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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맞잡다
오늘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출장한 까닭에 팀이 수비 상황일 때도 덕 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정의준은 1회 말, 강호가 때려낸 선재 솔로포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의준의 근처에 앉아 있던 중견수 김경민이 말을 건다.
원래 주전 중견수로 출전하던 김경민은 감독의 배려로 오늘 하루는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그를 대신해서 중견수 자리에 오른 선수는 95년생의 젊은 외야수인 이진석이었다.
"왜? 백강호가 홈런 때리니까 좀 불안해져? 눈앞에서 경쟁자가 홈런 치는 거 보니까 기분이 어때?"
경민의 말은 듣기에 따라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의준은 그저 웃음 짓고 있었다.
와이번스로 이적한 후 가장 친해진 선수들 중에 한 명이 곁에 앉은 김경민 선수이기 때문이다.
의준은 경민을 향해 대꾸의 말을 꺼낸다.
"불안할 게 어딨습니까? 아직 경기 초반이고, 우리 팀이 이기기만 하면 되죠."
애매한 어투로 대답하는 의준의 말에 경민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연다.
"내 말이 그게 아니라는 거 잘 알잖아? 홈런 경쟁 말이야. 지금 홈런으로 백강호가 27개째가 된 거잖아."
대놓고 홈런 타이틀 경쟁을 거론하고 나선 경민.
의준은 그의 말에 어떻게 대꾸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개인적인 생각이나 욕심을 남들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인 정의준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의준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꾸하고 나섰다.
"홈런 경쟁이요? 뭐, 제가 32개니까 이제 백강호 하고는 5개 차이네요. 그 정도 차이면 많이 좁힌 것도 아니죠. 게다가 백강호는 홈런 3위 아닙니까? 저한테 오려면 2위인 김재성을 넘고 와야죠."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의준의 말은 반쯤은 농담을, 절반의 진담을 담고 있었다.
그런 의준의 말에 경민이 '호오'하는 모습으로 입모양을 동그랗게 말면서 의준의 가슴을 툭 하고 친다.
"자신감 쩌는데? 전에 보니까 백강호가 홈런을 몰아치는 스타일 같던데. 혹시 알아? 오늘 경기에서도 홈런을 몰아칠지."
경민의 말에 의준은 '하하'하고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백강호가 몰아치면 저도 몰아치죠. 뭐. 몰아치는 게 많이 어렵습니까?"
의준은 마음 편히 웃으면서 그렇게 되묻는다.
벤치에 양팔을 걸친 채 편하게 웃고 있는 의준의 태도에서 그가 홈런 경쟁에서 경쟁자들에게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다시 맞이한 강호의 3회 말 타석 기회를 확인한 후, 의준의 앉은 자세가 바뀌고 있었다.
따악!
강호의 배트가 공을 때리는 소리가 와이번스 덕 아웃을 파고들고 있었다.
1회 말 승부에서 초구에 홈런을 때린 것과는 다르게 7구째까지 이어지는 끈질긴 승부 끝에 공을 때려낸 강호의 타구는 이번에는 우측 담장을 향해 곧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터엉!
비어있는 우측 담장 너머의 관중석을 때린 타구가 다시 그라운드 위로 떨어진다.
우익수 이명규는 그 타구를 쫓지 않았다. 1루심이 강호의 타구를 홈런으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강호의 타구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지켜봤던 이명규가 봐도 명백한 홈런이었다.
"와아아!!"
사직구장이 또 다시 환호성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 열화와 같은 목소리에 벤치에 편히 앉아 있던 정의준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강호의 연속 홈런으로 어느새 그는 베어스의 김재성과 함께 홈런 공동 2위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의준의 기분이 평안할 리 만무했다.
의준의 바뀐 표정을 지켜보던 경민은 의준의 어깨를 주무르며 당부의 말을 건넨다.
"의준아, 긴장 좀 해야겠네?"
경민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미 의준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어떻게 얻은 홈런 단독 1위인데. 쉽게 뺏기지는 않을 거야!'
의준은 홈런을 친 후 베이스를 모두 돈 후에 홈을 밟고 있는 강호를 노려보며 의지를 다진다.
4회 초, 타석 상황이 되었을 때 홈런을 염두 해두고 있던 의준의 큰 스윙을 확인한 포수 강민수는 유인구만을 요구하는 승부를 벌인 끝에 의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운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쳇!"
주심의 삼진 판정 속에 혀를 차며 타석에서 물러나는 의준.
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멀티 홈런을 신고한 강호와는 대조적으로 두 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그도 물러서지는 않았다.
7회 초 공격 기회에서 자신이 왜 홈런 1위인지를 증명하는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낸 것이다.
따악!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천천히 베이스를 돌기 시작한 의준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홈을 밟는다.
'봤냐? 백강호. 이게 바로 홈런 1인자의 위엄이라고!'
문득 홈을 밟고 3루 쪽 덕 아웃으로 향하던 의준의 시선이 자신의 자리인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를 서고 있던 강호에게로 향한다.
우연히 그런 의준과 시선이 마주치게 된 강호.
자신을 향해 묘한 눈빛을 보내는 의준의 의도를 간파한 강호가 속으로 미소 짓는다.
'홈런이 노리고 때린다고 원하는 대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강호는 의준의 도발에 응수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다섯 번째 프리마켓 방문과 스킬 효과로 인해 컨택 스탯이 100을 돌파했다고 하더라도, 원할 때마다 홈런을 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1회 말 홈런은 투심 타이밍을 노리고 쳤기 때문에 홈런으로 연결이 된 것이고, 3회 말 홈런은 1루에 있던 주자 유성철이 2루로 도루를 하면서 득점권 상황 때마다 적용이 되는 '칠 때 친다'스킬까지 중복 적용된 결과물이었다.
스킬 '살아있는 전설'의 효과로 103.6과 97까지 증가한 컨택과 파워 스탯이 '칠 때 친다'스킬까지 중복되자 각각 108.6과 100으로 증가했던 것이다.
거기에 만렙을 달성한 스킬 효과로 안타 칠 확률이 20% 더 증가하게 되며 에머리의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던 것이 더해지면서 때려낼 수 있었던 투런 포였다.
'다음 타석에까지 홈런을 때린다는 보장은 없어. 그러니까 아이템을 사용할 타이밍인 거야.'
강호는 속으로 미소 지으면서 7회 초 수비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강호의 연타석 홈런과 스팅의 솔로포로 5대 1까지 벌여놨던 팀 스코어는 와이번스 타자들의 분발과 정의준의 투런포가 더해지며 어느새 5대 5 동점 상황이 만들어져 있었다.
따악.
7회 말, 강호의 타석 앞에서 3연 타석 삼진으로 부진하던 문표가 드디어 안타를 신고하며, 주자 1, 3루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득점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타격 아이템 사용을 묻는 시스템의 메시지에 강호는 망설임 없이 승낙의 의사를 밝힌다.
'지금 타석 기회에서 상대 배터리가 나를 볼넷으로 내보낼 우려가 커. 정상적인 타격 방법으로는 홈런을 때릴 수가 없을 테니 '홈런' 아이템으로 빠르게 승부를 결정짓자!'
강호는 상대 배터리가 고의사구로 자신을 내보내지는 않더라도 유인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킬 것이라 예상했다.
주자 1, 3루 상황에서 루 하나가 비어있는 점을 상대 배터리가 이용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상대 투수가 던진 좋지 않은 코스에도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아이템을 사용하고 나선다.
따악!!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하게 만드는 강렬한 타격음이 그라운드를 가득 채운다.
그것으로 오늘 경기에서 정의준과 강호의 홈런 대결은 강호의 승리로 끝이 난다.
투런 포 하나를 때려낸 의준과 솔로 포, 투런 포, 쓰리 런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호.
만약 5회 말 공격에서 그랜드슬램을 기록했더라면 사이클링홈런으로 기록될 수도 있었던 경기였지만, 아쉽게도 오늘 경기에서 강호에게 만루 찬스는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강호의 7회 말 쓰리런 홈런이 결승타가 되어 자이언츠는 경기를 8대 5, 3점차 승리로 마무리 짓게 된다.
그리고 이 홈런은 강호의 시즌 29호 째 홈런으로 기록되며 홈런 1위 정의준을 홈런 4개 차로 추격하며 홈런 2위 자리에 있던 김재성을 3위로 밀어내게 된다.
"역시 우리 강호 후배야! 오늘 경기도 이기고, 강호 후배가 홈런도 때려서 기분 좋은데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밥값은 홈런 3개에 7타점이나 뽑아낸 강호 후배가 내고."
경기가 끝난 후 문표가 강호의 팔을 툭하고 치며 저녁밥을 사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강호는 그런 문표에게 형에게서 온 카톡 메시지를 보여주며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
형: 강호야, 29호 째 홈런 축하한다! 형이 오늘 맛있는 거 차려놨으니까. 경기 끝나면 얼른 집에 들어와. 형이랑 같이 밥 먹자.
친 형인 강수에게서 온 메시지를 보여주며 강호는 밥을 사달라는 문표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었다.
"선배님. 형이 밥을 차려놨다고 빨리 오라네요. 죄송하지만, 식사는 다음에 하시죠."
"끄응. 그래 가 봐라. 가봐. 강호 후배한테는 밥 한 번 얻어먹기 힘드네."
문표는 강수의 메시지를 보여주며 말하는 강호의 행동에 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는다.
자신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강호의 연봉을 알고 있으면서도 항상 밥을 얻어먹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다.
사실 문표도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지더라도 강호에게 돈을 내게 할 생각은 없었다.
강호와 기분 좋게 경기 후 담소를 나누려 했던 문표의 의도는 그렇게 또 무산된다.
그런데 문표가 강호를 붙들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이미 다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모두 퇴근을 해버린 상황이었다.
강호 역시 형과의 약속을 위해 퇴근을 하려던 찰나, 다시 한 번 문표가 그의 옷자락을 붙잡는다.
"강호 후배, 내가 깜빡하고 덕 아웃에 글러브를 놓고 왔네. 강호 후배가 좀 가져다줄래?"
뜬금없이 심부름을 시키는 문표의 행동에 퇴근을 하려던 강호가 발걸음을 멈춘다.
"내일도 홈경기인데 글러브는 두고 가시죠. 일찍 출근한 스탭들이 챙겨두거나, 아니면 덕 아웃에 그대로 있을 겁니다."
강호의 대답대로 내일 경기역시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이기 때문에 굳이 덕 아웃에 있는 글러브를 챙겨갈 필요는 없어 보였다.
형인 강수와의 저녁 식사에 늦을 것이 걱정된 강호는 그렇게 답한 후,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자 문표가 조금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금 강호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그게 아니라 글러브가 좀 헐거워져서 수선을 해야 할 것 같거든. 강호 후배, 바쁜 거 아는데 좀 갖다 주라."
"수선은 내일 스탭한테 맡기면 되잖습니까?"
"아니, 나는 스탭한테 안 맡겨. 글러브는 내가 직접 수선해서 쓴다고. 그러지 말고. 좀 가져다 줘. 보다시피 내가 짐이 좀 많아서."
계속해서 글러브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는 문표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후배 된 입장으로 계속 거절만 할 수는 없었다.
강호는 결국 자신의 백 팩을 문표에게 맡겨두고는 덕 아웃이 있는 경기장을 향해 다시금 걸음을 옮긴다.
"문표 선배는 글러브가 어디 있다는 거야? 없는 것 같은데."
강호는 불 꺼진 경기장의 덕 아웃에서 스마트폰 불을 밝혀 문표의 글러브를 찾아본다.
그러다 문득 그라운드 위에서 인기척을 느낀다.
"누구 계십니까?"
강호는 덕 아웃 안에서 글러브를 찾는 것을 멈추고 그라운드 위로 발걸음을 옮긴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스탭마저 퇴근한 경기장은 조명 불이 꺼져 있어서 어두운 상태였다.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만이 그라운드를 밝혀주는 모습이다.
강호는 볼록 솟은 마운드 위에 누군가가 서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자신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그림자의 뒷모습이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호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그가 강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강호는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손 감독님!"
강호의 반가운 목소리에 손 감독은 잘 지어보이지 않는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는 문득 자신을 향해 다가온 강호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찾은 게냐?"
주어를 생략한 손 감독의 물음에 문득 강호는 대답을 고민하게 된다.
손 감독의 질문이 문표의 글러브를 찾고 있는 자신의 행동을 물어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강호가 대답을 망설이자 손 감독은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전광판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재차 입을 연다.
"나는 찾은 것 같구나."
강호는 이어진 손 감독의 말에 지금의 상황이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고 있었다.
'문표 선배, 손 감독님이 경기장에 와계시다는 걸 알고 일부러 글러브를 찾아오라고 시킨 거였습니까?'
강호는 이제야 자신에게 글러브를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며 안절부절 못하던 문표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문표는 손 감독의 부탁을 받고 강호 자신을 불 꺼진 경기장에 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강호가 문표의 이상 행동에 대해 깨닫게 된 순간에도 손 감독의 말은 계속되었다.
"나는 오랜 시간을 자이언츠 2군 감독으로 지내오며 단 하나, 절대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마지막 카드를 찾고 있었단다. 그리고 어렵사리 찾아낸 카드가 내가 원하던 것이 맞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매일매일 기도했었다."
손 감독은 달빛을 보는 것인지 불꺼진 전광판을 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어둠이 물든 경기장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강호는 문득 지금의 상황이 예전, 대만 스프링캠프 마지막 밤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때, 감독님께서는 절대 멈추지 말라고 하셨었지. 나는 감독님의 당부대로 하루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단련했었어. 프리마켓 시스템의 도움이 있었지만, 행운이 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 결과 여기까지 이르렀다.'
강호는 대만 스프링캠프 때, 손 감독이 자신에게 건넸던 말을 떠올리며 다시금 이어지는 손 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내 바람은 이루어져 이렇게 너를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되었구나. 이제 나는 오랜 세월 원하던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강호, 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손 감독은 그렇게 진심을 내보이며 강호를 향해 다시 시선을 돌린다.
그는 예전, 강호가 대만 스프링캠프 마지막 밤에 보았던 뜨거운 눈빛으로 강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호는 손 감독의 눈빛에서 뜨겁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나는 그날 밤에 너에게 멈추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었다. 그리고 강호 너는 나의 부탁대로 한 순간도 멈추지 않은 채 여기까지 잘 해내어 주었어. 그런 너에게 내가 오랜 시간 염원해 왔었던, 그리고 자이언츠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이 바라왔었던 그림을 보여주려 한다."
손 감독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공 하나를 강호를 향해 건네었다.
그 행동은 대만에서의 기억과 매우 흡사한 것이어서 강호는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손 감독이 건넨 야구공을 받는다.
공은 새 것이 아닌 것인지 배트에 긁힌 자국과 흙먼지가 묻어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가 오늘 때려냈던 29호째 홈런 볼이다. 김민철 대행에게 부탁해서 수거해 두었다."
손 감독의 말에 강호는 자신의 손에 쥔 야구공을 내려다본다.
한동안 자신이 때려낸 홈런 볼을 내려다보던 강호의 시선이 다시 손 감독에게로 옮겨진다.
손 감독은 그런 강호를 향해 힘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네가 오늘과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면 한다. 항상 멈추지 말고, 앞을 향해 전진하는 스스로의 야구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손 감독은 그렇게 당부하며 한 발짝 다가와 강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러면서 자신이 준비해 두었던 마지막 말을 강호에게 건넨다.
"백강호, 지금 이 순간부터 네가 나의 4번 타자다! 그것이 내가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이자,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의 전부야."
강호를 향해 힘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말을 전부 건넨 손성조 감독.
그의 말에 담긴 열정을 전달받은 강호는 여태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감정의 여파를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을 전한다.
"그러겠습니다. 제가 감독님의 4번 타자가 되겠습니다!"
강호는 손 감독에게 전달받은 열정을 담아 그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호의 그 대답으로 자이언츠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게 된다.