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156화 (15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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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기록을 다시 쓰다

강호의 30번째 홈런이 터진 순간, 구단 본부에서 직원들과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지정만 사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그래! 바로 이거야! 저런 홈런이 딱 터져줘야지! 허 실장, 폭죽은 어디 간 거야? 백강호 선수 30-30인 거 몰라? 정신 안 차릴래?"

강호의 30번째 홈런이 터지자마자 자신을 구박하기 시작하는 지 사장의 말에 허 실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몇 초 있다가 터질 겁니다. 아! 지금 터지고 있네요."

"그래! 전광판에도 표시해주고. 우리 팀 선수가 저렇게 잘해주는데 프런트에서 충분히 홍보를 해줘야지. 혹시라도 손 감독이 1군 감독이 되면서 불만이 있는 팬들도 저런 홈런 한방에 불평불만이 사라지는 거야. 폭죽 아끼지 말고 다 터뜨려 버려!"

"네, 현장 인원들에게 이미 지시해 두었습니다."

허 실장은 지 사장의 지시에 대답하면서도 속으로 불평의 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무슨 에버랜드야? 뭐만 했다하면 폭죽이야? 한 달에 폭약을 얼마나 써 쟀기는 거야?'

허 실장은 그렇게 불평을 삼킨 후, 홈을 밟은 채 포효하는 강호의 TV중계 화면에 시선을 돌린다.

"대단하기 하네요. 지금 백강호 선수 홈런 페이스가 역대 급 페이스라고 합니다. 도루 페이스는 100도루 페이스고요. 만약 백강호 선수가 4번 타순으로 옮기지 않고, 1번에 있었으면 120도루도 가능했을 거랍니다."

허 실장은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들어두었던 강호에 대한 정보 하나를 꺼내며 강호를 칭찬하는 말을 지 사장에게 건넨다.

열정이 과할 정도로 넘치는 지정만 사장을 순한 양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키워드는 바로 '백강호 야구 잘 한다'라는 주제였다.

이번 역시도 허 실장의 말에 지정만 사장이 '당연하지'라는 말로 대꾸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도 백강호 선수는 4번이 제격이야. 저것 봐! 4번에 두자마자 쓰리 런을 딱 하고 때려주잖아. 30-30도 기록해 주고! 이거 우리 구단 최초 기록이잖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어. 백강호가 제 자리를 찾으니까 구단 기록도 갱신해주고 얼마나 좋아? 오늘 백강호 선수 포상금 지급하고, 오늘 경기 승리하면 선수단에 회식 지원해 준다고 해."

지 사장은 강호가 달성해준 자이언츠 최초 30-30달성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포상을 언급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허 실장이 되물어본다.

"포상금은 얼마로 할까요? 30-30이니까 330만원으로 할까요? 센스 있게 말입니다."

"뭐? 330만원? 센스있게 맞아볼래? 우리 구단에 처음 있는 대기록인데 330만원이 가당키나 해? 포상금 지급하는 화면이 TV로 중계될 텐데 자이언츠 구단 속 좁다고 자랑할 셈이야? 허 실장,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죄송합니다."

"그래, 죄송할 짓은 왜 해? 포상금은 천만 원으로 시원하게 지급하도록 해. 그리고 또 천만 원은 따로 준비해 두고."

"네? 그럼 백강호 선수에게 2천을 지급하는 겁니까?"

"아니지. 허 실장. 생각을 좀 해. 천만 원은 백강호 선수에게 지급하고, 또 준비한 천만 원은 백강호 선수의 이름으로 형편이 어려운 지역 유소년 야구팀에 기부를 하는 거야. 그러면 백강호 선수의 이름도 좀 더 알려지고, 우리 자이언츠가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길 거 아냐? 안 그래?"

지 사장의 물음에 허 실장은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은데, 좋은 생각이긴 하네. 사장님은 단순무식해 보이다가 가끔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신단 말이야. 대체 뭐가 본 모습인 거야?'

허 실장은 지 사장의 지시를 잊지 않기 위해 업무일지에 기록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사이 지 사장의 말은 계속되었다.

“구단이 엉뚱한 곳에 돈을 낭비하면서, 선수단에 참견하는 게 프런트가 아니란 말이지. 돈은 이렇게 쓰는 거야. 구단의 예산을 잘 쓸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이렇게 잘 하는 선수한테 포상금으로 지급했으면 자이언츠가 몇 년 동안 하위권만 전전하지는 않았을 거 아냐? 안 그래? 그러고 보니까 내가 우리 구단 예산 집행 내용을 안 본지가 꽤 된 것 같네? 허 실장, 지금 당장 예산 집행 내용 전부 가져와. 엉뚱한 곳에 낭비된 예산이 있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

지 사장의 이어진 업무 지시에 허 실장은 또 다시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강호에 대한 칭찬의 말로 시작된 지 사장의 말은 결국 또 업무 열정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오늘도 일찍 퇴근하기는 글렀구나. 차라리 잘 됐지 뭐. 집에 일찍 가봐야 와이프나 애들이 좋아하지도 않을 텐데. 이참에 미뤄뒀던 자료들이나 정리해봐야겠어.’

허 실장은 이제는 익숙해지기 시작한 지정만 사장의 업무 열정에 어느새 천천히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이에도 사직 구장의 경기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따악!

3회 초, 와이번스의 공격 기회에서 2사 1루에 타석 기회를 맞은 정의준이 때린 타구가 사직 구장의 외야 깊숙한 곳을 향해 뻗어져 나간다.

정의준에게 자신의 공이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선발 투수 성수제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1회 말, 강호가 때린 쓰리 런과 2회 말 팀의 하위 타선이 얻어낸 2득점에 힘입어 5:0으로 앞서던 스코어를 3점 차까지 추격하게 만드는 와이번스 4번 타자, 정의준의 투런 포가 터져 나온 것이다.

“하아...”

수제가 한 숨을 내쉬는 사이 34호 째 홈런을 기록한 정의준이 베이스를 모두 돈 후, 포효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홈런을 때린 자신의 활약에 만족하는 정의준.

그리고 그런 정의준의 홈런이 시발점이 되어, 와이번스는 3회에 1점을 추가한 후, 4회에도 1점을 따라잡으며 5대 4, 박빙의 승부로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

그러는 사이 강호는 3회 말 자신의 타석에서 2루타 하나를 추가하며 팀에게 기회를 연결시켜 주었지만, 후속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는 바람에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성수제의 불안한 제구와 와이번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어느새 경기는 5회 초가 되어 있었다.

따악.

5회에도 수제의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정타를 허용하자 자이언츠 덕 아웃에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투수 교체를 거론하고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투수 코치인 여민석이었다.

“감독님, 바꾸시죠. 수제의 공이 계속 가운데로 몰립니다. 유인구도 지나치게 아웃코스로 빠지고 있고요. 대우하고, 상현이는 준비시켜 뒀습니다. 지시하시면 곧장 바꾸겠습니다.”

투수 코치인 여 코치의 제안에 손 감독은 팔짱 낀 모습으로 아무 말이 없다.

짙은 검은색 고글에 가려진 손 감독의 눈빛은 여 코치로서는 읽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수제의 제구력에는 문제가 없어.”

투수 교체를 거론하고 있는 여 코치의 물음에 대한 손 감독의 대답이었다.

그의 대답에 여 코치가 ‘네?’하고 되묻는 사이 손 감독이 불현 듯 그라운드 위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는 주심에게 무언가 말을 건넨 후, 마운드 위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팀의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에 캡틴인 포수 강민수를 포함한 모든 내야수들이 마운드 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손 감독이 주심에게서 공을 받아들고 마운드에 오른 것이 아니라서 투수 교체는 없을 거라는 것이 모든 선수들의 생각이었다.

강호 역시 다른 내야수들과 함께 투수인 성수제의 곁에 선다.

손 감독은 마운드에 모두 모여 있는 내야수들을 한 번 살핀 후, 투수인 수제에게 말을 건넸다.

“수제.”

“네, 감독님.”

“네 공은 2군에 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그 때부터 수제, 너의 공은 1군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었으니까.”

손 감독은 그렇게 서두를 시작하며, 수제에게 하나의 의지를 전달한다.

“승부를 피할 필요 없어. 네 공이 2군에서만 통한다고 생각했으면 애초부터 너를 1군에 올리지도 않았을 테니까.”

손 감독은 2군 시절부터 자신이 직접 키워낸 성수제 투수에게 하나의 가르침을 복기시켜 준 후, 마운드를 내려간다.

그가 수제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었다.

“투수는 자신의 공을 던지는 거야. 그거면 돼.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어. 포수가 싸인을 내는 코스로 던져라.”

손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수제의 생각이 너무 많다는 점을 단적인 말로 지적하며, 마운드를 내려선다.

그의 말이 끝난 후, 야수들은 각자의 자리로 걸음을 옮겼고, 마운드에 홀로 남은 수제는 손 감독이 해준 말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감독님께서는 2군에 있을 때부터 항상 내게 말씀하셨어. 내 공은 1군에서도 통할 거라고. 그리고 그런 나를 믿고 1군 선발 자원으로 올려주셨는데 나는 어느새 스스로의 생각에 갇혀서 장점을 잃어버리고 말았구나.’

수제는 모자를 벗어 이마에 진득하니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다시 정신을 집중한다.

자이언츠의 5선발로 올 시즌을 시작해, 어느새 4선발의 자리에 오른 수제였다.

선발의 한축으로 활약해 나가다보니 어느새 자신의 기량 이상의 결과를 내려는 욕심이 생겨난 것이다.

그로 인해 포수인 강민수의 싸인과는 다르게 승부를 피하는 투구내용이 된 것인지도 몰랐다.

‘감독님 말씀대로 다른 생각은 하지말자. 내 공에만 집중하는 거야!’

수제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야수들을 주욱 둘러보며 손 감독의 조언을 따르기로 한다.

그의 시선에 3루수 오진택을 시작으로 유격수인 강호, 2루수 황인태, 1루수 김상훈의 얼굴이 그려진다.

다른 팀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수비력을 자랑하는 내야수 들이었다

수제는 그들을 믿고 자신의 공을 던지기로 한다.

파앙!

손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한 후, 처음으로 던져진 수제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 외곽을 스치는 코스로 들어간다.

“스트라이크!”

주심은 그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을 집적 받은 포수 강민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제구가 문제인 게 아니야. 수제의 구위가 4회 때부터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구속도 마찬가지고. 이런 구위로 정면 승부를 벌인다면 장타를 허용하고 말 거야.’

강민수 포수는 생각과 함께 출루해 있는 루상의 주자들을 살펴본다.

3루 주자는 와이번스의 1번 타자 가메스였고, 1루 주자는 2번 타자인 김재영이었다.

1루 주자인 김재영의 시즌 도루를 떠올려 보던 강민수는 구위가 급격히 떨어진 성수제 투수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1볼 1스트라이크 상황. 1루 주자인 김재영의 빠른 주력을 생각했을 때, 와이번스 덕 아웃에서는 작전을 낼 확률이 높아. 무사 상황이라 기습 번트가 나올 수도 있고, 런 앤 히트가 나올 수도 있어. 아니면 더블 스틸로 홈을 노릴 수도 있는 것이고.’

민수는 무사 1, 3루 상황에서 상대 덕 아웃이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작전들을 떠올려 보며, 투수인 수제에게 다음 싸인을 낸다.

강민수 포수의 복잡한 싸인을 받은 성수제 투수는 순간 눈을 크게 떠 보인 후, 이내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후 와이번스 3번 타자 김성연을 향한 수제의 4구째 공이 뿌려지고 있었다.

후웅!

수제의 빠른 속구에 김성연 타자가 고의로 헛스윙을 하고 있었다.

그 스윙에 시야가 가려질 법도 한데, 강민수 포수는 즉시 몸을 일으켜 2루를 향해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민수의 2루 송구에 주자의 도루를 눈치 채게 된 자이언츠 홈 팬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다.

“2루!”

홈 팬들의 목소리 속에 2루를 향하는 포수 강민수의 송구.

그런데 그의 송구가 중간쯤에 도달했을 무렵, 홈 팬들의 눈앞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이 벌어진다.

터업.

투수인 성수제가 2루로 향하던 강민수 포수의 송구를 가로챈 후, 곧장 3루를 향해 공을 던진 것이다.

1루 주자가 뛰는 것을 확인한 후, 홈을 향해 한 발짝을 떼고 있던 3루 주자 가메스는 예상하지 못한 성수제 투수의 커트에 깜짝 놀라 얼른 3루로 귀루하려 했다.

그러나 수제의 공이 3루 베이스에 도착하는 것이 먼저였고, 가메스는 별 수 없이 홈을 향해 몸을 돌렸다.

“홈!”

그 때 유격수인 강호가 3루수인 오진택에게 홈으로 공을 던질 것을 소리쳤고, 진택은 가메스에게 태그하려고 쫓아가려다 포수인 강민수에게 공을 던진다.

그러자 가메스는 다시 3루를 향해 몸을 돌렸고, 이번에는 포수 강민수가 3루 베이스에 도달해 있던 강호에게로 공을 넘긴다.

강호는 강민수 포수에게 공을 받는 즉시, 전속력으로 3루 주자 가메스에게 달려간다.

가메스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100미터 11초 2를 뛰는 강호보다 빠를 수는 없었고, 곧 강호의 글러브가 가메스의 등을 태그 했다.

“아웃!”

3루심의 아웃 판정 속에 가메스는 아웃 처리되고, 공을 쥔 강호는 곧장 2루를 향해 있는 힘껏 공을 던진다.

2루로 도루했던 1루 주자 김재영이 가메스가 3루와 홈에 갇힌 사이 3루를 노리기 위해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이기 때문이다.

강호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곧장 2루수인 황인태에게 공을 던진 것이다.

“윽!”

주자인 김재영이 억눌린 목소리와 함께 2루로 슬라이딩해 들어가고, 같은 타이밍에 강호가 던진 공을 받은 2루수 황인태의 글러브가 김재영 주자의 손목을 태그 한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복잡한 상황 속에 관중석의 팬들이 소란스러워질 무렵, 2루심의 판정이 선언된다.

“아웃!”

포수 강민수로 시작된 플레이가 와이번스의 더블 스틸 작전을 완전히 봉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호의 빠른 발에 이은 2루 송구가 순식간에 주자 1, 3루 상황을 지워버리면서 아웃카운트 두 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뒤늦게 이 상황을 이해한 자이언츠 홈 팬들은 곧 사직구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찬사를 보낸다.

“와아아아!!”

2만 8천 명.

사직 구장을 가득 채운 홈 팬들의 환호성을 마운드 위에서 듣게 된 성수제 투수는 수비수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상황과 그것에 대한 환호를 보내오는 홈 팬들의 목소리에 전율하고 있었다.

그 열기와 열정을 전해 받은 수제는 타석에 남은 타자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승리 요건을 갖춘 후 마운드를 내려선다.

그리고 홈 팬들의 함성은 5회 말 득점 권 상황에서 타석에 오른 강호의 모습을 확인한 후, 더욱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따악.

“와아아아!!!”

홈 팬들의 함성 속에 홈을 밟은 주자, 박철과 문표는 적시타를 때리고 당당히 2루를 밟은 강호에게 한 차례 칭찬의 의미를 담은 제스쳐를 보낸 후, 보무도 당당하게 자이언츠 덕 아웃으로 들어선다.

5회 말, 강호가 때린 2타점 적시타는 와이번스의 추격을 끊어내고, 12대 5의 대승을 일구는 쐐기 점으로 기록된다.

강호는 이날의 경기에서 4번 타자로 출장해 4타수 4안타 홈런 1개, 2루타 3개로 6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이날 경기의 수훈 선수로 선정될 수 있었다.

더불어 자이언츠 역사상 최초의 30-30기록을 달성한 선수로 기록되며, 경기가 끝난 후 구단에서 전달하는 포상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로써 자이언츠는 상대 팀을 홈으로 불러들인 와이번스와의 3연전을 스웝하며 팀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린다.

한편 4번 타순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강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손 감독.

경기가 진행 중이던 8회 말 상황에서 그런 손 감독에게 누군가가 말을 건네 왔었다.

그는 손 감독이 1군으로 올라오며 다시 수석 코치로 자리하게 된 김민철 수석이었다.

"감독님, 기분이 좋으신 모양입니다."

김 수석은 웃는 낯으로 그렇게 묻고 있었다.

매 타석마다 맹타를 때려내는 강호를 바라보는 손 감독의 시선이 너무도 흐뭇해 보였기 때문이다.

김 수석의 물음에 손 감독은 이내 표정을 굳히며 대답했다.

"팀이 이기는 경기를 싫어할 감독이 어디 있겠어?"

손 감독은 김 수석의 물음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면서도 그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러자 김 수석은 더욱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나섰다.

"강호 말입니다. 4번 자리에서 정말 잘하지 않습니까?"

김 수석은 강호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재차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손 감독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내가 항상 말하지만, 선수 한 명에게 의존하는 팀은 제대로 된 팀이 아니야. 강호는 엔트리에 포함된 한 명의 선수야. 팀 승리는 강호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엔트리에 포함된 모든 선수들이 같이 만드는 거야. 김 수석, 자네는 가끔 그 사실을 잊는 것 같아."

"하하, 그렇습니까?"

김민철 수석은 내심을 숨기는 손 감독의 대답에 웃는 낯으로 되물으며 한 발짝 물러선다.

김 수석이 자신에게서 물러선 것을 확인한 손 감독.

그의 시선은 2루 베이스를 밟은 채 마운드를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는 강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기대했던 모습에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잘 성장해 주었구나.'

손 감독은 2루 출루 후, 활발하게 주루 플레이를 이어나가는 강호의 모습을 눈에 담은 채 홀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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