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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장의 아쉬움
잠실에서 벌어진 극적인 경기가 끝난 후, 두 팀 간의 경기를 담은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었다.
그 중 메인 사진은 강호와 표성태 투수의 뜨겁게 마주 안은 사진으로 선정되었다.
손명학을 대신하여 클로져의 임무를 부여받고 마운드에 오른 성태는 단 한 개의 공으로 세이브를 기록하게 되었고, 그를 마지막 순간의 주인공으로 만든 장면은 다름 아닌 강호의 호수비 하나라는 기사내용이었다.
그런데 감동적인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다른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베어스 팬들과 자이언츠 팬들이 충돌한 댓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경기는 자이언츠가 이겼어도 4번 타자 대결은 우리가 이겼어. 김재성 타자 연 타석 홈런 때리는 거 봤어? 이제 조만간 홈런 1위 자리도 김재성이 차지할 거야."
"그렇지. 아무래도 올해가 신인 시즌인 백강호보다는 김재성이 월등하지. 커리어로 보나 뭐로 보나 당연히 김재성이 한 수 위 아니야?"
"뭐, 자이언츠한테 한 경기 내줘도 1등이잖아. 5위 팀한테 한 번 져줄 수도 있는 거지. 우리 베어스가 하위 팀에게 몇 번 진다고 2등으로 내려앉는 것도 아니잖아. 사실 비 안와서 시리즈 스웝 당했어도 우리가 1등인 건 변함없어. 물론 스웝 당할 리도 없고."
경기는 내줬어도 4번 타자의 자존심은 지켜 준 김재성의 멀티 홈런에 베어스 팬들은 1위 팀의 자부심을 유감없이 표출하고 있었다.
그런 베어스 팬들의 댓글에 즉각적으로 자이언츠 팬들의 반박 댓글이 달린다.
"김재성이 백강호보다 한 수 위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마세요. 백강호 선수도 오늘 경기에서 멀티 홈런 쳤거든요? 그 중 하나는 그랜드 슬램이고. 그리고 백강호 선수는 결승홈런을 쳤잖아. 영양가 면에서 백강호가 한 수 위 아냐?"
"당연하지! 홈런 두 개 치면 뭐해? 팀이 이겨야지. 베어스가 자랑하는 김재성은 오늘 몇 타점이야? 4타점이잖아! 우리 백강호 선수는 5타점이라고! 게다가 결승타까지 때렸는데 당연히 우리 백강호 선수가 더 잘한 거지. 계산이 안 되시나?"
자이언츠 팬들의 반박은 처음에는 상식적인 선에서 이루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양 팀간의 댓글 논쟁은 과열 양상으로 확산되어 간다.
그러는 와중에도 논쟁에는 상관없이 자이언츠의 활약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소박한 팬들도 있었다.
"와아~~! 이제 자이언츠가 5할 승률에서 +1이 되었어요. 36승 35패. 승패 마진 벌어보는 게 얼마 만이야? 감독 바뀌니까 야구 볼 맛 나네요. 요즘 자이언츠 야구가 너무 재밌어요.^_^"
논쟁을 떠나 순수하게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들의 댓글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시리즈 단판 승부를 승리로 이끈 자이언츠 선수단은 사직으로 돌아가는 원정 버스에 올라 승리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오늘 경기 지는 줄 알았다니까. 강호가 만루 홈런 때렸을 때 지릴 뻔 했어! 그리고 9회 말에 만루될 때는 조금 지렸다니까. 오늘 경기는 진짜 찌릿찌릿하네!"
고참 선수 누군가의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후배 선수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힘든 경기로 꽤나 지쳐 있는 상황이지만, 선배 선수의 기분 좋은 농담에 괜히 웃음이 나올 정도로 인상적인 경기를 치룬 후였다.
특히나 그 경기에서 자신의 몫을 완벽하게 수행한 강호는 이날 원정 버스 안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강호야, 오늘로 100득점이지? 와아~ 대단하네. 타점도 125타점 째 아냐? 벌써 100-100을 달성한 거야? 캬아~ 나는 언제 100-100 한 번 해보나?"
진심으로 부러운 기색으로 말하고 있는 선수는 3루수 오진택이었다.
그는 91년생의 내야수로 원래는 자이언츠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었지만, 강호가 1군으로 올라오며 입지가 좁아졌다가 3루수 황제인이 수술 일정으로 1군에서 빠지게 되자 이제는 주전 3루수로 자리하고 있었다.
29살이 된 상태에서도 주전 경쟁을 벌여야하는 진택에게 100득점, 100타점의 대기록은 아직은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
그런 진택이 보기에 오늘 강호가 베어스의 경기에서 달성한 100득점, 100타점 기록은 넘어설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어허~ 타율은 왜 빼나? 우리 강호 후배가 4할에 100-100을 찍고 있잖아. 4할 100-100에 홈런 도루도 30-30이면 기록도 보통은 기록은 아닐 텐데. 지금 야구 방송에서는 난리가 났을 거야, 아마."
강호의 곁에 앉아 있던 문표가 강호를 대신하여 콧대를 세우는 모습이다.
강호는 그런 두 선배들의 말에서 오류를 정정해준다.
"127타점입니다. 타율은 4할 5푼 2리고요."
강호는 오늘 자신이 갱신한 기록의 수치를 정확히 밝히며 두 선배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곁에 앉은 박상현 투수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짓는다.
"뭐? 타율이 다시 올랐어? 4할 5푼? 4할 5푼에 100-100에 30-30이면, FA때 얼마를 받는 거야, 대체? 강호는 포지션이 유격수니까 최소 100억은 깔리겠네?"
강호의 몸값으로 '100억'을 논하는 박상현 투수의 말에 이번에도 문표가 강호를 대신해서 콧대를 세운다.
"100억이 뭡니까? FA 풀리면 강호 후배는 메이저리그로 가겠지요. 4할에 30홈런 때리는 유격수를 메이저에서 가만히 두겠습니까? 우리 강호 후배는 어쩌면 1,000억대 계약으로 미국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문표의 말에 강호는 속으로 헛웃음을 짓게 된다.
자신의 몸값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선배들의 대화에 결국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아직 8년이나 남았습니다. 그 때는 제 나이도 30대라고요. 아무리 메이저리그라고 해도 1,000억은 안줄 겁니다."
두 선배의 대화에서 오류를 지적하는 강호의 말에 문표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오오~ 그래도 안 간다는 말은 안 하네? 메이저리그 갈 생각은 있나 보지?"
문표의 물음에 강호는 순간 입을 닫고 만다.
올 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1군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강호였다.
그런데 지금은 1군 베테랑 선수들과 메이저리그를 논하는 중이다.
달라진 상황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메이저리그라니. 몇 달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각일 거야. 지금의 성적을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꿈은 아니겠지만.'
강호는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는 그림을 떠올려보며 혼자 미소 짓는다.
그런 강호를 대신해 박상현 투수가 입을 연다.
"강호 정도면 메이저리그도 충분하지. 만약에 강호가 올 시즌 타율을 4할로 끝낼 수만 있으면 메이저리그가 문제겠어? 일 년에 40개의 홈런이 가능한 타자가 4할 대의 컨택을 가지고 있으면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가는 거지. 올 시즌 강호 성적을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환산해도 3할 5푼에 홈런 30개 이상은 기대할 수 있을 걸? 그 정도 스탯이면 1억 달러 정도 계약할 수 있지 않나? 강호는 1루수나 지명 타자가 아니라 유격수잖아."
박상현 투수는 어느새 강호의 미래를 대신 그려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상현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선수 시절 말년을 함께한 신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이제 은퇴가 멀지 않았는데 은퇴 후, 메이저리그에서 대활약을 펼치는 강호를 보며 주변의 지인들에게 '내가 백강호 선수 데뷔 시즌을 함께한 사람이야'라고 자랑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그래서인지 상현은 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매우 긍정적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 말에 대꾸하는 문표 역시 강호의 메이저 진출에 대해 흥미로운 말들을 쏟아낸다.
그런데 얘기의 당사자인 강호는 아직은 멀기만 느껴지는 FA이야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결국 30대 이후에나 가능한 이야기야. 내 나이가 이제 25살인데, 30대를 기대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많아.'
강호는 아직은 멀어 보이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기로 한다.
미래를 꿈꾸며 가슴 벅차하기에는 강호가 걸었던 삶이 녹녹치 않았던 까닭이었다.
선배들과 강호의 동상이몽 속에 자이언츠 선수단을 태운 버스는 서울을 떠나 사직으로 이동한다.
한 편, 자이언츠 선수단이 떠나버린 잠실에는 누군가가 홀로 남아 텅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베어스의 총사령탑, 구형태 감독이었다.
"감독님, 퇴근 안 하십니까?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선수들이 먼저 퇴근한 후에 라커룸과 실내 훈련장 등을 살피고 있던 베어스의 수석 코치 유지혁이 구 감독에게 말을 걸어온다.
잠실구장은 베어스 뿐 아니라 트윈스 팀 또한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기장이었기 때문에 다음 차례로 구장을 이용할 트윈스를 위해 시리즈가 끝날 때마다 직접 경기장을 살피곤 하는 유지혁 코치였다.
유지혁 코치는 55년생, 올해로 예순 다섯 살의 나이로 자이언츠 손성조 감독만큼이나 나이가 있는 원로 코치 중에 한 명이었다.
팀의 총사령탑인 구형태 감독이 67년생이었으니 구 감독보다 12살이나 많은 원로 코치인 것이다.
그럼에도 팀의 궂은일을 챙기면서 팀의 총사령탑이자 야구 후배인 구 감독에게 깍듯이 존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수석 코치님, 먼저 들어가십시오. 저는 생각할 게 있어서 조금 있다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구 감독은 팀에서 자신보다 직급이 낮기는 하지만, 12년이나 선배인 유 코치에게 고개를 숙이며 먼저 퇴근할 것을 권한다.
그의 제안대로 유 코치는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덕 아웃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홀로 남은 구형태 감독은 다시금 오늘 경기를 복기하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우리가 이기는 경기였어. 패한 이유는 단 하나야. 한 명의 선수로 인해 지게 된 경기야.'
구 감독은 다 잡은 경기를 내주어야만 했던 오늘의 경기 속에서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던 한 선수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백강호! 강호의 플레이가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 준 거야. 강호만 아니었더라면 오늘 경기는 손쉬운 승리로 가져올 수 있었어.'
구형태 감독은 오늘 패배의 원인을 강호 한 사람의 플레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었다.
평소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구형태 감독으로서는 팀플레이 경기에서 선수 한, 두 명으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것에 회의적인 편이었다.
선수 개인의 기량이 바탕이 된 완벽한 팀워크로 좋은 팀이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는 구 감독이었다.
그런데 오늘 강호의 플레이는 그런 구 감독의 믿음을 깨뜨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백강호, 너는 예전부터 그랬었다. 내가 세워둔 원리원칙 밖에서 움직이는 녀석이었어. 때로는 그런 시도들이 열정으로 포장될 때도 있었지만, 나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아. 내가 볼 때 너는 잠재력이 보이지 않는 평범한 2군 선수였어.'
구 감독은 몇 년 전, 강호를 직접 지도할 때를 떠올려 보았다.
아직 강호를 방출하기 전의 베어스 2군 시절. 그 때의 강호는 깡마른 체구에 눈빛만 매섭게 빛나는 그저 그런 기량과 잠재력을 가진 볼품 없는 선수에 불과했다.
2군 시절부터 원리원칙을 중요시했던 구 감독은 2군 성적과 눈으로 보이는 스탯, 그리고 예상되는 잠재력이 별 볼일 없는 강호에게 이상한 기대감을 느끼고는 했었다.
그래서인지 강호를 방출하자는 2군 코칭스태프의 요청이 있어도 그를 방출하지 않은 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저 놈의 눈빛. 스탯이나 성적 같은 수치로는 증명할 수 없는 강호의 눈빛,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 성적만 놓고 보자면 당장에 방출하는 것이 맞지만,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
구 감독은 강호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고는 몇 번이나 그에 대한 방출 결정을 유보하고는 했다.
그러나 그런 구 감독의 생각도 베어스 구단의 의지로 인해 결국 꺾이게 된다.
'그래, 백강호는 결국 여기까지였던 거야. 녀석에게는 더 이상 터져줄 잠재력이라는 것이 남아있질 않아. 구단이나 코치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방출하는 게 옳아!'
구 감독은 2군 감독 시절, 그렇게 결론을 내린 후 강호에게 직접 방출을 통보했었다.
그리고 강호가 팀에서 나간 후, 한 번도 그에 대한 방출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올 시즌 그의 이름을 다시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강호를 팀에서 방출한 과거의 결정으로 나에 대한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어. 과연 그 때의 나는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일까?'
구 감독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있었다.
과거 '백강호'라는 선수의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지었던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올 시즌 들어 수백 번 이상은 던졌던 질문을 오늘 경기를 패함으로써 또 다시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 강호를 방출했던 내 결정은 과연 틀린 것인가?'
수백 번을 반복했던 질문을 다시 스스로에게 던져 봐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대답은 매번 똑같았다.
'아니, 잘못 되지 않았다. 백강호에게는 1군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량이나 잠재력이 없었어. 백 번을 물어봐도 나의 대답은 같아. 백강호를 방출했던 그 때의 결정은 옳았던 거야.'
구 감독은 또 다시 과거의 결정이 옳았다는 결론을 내리며, 결국 오랫동안 고민하던 또 다른 질문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동안 야구를 다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오만이었어. 그 증거가 바로 백강호라는 선수야. 한계가 명확하다고 봤었던 강호가 저렇게 큰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은 내가 선수를 볼 때 미처 보지 못한 점이나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뜻이야. 언제부터인가 나는 선수를 볼 때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그 선수의 가능성을 규정짓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리고 그 결정이 강호처럼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의 기회를 앗아간 것은 아니었을까?'
구 감독은 최근 몇 달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고민의 결론을 드디어 확정짓고 있었다.
그 결론은 자신의 53년 야구인생을 다시 돌아봐야할 정도로 치열한 고민이었고, 베어스를 몇 번이나 한국 시리즈 무대에 올려놓은 구 감독의 생각은 빠르게 변화하게 된다.
그것은 강호로부터 시작된 변화였다.
'나는 어쩌면 최악의 감독이었는지도 몰라. 팀 성적을 상위권에 올려놨으니 팬들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감독이겠지만,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감독이었던 거야. 감독인 내가 선수들의 한계를 규정짓는 순간부터, 그 선수의 야구 인생은 끝나버리는 거니까. 그동안의 나는 팀 성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선수들의 한계를 정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었어.'
구 감독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고뇌가 반복되었을 때나 가능한 극심한 심경 변화였고, 또한 그것은 구형태라는 명감독을 또 다른 경지로 올라서게 만드는 터닝 포인트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부터 선수들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겠어! 모든 선수들을 열린 시야로 봐야만 해. 1군, 2군, 그리고 3군 선수들까지. 지금은 하찮아 보이는 기량을 가진 선수라 할지라도 절대 버리는 일은 없을 거야. 나는 지금부터 팀 성적을 위해 선수들의 한계를 규정짓는 감독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선수도 지키는 감독으로 탈바꿈해야만 해! 그래야만이 제 2의 백강호가 다른 팀에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구형태 감독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을 입 밖으로 꺼내며 스스로의 야구관을 조금씩 뒤바꾼다.
그리고 그 결정은 구형태라는 명감독을 새로 탄생하게 만드는 환골탈태의 과정이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강팀이었던 베어스를 완전무결한 팀으로 올려놓는 계기가 된다.
"이제 나는 선수들을 지키는 감독이 된다!"
구 감독은 새롭게 각인시킨 자신의 좌우명을 홀로 되뇌며 불 꺼진 덕 아웃을 벗어난다.
그리고 다음 날 경기부터 베어스의 변화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