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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감독의 믿음
손 감독과 김 수석, 이하 자이언츠 코칭스태프들이 이어지는 연패 상황에 고심하고 있을 무렵, 방송국 스튜디오에서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야구 프로그램이 촬영 중에 있었다.
방송 시작과 함께 여자 아나운서의 인사말과 하루 동안 있었던 경기 화면이 연달아 중계 되었고, 해설 위원들은 각자의 해설을 더해가며 경기 내용을 설명한다.
그리고 다섯 곳에서 진행된 모든 경기의 하이라이트 방송이 끝난 후에는 다른 내용으로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이제 올스타전을 앞두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는데요. 이쯤에서 집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한층 더 치열해진 홈런 타이틀에 관한 내용인데요. 오늘 경기에서도 와이번스 정의준 선수와 다이노스 테인즈 선수가 나란히 홈런 두 개를 기록하면서 함께 공동 선두를 기록하고 있던 백강호 선수를 홈런 두 개 차이로 따돌렸어요."
홈런 타이틀에 대한 서두를 뗀 배지현 아나운서의 말에 이어 박재헌 위원이 말을 받는다.
박재헌 위원은 강호에게 좋은 평가를 하기로 유명한 대표적인 해설위원이었다.
"네, 어제까지만 해도 정의준, 테인즈, 백강호. 이 세 선수 모두 홈런 38개로 공동 1위에 올라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 백강호 선수가 침묵한 가운데 정의준과 테인즈 선수가 각각 홈런 두 개씩을 추가했습니다. 베어스의 김재성 선수가 36개로 1위권을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거든요. 5위권 그룹부터는 격차가 꽤나 벌어진 상황입니다. 홈런 5위 바르테 29개, 6위 나성건 27개, 7위 최형수 26개.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홈런이면 홈런 1위를 달릴 수 있는 타자들이 5위권 그룹에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요."
박 위원이 홈런 타이틀 경쟁에 들어간 타자들을 차례로 나열하자 듣고 있던 배지현 아나운서가 추임새를 넣는다.
"정말 대단한 경쟁이 아닐 수 없는데요. 타자들의 기록 경쟁만 놓고 본다면, 올 시즌이 기록적인 타고투저의 해라고 보이는데요. 김신우 위원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자연스럽게 말을 넘기는 배 아나운서의 행동으로 이번에는 투수 출신인 김신우 위원에게 마이크가 넘어간다.
"홈런 타이틀 경쟁을 보시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위권의 투수들 기록을 놓고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거든요. 방어율 부분 1위를 달리고 있는 베어스 니퍼드 투수의 올 시즌 방어율이 1.97입니다. 2위 히어로즈 헤켄 투수가 2.23이고요. 선발 투수 전체 방어율을 따져 봐도 작년 시즌보다 낮은 편이거든요. 그렇다는 말은 투수들은 그대로인데 올 시즌 홈런 수가 유독 증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세부지표를 따져보면 선발 평균 방어율보다 불펜 쪽 방어율이 월등히 높은 편이거든요. 올 시즌은 불펜 투수들이 수난을 당하는 한 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신우 위원은 그렇게 운을 뗀 후 투수들의 세부 지표를 읽어내며 올해가 특별히 다른 시즌에 비해 타고투저 현상이 심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힌다.
김 위원의 말이 끝나자 주제는 또 다른 것으로 넘어간다.
방송용 테이블 위에 놓인 대본을 확인한 배지현 아나운서는 곧장 한 선수의 이름을 입밖으로 꺼냈다.
"홈런 타이틀 경쟁에서 한 번 이름이 거론된 선수인데요. 자, 백강호 선수. 우리가 이 선수의 기록에 대해서 얘기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네요. 두 분 위원님들은 백강호 선수의 4할 타율,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과연 백강호 선수의 4할 대 타율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배지현 아나운서의 물음에 정해진 순서대로 박재헌 위원이 먼저 입을 연다.
"7월 들어서면서부터 백강호 선수의 페이스가 많이 떨어지기는 했습니다. 월간 타율로 보면 4월에 5할 1푼 4리, 5월에 3할 8푼 9리, 6월에는 4할 4푼 7리,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7월 타율이 2할 8푼 7리거든요. 16안타에 홈런 4개, 13타점, 11득점, 도루 13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백강호 선수의 월간 타율이 3할 대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 달이 처음이거든요. 날씨가 더워지면서 다소 페이스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출루율에서는 4할을 기록해주고 있어요. 시즌 기록으로 보면 출루율이 4할 9푼입니다."
박 위원은 강호의 월간 기록들을 나열하며, 강호의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모습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의외의 발언이기도 했다.
평소 강호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박재헌 위원이었기 때문에 강호에 대한 부정적인 기록을 나열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박 위원의 성격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의 주장을 밝힐 때에는 당당하게 나서는 박 위원이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를 무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계속된다.
"오늘 있었던 다이노스와의 마산 경기에서 백강호 선수가 7월 들어 처음으로 무안타 경기를 기록했어요. 5타석 4타수 무안타 1볼넷이거든요. 백강호 선수가 기존 경기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기억한다면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까 또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백강호 선수가 타석에서의 타격 폼을 수정한 모습이었거든요. 기존에는 늘어난 체중에도 불구하고, 컨택 위주의 타격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7월 들어서는 그런 점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백강호 선수가 4번 타자에 걸 맞는 자기 스윙을 연마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인데, 덕분에 타율이 떨어진 면이 있어도 장타력은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출루율이 4할 9푼으로 떨어졌음에도 ops는 여전히 1.453이거든요. 저는 오히려 백강호 선수가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후반기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타석에 서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듭니다."
박 위원은 긴 설명을 끝내며, 강호가 후반기에는 더 나아진 모습으로 부활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었다.
신인 선수로서 2할 8푼 7리라는 타율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그 타율이 강호의 월간 기록이라는 점에서 모든 전문가들은 강호가 1군 무대 풀타임 출전이 처음이다 보니 날씨가 더워지면서 페이스가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 위원은 그 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강호가 4번 타자로서의 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시행착오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박 위원의 말이 끝난 후 김신우 위원이 조금은 다른 의견을 말하기 시작한다.
'백강호'라는 주제로 시작된 두 사람의 설전은 그 후에도 한동안 계속되었고, 중재자의 입장인 배지현 아나운서는 두 사람을 중재하기 위해 애를 먹어야만 했다.
강호의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 속에도 두 사람은 하나의 의견에는 일치를 보이고 있었다.
강호의 40홈런, 40도루 달성에 관한 의견이었다.
이미 전반기 동안 65개나 되는 도루를 달성한데다가 오늘 경기까지 38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는 강호였다.
그래서인지 40-40달성에는 다른 의견을 보이는 전문가가 없었다.
어느새 강호의 40-40달성은 기정사실화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산에서 열리는 18일 경기에는 많은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홈런 공동 1위의 테인즈가 소속된 다이노스와 슬럼프라는 의혹 속에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강호의 자이언츠가 맞붙는 시리즈 4차전, 마지막 경기.
전반기의 종지부를 찍을 경기가 잠시 후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시간과 장소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마산 야구장으로 옮겨진다.
스튜디오의 설전이 있는 지 하루가 지나 양 팀 선수들은 경기 전 훈련에 돌입해 있었다.
"하아, 진짜 한숨밖에 안 나오네. 올해도 변함없이 덥구나. 이런 날에 경기를 어떻게 하냐? 8월에는 더 더워질 거 아냐?"
중석은 강호가 던진 공을 받으며 혀를 길게 빼문다.
오늘 경기에서는 그동안 주로 지명타자로 출장하던 채중석이 1루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에 앞서 수비 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들어 140kg을 초과했던 몸무게를 120kg까지 감량하는 독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육중해 보이는 중석에게 올 시즌 여름은 무덥기만 했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는 중석의 물음에 답하는 것은 그가 말을 건넨 강호가 아니라, 근처에 있던 문표였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런 날에는 제가 1루수로 출장을 해야 하는 건데 아쉽네요. 제가 지명타자고, 중석 선배가 1루수라니. 이것 참 아이러니하네요. 덕분에 저는 덕 아웃에서 시원하게 쉬고 있겠습니다. 흐흐."
중석은 자신을 약 올리는 문표의 말에 순간 울컥했다가,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금세 분노를 가라앉힌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많은 팬들이 마산 야구장을 찾은 상태였다.
장난이긴 해도 경거망동해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는 않은 중석이었다.
"문표 저리가라. 더우니까 붙지 말고. 너는 지명타자인데 수비 훈련하는 선수들 옆에 왜 알짱대는 거야? 할 거 없으면 타격 훈련이라도 더 하거나, 시간 남으면 스트레칭이라도 더 해둬."
"스트레칭은 진작에 다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타격 훈련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저는 3할 타자 최문표라고요. 아하하하."
문표는 중석에게 대꾸하다 말고 큰 소리로 웃어 보인다.
그 모습이 다소 과장돼 보여 중석은 포구 훈련을 하다말고 문표를 바라보며 '더위를 먹어서 맛이 갔구만'이라고 말하며 혀를 차는 모습이다.
그리고는 문표에게 등을 돌린 채 강호와의 수비 훈련에 집중한다.
문표의 말처럼 여름이 시작되며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강호에 반하여 문표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오히려 타격감에 불이 붙고 있었다.
7월 2주 동안 월간 타율이 3할 6푼을 찍으며 2할 중후반 대에 머물고 있는 문표의 타율이 어느새 3할 1리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 이 맘 때에도 문표의 타율은 3할 대를 찍고 있어서 일부 팬들은 여름만 되면 강해지는 문표를 일컬어 '한철 장사꾼'이라고 별명을 붙일 정도였다.
스팅이 지어준 '문펴'에 이어 또 다른 별명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 문표를 근처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강호는 여름이 되면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문표의 정신 상태와 타격을 보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문표 선배가 6월 후반부터 배트를 짧게 쥐기 시작했어. 장타율은 포기하고, 컨택 위주의 타격으로 가겠다는 의미인 거야. 덕분에 타율이 급격하게 올랐어.'
강호는 7월 동안 문표가 보여준 기이한 타격 능력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본다.
배트를 평소보다 4센티 가량 짧게 잡기 시작한 문표는 7월 들어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었다.
테이크 백 동작과 스윙 궤적에 변화를 준 강호 본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동안 내가 타격 폼을 수정하면서 장타율이 좋아졌지만, 타율은 많이 떨어져 버렸어. 바뀐 타격 자세에 적응하는 것과 약간의 슬럼프가 겹치면서 공을 맞추는 것에 대한 감을 상실하고 만 거야. 만약 기간제 아이템 효과나 일회용 타겸 아이템이 없었더라면 타율이 3할 대까지 떨어졌을 거야.'
강호는 지난 보름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만약 지난 번 프리마켓 방문 때 기간제 아이템을 사두지 않았더라면, 시즌 타율이 3할 대까지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기간제 아이템을 대신해 일회용 아이템을 샀더라면 타율을 보전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손 감독과 함께 바꾸기 시작한 타격 폼 수정에 대한 피드백을 전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타율이 떨어지면서 안팎으로 많은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어. 간혹 대형 홈런을 터뜨릴 때마다 잡힐 듯이 잡히지 않았던 감을 확실히 잡게 되었으니까.'
강호는 보름간의 특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약 보름 전, 6월 마지막 주말에 있었던 이글스와의 경기가 끝난 후 손 감독이 건넸던 말을 떠올려 본다.
"강호, 요즘 밸런스가 자주 무너지는 게 보여. 타율이 높다고 해서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는 걸 방치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 때 손 감독은 강호의 타격 밸런스가 자주 무너지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다.
기간제 아이템 효과로 투수가 던지는 공의 위치와 구종을 알게 되다 보니 무리한 코스의 공에도 자주 배트를 내곤 했던 강호였다.
그런 무리한 타격이 안타로 연결되어서 그동안 지적을 받고 있지는 않았지만, 손 감독의 날카로운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체중이 늘어나면서 배트 스피드가 감당이 안 될 게야. 강호 네가 최근 들어 3루 쪽 파울 타구가 많아진 게 바로 그 때문이야. 파워가 갑자기 증가하면서 기존의 배트 컨트롤로는 인필드 타구를 때려내기가 힘들어진 거야."
손 감독은 최근 들어 타격 타이밍이 어긋나기 시작한 강호의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2군에 연락을 해두겠다. 2군 타격 코치인 프랑코에게 이미 네 타격 동영상을 보내놨으니 문제점을 분석해서 네게 알려줄 거다. 강호 너는 프랑코 코치와 함께 증가한 파워에 적합한 타격 폼을 완성하도록 해."
강호는 손 감독의 제안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배트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었지만, 시즌 중에 4번 타자의 타격 폼을 수정하려는 시도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었다.
물론 강호 본인의 선수 생명을 위해서는 지금 당장 문제를 바로 잡는 것이 좋겠지만, 팀 입장으로서는 4번 타자가 슬럼프에 빠지는 위기 상황이 발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감독님은 모험을 하시려는 걸까? 증가된 파워에 걸 맞는 타격 폼으로 수정하려면 몇 달은 걸릴 텐데. 특히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프랑코 코치와 타격 자세를 수정하다보면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어쩌면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타격 폼 수정을 끝내지 못할 수도 있어.'
강호는 그 때 퍼뜩 들었던 걱정으로 손 감독의 제안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었다.
단 시간 동안의 파워 증가로 배트 타이밍에 애를 먹고 있다는 손 감독의 지적은 정확한 것이었지만, 그의 제안을 따르기가 두려웠다.
강호 본인 역시 6월부터 본격화 되었던 타격 부진을 느끼고 있었다.
모두가 급격하게 불어난 체중으로 인해 빨라진 배트 스피드를 감당할 수 없는 이유였다.
쉽게 설명하면 140km대의 공을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160km대의 공을 던지려니 제구가 되지 않는 것과 흡사한 상태였던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는 강호의 타격에 불이 붙은 것처럼 보이고 있었지만, 그것은 사실 프리마켓에서 보상으로 얻은 타격 아이템을 사용한 결과이기도 했다.
'후반기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프리마켓이 종료된 이후의 가을 야구를 생각한다면 감독님의 말씀대로 지금 타격 폼 수정을 하는 것이 옳을 거야. 시급한 문제를 당장의 성적 때문에 미뤄두는 것보다는 감독님의 말씀을 따르자.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슬럼프가 온다고 해도 감독님이라면 나를 1군 엔트리에서 빼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 때, 강호는 손 감독을 믿고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린다.
그 후 2군에 있는 프랑코 코치와 교류하며 빠르게 타격 폼을 수정해 나간다.
다행히 7월 중에 1군 팀이 홈경기일 때 2군 팀 역시 상동에서 경기를 치렀던 적이 있어서 휴식 일에 상동까지 찾아가 프랑코 코치에게 직접 타격 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몇 달을 예상했던 타격 폼 수정은 어느새 거의 완성단계까지 이르러 있었다.
타격 폼 수정을 제안했던 손 감독이나 그것을 지도했던 프랑코 코치, 그리고 당사자인 강호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빠른 성과였다.
강호는 2주 만에 새로운 타격 폼에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를 프리마켓 시스템 덕분으로 보고 있었다.
'단지 파워만 강해진 게 아니라 컨택 수치 역시 증가했으니 그에 걸 맞는 타격 능력을 보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거야. 체중 증가로 배트 컨트롤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만큼 컥택 수치도 증가한 상태야. 이미 나는 파워에 걸 맞는 컨택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어. 단지 타격 폼의 문제가 아니라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공을 맞상대하는 나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거야!'
강호는 보름간의 타격 훈련으로 인해 자신이 놓치고 있던 점 하나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더불어서 프랑코 코치와 함께 연마한 새로운 타격 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단지 프리마켓 시스템의 수치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강타자로서의 손색이 없는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오늘 경기부터야. 내게 슬럼프라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던 모든 이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주겠어!'
강호는 보름간의 기억을 정리하며 눈빛을 빛낸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한 시간 여 앞둔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