록됩니다!
전용제 캐스터의 우렁찬 목소리에 지정만 사장은 퍼뜩 정신을 차린다.
"뭐?! 우리 백강호 선수가 언제 홈런을 40개나 때린 거야? 연패 중에 잠시 넉 놓고 있었더니 벌써 40개를 돌파했어? 허헐,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허 실장, 이놈은 어디 간 거야?"
지 사장은 자신이 방심하는 사이 40개를 돌파해버린 강호의 홈런 기록에 마음이 분주해진다.
그 때 사장실 문을 두드리는 급박한 노크 소리와 함께 허 실장이 문을 벌컥 열고 사장실로 들어선다.
"사장님! 보셨습니까? 백강호 선수가 40-40을 찍었습니다! 구단 최초 기록이에요!"
잔뜩 고조된 목소리로 소리치는 허 실장의 목소리에 지 사장은 씨익 웃어 보이며 대꾸한다.
"어디서 뒷북을 치고 있어? 내가 오늘 중으로 백강호 선수 40홈런 칠 줄 알고 있었어! 지금 당장 일 시작해야지. 우리 백 선수가 구단 역사를 다시 썼는데 프런트가 가만있어서야 되겠어? 우리가 일할 때라고!"
"네! 사장님."
미소를 잔뜩 베어 문 채 소리치는 지 사장의 목소리에 허 실장 역시 행동을 개시한다.
이제 두 사람은 오래된 단짝처럼 빠르게 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이다.
바빠진 두 사람은 결국 경기가 강호의 쓰리 런으로 자이언츠의 승리로 끝나는 것을 확인한 후, 사장실을 박차고 행동에 나섰다.
오늘 경기 이후 시작될 올스타전에 많은 야구팬들의 시선이 이동한 사이.
밤 10시가 넘은 시간 방송되는 각종 야구 전문 채널에서는 자이언츠 구단의 새로운 기록 달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란에는 강호의 이름으로 시작되는 자이언츠의 새 기록 달성에 대한 기사들이 양산된다.
[백강호! 자이언츠의 새 역사를 쓰다]
[백강호, 라이벌의 적진에서 40홈런을 쏘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장식되고 있었지만,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강호의 40-40달성 기사들이 수십 개나 양산되고 있었다.
팀이 6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경기를 보지 않았던 자이언츠 팬들은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에 오른 '백강호'라는 이름을 누른 후, 수십 개의 관련 기사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야? 40-40? 벌써 40홈런 찍은 거야? 아직 전반기인데? 대박이네!"
경기를 관전하지 않았던 팬들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강호의 기록 달성 소식에 기뻐했고, 경기를 현장에서나 TV로 직접 지켜보았던 팬들은 그보다 더한 감격을 맞이하고 있었다.
"와아~ 이 정도면 올스타 홈런 레이스에서 백강호가 1등 찍겠는데? 올해 올스타는 잠실에서 할 텐데. 잠실에 가봐야 되나?"
"올스타 표 매진된 게 언젠데 지금 잠실 타령이야? 그냥 TV로 봐."
"야 인마, TV로 경기 보면 백강호 선수 싸인을 못 받잖아? 올스타전에서는 선수들 팬 싸인 회가 있단 말이야. 우리 백강호 선수 싸인 받아야지! 백강호 선수가 홈런 레이스 1등 하는 것도 구경하고."
자이언츠 팬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 올스타전에 하루 앞서 열리는 홈런레이스 경쟁에 관심을 내보인다.
올 시즌은 전반기 동안만 40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세 명이나 될 정도로 엄청난 수의 홈런이 양산되고 있었다.
그 중 홈런 1, 2, 3위가 강호가 포함된 드림 올스타 팀에 포함되어 있었다.
홈런 1위 다이노스의 테인즈와 홈런 공동 2위인 강호와 베어스의 김재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을 응원하는 각 팀 팬들의 경쟁 심리도 보통이 아니었다.
"이번 올스타전은 드림 팀이 100% 이기겠네! 이게 말이 되는 매치야? 드림 팀 타선 좀 봐! 3번 백강호, 4번 테인즈, 5번 김재성이래. 중심 타선이 이런데 어떻게 질 수가 있겠어? 드림 팀이 100% 이길 거야."
"그럼 이번 올스타전 MVP는 우리 김재성 선수겠네. 멀티 홈런 정도 때려주고 MVP가져오자."
"무슨 소리야? 드림 팀 4번 타자는 테인즈라고! 당연히 MVP도 테인즈 선수겠지."
"여러분, 싸우지들 마시고, 타율 4할 찍고 오세요. 4할 안 되는 타자들은 MVP 안 준답니다!"
각 팀 팬들은 내일부터 시작될 올스타전 일정을 기대하며, 온라인상에서 댓글에 대댓글을 양산하며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는 와중에 팬들의 댓글에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강호는 정작 팬들의 반응에는 관심이 없는 상태였다.
지금 강호의 관심은 단 한 가지였다.
'이러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겠어. 안 되겠다! 오늘은 상동 숙소로 가지 말고, 사직동 형 집으로 가야겠어.'
오늘 경기 결승타의 주인공은 초조한 표정으로 원정 버스 안에서 발을 구르는 모습이다.
경기가 끝난 후 경기 MVP로 선정된 강호는 방송사의 인터뷰 후, 곧장 원정 버스에 올랐다.
그가 퇴근을 서두르는 이유는 오늘 날짜가 18일인 까닭에 자정이 되면 프리마켓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혼자만 있는 공간에서 프리마켓을 맞이하고 싶은 강호는 혹시라도 원정 버스 안에서 자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있었다.
'원정 버스 안에서 프리마켓이 열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다른 선수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게 될까?'
강호는 생각해보고 싶지도 않는 가정을 해본다.
만약 프리마켓이 열리는 과정이 자신이 경험하는 것처럼 특별한 임팩트를 보인다면, 다른 선수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그런 상황이 오면 분명 크게 이슈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호는 계속해서 시계를 내려다보며 지금 막 출발한 원정 버스가 한 시라도 빨리 사직에 도착하기를 마음속으로 재촉한다.
"강호 후배, 왜 그렇게 시계를 내려다 봐? 약속 있어? 혹시 40-40기록 달성 파티라도 있는 거야?"
문표는 강호의 속도 모르고,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온다.
그 말에 대꾸하는 것은 강호가 아니라 곁에 앉은 박상현 투수였다.
"파티가 있으면 문표나 나 같은 노땅은 빠져줘야지. 20대 동생들 노는 게 끼려고?"
"제가 왜 노땅입니까? 상현 선배가 노땅인 건 동의하지만, 저는 아니라고요. 아직 솜털도 안 가신 30대 초반한테 그게 무슨 망발이십니까?"
상현의 말에 문표가 대꾸하며 두 사람의 설왕설래가 시작됐지만, 가운데 낀 강호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마산 시내 구간에서 막히고 있는 도로 상황과 시계를 번갈아보며 시간을 재보고 있을 뿐이다.
'10시 41분. 거리상으로 보면 12시가 되기 전까지 사직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차가 막힐 것을 생각하면 애매하게 남은 시간이야.'
생각을 정리한 강호는 휴대폰을 들어 형인 강수에게 카톡을 보낸다.
강호: 형, 오늘은 형 집에서 잘게.
강호가 그렇게 카톡을 보내자 잠시 후, 형의 답장이 도착한다.
형: 응. 그래. 형 지금 남해에 3일짜리 공사 왔거든? 오늘은 남해 모텔에서 자야 되니까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서 쉬다 가~
형의 답장에 강호는 안도하게 된다.
사직동 형 집에 형이 없으니 혹시나 있을 불편한 상황은 없을 거라 생각된다.
그 때, 형의 카톡이 이어서 도착했다.
형: 오늘 홈런 친 거 축하한다. 네이버에 난리 났던데? 40-40달성한 거 때문에 말이야. 자랑스러운 내 동생^^ 형이 지금 작업하고 있어서 작업 끝나는 대로 바로 전화할게~
강호는 형의 카톡에 피식 웃음 짓게 된다.
촉박한 시간 속에 불안한 마음이 형의 카톡으로 어느 정도 해소됨을 느낀다.
그리고 원정 버스는 막힌 도로를 지나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며, 강호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이윽고, 강호의 바람대로 12시가 지나기 전 사직동에 도착한 원정 버스에서 선수들이 내린다.
"강호 후배, 우리 40-40 달성 기념으로 맥주라도 한 잔 해야지?"
문표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강호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데 강호의 대답이 없다.
문표는 대답 없는 강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강호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함께 내린 대우가 대답을 대신해 준다.
"강호 선배는 제일 먼저 내려서 뛰어갔습니다. 저기 택시 잡고 있는 사람이 강호 선배일 거예요."
"뭐? 강호가 택시를 잡는다고? 아니, 혼자 어디 좋은 델 가려고 택시를 잡아?"
문표의 의문 속에 강호는 택시의 보조석에 올라탄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현재 시각 11시 48분.
평소처럼 걸어서 사직동 집에 가다가는 노상에서 프리마켓의 문이 열릴 수도 있는 촉박한 시간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강호는 곧장 택시 기사를 향해 목적지를 밝힌다.
"사직동 1파출소 앞으로 가주십시오!"
"네에~"
택시 기사는 평소대로 여유롭게 대답하며 엑셀을 밟다가 강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놀란 토끼 눈이 되고 있었다.
"어?! 백강호 선수 아닙니까? 맞지요? 백강호 선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근데 제가 지금 많이 급해서 그러는데 빨리 출발해 주십시오."
강호의 요청에 택시 기사는 '그러죠, 그러죠'라고 답하며 얼른 엑셀을 밟는다.
강호가 밝힌 목적지가 근처여서 택시로 이동하면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택시 기사는 강호를 향해 질문 세례를 퍼붓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 택시에 앉아 스마트 폰 화면으로 다이노스와 진행된 자이언츠의 경기를 목놓아 응원했던 자이언츠의 열성 팬 중에 한 명이었던 것이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오늘 40-40달성하신 거요. 백강호 선수 덕분에 우리 부산 시민들이 어깨를 펴고 다닌다니까요. 그래서 말씀인데 혹시 싸인 볼 하나만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백 선수 팬인데 싸인 볼 하나만 주시면 가보로 삼겠습니다."
자신의 싸인 볼을 가보로 삼겠다는 택시 기사의 능청스러운 말에 강호는 마음이 바쁜 와중에도 피식 웃음 지으며 백 팩 속에서 공 하나를 꺼내 자신의 싸인과 택시 기사의 이름을 공에 적어 넣는다.
택시 기사는 아버지뻘 정도 되는 연배로 보였지만, 자이언츠의 간판스타인 강호에게 깍듯한 존댓말로 말을 붙여온다.
평소 팬들의 싸인 요청을 흔쾌히 응하는 강호여서인지 바쁜 와중에도 택시 기사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다.
마침 강호가 택시 기사에게 공을 건네는 사이 택시는 강호가 말한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고, 강호가 택시비를 지불하려 하자 기사가 싸인 볼을 손에 쥔 채로 손 사례를 쳐 보인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백강호 선수를 태워드린 제가 영광이죠. 백강호 선수한테 택시비 받았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저를 욕할 겁니다. 싸인 볼 주신 걸로 충분합니다."
기사는 몇 차례나 택시비를 건네려는 강호의 손을 밀어내며 절대 돈을 받을 수 없다고 고집한다.
그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 어느새 11시 54분을 지나고 있었다.
강호는 별 수 없이 택시 기사에게 '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꾸벅 인사하며 사직동 집을 향해 내달린다.
타악. 탁.
강호가 사직동 형 집의 현관문을 닫고 들어섰을 때는 이미 시계 바늘은 11시 57분을 지나고 있었다.
강호는 집 안에 형이 없다는 것을 방문을 열어 일일이 확인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는 자신의 방으로 사용하는 방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잠시 후 여섯 번째로 맞이하는 메시지가 시야를 채운다.
[2019프로야구 프리마켓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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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도 제 글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 모두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